'옥천에 유채꽃 단지가 있대'라는 카톡 한줄로 시작된 옥천여행.

유채꽃 보러 가자

지난해까지만 해도 코로나19로 애써 자란 유채꽃을 안타깝게 밀어버릴 수밖에 없었다는데, 다행히 올해는 유채꽃을 볼 수 있다고 들었다. 올해 세종 발령을 계기삼아 기회가 없던 충청 여행을 많이 다녀보려고 결심한 터였다. 세종에서 옥천까지는 차로 40~50분 정도 소요.

옥천 이곳저곳을 찾아보던 찰나에 발견한 게 바로 옥천군에서 진행하고 있는 '옥자 미션투어'. 옥천을 관광하고 기준에 맞춰 여행후기를 올리면 일정 비용을 준다는 것! "아 이건 옥천에 여행가라는 하늘의 뜻이구나(아님)'

게다가 토요일 하루만 당일치기로 다녀오려고 했으나, 친구가 어렵게 옥천전통문화체험관 한옥숙박을 예약했다. 처음 여행계획을 짰을 때만해도 예약이 가득찼는데, 여행을 며칠 앞두고 다시 들어가보니 딱 한자리가 풀린 것ㅠ_ㅠ 숙소 후기는 밑에 따로 또 적겠지만 정말정말x100 좋았다. 만족도가 높아서 나중에 숙박 예약을 또 할 수 있다면 그 핑계로 옥천여행을 다시 가고 싶을 정도.

옥천에서 가장 먼저 간 곳은 유채꽃단지~가 아니라 막국수집!

https://place.map.kakao.com/1961128041

메밀고개시골막국수

충북 옥천군 옥천읍 옥천동이로 300 (옥천읍 매화리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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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라면 도리뱅뱅을 먹으려고 했는데 도리뱅뱅으로 유명한 청산면이 옥천역과 이렇게 멀 줄이야. (여행 당일날 알았음)
그제서야 부랴부랴 찾은 곳이 바로 이 식당. 식당 뒤쪽에 차를 댔을 때만 해도 사람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는데 가게 안으로 들어가니 동네주민분들로 가게가 복작복작 했다. 동네주민이 오면 찐 맛집아닌가?라는 생각에 먹기도 전에 만족스러웠다.

비빔막국수

나는 비빔막국수를, 친구는 물막국수를 그리고 메밀전병도 함께 시켰다. 맛없없 조합. 유채꽃 보기 전에 간단히 먹으려 했던 계획과는 달리 엄청 배부르게 먹었다!

이제 이번 옥천여행의 이유, 유채꽃을 보러 갔다. 따로 이름이 있는지는 모르겠고, 주소를 네비에 직접 쳐서 찾아갔다.
충북 옥천군 동이면 금암리1139

생각보다 정말 넓었다
이 나무 이름이 뭔가요
유채꽃 단지 중간중간 이렇게 서 있는 나무들이 분위기를 더했다
꺄2
어색..

이글을 보고계신 담당자님.. 코딱지만한 인증샷입니다ㅎㅎ... 사람이 왜이렇게 작냐고 물으시면 카메라 앞의 피사체 탓입니다,,

유채꽃단지에서 찍은 사진 중 내 넘버원 픽
정말 멋졌던 하늘

유채꽃단지는 차량 안내와 주차장이 생각보다 잘 돼 있어 좋았다. 초보운전자에게 차로 북적이는 이런 관광지는 늘 부담이기에 걱정했지만, 차량 입출구가 따로 마련돼 있어서 수월했다. 최고!

사람도 생각보다 많았고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이 정도 장관이면 더 사람이 많을 법하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덜 유명해서 그런가 멋진 풍경에 비해선 사람이 적었던 것 같다. 그래도 그 덕에 사람에 치이지 않고 여유롭게 거닐면서 유채꽃을 실컷 구경했다.

출구길에선 차량이 하나같이 약속이라도 하듯 유채꽃을 보면서 천천히 나간다. 나도 그 대열에 합류해 운전석 왼쪽에 자리한 유채꽃을 마지막으로 눈에 담으며 유채꽃 단지 밖을 향했다.

저녁을 먹기엔 일러 카페로 갔다.

https://place.map.kakao.com/1382991839

카페안터686

충북 옥천군 동이면 안터1길 46 (동이면 석탄리 6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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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이름이 안터길이었는데, 이름을 따다 카페이름도 카페안터였다. 카페 앞에는 널따란 강이 보여 뷰가 무척 좋았다. 카페 화장실도 깨끗하고, 친절했지만... 카페 내부에서 컵라면을 먹는 빌런이 있어서 참지 못해 바깥에 내내 앉았다. 그래도 그 덕분에 좋은 공기 쐬면서 바깥에서 커피를 마셨다.

카페에 나와서는 드!디!어! 생선국수와 도리뱅뱅을 먹으러 청산면으로 갔다. 청산면은 옥천군과 옥천역, 옥천터미널이 있는 읍내와 30km 이상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 네비는 아예 옥천군을 가로지르는 길보다 고속도로를 타는 길을 안내했다. 아마 군 안에서 가면 꽤나 꼬불꼬불한 길을 가게 되는 것 같았다. 나는 고속도로를 타고, 몇개의 터널을 지나, 영동군까지 갔다가 다시 옥천에 들어오는 코스로 차를 몰았다. 시간은 막히지 않았는데도 50분 정도? 걸렸다.

첨에는 가장 유명해보이는 선광집으로 가려했으나, 오후 3시쯤 전화를 해 한시간 후에 간다고 하니 일찍이 음식이 다 팔렸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선광집에서 생선국수를 먹으려면 오후 4시는 늦다고 한다. 재료가 소진되면 얄짤없이 문을 닫는다. 2순위로 점찍어둔 '생선국수 찐한식당'에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흔쾌히 와도 된다는 말에 이곳에 갔다.

https://place.map.kakao.com/21289380

생선국수찐한식당

충북 옥천군 청산면 지전길 14 (청산면 교평리 2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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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뱅뱅 작은 거
생선국수. 사진 이따위로 찍었다고 친구가 한소리함;ㅠㅋㅋㅋ

메인메뉴는 생선국수와 도리뱅뱅. 영동군에서 청산면으로 넘어오는 길에 보면 청산면을 '도리뱅뱅의 고장'이라고 소개한 표지판을 몇번이나 마주하게 된다. 이 식당이 있는 골목엔 이 두가지 음식으로 유명한 식당이 5군데 정도는 되니, 한곳이 문을 닫았다고 쉽게 포기하지 말고(?) 다른 곳에 전화를 해보자~..

생선국수와 도리뱅뱅을 기다리는 동안 식당 벽에 붙은 온갖 사진을 보니, 맛녀석과 삼대천왕도 이곳에서 촬영을 한 듯 했다. 김준현씨는 무려 두번이나 이곳 도리뱅뱅을 먹다니(돈내고 일하슈..)

찐한식당을 2순위로 택한 이유는 일부 리뷰에 생선국수가 너무 비리다는 글이 있어서였는데, 내 입맛에는 너무 잘 맞았다. 친구도 마찬가지. 어디선가 먹어본 거 같은데 이런 형태의 국수를 먹은 적이 있던가 싶을 정도로 익숙하면서도 특이한 맛. 매우 맛있었음.
도리뱅뱅은 먹자마자 '아, 이건 맥주안주인데'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자차여행의 슬픔은 맥주를 걸칠 수 없다는 것...

이 길이 너무 좋았다


바로 숙소로 가려다 차에 앉기도 힘이 들 정도로 배가 불러서 산책을 좀 했다. 생선국수를 먹은 식당 근처에 보청천을 낀 산책코스가 있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곳이었는데 생각보다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한참을 머물렀다. 사람들이 거의 없었는데, 있는 사람들은 전부 이곳에서 텐트를 쳐놓고 누워 제대로 풍광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우리가 예약한 방은 '혜윰' 이었다. 체크아웃을 하면서 보니 같은 4인실이라도 헤윰이 내부가 조금 큰 거 같았다.


대망의 숙소. 옥천군에서 운영하는 옥천전통문화체험관에서 운영하는 한옥숙소였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예약을 쉽게 할 수 있는데 가성비가 좋은 탓인지 주말은 예약이 풀로 차 있다. 친구가 여행을 코앞에 두고 정말 운 좋게 취소된 방을 줍줍해서 이곳에서 머물 수 있었다.

숙소 자체가 지은지 얼마 안된 것인지, 매우매우매우 깨끗했다. 방은 4인실과 8인실이 나뉘고, 4인실은 주말 기준 하루에 7만원이었다. 옥천군민은 할인을 해주는 듯.
화장실과 샤워실이 분리돼 있고, 이불과 베개도 넉넉히 있다. 텔레비전과 전자렌지, 냉장고, 드라이기가 구비돼 있고, 무려 정수기도 있다! 다만 숟가락과 젓가락은 없다. 마트에서 장보면서 수저 있겠지???라고 방심하며 사가지 않았는데 없어서 담날 편의점에 가야만 했다. 미리미리 챙겨가는 게 좋을 듯.

우리는 따로 식사를 하지 않았지마 체험관 내에 카페와 식당이 있다. 대충 구색만 갖춰놓은 식당과 카페가 아니라 꽤나 좋은 평가를 받는 곳인 것 같으니 동선이 맞는다면 내부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선택지일 듯하다.

생선튀김 소자

점심과 저녁을 가득가득 먹었으면서도 생선튀김이 궁금해 찐한식당에서 생선튀김을 포장해 왔다. 찐한식당은 모든 메뉴를 포장해준다. 차가 생선튀김 냄새로 가득차 최근에 차를 산 초보운전자는 애가 탔지만, 생선튀김은 맛있었다 ㅎ... 소자인데도 양이 꽤 많다.

부소담악


이튿날. 아침은 미리 사둔 요거트와 수프로 해결했다. 체크아웃 시간을 가득가득 채워 나왔다. 체험관은 가족 단위 손님들이 대부분이었다.
체크아웃을 하고 나와 찾은 곳은 '부소담악'. 풍경이 좋다길래 고민할 것도 없이 택했다. 꽤나 높은 지대에 있어서 차로도 한참을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올라갔다. 12시가 채 되기 전에 도착했는데도, 이른 아침부터 찾아 내려오는 관광객들을 많이 마주했다.
부소담악은 주차장이 협소해서 부소담악 입구 맞은편에 위치한 사찰 주차장에 대는 걸 추천하는 글을 많이 봤다. 우리가 갔을 땐 이 주차장에도 차가 가득가득 차 있어서 도로 한편에 차를 댔다. 다행히 이곳에 오는 차량 대부분이 부소담악에 오는 터라 이렇게 주차를 해도 통행에 무리가 없어 보였다.

햇볕이 내리쬐는 날이라 무척 더웠지만 미세먼지 없는 맑은 날씨 덕분에 부소담악은 더 아름다웠다. 가는 길에 핀 꽃과 겹벚꽃, 철쭉이 사람들의 발길을 잡는다. 가벼운 산책보다는 좀 더 걷는 코스지만 어렵지 않아 모두가 가기에 좋을 것 같다.

구읍할매묵집

많이 먹었다고 생각 안했는데 포스팅 글을 쓰니 죄다 먹는 사진 뿐이네;
부소담악에서 나오니 배가 너무 고파 식당을 찾았다. 옥천문화체험관 안에 있는 송고가를 가려다가 날이 더워 시원한 걸 먹고 싶어서 묵밥으로 급히 정했다. 체험관 주변에 묵집이 두개 있는데, '옥천묵집'은 일요일 휴무라(왜애,,ㅠㅠ) 근처에 있는 '구읍할매묵집'으로 갔다. 불친절하다는 평이 많았으나 전혀 그렇지 않았다. 죽전과 시원한 묵밥을 시켜 먹었다. 갈증이 나던 차에 먹어서 훌훌 삼켜 먹었다.

정지용 생가에서 찍은 이쁜 나무.
묵밥식당 부근엔 볼거리도 꽤 있다. 도보로 정지용 생가에 갈 수 있어서 소화도 할 겸 가봤다. 생가와 문학관이 함께 있는데 정지용 시인의 시를 실컷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다. 이 일대의 도로 이름이 '향수길'인데, 정지용 시인의 <향수>를 따다 지었다. 문학가를 배출한 동네가 가진 긍지를 새삼 느낄 수 있었던 곳.

또 먹니,,?

왜 또 먹을 거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민망)
헤어지기 직전, 카페는 가고 싶은데 여전히 더워서 팥빙수를 먹으러 갔다. 옥천에 설빙은 없었고 체험관 근처에 있는 '커피타임'이라는 카페에 팥빙수를 판다길래 갔다. 차는 체험관 내부에다 대고 가면 됨!
1만2000원이었는데 양이 무지 많다. 3~4명이서 먹어도 충분히 먹을 만한 양임. 근데도 둘이 꽤 많이 먹은 듯.

배가 거의 터질듯한 상태로 차를 타고 친구를 옥천역에 데려다주는 길..
갑자기 '옥자 미션투어'의 미션 하나인 '옥천에서 사자'를 새까맣게 잊었다는 것을 생각해냈다. 옥자 미션투어는 먹자, 보자, 사자 3개로 구성돼 있는데 앞에 두개야 어딜가든 하는 거니 어렵지 않았는데, 사는 건 달랐다. 지역에 가면 특산물을 산다거나 하는 일은 좀처럼 하지 않아서 ㅠㅠ
이대로 미션에 실패할 순 없어서 친구를 옥천역에 데려다주고 나홀로..옥천로컬푸드직매장에 향했다. 옥천역과 무지 가까움!
너무 칭찬일색이긴 한데 옥천로컬푸드직매장은 주차와 매장 내부 모두 훌륭했다. 매대에 올려놓은 옥천 농산물, 특산물 모두 사고 싶을 정도로 품목 종류가 다양하고 품질도 좋아보였다. 뭘 사지 고민하다가 꿀 하나랑(옥천에서 벌을 많이 봐서 괜히 끌렸다) 설향 딸기를 집었다. 딸기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씻어 맛봤더니 무척 달콤했다ㅎㅎ

옥천로컬푸드직매장 영수증

첫날 막국수
안터686
도리뱅뱅 먹었던 찐한식당
묵집
팥빙수 먹은 카페

먹고 자고 샀던 모든 것은 내돈내산입니다ㅎㅎ

그러하다. 드디어 살아있는 방탄이들을 보게 됐다.(박수질러~~~~!)

2년 반만에 한국에서 방탄 콘서트가 열렸고, 다마 입덕인 나는 근 1년반만에 방탄 콘서트에 가게 됐다. 

작년 말부터 올해는 오프라인 콘서트가 열릴 거라 생각은 하고, 멤버십도 미리 가입해뒀는데 막상 진짜 열린다고 하니 티케팅에 성공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빡센 티케팅은 첨이라구요ㅠㅠ 흑흑 

 

3월3일 티케팅 당일

퇴근 후 집에 가서 노트북으로 할까 고민도 했지만 실패하더라도 최선은 다해봐야 후회가 없을 것 같아 피씨방에 갔다.

피씨방은 정말 몇년만인지, 자리 잡는데만 버벅버벅. 티켓 오픈 시간이 저녁 8시인데 7시 전부터 가 앉아있었다. 시간이 좀 남아 인터넷쇼핑이라도 할까 싶었지만 두근대는 마음이 가라앉질 않아 화면만 띄워두고 카톡만 했다. 친구 두명한테 따로 부탁을 좀 해놓고, 8시가 되길 기다렸다. 시간이 다가오자 자리 앞뒤로 아미임이 120% 분명해보이는 분들이 나와 같은 화면을 띄워두었고.. 내가 온 이 구석진 피씨방의 풍경도 이럴진대, 다른 곳은 얼마나 더 많은 아미들이 이렇게 많을까? 싶어서 더 불안했다. 

 

결론은, 막콘 2층 52구역을 잡았다. 성공한 시간이 8시 20분 가량됐나? 친구는 나보다 5분 정도 앞서 중콘 1층 사이드자리를 잡아주었고! 

이번 티케팅은 대기번호를 부여받고 기다렸다가 내 차례가 되면 티케팅 화면에 접속돼 예매를 하는 방식이었는데, 한번에 예매창을 여러개 띄워두면 오히려 대기번호가 줄다가 중간에 튕겨버리는? 것 같았다. 티케팅을 하는 순간엔 1분1초가 아까우니 뭘 생각할 틈이 없지만 나도 창을 여러개 띄워놓고 있어서 문제였나 싶기도 하고. 알쏭달쏭 티케팅.. 어쨌든 자리를 잡았으니 우선 맘은 놓았는데 사람 욕심은 또 끝이 없으니 2층인 게 또 아쉬워서 몇번을 더 트라이했다. ㅎ 하지만 될리가 있남요? 막콘 2층에 만족하기로~.  

 

52구역 시야 

 

아이돌 콘서트는 처음이었다. 당연하다. 방탄이 내가 좋아하는 첫 아이돌이니까...

아이돌 콘서트는 원래 콘서트 몇시간 전부터 공연장 주변이 여러 이벤트와 나눔으로 축제같은 분위기라 들었는데, 코로나 여파로 모든 이벤트들이 다 취소되다보니 이번 공연은 참 썰렁했다. 아쉬워라. 지겨운 코비드 종식되고 다시 열게 되면 그때는 제대로 즐겨야지! 

 

콘서트가 열린 저번주는 일하는 내내 정신 한 구석은 콘서트로 가 있었다. 좋아하는 가수는 공연을 꼭 가는 편인데, 하필 방탄을 좋아하게 된 시기와 코로나가 맞물리다 보니 방탄 공연을 실제로 볼 기회가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같은 시간대를 호흡하고 있는게 맞나?라고 자문하게 되는 순간들이 몇 있었는데, 이번 콘서트는 그걸 해소해줄 거란 기대가 컸다. 

 

올림픽경기장 주변에 사는 친구와 함께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다 5시가 될 무렵 공연장으로 향했다. 원래 수용하던 관객수의 3분의1도 안되는 관객만 모인 공연이지만, 애초 그 수가 어마어마하다보니 본인확인하고 클래퍼를 받는 데도 시간이 엄청 걸렸다. 다른 가수 공연 생각하고 여유롭게 갔다면 정말 진땀 흘렸을 듯. 경기장에서 한참이나 걸어야 본인확인 받을 수 있는 공간이 나오고, 거기서도 한참을 걸어야 내 차례가 온다..kijul...

 

겨우겨우 공연장에 들어서고 나니 내 자리로 가기까지도 보통일이 아니었다. (할아미는 웁니다ㅠ^ㅠ) 좌석 공간이 매우 협소해 내 자리가 특정 구역의 정 가운데라면 이미 앉아있는 아미들에게 고개를 겁나 숙이면서 조심히 들어가야 한다. 다행히 내 자리는 한 열의 끝부분과 가까워서 덜했다만,, 다음 공연때는 좀 능숙해질 수 있겠지? 

 

급하게 당근으로 산 아미밤

공연은 너무너무너무 신났다. 함성 못지르는 게 너무 아쉬울뿐... 2층은 사실 전광판으로 무대를 봐야 하니 일어나서 뛰고 소리지르는 맛으로 앉는 좌석인 것 같은데 말이지요..

 

인상깊었던 무대는 당연 블랙스완. 블랙스완은 안무 영상도 몇번이고 돌려볼 정도로 너무 아름다은 곡과 안무, 그리고 무대라고 생각한다. 특히 지민이가 6멤버들 옆을 지나면서 앞으로 치고 나오는 그 파트는 힘있으면서도 부드러워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 

 

또 FAKE LOVE는 막콘 간 아미들이라면 다 손에 꼽을 무대 아니었을까?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정구기 자켓의 단추가 풀리는 순간 내 옆자리에 앉은 아미분이 내 팔을 치면서 짧은 소리를 내질렀고, 나도 반응하고 싶었지만 전광판에서 눈을 떼고 싶지 않아 미동없이 전광판만 뚫어져라 바라봤다ㅋㅋ 

 

다마에서 버터로 넘어가는 간주의 안무도, 엘에이콘 온콘으로 봤을 때부터 좋았는데 실제로 보니 무척 좋았다. 그저 소리지르고 싶을 뿐,,, 

 

서울콘은 작년 LA콘과 대체로 같은 셋리로 구성됐고, 몇곡만 달랐다. 내가 간 막콘에선 '봄날'과 'we are bulletproof: the eternal'을 마지막곡 전에 불러줬다. 봄날은 진짜 띵곡. 아미되기 전에도 방탄 노래 가운데 가장 익숙했던 곡인데ㅠㅠ bulletproof는 콘서트 다녀와서 계속 한곡 반복해서 듣고 있다. 

 

중콘 때 비가 너무 많이 왔고, 애초 일기예보상 막콘에만 강우예보가 있어서 걱정이었는데 다행히 막콘에는 비가 내리지 않았다. 날씨도 춥지 않았다,고 적기엔 정말 오지게 껴 입고 갔다. 집에 도착한 시간이 밤 11시가 넘었는데도 땀이 났을 정도니 ㅎ...

 

나의 정구기는 역시나 라이브를 너무 탄탄하게 잘해서 또 한번 빠지게 만들었다. 노래도, 안무도 모두 힘껏, 마치 오늘 공연이 마지막인 것처럼 몸을 불사르는 정국이를 실제 공연에서 보니 정말 좋았다. 파도타기 진두지휘하는 모습도,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마지막까지 인사해주는 모습도 눈에 가득가득 눌러 담았다! 다음 공연에선 소리 잔뜩 지를게!! 

완독하는 데 정말 오래 걸렸다ㅠㅠ 흑흑 

http://www.yes24.com/Product/Goods/103192558

 

그녀가 말했다 - YES24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범죄를 고발하며전 세계적으로 미투 운동을 촉발시킨 단 하나의 기사3년간의 취재, 수백 건의 인터뷰 끝에 탄생한퓰리처 상 수상 탐사보도 이면의 생생하고 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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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한국에서 출간된 이후 이 책을 추천해주는 지인, 친구도 많았고, 책을 소개하는 기사도 참 많이 접했다. 

빌려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책은 <뉴욕 타임스>의 두 기자가 유명한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수십년에 걸친 성폭행 폭로 기사를 어떻게 취재했고 보도하게됐는지를 추적하는 내용을 담았다. 게다가 그 기사가 이끈 미투 물결의 여파에 대해서도 다룬다. 이 기사는 당연히 한국과도 무관치 않다. 그 물결은 한국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미투 덕분에 우리 사회도 새로운 기준이 생겼고, 성적 추문을 일으킨 자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도 과거와 확연히 달라졌다. 많은 용기있는 고백이 뒷따랐고, 진작에 배제됐어야 할 이들이 뒤늦게나마 죄값을 치렀다. 

 

기자 두명이 취재거리를 어떻게 확장시켜나가는지에 대해서도 다룬다. 누군가를 폭로하는 기사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특히 그 누군가가 사회경제적으로 매우 높은 위치에 있을 때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두 기자는 취재원을 보호하기 위해, 또 기사와 기자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기사가 도달하고자 하는 사회적 정의를 지키기 위해 여러 방법으로 팩트를 채워나가고 탄탄하게 만든다. 메일 하나, 연락 한번도 취재원의 성격과 처해있는 상황에 맞게 전략적인 방식을 택하는 게 대단했다. 

 

1. 

이 책은 취재의 출발부터 기사가 보도되고, 그 이후의 여파까지 시간 순서대로 다룬다. 

하지만 사안이 사안인지라 모든 취재원이 처음부터 기사화에 동의한 채 인터뷰에 응한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보니 저자들은 책의 내용을 작성한 시점에서야 공개가능한 사실이지만, 당시 시점만 해도 인터뷰이와 기자들만 아는 사실이었음을 수차례 밝힌다. (이게 책의 가독성을 떨어트리는 데 좀 한몫함ㅠ)

취재를 하나씩 하나씩 풀어나가면서 확장하고, 한명과의 대화를 통해 새로 짚을 수 있는 점들을 포착해내는 기자들의 능력이 대단하다. 또 필드에서 뛰는 기자들을 뒤에서 뒷받침해주는 데스크들과 취재와 보도를 하는 과정에서 법적인 문제는 없는지 짚어주는 변호사도 폭로기사를 내보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2.

가장 큰 쾌감은 아마 어떤 리액션을 받을 지 장담할 수 없는 기사를 세상에 내보내고 난 후 쏟아진 수많은 여성들의 고백이었을 거다. 그 물결은 대법관 후보자의 과거 성폭력 사실을 폭로한 포드의 용기로까지 이어졌다. 저자들이 타임스가 아닌 타사가 접촉했던 포드의 일화를 한 챕터로 자세히 다룬 것도 그래서 좋았다. 

 

3. 

*좋았던 문장들*

- 언론이 패러다임의 변화를 불어넣은 사례다. 우리가 한 일은 수많은 선두적인 페미니스트와 법학자, 애니타 힐, 미투운동 창시자 타라나 버크, 그리고 우리 동료 기자들을 포함한 여러 사람들의 노력으로 오랫동안 쌓아왔던 이 변화에 하나의 동력을 더한 것에 불과했다. 

 

- 합의는 혐의의 대상인 위법행위를 어떻게 은폐했는가를 알려주는 이야기였고, 이는 성폭력을 보도하는 새로운 방식이 되었다. 

 

- 로젠펠트 교수는 수업 중 사법 체계는 여성이 아닌 남성을 보호하게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는 대조적인 사례로 보노보원숭이의 평등주의적 행동에 관한 연구를 소개하기도 했따. 보노보원숭이는 진화 과정에서 공동체 내 수컷의 성적 강제를 뿌리 뽑았다. 수컷 보노보가 암컷에게 공격적으로 굴면 암컷이 특정한 울음 소리를 낸다. 그러면 나무 위에 있던 다른 암컷들이 그 암컷을 돕기 위해 몰려와서 수컷의 공격을 막아낸다고 했다. 

 

- 여성들이 극도로 망설이는 데에는 충분히 이해할 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런 종류의 보도에는 본질적으로 불공평한 면이 있다. 어째서 불편한 이야기를 대중 앞에 털어놓는다는 부담을 짊어지는 쪽이 아무 잘못하지 않은 사람이어야 하는가? 

 

- 성폭력은 각 업계마다 독특한 생태를 가진다. 식당 노동자들의 경우, 그들의 일터에는 언제나 판단력을 갉아먹고 억제력을 느슨하게 하는 술이 있으며, 관리자들은 돌발 행동을 하는 손님에게 맞서기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 실리콘밸리에는 하룻밤 사이에 벼락부자가 된 무책임한 젊은 남성들이 넘쳐났다. 조선소와 건설 현장처럼 남성의 일터라는 통념이 있는 곳에서 남성들은 여성들을 몰아내고자 그들을 물맂거 위험에 처하게 하기도 했다. 

 

- 위협이나 겁을 주는 말이 있다면 기사에 곧이곧대로 실을 겁니다. 이런 전략과 맞서 싸우는 방법은 이를 노출시키는 것이니까요. 

 

- 오늘날의 법적 기준은 1964년 대법원이 뉴욕타임스 대 설리번 사건에서 명예훼손 고소가 성공적으로 끝나려면 기자들이 잘못된 정보를 인쇄한 것뿐 아니라 공인에 대해 '실제 악의'를 가지고 이를 행한 경우, 여기서 실제 악의란 '사실을 무모할 정도로 무시하는' 것이라는 정의로 정리된 것이다. 

 

- 하비 와이스타인이라는 이름은 이제 수십년간 그 누구도 손쓰지 않고 있었던 위법행위를 해결해야 한다는 논쟁이자, 덜 심각한 잘못이 훨씬 더 심각한 잘못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예시이기도 했다. 성폭력과 학대에 대해 입을 여는 것이 수치스럽거나 신의를 저버리는 일이 아니라 존경받을 만한 행동이라는 것도. 

 

- 이 변화의 핵심은 과거의 일에 대해 책임을 지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자신의 이야기가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여성들 중 더 많은 수가 입을 열기 시작했다. 

 

- 기업이나 학교가 문제 행위를 조사하고 처벌하는 것은 둘째치고, 성추행이나 성폭력의 정확한 의미에 대한 대중들의 의견 일치조차 이뤄지지 않은 탓이었다. 기업 이사회에서부터 술집에 모인 친구들까지, 모두가 각자의 가이드라인을 세우느라 여념이 없었는데, 이는 매력적인 대화 소재였으나 총체적인 혼돈이기도 했다. 국가 차원에서 실효성 있는 새로운 기준에 어떻게 동의할지, 또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어마어마한 고발들을 어떻게 해소할지도 확실히 알 수 없었다. 그 대신, 양쪽 모두에게 부당하다는 감정만 누적되고 있었다. 

 

- 미투 담론의 가장 까다로우면서도 풀기 어려운 과제를 이끌어냈다. 바로 과거에 있었던 고통스러운 사건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에 관한 딜레마였다. 고발자가 피해를 주장하고, 고발당한 자가 응답하는 공정한 과정을 제시해야 한다는 시험대였다. 책임을 놓고 벌어지는 논쟁이다. 

 

- 그녀가 자신의 이야기에 대한 통제를 잃으리라는, 다양한 의제로 무장한 타인들이 그녀가 바라는 바와 무관하게 움직이리라는 조짐이었다. 

 

- 언론계에서는 중요 기사에 있어 경쟁사들이 서로의 취재에 부응하는 것이 관행이다. 만약 <워싱턴포스트>가 트럼프와 러시아 간의 거래에 대한 특정을 낸다면 <타임스> 역시도 같은 내용에 대한 취재를 시도하고 그 역도 가능하며 이로써 <타임스> 독자들에게 정보를 주는 동시에 <워싱턴포스트> 기사를 추가적으로 확인해준다. 과학자들이 피어리뷰를 수행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 공공의 토론이 불만족스러운 불협화음을 빚어내는 가운데 이런 사적인 차원에서 사유를 통한 개인의 변화가 가장 크게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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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유투브에 세계문학 편집자분이 추천해준 세계문학. 고전이 어렵게만 느껴진다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라 권했다. 아주 술술, 흥미롭게 읽힌다면서 간략한 줄거리를 말해주는데 그 영상을 보자마자 ebook으로 질렀다. 그리고 한참을 묵혀두다가 가볍게 읽을 책이 필요해서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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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 YES24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는 케인의 데뷔작으로 1934년에 발표된 후 큰 반향을 일으키며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모순으로 가득한 미국 사회 이면의 욕정과 탐욕을 냉정한 시선으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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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유투브에서 편집자는 연인이 사랑을 매개로 사회에서 가장 죄악시한 범죄를 저지른 후에도 그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책이라고 소개했다. 책을 직접 읽으면서는 삶을 살아가는 근본적인 태도가 완전히 다른 두 사람이 사랑을 통해 하나로 묶여질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도 같았다. 두 주인공은 단순히 살인 때문이 아니라, 살인 계획을 도모하기 전부터 삶을 향한 태도에서 이견을 보이며 삐걱거렸다고 생각해서다. 

 

당대에 워낙 유명했던 책이라는 설명히 책 뒷부분에 나와 있다. 후에 영화, 뮤지컬로도 나왔다는데 레베카의 운명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

 

- 카메라 앞에서 말이야, 내가 어떤 애인지 알아차리더라고, 나도 그랬고. 아이오와 디모인의 싸구려 계집애에게는 딱 원숭이 정도만큼의 기회밖에 없었어. 아니 원숭이보다 못하지. 어쨌든 원숭이는 웃길 수라도 있잖아. 내가 할 수 있는 역이라곤 역겨운 것뿐이었어. 

 

- 그런 별 볼일 없는 패는 매일 만나요. 모두 다 카드를 갖고 있는 상황, '제대로 돌리면 이기는 카드를 모두 다 가진 상황'인데 나를 보시오. 

 

- 프랭크. 그곳에서, 그날 밤, 우린 모든 걸 가졌어.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는지 몰랐어. 우린 키스했고 무슨 일이 벌어지더라도 영원하도록 봉인했어. 우린 세상에 있는 그 어떤 두 사람보다 많은 걸 갖고 있었어. 그런 다음 무너져 내렸어. 처음엔 당신이, 그리고 그런 다음엔 내가 말이야. 

 

- 난 깊이 빠져드는 게 아니라 빠져나오고 싶어. 

 

- 떠나 버리고 싶은 건 그냥 당신이 부랑자이기 때문이야. 그게 다야. 여기 왔을 때 당신은 부랑자였고, 지금도 마찬가지야. 난 부랑자가 아니라고. 난 뭔가 '되고' 싶어. 여기 살자. 우린 떠나지 않아. 

 

- 나는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파열음이 내 귓가에서 울리고 있었다. 

 

- 당신 약간 집시 같은 면이 있지? / 집시라고? 태어날 때부터 귀고리를 하고 있었다니까. 

 

- 우린 서로 사슬로 묶여 있어, 코라. 우린 산꼭대기에 있다고 생각했지. 그게 아니었어. 산이 우리 위에 있었고, 그날 밤 이래로 산은 언제나 거기 있었어. / 당신이 사랑 안에서 두려움을 느낄 때 사랑은 더 이상 사랑이 아니야. 그건 미움이야. 

 

- 나를 그렇게 느끼게 만든 게 무엇이었을까. 왜냐하면 그녀는 날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나를 쓸모 없는 사람이라고 종종 말했다. 나는 그녀 말고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너무 컸다. 한 여자의 존재가 그렇게 너무 큰 것은 흔한 일은 아니라고 나는 짐작한다. 

 

- (해설) 그녀는 우편배달부에게 보험지급증서를 자신에게 직접 배달하라고 지시했으며 초인종을 두번 울리는 것이 신호였다. 이 신호와 '배액 보상'은 성적 불성실을 뜻하는 진부한 표현이 된다. 

..

케인은 <포스트맨>의 앞 면지에서 "내 첫번재 소설이며, 기본 줄거리는 뉴욕의 스나이더-그레이 소송 사건에 기초한다"고 언급한다. 

..

도덕적으로는 충분히 끔찍하지만 살인이 사랑 얘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멍청한 남녀가 있고, 그런데 일단 저지른 다음 정신 차리고 보면 어떤 두 사람도 그렇게 끔찍한 비밀을 공유하고는 같은 지구에서 살 수 없다는 걸 알게 된다는 얘기야. 

 

 

 

 

 

2월 독서모임 책 제레미 리크핀의 <육식의 종말>을 읽었다. 흔히들 종말 3부작으로, 이 책과 <소유의 종말> <노동의 종말>을 꼽는다. 부끄럽지만 이번에 읽은 책이 3부작 중 처음 읽는 것이었다. 

 

이 책이 우리나라에 번역돼 소개된 게 2002년. 그런데 미국에서 출간된 건 그보다 훨씬 전인 1993년이다. 책이 세상에 나온지 30여년 가까이 지나서야 읽었는데도, 작가가 제시한 통찰이 여전히, 아니 어쩌면 그보다 훨씬 더 의미를 갖게 됐다. 훌륭한 책, 사회과학도서의 고전이란 이런 것일까? 

 

주석이 책의 한 챕터 분량 정도 될 정도로 촘촘하다. 그만큼 작가는 근거를 촘촘하게 쌓아올랐다. 그에 기반해서인지 책의 생명력이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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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식의 종말 - YES24

저자에 의하면 현대 문명의 위기를 초래한 원인 가운데 하나는 인간의 식생활이다. 특히 고기를 먹기 시작하면서 파생되기 시작한 문제는 여러 분야에 걸쳐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켰다. 한 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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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업이 처한 현실과 사회에서의 인식을 너무나 잘 알 수밖에 없는 회사에 다니는지라 책의 뒷부분은 사실 새롭진 않았다. 아마 내가 지금 알고 있는 지식의 기반, 어쩌면 그에 대해 처음으로 물음표를 던졌던 작가가 제레미 리프킨이겠지. 그가 제기한 물음 덕분에 이미 많은 매체들이 축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많이 다루고 있다. 

 

내게 오히려 더욱 흥미로웠던 부분은 소가 어떻게 세계사 속에서 움직이고, 인류 역사와 함께 했는지를 다루는 앞 부분이다. '축산업으로 보는 세계사'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소라는 한 종(種)의 역사가 살아남는 과정을 보면서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내용 일부분이 생각나기도 했다. 지구상에서 오래 살아남은 종은 종 전체로 봤을 때 성공일지라도, 개별 동물에게 그것이 성공일까?하는 유발 하라리의 지적. 소는 축산업의 대표적인 축종으로 수백, 수천만마리의 소가 지구상에서 살아남았지만, 그것이 과연 진정한 살아남음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FAO가 어떻게 대량 축산업 문화를 만드는 데 일조했는지도 나온다. 국제기구가 이끄는 여러 논의들이 얼마나 정치적인지에 대해 다루는 책도 찾아보고 싶어졌다. 

 

최근에 봤던 영화 <퍼스트 카우>도 생각났다! 미국 개발시대, 아주 귀했던 소가 중요한 매개로 등장하는 이 영화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책에서 인상 깊었던 문장들*

 

- 소는 가장 오래된 이동 재산이며 많은 서구 문화에서 교환의 매개물로서 이용되었다. 이와 같이 소가 신성한 위치에서 통화와 상품으로 이행한 것은 자연에 대응하는 인류의 변화와 역사적으로 일맥상통한다. 소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를 쓸모 있게 만드는 실용적인 동물이었으며, 세계 속의 자아에 대한 우리의 사고를 정의하는 유용한 투명이자 상징이었따. 

 

- 간혹 항생 물질 잔유물이 사람들이 소비하는 쇠고기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따라서 인간은 알게 모르게 질병을 유발하는 박테리아에 취약해질 가능성이 있다. 

 

- 넓은 의미에서 우리는 수천년 동안 다른 동물들을 통해 자아에 대한 우리 감각을 키워 왔다. 지구상의 풍부하고 다양한 동물들의 삶은 줄곧 인간 삶의 판단 기준이 돼 왔다. 

 

- (알쓸신잡1) 이탈리아인들은 소의 땅을 뜻하는 '이탈리아'에서 자신들의 이름을 가져왔다. 이탈리아 반도의 사람들이 로마의 침략에 대항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을 때 그들은 소 숭배의식을 치르며 전투에 임했다. 

 

- 농경사회에서 방위는 대지에 대한 소속감 속에서 발견된다. 대지는 신의 보호와 조상의 감시를 받는 거룩하고 신성한 거주지다. 대지는 책임감을 낳고 그것은 각 세대를 신성한 의무와 책임의 복잡한 관계로 긴밀하게 엮는다. 농경 사회에서 소속감은 대지, 변화하는 계절, 탄생, 성장, 죽음, 재생의 연령 주기와 결부돼 있다. 

 

- (알쓸신잡2) 고기는 각 군주의 만찬에 초대된 손님들의 적절한 지위와 신분을 명확히 구분해 주는 정치적, 사회적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주빈석은 언제나 가장 윗사람에게 제공됐으며 그 옆으로 지위를 따라 차례차례 자리가 정해졌다. 최고 부위의 고기는 가장 윗사람의 몫이었고, 질이 좀 떨어지는 부위는 아랫사람들 차지였다. 예컨대 사슴 고기가 나왔을 때 꼬리나 내장은 늘 가장 아랫사람에게 제공되었다. 흔히 사용하는 '굴욕을 참다(eat humble pie)'라는 표현도 실은 '사슴 내장을 먹다'는 뜻에서 유래된 것이다. 

 

- 지방이 많은 쇠고기를 즐기는 영국인의 입맛은 역사상 처음으로 두가지 위대한 농업 전통을 하나로 합치도록 했다. 하나는 북아프리카와 중동의 최초의 위대한 곡물 문명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곡식 생산 문화이고, 다른 하나는 유라시아 스텝 지방의 말을 탄 유목민들로 거슬러 올라가는 위대한 목축 문화가 그것이다. 두 위대한 농업 시스템은 대초원의 울퉁불퉁한 방목지와 중서부의 평평한 농경지가 마주치는 미서부 평원에서 처음으로 결합되었다. 

 

- 자신들의 신분과 직책을 순전히 혈통에 의존하는 상류 계급의 경우, 그들이 소유한 우수한 소의 순수성에 관한 문제는 그 중요성이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사항은 '열등한 혈통이 섞이지 않은 채 얼마나 오랫동안 최고 혈통이 존속되었느냐' 하는 것이었다. 순수성 문제에 대한 귀족들의 광적인 태도는 해외 식민 정책에도 영향을 미쳤다. 

 

- 오늘까지도 아메리카 버펄로의 멸종은 미국 생태계 역사상 가장 소름끼치는 일화 중 하나로 남아 있다. 갑작스럽고도 단호하게 진행된 학살은 1만5000년 동안 면면히 이어져 온 평원의 주인공을 그야말로 하루 아침에 끝장내버린 일대 사건이었다. 

 

- 지방이 많은 쇠고기 부위를 선호하는 유별난 영국인의 취향은 꾸준한 성장을 거듭한 끝에 농업 역사상 유래 없는 새로운 상업적 관계로 자리잡게 되었다. 1900년 이후로는 점점 더 많은 소가 옥수수에 의존하게 되면서 곡물 가격의 변동이 쇠고기 가격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으며, 거꾸로 연간 소 생산과 쇠고기 수요의 변화도 곡물 가격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 현재의 등급 시스템은 은연중에 소비자의 입맛과 수요를 곡물로 기른 육우로 획일화하는 산업 구조를 강요하고 잇는 것이다. 

 

- 대다수의 경제역사학자들은 철강과 자동차 산업이 초창기 미국의 산업 천재에게 실마리를 제공했다고 여기지만, 돋보이는 혁신적인 디자인이 처음 사용된 곳이 대부분이 다름 아닌 도축장들이었다. 

 

- 현재 LA 공립학교들의 대다수 어린이들은 히스패닉 계열이다. 미국 문화의 부분적 라틴화는 전적으로 미국을 제외한 아메리카 대륙의 토지 활용 형태가 변화하는 데 기인한다. 그 지역들에서 기존의 생존을 위한 농업이 육우 사육과 사료 작물 재배로 대체되면서 대륙 전체가 국제 쇠고기 무역을 위한 방목지, 경작지, 가축 사육장으로 전환된 것이다. 

 

- 세계 농업이 식량 곡물에서 사료 곡물로 전환된 것은 새로운 형태의 인류 악을 나타내는데, 아마도 그 결과는 과거 인간 대 인간이 벌였던 그 어떤 폭력보다도 훨씬 장기적이고 심각할 것이다. 

 

- 다른 국가들에게 단백질 사다리를 올라가도록 권유함에 따라 미국 농부들과 농산업계 회사들의 이익이 증진됐다. 

 

- 진보의 시대는 어디까지나 북반구의 좁은 지역에서 살아가고 있는 인류에게만 해당되는 말이다. 나머지 지역에서는 이 진보가 기아와 질병, 그리고 날로 심화되는 자포자기와 절망감을 초래하고 있을 뿐이다. 

 

- 현재 전세계 각국들은 지금 그들의 조상들이 수천 년 동안 체험해온 기후 환경이 50년 후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잘못된 예상을 토대로 경제 계획을 결정하고 미래 개발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 오늘날 빌딩, 교량, 댐, 도로, 하수 시설, 운하 및 각종 기계류는 향후 50~100년이면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 기후 압력 오차 허용도를 감안해 설계되고 있다. 

 

- 우리는 흔히 자연을 섭취하는 다양한 방식을 통해 자연을 이해한다. 먹는 행위는 인간과 환경 사이에 맺어지는 가장 기본적인 관계따. 그 경험이 생존과 보충의 행위이자 신성한 행위로, 또한 영적 교감으로 칭송받는 문화가 많은 것도 다 이런 이유에서다. 

 

- (알쓸신잡3) 육류는 단순한 음식을 뛰어넘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서구 문화에서 얼마나 육식을 탐했는지는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용어의 상징적인 의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따. '문제의 골자(meat of the matter)' '내용이 충실한 질문(a meaty question)' '개선(beef up)' 같은 용어들이 그런 것들이다. 

 

- 날고기를 '힘, 남성 지배, 특권'과 동일시하는 것은 지금까지도 현대사회에서 종종 목격되는 가장 오래된 문화적 상징들 중 하나다. 

 

- 비어드는 당대의 각광받던 생물학적, 사횢거 개념을 고기를 먹는 민족들이 더 우수하다는 오랜 유럽의 선입견과 결합시킴으로써 정교한 인종 이론을 만들어냈다. 즉 성과 계급 차별을 만들어냈던 것처럼 육류와 우월성, 식물과 열등성을 결합시켜 또 다른 경계선을 만들어내는 데 이용했던 것이다. 백인 식민 세력과 다른 유색 원주민들과의 차별을 공고히 했던 것이다. 

 

 

 

 

 

 

 

 

WELCOME BACK! 

종신옹이 돌아왔다, 무대로. 

 

이방인프로젝트를 한다며 떠나기 전 마지막 공연을 연 2019년 이후 2년만에 종신옹이 공연을 열었다. 덕후는 습관처럼 티케팅에 나서고 올해는 방탄 덕질에 빠져 조금은 미지근한 온도로 종신옹 덕질을 이어간 터라 큰 기대가 없을 줄 알았는데. 콘서트 전날이 되니 너무 기대가 되고, 당일이 되니 설렘 가득ㅠㅠ 

 

이방인프로젝트를 했던 지난해를 제외하면 종신옹은 매년 연말에 콘서트를 꾸준히 여는 편인데 서울에서 12월31일에 딱 콘서트를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기억으로는...) 한해 마지막을 종신옹 라이브로 채울 수 있어 무척 행복했다. 

 

2019년 콘서트와 같은 장소에서 열렸다. 

그때와 다른 점이라면 내가 차를 몰고 갔다는 것~~~ 

코로나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면서 예매 이후 공연시간이 저녁 8시에서 저녁 7시로 앞당겨졌는데 차 막혀서 늦게 도착할까봐 엄청 맘 졸였다. 마지막날은 회사에서도 일찍 집에 보내주는 편이긴 해도 연말에 도로가 놀러가는 차량으로 꽉 찰텐데 하는 걱정이 컸다. 결국 회사에서 4시쯤 나와 올림픽공원에 6시쯤 도착했다. 2시간 실화? 깝치지 말고 지하철 탈걸, 싶었지만 귀가길이 편할 거라고 주문.. 외웠다. 

 

날씨 엄청 추웠는데 방역패스 검사와 온도체크 등 코로나로 더해진 절차 때문에 밖에 한참이나 서 있어야 했다.

그래도 안내요원분들이 꽤 체계적으로 질서있게 안내를 해주셔서 스무스하게 진행됐다. 백신접종증명서 확인을 받고 티켓에 노란색 스티커를 부착한 후 공연장으로 입장했다. 

 

자리마다 팬클럽 '공존'에서 나눠준 피켓이 있었다. 2019년때도 비슷한 거 주신 거 같은데 이런 거 볼때마다 종신옹 사랑받는 거 같아서 기분좋다(미쳐버린 덕후)

 

공연 총평

: 선곡과 중간중간 토크 모두 백점 만점에 백점. 2011년 이후 종신옹 공연은 불가피한 사정이 아니면 다 관람했는데 이날 공연에서 종신옹이 가장 행복해보이셨다. 오랜만에 공연이라 그런지, 팬들과 오랜만에 마주해서 그런건지 앵콜곡 부르실 때 기분이 너무 좋아보이셔서 나까지 행복했음ㅠㅠ 오래오래 공연해주세요!! 

 

공연을 자세하게 써보자면, (셋리 순서 상관없는 의식의 흐름)

 

첫곡은 '동네한바퀴'. 

당연히 좋아하는 곡이지만 첫곡을 부르는 종신옹의 목소리 톤이 평소와 너무 달라서 좀 많이 당황.. 오늘 공연 내내 이 목소리톤이면 어떡하지? 헉, 머글들이 이 톤을 종신옹의 원래의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되는데, 하고 엄청 걱정했음. 게다가 중간에 가사를 한번 놓쳐서 컨디션 안좋으신가.. 싶어서 우려가 커짐. 

하지만 이 곡 이후부터는 원래의 컨디션을 회복하고 내가 좋아하는 그 목소로리로 부르기 시작! 걱정없이 콘서트에 젖어들었다. 

 

크리스마스 전후 연말 공연은 나 같은 팬 말고도 순수히 공연을 즐기려는 목적으로 종신옹을 택하는 분들도 많아서 선곡이 굉장히 중요하다. 팬들은 자주 불러주지 않은 숨은 명곡들을 불러주길 바라고, 일반 대중들은 '윤종신의 유명한 그 노래'를 불러주길 바라니까. 이번 공연은 그런 점에서 팬들과 일반 대중 모두를 만족시켜주는 선곡이었다. 

 

'같이 가줄래' '가까운 미래' '롱디'처럼 최신 월간윤종신 노래도 불러줬고, 또 찌질 3종세트 중 하나로 자리한 '좋니'도 빼놓지 않으셨다. 종신옹도 이 점을 너무 잘 아는지 '좋니'를 셋리스트에서 빼면 '좋니 안부르면 좋니서운해한다~'고 농담을 치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른 가수에게 준 곡인  '눈물이 주룩주룩' '한번 더 이별' '거리에서'를 조금씩 한번에 불러준 것도 더쿠 심장 두들김ㅜ 눈물이 주룩주룩은 진짜 눈물버튼.. 어떻게 이런 가사를 쓸까, 들을 때마다 감탄하게 된다. 

 

'텅 빈 거리에서'도!! 종신옹은 데뷔할 때 미성으로 주목받았고, 종신옹 데뷔곡인 이 곡도 음원사이트에는 미성으로 부른 음원밖에 없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지금의 목소리로 불러주는 텅 빈 거리에서가 훨씬 좋다. 2018년에 015B 콘서트에서 불러준 영상만 보다가 실제로 라이브로 보니 갬덩.. 음원 나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깜짝 게스트!(사실 알고 있었음)로 하림이 나왔다ㅎㅎ 

직전 콘서트에서도 치림이 게스트로 나왔는데 오랜만에 하는 공연에도 나오다니, 신치림만 보면 마음 몽글몽글해지는 사람은 운다ㅠㅠ 

종신옹이 '지친하루'를 부를 때 등장해 하모니카 연주로 함께 한 후 종신옹이 '탁영(탁한영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라는 이름으로 작사한 '고해성사'와 '난치병'을 불렀다. 고해성사 진짜 내가 제일 좋아하는 하림 노래인데 귀 호강 제대로.. 내가 지켜본 종신옹은 한결같은 하림 짱팬인데, 노래 두곡 부르는 내내 옆에 서서 계속 동영상 찍음 ㅠ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림님과 종신옹의 티키타카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였다. 불교대학 드립은 진짴ㅋㅋㅋㅋㅋㅋㅋㅋ

세월이 켜켜이 쌓인 관계가 주는 뭉클함도 컸다. 자신의 1,2집을 제작해준 종신옹에 대한 고마움과 존경을 표하는 하림도, 오랜 세월 옆에서 꾸준히 음악활동을 하는 후배를 처음 만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응원하고 좋아하는 종신옹도. 신치림 2집 좀 내놓으세요!!!!!!!!!!!!!!!!!!!!!!!

 

팝송도 2곡이나 불렀는데 종신옹 스스로도 자신의 공연에선 굉장히 신선한 선곡이라고 했는데 나 역시 그랬다. 워낙 다작하는 가수라 사실 팬들이 원하는 곡도 셋리스트에 다 오르지 못하는 편인데 팝송 커버라니! 

Smoke gets in your eyes 와 Mona Lisa. 두 곡다 종신옹 목소리와 잘 어울렸다. 모나리자~하는 종신옹 발음이 매우 찰졌음. 

팝송 부를거라고 이야기하면서 20년 전 소극장 겨울 공연에서 이 노래들을 불렀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 공연에 오신 분이 있냐고 물었는데, 앞좌석에 앉으신 한 분이 손을 들었다.(대박 찐팬) 손을 든 분이 젊어보이셨는지 종신옹이 "혹시 3살 때 오셨나요?" 해서 관객들 모두 빵터짐.

 

선곡이 다 너무 좋아서,

'야경' 부르면 -> 집 돌아갈 때 야경 한곡반복한다

'눈물이 주륵주륵' 부르면 -> 아, 아니다. 눈물이 주륵주륵 오랜만에 계속 들어야겠다

'고해성사' 부를 땐 -> 헉,, 미친 고해성사. 이거다 이거. 오늘 귀가길 송. 

'텅 빈 거리에서' -> ㅠㅠㅠ미친,,, 유툽 틀어서 반복재생해.. 

...

...

무한반복.. 

 

이번 공연은 2년만의 공연이라는 점부터가 특별했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공연에서 종신옹이 너무 행복해보였다는 거다. 종신옹 팬이면서도 종신옹이 공연을 너무너무 사랑한다는 느낌은 쉽게 받지 못한 편이었는데 어제는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관객석을 바라보는 눈빛이 너무 진해서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진한 감동이 몰려들었다. 

무대에 서는 사람들은 역시나 무대에 서야 하고, 관객들의 환호와 반응으로 살아갈 힘을 얻는 다는 것을 새삼 느끼기도 했다.(그러니까 공연 자주 해줘...)

2010년대 초반에 한창 힘들 때 종신옹 노래 들으면서 위로를 받았고, 그 위로를 전해준 가수를 좋아하게 됐는데 이제 그를 좋아한지도 10년 가까이 됐다. 그 사이 나도 학생에서 직장인이 됐고, 나이의 앞자리가 바뀌었고. 그 가수도 희끗한 머리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는 나이가 됐다. 

흘러가는 시간속에 이렇게 계속 응원할 수 있기를, 이따금 공연에서 노래를 들을 수 있기를, 그러기 위해선 종신옹이 항상 건강하기를(심지어 어제는 '장수해주세요 제발'하고 속으로 바람) 진심으로 빈다! 

 

 

 

코로나가 집어삼킨 한해였지만 그래도 이런 분기점을 마련해두지 않으면 새해가 제대로 실감나지 않겠지. 지난해는 더더욱 블로그 방치상태였기 때문에 미뤄둔 일기 한번에 쓰는 기분으로 2021년 상반기 정리를 해본다. 

 

1월

1. 

지난해 첫날에는 무슨 사진을 저장했나...하고 폰을 뒤져보니... 

새해 첫날부터 아주 가열차게 직장인 정체성 싫어했다ㅎㅎ&nbsp;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인터넷 폐인같은 짤이 잔뜩 저장돼 있잖아! 29살 된 거 많이 우울했나보다.. 

빠른년생으로서 사실 반쯤은 서른인 기분으로 2021년을 살아냈는데, 꿋꿋하게 29살에 나를 맞춰서 29살 짤만 저장해놨다. 아직도 마음만은 25살인데 왜 신체는 서른을 향해 달려가는가? 내가 생각한 서른은 훨씬 더 프로페셔널하고 성숙한 인간이었는데 나의 서른은 여전히 베이비 그 자 체... 

 

2.

종각역 근처에서 먹은 팬케이크

이날 종각역 부근에 문을 연 카페가 거의 없어 찾고 찾아 들어간 걸로 기억한다.

여기서 친구랑 무제한으로 결제해 둔 코딩 인터넷 강의 꼭 열심히 듣기로 다짐하고, 계획하고,,, 카톡방 공지에도 별표 잔뜩 달아서 적어놨는데 놀랍게도 한 강의도 듣지 않았다고 한다.. 올해는 꼭..제발 꼭! 

을지로입구역에 있는 카페에서 찍은.. 서른 준비 n년째인 나..&nbsp;

3.

울 정구기...

내가 좋아하는 정국이 마인드를 엿볼수 있는 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아이돌 연습생들의 고민에 조언을 해주는 모습인데 이런 프로그램에 나올 수 있는 것도 소중한 기회에니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라고 말해주는 정구기... 여리고 부들부들해보이는데 이런 단단한 마음을 갖고 있는 것 너무 치인다. 아이돌 커리어로 정상 찍었는데도 여전히 발전하고 싶어하는 그 향상심도 매우 좋고 자극되고. 

 

핵귀..
정국이 실제로 보면 이국적인 외모일 거 같다는 생각을 주는 사진 

하반기에 달려라방탄이 기약없는 휴식에 들어갔지만 올 한해 월요병 치료 제대로 해줬다. '낼 달방하니까~'라는 기대로 월화 열심히 일하고 씻고 나와 저녁에 보는 달방이란.. 별다른 생각없이 맘 편히 무해하게 즐길 수 있고, 애들 보는 것도 즐겁고 재밌고~. 달방을 150회 가까이 이끌어 온 게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서 언제라도 휴식에 들어갈 수 있을 거라고 짐작은 했는데 막상 쉬니 너무 아쉽다 ㅠㅠ 엉엉 도라와.. 

 

재지한 노래를 좋아해서 재즈 이것저것 들어보면서 관련 책도 틈틈이 읽으려고 샀다.

이 책은 재즈 역사에서 명반으로 꼽히는 앨범을 소개하는데 한 페이지를 읽고 그 앨범을 듣다보니 굉장히 천천히 읽게 된다. 모르는 재주가수를 많이 알게 됐음. 

 

4.

데이비드 자민 전시회. 프랑스 작가로, 일상을 자신만의 개성으로 담아낸다. 두번째 그림은 '여행'이라는 키워드가 제목에 들어갔는데 코로나가 1년을 넘어가던 순간이어서 그런지 더 마음에 다가왔다. 여행가서 마주하는 골목길의 시끌벅적한 카페가 너무 그립다. 

 

5.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꾸미는 게 여전히 학생티를 벗어나지 못해서 그런지 어떤 때는 나이보다 어리게 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확실히 학생 때와 다른 건 얼굴에 피로감이 가득하다는 거다. 셀카를 찍어봐도 어딘가 퀭하고 밝지 않음. '전체적으로 사람이 채도가 낮아짐'에 완전 공감. 

in 성수

성수에 있는 서점 '인덱스북'에 갔다. 

큐레이션이 좋고, 독립출판물도 많아서 구경하는 재미가 아주 쏠쏠했다. 

명동 카오위

카오위를 먹은 건 2019년 3월, 상하이 여행에서 간 루위라는카오위 전문점에서였다. 그때 그 카오위가 너무 맛있어서 왜 두번 먹지 않았지? 후회를 엄청 했는데... (변함없는 먹보) 명동에도 카오위 전문점이 생겼다길래 발빠르게 다녀왔다. 솔직히 상하이에서 먹은 맛에 미치지 못하긴 했지만 한국에서도 그에 가까운 맛을 즐길 수 있는 것만으로 행복했다. 

 

2월

1.

눈치 챙겨~

점점 더 가열찬 방탄 덕질... 

 

펜트하우스도 올해엿구나...! 

2.

대구 갓바위

친구가 일하는 대구에 놀러가면서 가게 된 갓바위.

갓바위에 오르기 전에 급하게 샌드위치를 먹었는데 체했는지 속이 안좋아서 오르는 내내 엄청 고생했다..흑.. 

그냥 고생한 거 밖에 기억 안남. 

고생한 뒤 먹은 음식이 얼마나 맛있게요~ 완전 순삭함 

 

3.

다영이가 내 생일이 껴있는 주에 서울로 놀러왔다.

자취방에서 하루 같이 자고 요리도 해먹고 하고 싶었지만 망할 언니랑 같이 사는 좁아터진 집구석에 머물 자리도 없었기에 삼청동 쪽 에어비앤비를 잡았다.

숙소로 가는 길에 눈에 들어온 건물인데, 나는 보자마자 '악의꽃!!!!!!!!!!!!' 소리를 지르고 다영이는 '선다방!!!!!' 내질렀다. 둘이 동시에 "ㅇ_ㅇ?" 상대방이 말하는 게 뭔지 전혀 몰랐다가 나중에서야 알고 실컷 웃었다. 

이준기, 문채원 주연의 드라마 악의꽃도, 소개팅 예능 선다방 모두 이 건물을 배경으로 촬영을 했는데 진짜 각자 성격에 맞는 방송만 알고 있었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숙소에서 찍은 밤 하늘. 

나름 합리적인 가격에 시설도 괜찮았던 걸로 기억한다. 생일이라고 찾아와준 다영이가 고마울뿐! 

 

3월

1. 

이태원 살선생

이태원에 있는 어묵 전문요리집인 '살선생'

뷰가 좋고 맛도 있대서 다녀왔다. 오픈 할 때쯤에 맞춰가서 웨이팅은 없었는데 점점 사람들이 많아졌다. 

저녁으로 먹었지만, 다른 데서 밥을 먹고 2차로 찾아와서 먹기에도 좋은 요리였다. 

 

2.

엄마 생신때는 집에 다녀왔다.

원래라면 집 가까이에 있는 케이크집에 엄마 사진을 넣은 케이크를 주문하고 싶었으나... 일주일 전에는 주문을 넣었어야 했고, 난 게을렀고... 도안도 다 그려놨지만 결국 실패하고 집 근처에 있는 케이크 집에 부랴부랴 급하게 주문을 했다. 심플하고 맛도 있었지만 좀 평범해서 아쉬웠다. 올해는 좀 제대로 해봐야지. 

 

3.

이짤 만든 사람 진짜 천재같음 

방탄 유퀴즈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는 아미인 친구와 쾌재를 불렀다.ㅜㅜ 방송일만 손꼽아 기다렸는데, 방송도 너무 알차고 애들도 귀엽고. 유퀴즈 인터뷰 때 해준 이야기들은 사실 아미라면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이라 새로움은 없었지만 유느와 방탄이 같이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흐뭇했다. 

슈가는 말을 어찌나 잘하던지, 슈가 인터뷰 클립은 유툽에서 몇번을 돌려봤다. 

+) 맠드랍 여고생 부분도!! 진짜 성덕이신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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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테니스 레슨을 시작했다. 11월17일부터니 이제 배운지 한주(라고 적으면 7일 매일 한 것 같지만 주2회임)가 됐다.

회사 코 앞에 테니스장이 있는 걸 모른 채 살다가 배우려고 마음 먹으니 눈 앞에 나타났다 ㅎㅎ..

당초 계획은 퇴근하고 가는 것이었으나... 세상에는 나 모르게 부지런히 사는 사람들 999명 정도 있다보니 아침 7시 수업을 들을 수 밖에 없었다. 8시 5분에 회사로 와서 한참 멍때리다가 할 게 없고(사실 마감해야 할 거 엄청 많음) 일은 하기 싫어서 블로그를 켰다. 

 

2.

새벽 6시쯤에 집에서 나와서 버스타면 온갖 현타가 밀려오는데, 나 원래 이렇게 극한으로 몰아넣고 성취감 느끼는 거 좋아하는 변태였지... 생각하면 새삼스럽지도 않다. 학부생 때 학보사 하던 시절, 방학 때 아침 7시에 중국어 학원 갔다가 9시까지 학교 갔던 거 생각하면 사람 참 안변한다.. 

 

3.

스쿼시장만 3개 다닌!!(하나는 문 닫고, 하나는 코로나때 아예 폐강했고, 하나는 코치가 싹퉁,,,,ㅂㄱㅈ,,) 나로서는 테니스도 스쿼시와 비슷하겠지 막연히 생각했으나...

채랑 공이 훨씬 무겁고 치는 자세도 굉장히 다르다. 스쿼시는 수강생의 니즈에 맞게 땀을 쫙쫙 빼게 타이트하게 운동을 시켰다면 테니스는 우선 스윙 자세 잡는 것에 굉장히 공을 들인다. 물론 자세 잡고 나면 이제 달라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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