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이나 잡지를 보면서 관심 가는 책이 있으면 사진을 찍어두거나 급한 대로 메모장에 적어둔다. 근데 단 한번도,, 그것들을 정리하질 않고 살았다. 지금 쓰는 폰에 저장된 목록이라도 한번 정리해보고자 이 포스팅을 쓴다.

 

양자오, <슬픈 열대를 읽다: 레비스트로스와 인류학을 공부하는 첫걸음>, 유유

양자오, <추리소설 읽는 법: 코넌도일, 레이먼 드챈들러, 움베르트에코, 미야베미유키로 미스터리 입문>, 유유

양자오, <노자를 읽다: 전쟁의 시대에서 끌어낸 생존의 지혜>, 유유

박한아, <남자아이가 아니라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오종우, <5년의 기다림 끝에 나온 책>, 어크로스

에티엔 발리바르, <역사유물론 연구>, 현실문화 

송재윤, <슬픈 중국>, 까치

 

넬리 블라이, <넬리 블라이의 세상을 바꾼 10일>, 모던아카이브

조민진, <진심은 보이지 않아도 태도는 보인다>, 문학테라피 

이길보라,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

레오 카츠, <법은 왜 부조리한가>, 와이즈베리

 

문목하 작가 인터뷰 중, "세라 워터스, 할레드 호세이니는 내가 나의 인생을 소재로는 이런 소살까지는 안되겠다는 행복한 좌절감을 안겨준다. 그리고 김보영 작가와 앤 레키"

 

옌롄커, <침묵과 한숨>, 글항아리

옌롄커, <레닌의 키스>, 문학동네

주진숙 이순진, <영화하는 여자들>, 사계절

플로랑스 로슈포르, <페미니즘들의 세계사>

톰 홀랜드, <도미니언>, 책과함께

캐럴라인 냅, <명랑한 운둔자>, 바다출판사

장용만, <귀신나방>

 

게르트 노엘스, <자이언티즘>, 탬

크리스티안 펠버, <모든 것이 바뀐다>, 앵글북스

이길보라 이현화 황지성, <우리는 코다입니다>, 교양인

시어도어 젤딘, <인간의 내밀한 역사>, 어크로스

호프 자런,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김영사

이은기, <권력이 묻고 이미지가 답하다>, 아트북스

염운옥, <낙인찍힌 몸> -> 두번이나 기록돼 있다. 꼭 사서 봐야징 

권김현영, <다시는 그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김상운, <국보를 캐는 사람들>

조너선 스펜스, <현대중국을 찾아서>

 

에릭 클라이넨버그, <폭염 사회>, 글항아리

정옥희, <이 춤의 운명은>, 열화당

오노레 드 발자크, <기자 생리학>, 페이퍼로드

제니퍼 에버하트, <편견>, 스노우폭스북스

김내훈, <프로보커터>, 서해문집

샬롯 호릭, <19세기부터 현재까지 한국미술>

캐서린 샌더슨, <방관자 효과>, 쌤앤파커스

조디 캔터 매겉 투히, <그녀가 말했다>, 책읽는 수요일 -> 와, 이책 최근에 회사 후배가 추천해줬는데 이미 폰에 기록했었네..황당.. 

데버라 리비, <살림 비용>, 플레이타임

로즈 칼라일, <걸 인 더 미러>, 해냄출판사

찬호께이, <망내인>, 한스미디어

악셀 호네트, <인정>, 나남

<누가 농민의 몫을 빼앗아 가는가>, 띠비 스터디001 

최인철 등, <헤이트>, 마로니에북스

프랭크 폰 하펠, <화려한 화학의 시대>, 까치

<사회학적 파상력>

<아침에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얼웨허, <역사소설>

최현숙, <할매의 탄생>

마고사키 우케루, <미국은 동아시아를 어떻게 지배했나>

찬호께이, <염소가 웃는 순간>

 

지승호, <바이러스가 지나간 자리>

미야베 미유키, <어제가 없으면 내일도 없다>

조정진, <임계장 이야기>

멀리사 에임스, <대중 문화는 어떻게 여성을 만들어 내는가>

닉 폴슨, <수학의 쓸모>

베서니 맥린, <모든 악마가 여기에 있다>

 

 

- 211121 기록 -

독서모임 9월 책. 입소문을 꽤 탄 책이라 종이책으로 구입해두고 방치(?)하다가 마침 독서모임 책으로 정해져서 기쁜 마음으로 읽었다. 이동진 평론가도 유튜브를 통해 이 책을 철학 입문서로 매우 좋다고 추천하기도 했다. 

 

저자인 에릭 와이너는 NPR에서 해외 통신원으로 일한 작가다. 일본, 인도, 이스라엘 등 여러 나라를 다닌 경험이 책에도 잘 녹아있다. 제목이 책 전반적인 컨셉의 힌트가 되는데 작가는 철학자의 생가나 작업실이 있는 여러 도시를 열차를 타고 가면서 철학가의 사상에 대해 유쾌하게 풀어낸다. 위트가 넘치는 글인데도 철학가의 핵심 사상을 가볍게도 다루지 않고, 작가만의 통찰이 묻어나는 지점이 참 많았다. 철학가의 이름에만 익숙한 나같은 독자들이 정말 읽기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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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 YES24

“인생에서 길을 잃는 수많은 순간마다?이 철학자들의 목소리가 들려올 것이다”[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 에릭 와이너와 함께 떠나는 철학자행 특급 열차! 2020 아마존 베스트 논픽션, 2020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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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로마의 황제이면서 철학자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첫번째로 소개되는 철학가다. 이후에 나오는 철학가들 모두 당대에 메인스트림에서 벗어나 있는 인물들이라 친구들과  '철학가들은 아웃사이더가 될 수밖에 없는가?'라는 물음이 생기기도 했다. 근데 아차차.. 마르쿠스 로마 황제였지 ^_^; 

 

- <명상록>

 

- 마르쿠스는 골치 아픈 사람에게서 영향력을 빼앗으라고 제안한다. 나의 삶에 영향을 미칠 자격을 빼앗을 것. 다른 사람은 나를 해칠 수 없다. "다른 사람의 머릿속에 있는 것은 나를 해칠 수 없기 때문"이다. 왜 나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신경쓰는 걸까? 생각은 당연히 내 머리가 아니라 그들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인데. 

 

 2. 소크라테스

아 그래도 나 소크라테스는 좀 알지,, 근데 과연 알까? 하면서 읽은 파트. 

 

- 로마의 정치가이자 철학자였던 키케로는 이렇게 말했다. "소크라테스는 처음으로 철학을 하늘에서 끌어내려 마을에 정착시켰고, 철학을 사람들의 집 안으로 불러들였다."

 

- 궁금해하는 것은 호기심과 달리 본인과 매우 밀접하게 엮여 있다. 우리는 냉철한 호기심을 가질 수 있다. 냉철하게 질문을 던질 수 있다. 하지만 냉철하게 궁금해할 순 없다. 호기심은 가만히 있질 못하고 늘 눈앞에 나타나는 다른 반짝이는 대상을 쫓아가겠다며 위협한다. 궁금해하는 마음은 그렇지 않다. 그 마음은 오래도록 머문다. 

 

3. 루소

루소는 언시 준비할 때 그나마 많이 접했던 철학가다. 그의 사상이 현대사회를 분석할 때 아주 유용한 도구였기 때문. 그런데 루소가 이렇게 기행(?)을 펼친 인물이기도 하다니...... 

 

- <고백록>, <에밀>, <사회계약론>, <인간 불평등 기원론>,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

 

- 우리 인간은 바다에서 왔는데 '걷다walk'라는 단어의 어원에서도 그 사실이 드러난다. 11세기에 이 단어는 바다처럼 '굽이치고 요동치다'라는 뜻이었다. '걷다'라는 단어가 해안으로 걸어 나와 몸을 말리고 현대의 의미를 획득한 것은 13세기의 일이다. (이 부분은 표현이 너무 좋았다. "단어가 해안으로 걸어 나와 몸을 말리고" 부분)

 

 - 상상속에서든 현실에서든 역경을 만나면 자기 연민이나 절망에 빠지지 말고 그저 다시 시작하라. 

 

4. 소로 

"대부분은 억지로 소로를 떠안는다"는 말이 너무 웃겼다. 미국에선 교과서에 소로의 작품이 나오는 모양. 그래, 교과서를 통해 접하는 문학은 대부분 억지로 떠안게 되지. ㅋㅋㅋㅋ 

'소로처럼 직접 구운 쿠키를 먹으려고 엄마 집에 몰래 들어가면서 홀로 간소하게 사는 척하는 법' 부분에서 소로가 미국 사회에서 어떤 밈으로 쓰이는 가도 간접 이해했다. 

 

- <월든> 

 

- 가끔 우리는 의미를 너무 빨리 창출한다. 물건과 사람을 너무 빨리 정의 내리면 그것들의 유일무이함을 보지 못할 위험이 있다. 소로는 그러한 경향을 경계했다. "보편 법칙을 너무 성급하게 끌어내지 말 것" 

 

- 조류학자는 공작새가 형형색색의 깃털을 뽑내는 생물학적 이유는 알아도 그 아름다움은 인식하지 못할 수 있다. 소로는 말한다. "어떤 대상을 이해하는 것을 멈출 때에야 나는 비로소 그 대상을 보기 시작한다" 피로에 지친 눈으로는 조금밖에 보지 못한다. 

 

5. 쇼펜하우어 

- <의지와 표상으로의 세계>, <저술에 대하여>

 

- 오늘날 고슴도치의 딜레마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이 딜레마는 우리 인간의 딜레마이기도 하다.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타인을 필요로 하지만 타인은 우리를 해칠 수 있다. 관계는 끊임없는 궤도 수정을 요구하며 매우 노련한 조종사조차 가끔씩 가시에 찔린다. 

 

- 좋은 예술은 정념을 초월한다. 욕망을 키우는 모든 것은 고통을 키운다. 욕망을, 쇼펜하우어의 표현에 따르면, 의지를 줄이는 모든 것은 고통을 완화한다. 예술 작품을 바라볼 때 우리는 아무것도 갈망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포르노가 예술이 아닌 것이다. 포르노는 예술의 정반대 지점에 있다. 

 

- "가장 최근에 쓰인 것이 늘 더 정확하다는 생각, 나중에 쓰인 것이 전에 쓰인 것보다 더 개선된 것이라는 생각, 모든 변화는 곧 진보라는 생각보다 더 큰 오산은 없다"

 

6. 에피쿠로스

에릭 와이너가 소개한 14명의 철학가 가운데 가장 내 맘에 와닿은 철학가, 에피쿠로스. 고등학교 윤리 시간에 에피쿠로스는 그저 스토아 학파와 대척점에 있는 철학가로, '쾌락'이라는 키워드를 의미가 아닌 표식으로 기억했는데 에피쿠로스가 하늘에서 자신이 이렇게 외워지는 걸 알면 기가 막혀할 듯.. 

 

- 쾌락은 고통의 반대말이 아니라 고통의 부재를 뜻한다. 에피쿠로스는 향락주의자가 아니었다. 그는 평정주의자였다. 

 

- "충분히 좋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다고 봐요. 이런 것들이 삶에서 더 중요한 일에 시간을 쏟을 수 있게 해줘요. 게다가 충분한 걸로는 부족한 사람에게는 뭐든 충분하지 않을 걸요."

 

- 충분히 좋음은 안주한다는 뜻이 아니다. 자기 변명도 아니다. 충분히 좋음은 자기 앞에 나타난 모든 것에 깊이 감사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완벽함도 좋음의 적이지만, 좋음도 충분히 좋음의 적이다. 충분히 오랜 시간 동안 충분히 좋음의 신념을 따르면 놀라운 일이 생긴다. 마치 뱀이 허물을 벗듯 '충분히'가 떨어져 나가고, 그저 좋음만 남는다. 

 

7. 시몬 베유 

- 모든 말다툼은 오해에서 비롯된다기보다는 '범주의 오류'에서 비롯된다. 양측이 같은 문제를 다르게 보는 것이 아니다. 양측에게는 각자 다른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한 사람에게는 그릇을 비효율적으로 넣어서 고성능 식기세척기의 세척력을 극대화하지 못하는 상황이, 다른 사람에게는 자신의 핵심 역량, 더 나아가 자신의 남성성이 후려침 당하는 상황일 수 있다. 전쟁과 심술은 바로 이렇게 시작된다. 

 

- 종류와 상관없이 어떤 것을 더 좋아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은 그것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8. 간디

- 비폭력은 창조성을 요구한다. 간디는 언제나 새롭고 혁신적으로 싸우는 방법을 찾아 헤맸다. 

 

9. 공자

- 가족은 우리가 인을 계발하는 헬스장이다. 우리는 이곳에서 사랑하는 법과 사랑받는 법을 배운다. 서로 간의 거리는 중요한 요소다.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에서 시작하라. 우리가 자기 자신에서 가족으로, 이웃으로, 국가로, 모든 지각있는 존재로 관심의 영역을 확장할 때 친절은 연못에 던진 돌멩이처럼 점점 커다란 원을 만들며 퍼져 나간다. 

 

10. 세이 쇼나곤

세이 쇼나곤은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철학가였다. 에릭 와이너가 말하듯 일반적인 범주에서 세이 쇼나곤은 철학가로 분류되지 않는다. 하지만 철학의 의미를 곰곰 따져봤을 때 세이 쇼나곤이 철학가가 되지 못할 이유도 사실 없다. 

 

- <베갯머리 서책>

 

- 즈이히츠는 일본의 글쓰기 기법 아닌 글쓰기 기법으로, 내 눈엔 책이 아닌 책을 쓰기에 완벽한 방식으로 보인다. 즈이히츠를 실천하는 작가는 주저하지 않고 자신의 느낌을 따라가 지적 가려움을 긁은 다음, 다시 돌아오기도 하고 돌아오지 않기도 한다. 글에 구조를 부여한다기보다는 구조가 스스로 나타나게 한다. 

나는 우리 모두가 조금 즈이히츠를 활용해도 좋겠다고 생각한다. 글쓰기에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분명한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도달하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한다고, 자기계발서들은 조언한다. 하지만 인생은 그런 식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가끔 우리는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채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러니 움직일 것. 지금 있는 곳에서부터 움직이기 시작할 것. 

 

- 쇼나곤의 철학에 함축된 의미는 다음과 같다. 우리의 정체성은 자기 주위에 무엇을 두기로 선택하느냐에 크게 좌우된다. 주변에 무엇을 두느냐는 선택이다. 철학은 우리가 내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선택을 겉으로 드러내 보인다. 어떤 것이 자신의 선택임을 깨닫는 것은 더 나은 선택으로 향하는 첫걸음이다. 

 

11. 니체

영화 <사랑의 블랙홀> 

 

- 니체 철학의 핵심에는 "완벽한 불확실성의 세계에서 자신의 방향성을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다. 보통 우리는 불확실성에서 도망쳐 확실성을 향해 달려간다. 니체는 그것이 불변의 사실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것은 가치이며, 우리가 가치를 부여하는 모든 것은 재평가가 가능하다. 

 

12. 에픽테토스 

스토아 학파와 에피쿠로스는 사실 벽장 하나만 허물면 비슷한 결의 사상을 공유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 스토아철학은 이처럼 우리의 통제를 벗어나는 상황과 성과를 '무관한 것'이라 칭한다. 스토아철학은 무관한 것들에 '무관심'하다. 

 

- "해야할 일을 하라. 그리고 일어날 일이 일어나게 두라" 우리는 외부의 목표를 내면의 목표로 바꿈으로써 실망의 공격에 대비해 예방접종을 놓을 수 있다. 

 

13. 보부아르

- 보부아르가 보기에 노화는 타인이 내리는 문화적, 사회적 판결이었다. 배심원이 없으면 판결되 없다. 무인도의 여성은 생물학적 노쇠를 경험하겠지만 나이 들지는 않을 것이다. 

 

14. 몽테뉴

- 나는 몽테뉴가 나처럼 필요할 때는 그럴듯한 외향형처럼 굴 수 있는 내향형이었으리라 추측한다. 우리 같은 사교적 내향형들은 세상을 속일 수 있지만 거기에는 대가가 따른다. 꾸며낸 외향성은 우리를 소모시킨다. 진을 빼놓는다.(완전 나인데,,?)

 

- 죽음의 해결책은 더 긴 삶이 아니다. 절망의 해결책이 희망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죽음과 절망 모두 같은 약을 필요로 한다. 수용이다. 보부아르처럼 몽테뉴도 결국 받아들였다. 마지못한 수용이 아니라 완전하고 관대한 수용이었다. 죽음에 대한 수용이기도 했지만 삶에 대한 수용이자 자기 자신에 대한 수용이기도 했다. 자신의 긍정적 성격에 대한 수용이자 자신의 결점에 대한 수용이었다. 

 

- 몽테뉴 철학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자신을 믿을 것. 자신의 경험을 믿을 것. 자신의 의심을 믿을 것. 경험과 의심의 도움을 받아 인생을 헤쳐 나가고 죽음의 문턱을 향해 다가갈 것. 타인과 스스로에게 놀라워하는 능력을 기를 것. 스스로를 간질일 것. 가능성의 가능성에 마음을 활짝 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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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식은 선택이라는 것이다. 세계는 내가 만들어낸 생각이다. 그 생각을 좋은 생각으로 만들면 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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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해 방탄이 다이너마이트를 발표하고도, 핫백 1위를 하고도 아이돌 무지랭이는 암것도 모르고 있다가 먼저 입덕한 친구가 다마 뮤비 한번만 봐달라는 성화에 뮤비를 틀었고...(노래는 전부터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해서 듣고 있었음) 

"뮤비 상큼하네~" 정도의 감상만을 남긴 채 유툽을 끄려는 순간, 추천 영상에 팬튜버가 만든 뮤비 리액션 영상을 보게 되었고...... 그 길로 방탄 영상을 섭렵하기 시작, 최애가 정해지고 각 멤버 이름&나이&고향과 멤버간 관계성을 알아가는 건 순식간이었다. 

 

2. 

코로나 이후에 회사는 확산세가 심해질 때마다 재택을 권고했는데 처음 재택을 한 게 작년 3월. 그때는 주 지 훈 배우에 빠져서 온갖 인터뷰, 예능 나온 영상, 그때 한창 방영중이었던 <하이에나>를 미친 듯이 돌려봤는데. (심지어 <하이에나> 블루레이까지 구매했음. 비숲 블루레이도 안 샀었는데,,, 인생 뭘까..?)

 

두번째가 작년 9월. 2차 대유행으로 불릴 정도로 확진자가 급격히 늘면서(지금 1000명대 넘는 건 상상도 못하던 시절이 있었구나..) 재택에 다시 들어갔는데 이때 방탄 덕질이 시작됐다. 내 성격에 재택을 한다고 업무 시간에 놀지도 않는데 왜 재택 시즌에 새로운 덕질이 시작되는가? 곰곰 생각해보면 이 시기엔 일 뿐만 아니라 업무 외 시간의 자유도도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알아서 몸 사린다,는 말처럼 주말이나 퇴근 이후의 저녁 약속을 급격히 줄였기 때문에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고, 드라마나 영화, 책만으로도 메워지지 않는 부분을 덕질이 채운 것..ㅎㅎㅎ..

 

3. 

주절주절 재택 핑계를 대지만, 이제 겨우 입덕 1년을 채워가는 늦덕 주제에 한마디 해보면 방탄은 아는 순간 빠지는 게 당연한 것 아니겠..어요? 

방탄 잘 알기 전에도 일간지나 주간지에서 방탄의 인기비결 분석 등과 관련된 기사는 즐겨 읽었던 터라 방탄이라는 그룹의 성공 포인트나 타 그룹과의 차별성 등은 '배워서' 알고 있긴 했다. 중소 기획사 아이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당시에만 해도 굉장히 획기적이었던 자체 콘텐츠를 만들었고, 트위터 등 sns를 활용해 팬들과의 소통을 넓혔고, 무대나 자체 콘텐츠 외 공식 촬영이 아닌 비하인드 영상도 유툽에 수시로 게시하는 등등등... 

 

그런데 방탄을 잘 알게 되고 보니 멤버들 개인의 매력과 멤버간 관계성, 그리고 팀의 엄청난 밸런스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앞서 서술한 것들이 다 무용지물이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 일곱 멤버 모두가 각자만의 개성과 매력이 뚜렷한데 색이 겹치지 않고, 바닥부터 함께 애쓰며 올라와서인지 서로에 대한 애정과 신뢰가 넘친다. 그 안에서 만들어지는 관계성이 굉장히 돋보이는데 누굴 붙여놔도 어색하지 않고 재밌는 포인트들이 있다. 

 

특히 좋은 점은 '열심히' '음악 작업'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는 팀의 분위기가 있다는 거다. 우리는 음악에 있어서만큼은 자부심이 있다, 는 마인드가 인터뷰나 영상 곳곳에서 느껴지고 이미 최정상에 올랐는데도 완벽한 무대를 위해 애쓰는 모습들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방탄이라는 그룹에 멤버들은 자신이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면모들을(이런 생각을 하는 것부터가 남다름) 보일 때면 좋은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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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독서모임에서 진행했던 책. 끝까지 못읽고 갔는데도 토론은 잘 되는 책이었다(?) 작가의 가장 유명한 책(이를테면, 에덴의 동쪽이나 분노의 포도)는 읽어보지도 않았으면서 어찌된 연유인지 이 책을 선정했다. 처음에는 읽기 힘들다 생각했으나 중반부를 넘어서니 왜 고전으로 읽히는지 충분히 납득이 갔고, 지금 시대에도 통용되는 지점에 대해서 모임에서 한참을 이야기 했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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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스러운 싸움 - YES24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존 스타인벡의 1930년대 초 미국 리얼리즘 문학의 걸작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이자 20세기 미국 현대 문학의 거대한 산맥인 존 스타인벡의 첫 정치 소설이다. 『분노의 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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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있음*

 

1.

책을 읽으면서 노동자를 조직하고 이들을 움직여, 심하게 말하면 선동해서 노동자의 권리를 찾는 게 정말 선의라고 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했다. 길게 보면, 노동자 전체를 위한 일이겠지만 그 과정에서 자본가만큼이나 노동자 개인을 도구로 취급하는 데 이게 옳은가라는 자문을 하게 된다. 대의를 위해 소수를 희생하는 게 과연 맞는가,는 결론내리기 어려운 주제지만 그만큼 계속 고민을 해봐야 하는 게 아닐까. 

 

2. 좋은 문장 

- 대부분의 경우 당신이 도와주려고 애쓰는 바로 그 사람들이 당신을 증오하는 일이 일어날 것이오. 

 

- 그런데 그들에게도 분노가 있었지만 저하곤 다른 것이었어요. 사장이나 도살업자를 증오하는 게 아니라 그 높은 사람들이 속한 체제 전체를 증오하더군요. 그게 차이었어요. 다른 종류의 분노죠. 뭔가 다른 구석이 있었어요. 

 

- 우리가 원하는 건 사람들이 함께 뭉치면 얼마나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깨닫도록 하는 거야. 

 

- 어떤 운동의 한 부분에 속하게 만드는 데에는 그들이 뭔가를 기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 

 

- 전체 집단이 살육의 도가니에서 빠져나오려면 누군가가 희생되어야 하는 거야. 너무 한 사람의 피해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할 수 없는 거라고. 

 

대거상 수상했다는 연합기사 읽는 순간 갑자기 뭐에 동했는지 ebook으로 구매해서 바로 읽기 시작. 역시 상받은 책은 체고다, 무릎을 탁 치면서 읽었다. 스릴러 소설로서의 재미도 충분한데 소설이 주는 메시지 또한 생각할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터라 책을 덮고 나서도 많은 생각이 들었다. 흡인력이 엄청나서 책 제목이 미처 입에 붙지 않았을 때 다 읽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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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여행자들 - YES24

한겨레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수상 작가 윤고은이 펼치는 전혀 새로운 상상력‘재난 여행’ 상품 수석 프로그래머 ‘고요나’의 기상천외하고 스펙터클한 재난 사용법문단에서 가장 뜨거운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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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떤 정보도 없이 읽기 시작하면 정말 책이 가진 즐거움을 온전히 즐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요나라는 주인공이 재난여행을 기획하는 여행사의 프로그래머라는 정보 하나만으로도 구미가 당겼는데 뒤 줄거리는 상상 이상.. 

 

2. *스포 있음*

- 재난여행의 프로그래머인 요나가 맞닥뜨리는 재난은 문자 글대로 온갖 재해가 발생한 곳에 있지 않다는 점이 책 초반부터 뒷골을 서늘하게 한다. 재난은 요나가 다니는 회사에도 있었다. 요나가 조직에서 자신의 위치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는 부분을 읽을 때, 아마 회사에 속해 있는 모든 독자들이라면 심장이 덜컹 했을 것이다. 

 

- 여행을 워낙 좋아하다 보니 여행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면 더욱 반가운데, 요나의 무이 여행은 섬뜩했다. 후반부의 핵심 줄거리가 나오기 전부터. 

요나가 기차에서 낙오되는 장면의 묘사들이 너무 생생해서, 지갑도 여권도 중요한 물건이 잔뜩 든 가방도 잃어버린 그 순간의 막막함이 주는 두려움이 잘 묘사돼 있다. 관광객에 익숙하지 않은, 말도 통하지 않은 외국의 낯선 마을에 혼자 떨어지면 어떻게 헤쳐 나와야 하나. 

 

- 요나가 다시 돌아온 무이에서 사랑에 빠진 장면들이 모두 좋았다. 인적 없는 모래사장에서 사랑을 나누는 그 모습들이 너무 찬란해서 뒤에 올 비극과 더욱 대조됐다. 

 

- 이 책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아마 모두가 동의하겠지만, 작가가 주인공인 요나마저도 죽였다는 것이다. 주인공에 감정을 동일시하면서 읽어 온 독자들이라면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작가가 말하려던 바를 생각해보면, 재난 시나리오에서 희생될 이름없는 사람들과 요나가 다를 이유가 없다는 점을 느끼게 해준다는 점에서 과감했지만 수긍이 갔던 대목이었다. 

 

- 분업화의 시대에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시작과 끝일 생각하는 것은 어느 정도의 의무라는 생각을 했다. 사람의 목에 칼끝을 겨누는 일도, 촘촘하게 분업화돼 있으면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고 일의 결과를 자각하지 못하게 되는데 나는 몰랐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2. 좋은 문장들 

- 재난은 우울증 같은 거라 어디에든 잠재했다. 자극이 임계점을 넘으면 그 우울증이 곪아 터지기도 하지만, 용케 숨어 한평생을 마무리하는 경우도 있었다. 

 

- 곧 개통될 노선들이 점.점.점. 숨을 옥죄어 왔다. 이미 달리고 있는 노선들은 점점 더 길어졌다. 요나는 지하철 끝을 불로 지지고 싶었다. 헝겊의 끝을 불로 지지듯이, 더이상 올이 풀리지 않게. 

 

- 도시가 몸을 불리는 만큼 더 많은 사람들이 이 도시의 품 안으로 꾸역꾸역 파고들었다. 

 

- 욕심도 관심과 비례해서, 어떤 지명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그 지도를 눈으로 훑기 전에는 콩알만 하던 욕심도 일단 관심을 갖고 알아 가기 시작하면 그만큼 커지는 법이다. 

 

- 누군가의 집, 누군가의 마을에 다다를 때 후각이 자극을 받는 순간은 처음 한순간뿐이기 때문이다. 다시 낯설어지지 않는 한, 처음 접한 그 순간의 후각적 자극을 매 순간 인식하기란 어렵다. 

 

- 재난 여행을 떠남으로써 사람들이 느끼는 반응은 크게 '충격 -> 동정과 연민 혹은 불편함 -> 내 삶에 대한 감사 -> 책임감과 교훈 혹은 이 상황에서도 나는 살아남았다는 우월감' 순으로 진행되었다. 

 

- 언어가 통하지 않는 지역을 여행해 본 경험이 별로 없다는 걸 요나는 새삼 깨달았다. 그동안 여행했던 곳은 최소한 관광에 필요한 간단한 영어는 통하는 지역들이었던 것이다. 

 

- 어느 정도 규모가 있어야 바쁜 사람들이 시간을 내서 동정하고 주목해 준다 그겁니다. 세상이 너무 자극적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죠. 관심이란 건 정직한 거니까요. 

 

- 그들은 다수를 위해 소수를 포기하기로 했다. 감자의 싹을 도려내듯, 살 속의 탄환을 빼내듯, 남아 있는 것들을 위해 포기해야 할 것들. 그렇지만 누가 소수가 되려고 하겠는가. 

 

- 직접적이지 않다는 이유 하나로 요나는 가만히 있었고, 상황에 익숙해질수록 이 일이 미칠 영향력에 대해 둔감해졌다. 

 

- 진짜 공포는 내 자리를 잃는 게 아니라 당신을 잃는 것임을 아는 순간, 진짜 재난이 기획을 뒤덮는다. 

최은영 작가님의 신작이 2년만에 나왔다. 그것도 첫 장편소설이다. 이전 두 권의 책도 무척이나 잘 읽었기에 망설임 없이 예약을 통해 구매했다. 무려 친필사인본^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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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밤 - YES24

백 년의 시간을 감싸안으며 이어지는 사랑과 숨의 기록 『쇼코의 미소』 『내게 무해한 사람』 최은영 첫 장편소설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와 서정적이며 사려 깊은 문장, 그리고 그 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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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주인공 '지연'이 짧았던 결혼생활을 끝내고 '희령'이라는 작은 지역에 둥지를 튼다. 희령은 아주 오래 전, 지연의 외할머니가 살던 곳으로 아주 잠깐 할머니와 보낸 즐거운 기억이 남아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외할머니는 엄마와 의절한 터라 지연도 외할머니의 소식을 모르고 살다 무언가에 이끌리듯이 희령으로 온다. 짧은 결혼생활이 안긴 상처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지연은 아무도 자신을 모르는 곳이 절실했다. 그런데 그곳에서 외할머니를 정말 우연히 재회하게 되고, 외할머니로부터 자신과 똑닮았다는 증조모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2. 

책은 지연의 현재와 증조모 삼천의 이야기를 오가면서 전개된다. 증조모로부터 시작된 과거의 이야기는 할머니 그리고 엄마에게까지 닿을 수밖에 없는데, 이 4대에 걸친 이야기가 잔잔하면서도 폭풍처럼 전개된다. 증조모 삼천은 일제강점기 백정의 딸로 태어났는데, 시대 그리고 신분이 보여주듯 굴곡진 삶을 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증조모와 웃는 얼굴이 똑같은 지연도 시대와 신분은 다르지만 지금의 사회에서 여전히 사람들로부터 상처를 받고, 그 상처를 안으며 살아간다. 

 

3. 

최은영 작가의 장기가 장편소설에도 발휘됐다고 생각했다. 사람 사이 관계의 복잡한 속성들과 미묘한 지점들, 그리고 그 안에서 개인이 갖는 복잡다단한 감정들을 구체적인 언어로 짚어내는 게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소설 또한 그러하다. 장편은 서사 자체의 힘도 있어야 하는데, 이야기의 흡입력도 좋았다. 

 

4. 

좋았던 문장들

 

-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든 빠르게 포기하고 체념하는 게 사는 법이라고 가르쳤다. 삶에 무언가를 기대한다고? 그건 사치이기 전에 위험한 일이었다. 어떻게 내게 이럴 수 있어? 왜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지? 같은 의문의 싹을 다 뽑아버리라는 말이었다. 

 

- 허영심의 힘이 얼마나 센지 그녀는 알지 못했다. 

 

- 사람이 사람을 기억하는 일, 이 세상에 머물다 사라진 누군가를 기억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알 수 없었다. 나는 기억되고 싶을까. 나 자신에게 물어보면 언제나 답은 기억되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내가 기원하든 그렇지 않든 그것이 인간의 최종 결말이기도 했다. 지구가 수명을 다하고, 그보다 더 긴 시간이 지나 엔트로피가 최대가 되는 순간이 오면 시간마저도 사라지게 된다. 그때 인간은 그들이 잠시 우주에 머물렀다는 사실조차도 기억하지 못하는 종족이 된다. 우주는 그들을 기억할 수 있는 마음이 없는 곳이 된다. 

 

- 나는 항상 나를 몰아세우던 목소리로부터 거리를 두고 그 소리를 가만히 들었다. 세상 어느 누구도 나만큼 나를 잔인하게 대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쉬웠을지도 모르겠다. 나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을 용인하는 일이. 

 

- 나는 바깥에서 슬픈 일을 겪었을 때 집에 와서 부모에게 이야기하는 아이가 아니었다. 울었다는 걸 들키지 않으려고 차가운 물로 세수를 한 뒤 집으로 가는 아이였다. 

 

- 우리는 둥글고 푸른 배를 타고 컴컴한 바다를 떠돌다 대부분 백 년도 되지 않아 떠나야 한다. 그래서 어디로 가나. 나는 종종 그런 생각을 했다. 우주의 나이에 비한다면, 아니 그보다 훨씬 짧은 지구의 나이에 비한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삶은 너무도 찰나가 아닐까. 찰나에 불과한 삶이 왜 때로는 이렇게 길고 고통스럽게 느껴지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참나무로, 기러기로 태어날 수도 있었을 텐데, 어째서 인간이었던 걸까. 

 

- 자식은 엄마가 전시할 기념품이 아니야. 마음속으로는 그렇게 소리치면서도, 엄마의 바람이 단지 사람들에게 딸을 전시하고 싶은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마음이 아팠다. 

 

- (정말 제일 좋았던 페이지)

고통 안에서 시간은 직선으로 흐르지 않았다. 나는 자꾸만 뒷걸음질쳤고 익숙한 구덩이로 굴러떨어졌다. 다시는 회복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조바심 서린 두려움이 나를 장악했다. 나는 왜 내가 원하는 만큼 강해질 수가 없을까. 이렇게까지 노력하는데도 왜 나아지지 않는 걸까. 

...

인내심 강한 성격이 내 장점이라고 생각했었다. 인내심 덕분에 내 능력보다도 더 많이 성취할 수 있었으니까. 왜 내 한계를 넘어서면서까지 인내하려고 했을까. 나의 존재를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해서였을까. 언제부터였을까. 삶이 누려야 할 무언가가 아니라 수행해야 할 일더미처럼 느껴진 것은. 

...

어떤 성취로 증명되지 않는 나는 무가치한 쓰레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그 믿음은 나를 절망하게 했고 그래서 과도하게 노력하게 만들었다. 존재 자체만으로 의미와 가치가 있는 사람들은 자기 존재를 증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애초에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 인간이 측량할 수 없는 무한한 세계가 지구 밖에 있다는 사실은 나의 유한함을 위로했다. 우주에 비하자면 나는 풀잎에 맺힌 물방울이나 입도 없이 살다 죽는 작은 벌레와 같았다. 언제나 무겁게만 느껴지던 내 존재가 그런 생각 안에서 가벼워지던 느낌을 나는 기억했다. 

 

- 타인에게 도움을 구하는 것이 내게는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을 돕는 것은 쉬웠다. 내가 돕기 어려운 일을 돕는 것도 할 만했다. 하지만 나를 도와달라고 손을 내미는 일은 내게 불가능에 가까웠다. 아무리 힘들어도 다른 사람에게 징징대고 싶지 않았고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으니까. 

 

 - 새비 아주머니는 그런 사람이었다. 사람의 노력을 알아보고 애쓴 마음을 도닥여주는 사람. 겨울에 빨래를 하고 있으면 손이 시리지는 않은지 물어보고, 장을 봐오면 다녀오는 길이 힘들지는 않았는지 물어보는 사람. 

 

- "착하게 살아라, 말 곱게 해라, 울지 마라, 말대답하지 마라, 화내지 마라, 싸우지 마라. 귀에 딱지가 앉도록 그런 얘길 들어서 난 내가 화가 나도 슬퍼도 죄책감이 들어. 감정이 소화가 안 되니까 쓰레기 던지듯이 마음에 던져버리는 거야. 그때그때 못치워서 마음이 쓰레기통이 됐어. 더럽고 냄새나고 치울 수도 없는 쓰레기가 가득 쌓였어."

 

- 얼마나 피곤했으면 이렇게 정신을 놓고 자나, 조금이라도 편하게 자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마음. 별것 아닌 듯한 그 마음이 때로는 사람을 살게 한다는 생각을 했다. 어깨에 기대는 사람도, 어깨를 빌려주는 사람도. 

 

- 어머니는 내가 살면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었어요. 무서워서 떨면서도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 나는 어머니를 닮고 싶었어요. 

 

5. 

지연의 성격과 사고가 너무 나와 닮아 읽으면서도 애가 탔다. 나도 나를 다그치는 데 능하고, 눈물이 밴 얼굴을 남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하고, 도움을 주는 덴 익숙해도 도움의 손길을 구하는 건 영 어색한 사람인데. 소설속의 지연이 웃는 장면이 나오길 바랐다. 

그래서인지 지연이 묵혀둔 생각을 폭포수처럼 쏟아내는 문장이 마음에 많이 와 닿았다. 삼천과 할머니, 엄마로 이어지는 서사만큼이나 지연의 현재에도 마음이 머룰렀던 이유다. 

 

 

그 유명한 고전,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를 드디어 읽었다! 80년대에 나온 책인데 40년 후인 지금에도 이렇게 꾸준히 언급되고 읽히는 이유가 있다. 정신의학적으로 명명되지 않은 병을 앓는 환자들이 겪는 신체적 어려움뿐만 아니라 심리적 애환까지 살피는 작가 겸 의사의 태도가 마음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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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우리 시대의 위대한 의사, 별이 되다인간을 보는 새롭고 따뜻한 눈을 제시한 올리버 색스의 대표작.2016월드일러스트레이션 어워즈 수상작가 이정호의 그림과 만나다. 이 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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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트겐슈타인은 누구도 의문을 제기할 수 없는 우리 몸의 이런 확실성이야말로 모든 지식과 확실성의 출발점이자 기초라고 생각했다. 

 

- 프로이트가 자아의 토대라고 생각한 것이다. '자아란 무엇보다 육체적인 것이다'

 

- '뇌는 그 사람의 전 생애에 걸친 기억을 완전하다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보관하고 있다. 모든 의식의 흐름은 뇌에 보존되며, 생활 속에서 필요할 때마다 언제라도 떠오른다'

 

- 구체성이야말로 기본이다. 현실을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것으로, 개인적이며 의미가 있는 것으로 만드는 것이 바로 이 '구체성'이다. 

 

- 아무리 기묘하고 이상하게 여겨질지라도 이를 '병적'이라고 불러서는 안 된다. 우리들에게는 그렇게 부를 권리가 없기 때문이다. 

내가 발제를 맡은 책. 여유있을 때 안 읽고 모임 전날에 읽느라 진땀 뺐다. 밤 늦게까지 읽고 눈 좀 붙이다 꼭두새벽에 일어나 다시 읽었다. ㅎ.... 책은 인간의 다양한 심리적 성향에 대해 온갖 심리실험 사례를 인용하면서 설명한다. 챕터가 여러개인데 챕터 간 연결성이 꽤 훌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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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

실험사회심리학 분야의 지식으로 조명하는 선과 악의 무대 뒤편 ‘도덕적 착각’에 빠져 있는 인간의 심리를 파헤친 책이다. 재치 넘치는 연구로 2013년 이그 노벨상을 수상한 바 있는 저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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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무의식중에는 우리의 자아와 관련된 것은 뭐든지 애지중지하는 경향이 있다. 

 

- 자신의 도덕성을 과대평가하는 성향은 소위 'BAE(better than average effect)'로 잘 설명된다. 

 

- 어떤 식으로 행동할지 미리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 다른 상황에서라면 결코 그런 짓을 하지 않았을 사람일수록 통제가 없으면 범죄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 억압적 통제는 대개 사회의 권위가 바닥을 쳤을 때 나온다. 

 

- 그래서 도덕의 경계에 관심이 많았던 프로이트는 "사랑으로 서로 결합하거나 더 많은 사람을 포용하려면 공격할 만한 외부인이 있어야만 한다"고 했다. 

 

- 피터 싱어는 '종 차별주의'가 다른 종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자기 종 구성원들의 이해관계를 더 중시한다는 점에서 성차별이나 인종차별과 다를 바 없다고 했다. 

 

- 인간과 비슷한 동물이 없는 지역에서 발전한 종교일수록 인간을 우러르고 떠받드는 경향이 있다. 반면에 크고 작은 원숭이들이 인간과 접하는 인도, 중국, 일본에서는 사람과 다른 동물들 사이의 경계가 한결 흐릿하다. 

 

- 사회통제는 순응의 압박을 통해 이뤄지기도 하지만 가까운 이들과의 정서적 애착을 통해 이루어지기도 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다. 

 

- 하지만 인간이 원숭이와 다른 점은 똑같은 일을 하고 다른 사람보다 높은 보상을 받을 때에도 불편한 감정을 끈질기게 느낀다는 것이다. 우리가 기대한 것 이상을 얻으면 죄책감이 생길 수 있다. 자신이 준 것보다 받은 것이 너무 많다고 느끼는 것도 우울증 징후 중 하나다. 

 

- 특별대우는 사람들의 자발적인 반응에조차 존재한다. 우리는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 더 기꺼이 도움을 주고 그런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정직함을 증명해 보이려 한다. 

 

- 주목할 점은 수치심은 죄의식과 달리 자기중심적인 감정과 타인에 대한 적의를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이다. 

 

- 요컨대 죄의식은 소중한 신호다. 의식 구조나 역사를 연구하는 이들이 보여주었듯이, 죄의식의 발달이나 중요성은 사회적 배경에 따라 변한다. 

 

- 당혹감은 수치심이나 죄의식과는 다른 감정이다. 당혹감은 주로 관습적 규칙(예의범절, 에티켓)을 위반할 때 발생한다. 당혹감을 드러낼 수 있는 능력은 그 사람이 어떤 사회적 규범을 어겼는지 의식하고 있음을, 타인의 시선을 신경쓴다는 것을 보여준다. 

 

- 보상은 이른바 '외재적 동기'를 자극한다. 다시 말해 보상이 일차적 목표가 된 행동은 그 보상이 사라지면 함께 사라진다. 

 

- 자기조절 연습이 근육운동과 비슷한 효과를 나타내는 것이리라. 이처럼 자제력은 쓸수록 발달하는 능력이다. 

 

- 소시오패스, 사이코패스뿐만 아니라 규범(norme)에 집착하는 노모패스(normopath)도 문제라는 얘기다. 

 

- 성실한 인격의 소유자들이 부당한 명령을 내리는 권위에 잘 저항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미카엘 하네케 <하얀 리본>

*이자벨 코이셋 <나 없는 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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