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의, 아니 어거스트디의 솔로콘서트 디데이 서울 공연과 파이널 공연까지 운좋게 모두 관람했다. 위버스라이브에서 들뜬 목소리로 솔로콘서트 해외투어 소식을 전했을 때부터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길고 긴 대장정이 끝났다. 심지어 아미들은 당초 몰랐던 서울에서의 3차례 파이널콘서트까지 추가 되었으니 약 1개월가량이 더 길어진 셈이다.

방탄 멤버들과 함께 서는 무대가 아닌 홀로 무대에 선 윤기는 1명으로도 무대를 꽉 채웠다. 그룹으로 활동하면서도 꾸준히 냈던 개인 음악들은 120분의 공연시간을 빼곡히 채울만큼 충분했다. 더 대단한 점은 그 모든 노래들은 아미들이 따라부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전주만 흘러나와도 고함이 터져나왔다. 윤기가 쌓아온 노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들이었다.

방탄의 멤버가 솔로콘서트를 한다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은, BTS는 대중들에게 그룹으로 훨씬 더 인지도가 높은 가수지만 멤버들 한명한명의 기량이나 존재감이 모두 충분했기 때문에 그룹의 성장과 함께 멤버들 각자도 모두 성장했을테니 그룹콘서트 후에는 개인콘서트가 당연한 수순처럼 여겨졌다. 그런데 이번에 디데이 콘서트를 보면서 느낀 건 그건 결코 당연하지 않다는 것. 그 바쁜 그룹 활동 중에도 윤기가 개인 콘서트를 열 만큼 어거스트디라는 이름아래 많은 노래를 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방탄의 노래로는 풀기 어려운 자신의 이야기를 솔로곡을 통해 풀어냈고 아미들은 윤기의 솔로곡에도 많은 애정을 쏟았다.

무엇보다 지난해 6월13일부터 시작된 챕터2의 시간을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으로 쓸 수 있었을텐데도 윤기는 해외투어를 기획하고 준비했다. '때론 너의 휴식은 추락이 된단걸'(interlude:Shadow)이라는 가사가 떠오르기도 했으나 어거스트디의 트릴로지 마무리는 결국 공연이어야 했다. 

윤기가 바쁘게 움직인 덕분에 각국의 많은 아미들이 기뻤고, 행복했다. 특히 공식 응원법이 따로 없는 곡들이었는데 해외 투어를 거치면서 아미들은 자체적으로 응원법을 만들고 공유하고 연습했고 파이널 콘서트에서는 그 응원이 정점에 달했다. 한국 아미들이기에 더 잘 따라할 수도 있었던 건 맞지만 해외공연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방탄콘서트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발라드 콘서트만을 가는 나였기에 이번 공연에서의 체험은 정말 새로웠다. 무대 위에 선 아티스트와 완벽한 교감, 관객석의 고함과 떼창으로 귀가 얼얼해지는 감각, 양옆에 선 아미들과 느끼는 일체감. 추첨제로 당첨이 돼 찾은 서울 콘서트가 끝나고 나서는 '와 정말 재밌었다'는 감각이 온 몸을 휘감았다. 스탠딩을 했던 파이널콘서트에서는 나를 둘러싼 모든 아미들의 열기가 대단해서 공연이 끝나고나서도 - 어쩌면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공연에서 빠져나오기 힘들었다. 

 

응원법을 외워가려고 팬챈트 가이드를 출력해서..=_= 달달 외웠는데 그 덕에 가사 한줄한줄, 단어 하나하나를 더 깊이 음미할 수 있었다. 콘서트를 다녀오고 나서 어거스트디의 세 앨범을 더 사랑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삼부작이라는 게 아쉽지만 이번 콘서트 덕분에 윤기는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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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6월24일 디데이 인 서울 

 

 

서울 콘서트는 추첨제였다. 당첨은 기대조차 않았으나 신청은 해놓고선 티켓팅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와중에 두둥. 당첨됐다. 공지 제대로 안보고 좌석 반은 추첨제, 나머지는 예매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상 전석 추첨제였다. 당첨 안됐으면 피눈물 흘렸을 뻔. 

 

오후에 당첨발표 확인하고 속으로 소리질렀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때 이후 공연날까지 기분 안좋을 때마다 생각했다. "윤기 콘서트가 날 기다리고 있어.."

 

 

공연 전: 아니 이분들은 누군데 현수막에 걸림?

공연 후: 팀슈가 사랑해요♡♡♡♡♡♡

 

중국 아미들의 서포트는 매번 볼때마다 놀랍다.. 자본의 힘(물론 애정이 기반)

아우 이뻐 

곳곳에 걸린 윤기 사진 다 너무 이뻤다. 

서울콘에서 입은 발렌티노 특별 제작 의상 너무 멋졌다. 윤기랑 진짜 잘어울림.

서울콘은 2층 좌석이었어서 서두를 거 없이 공연장에 갔다.

아미존에서 나눠주는 포카도 운 좋게 마감 직전에 받았다. 아이돌 팬이 됐는데도 아직까지도 포카문화 잘 이해 못하지만 잘생긴 윤기 사진 받으니까 기분은 좋더라ㅎ... 

 

규모가 작은-방탄 기준- 실내 공연장이다보니 2층이었는데도 시야가 정말 좋았다. 양 옆에는 일본인 아미들이 앉았는데 두런두런 대화할 수가 없어서 아수웠다 흑.. 

 

공연 시작전까지 폰에 다운받은 응원법 가이드 계속 보면서 연습했다. 이렇게 열심히라니. 이건 찐사랑이야. 이런 생각 987321번 할 때쯤 공연이 시작됐다.

 

주변에 응원을 그렇게 미친듯이 하는 아미들이 없었는데 내가 그 미친아미가 되어보자 싶어서 정말 열심히 따라불렀다. 떼창 열심히 했더니 공연의 재미가 진짜 배로 커졌다. 이날 게스트로 싸이가 나왔는데 무대에 나오는 순간 공연장 함성이 너무 커져서 귀가 멍해졌다. 댓댓 따라부르는 재미 진짜 미.쳤.음. 정구기가 왜 허구한날 댓댓 불렀는지 알 것 같았다. 

 

대취타랑 해금으로 시작한 공연은 사람과 사람팟투를 부를 때는 서정적인 분위기가 흐르다가 다시 어거스트디의 진한 랩핑을 느낄 수 있는 곡들로 채워졌다. 욱! 할 때는 진심 신나서 페스티벌 온 줄... 

 

공연 막바지로 갈 수록 윤기가 하도 '마지막' '마지막'을 강조해서 이 앙큼고양이 또 뭘 준비한거야.. 했지만 그대로 공연이 끝나버려서 진짜 마지막인데 마지막을 강조한거야? 하고 허탈했다. (담날 공연에서 파이널 공연 공지함) 너무 재밌게 놀았다보니 공연이 끝나고 공연장이 환하게 불이 켜졌을 때 "난 이제 놀 준비된 거 같은데 다 집에 간다고??"의 심정이었다. 

 

2. 

8월5일 디데이 파이널콘서트

 

서울콘서트로 디데이콘서트의 재미를 안 이상 파이널콘서트는 무조건 가야했는데 정말 험난했다. 이번 공연처럼 처참하게 티켓팅을 망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ㅠ

 

이날 퇴근하자마자 가방 싸들고 피씨방에 가서 앉았다. 넉넉하게 시간 끊어두고 앉았는데 게임도 안하니 피씨 켜두고 폰으로 내내 딴짓했다. 근데 오픈시간 딱 되고 어버버하다가 몇 초 늦게 선예매 눌렀떠만 순서가 엄청 뒤로 밀렸다. 그때부터 쎄했다. 내 뒤에도 아미로 추정되는 애기들이 앉았는데 내가 아직도 만번대에 머무를 때 슬쩍 보니 네자리 숫자가 화면에 떠 있더라. 그분들은 티켓팅 여유롭게 성공해서 나가는데 나는 아직 좌석도 못보는 상황. 겨우겨우 기다려서 접속하는 순간 로그인이 풀렸다고 날 내보냈다.............미쳤나 인팤 기준 몬데 모냐고... 

 

이거 완전 내 상황이었음. 왜 난 정직하게 티켓팅을 하는 아미인데 이런 시련을 주십니까 

 

티켓팅 선예매도 망해버리고

다음날 일반예매도 망하고

그 다음날 넘어가는 새벽에 한 취켓팅도 대차게 망해버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 쏟은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무조건 어떻게든 가야되는 상황이었음( 우냐? 울어?)

 

이때쯤의 내 루틴

- 기상 후 인팤 접속

- 마감 후 인팤 접속

- 퇴근 전 인팤 접속

....

취소표가 하나둘은 계속 뜨는데 예매하려고 들어가면 눈밭이 상황이 끊임없이 반복되어서 심신이 아주 너덜너덜해졌다. 아 그냥 포기하고 스트리밍볼까?라는 마음이 점점 더 커져갈 때쯤, 여느때처럼 눈 뜨자마자 인팤에 들어갔고 일반석에 자리가 꽤 많이 풀려서 들어갔더니 포도알 하나가 보여 냅다 예약하고 예약 확인 카톡 받음!!!!!!!!!!!!!!!!!!!!!!!!!!!!!!!!!!!!!!! "일찍 일어나는 새가 좋은 장점 = 슈가 티켓팅 취소표 주울 수 있다"

 

폰으로 보다가 결국 출력함

첫날 정국이가 게스트로 나왔다.

이 소식 듣고 속으로 울었다 ㅠ 정구가..... ㅠㅠㅠ 너무 이쁘다 정구기 

디데이콘서트 굿즈를 기념으로 하나 갖고 싶었는데 맘에 드는 게 티셔츠였다.

굿즈 사려면 현장 가서 바로 사거나 올공 반경 2.5km 안에서 예약한 후 가서 찾으면 되는 시스템. 울 집은 당연히 택도 없고 올공 근처 사는 친구한테 혹시나하고 부탁하니 친구집이 2.5km 안에 들었다!!!(만세!!!) 굽신굽신하면서 10시 땡하면 사달라고 읍소... "집에서 누워서 샀다"는 친구 말에 또 혹해서 기타피크도 사볼까? 했지만 이미 솔드아웃됨. (하지만 우리 윤기는 콘서트 이후에 기타피크 주문제작으로 내줬지요-)

진짜 더웟따

2시간 내내 서있더라도 스탠딩석보다 좌석이 조은데

그런 거 따질 형편 안되고 취소표 나오는 대로 주웠던 나는 일반석 스탠딩존, 그것도 거의 끝번호였다. 4시부터 집결해서 입장한 후 6시 공연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스케줄. 콘서트 보러 이렇게 공연시간보다 훨씬 일찍 나온 것도 처음이었다. 스탠딩은 천막 밑에 집결할 때부터 고난의 연속이었다. 내 번호가 너무 뒷번호여서 천막 없는 땡볕에서 30분가량 서 있었다 ^_^ 

스탠딩인데 시야 진짜 안좋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파이널콘서트에 올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자 

이번 공연은 아미들이 전보다 더 미쳤다(좋은 의미로)

엄청난 떼창. 

그걸 믿고 공연을 진행하는 윤기도 참 편해보였다

내가 간 날은 자만이가 나왔지롱~

사실 이미 리허설 공연으로 지민이가 올 거 같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막 놀랍지는 않았지만, 화면에 뜬 지민이 얼굴 보고 놀랐다. 진짜 예쁘게 생김.. 

막콘의 막날에는 석지니 호비가 관객석에, 남주니가 게스트로 섰지요. 

아미가 만든 이 멋진 사진 흑흑 ... (지금은 X가 되어버린) 트위터에서 주웠습니다. 

 

파이널콘서트에서는 기존 셋리에 어땠을까를 추가했다. 어땠을까는 어거스트디 노래를 각 잡고 듣기 전에 먼저 접했던 윤기 솔로곡이었는데 곡이 갖는 의미도 의미거니와 좋아하는 노래여서 더 좋았다. 

 

마지막 날에는 윤기가 중간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는데 후련함도 일부분 느껴지는 눈물이어서 그렇게 슬프지만은 않았다. 혼자서 이많은 공연을 해낸 네가 정말 대단해. 아미의 자랑이자 사랑, 입대 전까지 잘 쉬고(라이브도 켜주라...) 건강하게 다시 무대에서 보기를. 

4월30일부터 5월2일까지, 2박3일 전주국제영화제에 다녀왔다. 작년에 무주산골영화제 경험이 무척 좋아서 부국제에 이어 국내 영화제 가운데 규모 2위라는 전주국제영화제도 궁금했다. 

 

티케팅은 생각보다 험난했다. 부국제랑 달리 JIFF는 널럴 하다더만.. 그것도 아니었다. 사실 영화 선정부터 난관에 부닥쳤는데 낯설디 낯선 영화 가운데 뭐가 괜찮은지 알아볼 정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제대로 살펴보려면 해외 평단의 평가부터 봐야한다지만 너무 구찮은 게 아닌가? 제발 나 좀 떠먹여줘...흑... 

 

겨우 겨우 티케팅 며칠 전에 상영작을 좀 살펴보고, 같이 갈 친구랑 우선순위 몇개를 정했다. 

 

그러나

당초 예정된 티켓오픈 시간 직전에 갑자기 서버 불안정해서 오픈시간 연기된다는 공지가 나와서 대혼란. 마감 때문에 맘 졸였던 난 오히려좋아..상황이었지만 ^_ㅠ 영화제 티켓 예매 매번 왜이러나 싶다. 

미뤄진 시간에 맞춰 들어갔는데도 난 서버 터짐.. 예매창에 아예 접속이 안돼 멘붕이었는데 다행히 친구는 서버 접속이 되어서 보고 싶었던 영화 거의 다 예매 성공함. 

 

1. 

4월30일 일요일

 

오전 10시 샤센카 예매했지만 전주에 10시에 도착하려면 언제 출발해야 할 지 두려웠다. 전날 울산 장거리 운전도 이미 한터라 기운이 조금도 없었다. 친구랑 고민고민하다 여유있게 보자고 했다. 샤센카는 취소하고 오후 늦게 영화를 보기로 함. 

 

시릴 루티 <고다르 시네마>, 아녜스 바르다 <1967-뉴욕의 파솔리니>

 

아무 정보도 없이 영화관에 들어갔고 단순하게 영화 2개니까 하나는 실패해도 하나 집중해서 보면 되겠지 했다. 하지만 보다시피 <1967~>은 5분짜리였다. ㅎ..

 

<1967~>은 바르다 감독이 뉴욕에서 만난 다른 영화감독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의 얼굴과 뉴욕의 거리를 비추며 나눈 대화로만 만들어진 영화다. 영화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설명이 나오는데 이 단편은 존재조차 몰랐다가 최근에서야 발견됐다고 한다. 시대 배경을 모르니 주고받는 티키타카 대부분을 그냥 흘려보냈지만 기억에 남는 부분도 있었다. 

 

- 뉴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 가난

 

<고다르 시네마>는 아주 영화를 얕게 아는 나조차도 익숙한 감독 '장 뤽 고다르'에 관한 전기영화다. 안타깝게도 내가 그의 영화를 거의 본 게 없어서 이 전기영화는 너무 지루했다. 그래도 사회와 끊임없이 대화하면서 스스로를, 영화를 변화시켜 나가는 모습이 여운을 남긴다. 68년 2월혁명 이후 고다르 인터뷰 장면이 나온다. 고다르는 국가에, 체제에 반기를 드는 영화도 그 어디까지나 권력이 허용해낼 수 있는 선 안에서만 가능하다는 회의적인 모습을 보인다. 

 

2. 

5월1일 월요일

 

하루를 통 영화제에서 보내는 날. 아침부터 부지런히 숙소를 나섰다. 

 

롤라 키보론 <로데오>

 

여성, 모터사이클, 아웃사이더.. 

 

이런 키워드를 읽고는 영화 <와일드>를 생각했다. 모터사이클로 여행을 하는 여성이 남성 라이더 사이에서 겪는 분투..? 이 예상은 영화 첫장면부터 바로 깨진다. 첫장면의 카메라가 정말 예술이다. 이 영화 전체가 어떤 리듬으로 흘러갈지 보여주는 장면과도 같달까.. 주인공 줄리아가 모터사이클을 통해 뭔가를 이루려는 게 아니라 모터사이클 그 자체에 열광하는 게 새롭게 느껴졌다. 줄리아 역을 맡은 배우는 피부와 머리카락, 체구 등 모든 게 이 역할에 찰떡이었다. 같이 본 친구는 영화 <티탄>의 순한맛 같다고 평했다. 

 

JIFF 홈페이지에 영화 소개와 함께 짤막한 리뷰가 들어가는데 <로데오> 리뷰의 첫문장이 진짜 너무 구리다. '길들여지지 않는 여성은 늘 매력적이다. ...' 라뇨.. 이런 영화에.. 이런 영화가 말하는 지점에서 몇단계나 후퇴한 문장인가.

 

 

데보라 스트라트맨 <마지막 것들> + 감독님 GV

 

순전히 친구의 픽. 친구의 취향과 안목을 믿는 편이라 예매한 영화 다 좋았는데 이것만은 '이게 뭐야?' 했다. "이 영화 암석만 계속 나오는 거 아녀?(농담)" 했는데 진짜로 그러하였다! 이렇게만 말하면 뭔 영화인가 싶지만 이 영화는 인류가 중심이지 않은 지구를 그린다. prehistoric + prehistoric + prehistoric 몇억년 전 암석을 시작해 다양한 존재의 진화를 다룬다. 눈이 감기는 순간이 많았으나 (감독피셜) 에얼리언 느낌을 주는 인상적인 음악들이 겨우 눈을 뜨게 해줬다. 영화 전반이 말하고자하는 바를 영화가 끝난 후 바로 감독님과의 GV를 통해서 들을 수 있었다. '여러분은 50분 동안 수십억년(?)을 체험하신 겁니다~~'라고 말한 모더레이트의 말 한마디로 이 영화의 의미가 살아난 느낌. 

 

조한나 <퀸의 뜨개질>

 

한국 단편 영화 4개를 묶어서 상영했는데 그 중 하나였다. 이 단편선을 선택한 이유는 바로 이 영화. 뜨개를 다룬 영화가 너무 궁금했기 때문이다. 작년부터 뜨개에 푹 빠져 살고 있다보니 JIFF 상영작을 살펴보다 이런 영화가 있다는 걸 알고는 한참을 웃고 친구에게 보자고 했다. 줄거리만 봤을 때는 코바늘 끝판왕 '만다라 매드니스'를 만드는 니터의 수행기(?) 같은 건가 했다. 그래서 반신반의하면서 봤는데 웬걸. 이 영화 너무 좋았다. 

 

주인공은 바로 감독 '한나'. 할머니에게 어릴 적 코바늘을 물려 받은 이후 15년 넘게 니터로 살아온다. '뜨개=여성의 취미'라는 인식에 반기를 드는 감독은 뜨개에 씌워진 편견 만큼 여성에게, 한나 자신에게 씌워진 편견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짦은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면서 반문한다. "뜨개는 여성 고유의 취미인가" "여성은 아름다워야 하는가" 그리고 "사람은 이성만을 사랑해야 하는가" 

 

이런 질문들은 '만다라 매드니스'를 만드는 과정과 교차한다. 만다라 매드니스는 코바늘로 만드는 담요의 한 종류다. 

 

갑자기 딴 길로 새서 만다라 매드니스 이야기를 하자면 

https://itsallinanutshell.com/2016/07/14/mandala-madness-crochet-video-tutorials-yardage-color-list/

 

Mandala Madness – all video tutorials, colors list and yardage

Mandala madness crochet along designed by Helen Shrimpton is completed. In a long journey over 18 weeks that took us through a few bumpy bits and sharp turns we all came out reasonably unscathed th…

itsallinanutshell.com

위 링크에 만다라 매드니스에 관한 자세한 설명이 나와있다. 

 

만다라 매드니스는 Helen Shrimpton 작가가 만든 것으로 완성하는 데 18주가 걸린다고 소개한다. (영화 속 한나는 6개월이 걸린다. 그런데 원래 '하루만에 다 뜨는 OO'라는 말로 현혹하는 뜨개 도안을 실제로 떠보면 그의 곱절이 걸린다) 링크에서 만다라 매드니스를 소개한 니터도 완성하는 데 180일이 걸렸다고 한다. 나는 코바늘 편물을 선호하지 않아서 대바늘을 주로 잡는데 코바늘을 했다면 위시리스트에 'Mandala Madness'를 넣었을 거 같다. 

 

다시 영화로 돌아와보면

 

한나는 자신과 똑 닮은 할머니를 회상하면서 영화를 이끌어간다. 만다라 맨드니스를 완성해가며 과거에 있던 일들을 홈비디오 영상을 통해 풀어내기도, 뜨개 인형으로 1인인형극을 하면서 설명하기도 한다. 질문은 가볍지 않은데 이를 풀어내는 방식이 재치있다. 모두가 그럴테지만 압권은 영화 막바지의 노래다. 노래 너무 중독적인데 유툽으로 올려주면 안되나ㅠㅋㅋ 다른 니터의 뜨개를 보고 싶어 봤던 영화였는데 예상치 못하게 더 큰 걸 받고 돌아왔다. 

왼쪽에서 두번째가 조한나 감독님

영화 끝나고 감독 및 출연배우와의 GV도 있었다. 

 

왜 본인의 이야기를 첫 영화에 풀어냈냐는 관객석의 질문에,

한나 감독이 '내 이야기를 먼저 풀어야 타인의 이야기도 할 수 있을 거 같았다'라고 한 답이 두고두고 기억에 남았다. 다음 작품이 정말 기대된다. 

 

<퀸의 뜨개질>은 한국 단편에서 대상도 받았다! 내가 영화볼때도 다른 단편들 중에 독보적으로 반응이 좋았다 싶었는데 역시는 역시. 대상받은 작품을 보고와서 뿌듯했다. 

 

3. 

5월2일 화요일

 

전날 영화 강행군 + 전주 여행으로 녹초가 됐다. 

 

 

우무트 수바셰 <가벼운 재앙>

 

4명의 젊은 남녀가 서로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영화 첫 부분부터 4명의 주인공들이 깨발랄한 음악에 울부짖는 장면이 차례로 나온다. 이 청춘들은 각자가 처한 '가벼운 재앙'에 억눌려있다. 취업이 안되거나, 돈이 없거나, 친구가 없거나... 누군가는 젊었을 때 누구나 겪는 어려움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당사자에겐 그 무게가 어찌 가볍기만 할까. 이 영화 역시 음악이 좋았고, 굉장히 깔끔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영화 후 이어진 GV에서 감독님 답변 스타일을 보니 왜 영화가 '은근히 웃긴지 알 거 같았다.

왼쪽에서 두번째가 감독님, 세번째가 프로듀서

 

 

 

마지막 영화는 미하일 보로딘의 <불편한 편의점>

 

피곤한 상태였는데도 온전히 집중해서 봤다. 그만큼 좋았다. 초반부부터 감정적으로 휘몰아치게 만드는 영화인데도 지치지 않았던 이유는 늘 무표정한 상태의 주인공이 웬만해선 감정을 쏟아내는 법이 없기 때문인 거 같다. 동명의 책이 우리나라에서 베스트셀러여서 제목이 익숙한 인상을 주는데 사실 원제는 <편의점(convenience store)>이다. 러시아 모스크바 편의점에서 고용된 외국인들이 제대로 된 임금도 받지 못하고 고용주에게 학대를 당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말은 편의점이지만 우리나라 편의점과는 완전히 달라보였고 24시간 운영되는 작은 마트에 가까웠다. 

 

이주노동자의 이야기라 그런지 올초 읽었던 <깻잎투쟁기>도 생각이 났다. 자국에서 일거리가 없어 타국에서 외국인으로 일한다는 것부터가 약자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정말 먹고 살기 위해 끝없이 평생을 일하는 노동자로서의 일생이 참으로 고단하게 느껴졌다. 주인공의 엄마가 갑자기 다리를 절단해야 했고 주인공이 그 절단한 다리를 돌아가신 아빠 무덤에 묻어주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조차도 인부들에게 돈을 줘야 하는 사실이 벗어날 수 없는 굴레 같았다.  

 

4. 

전주에서 먹고 보고 간 곳들 

https://map.naver.com/v5/search/%EB%AA%A9%EB%A1%9C%EA%B5%AD%EB%B0%A5/place/1477802979?c=15,0,0,0,dh&isCorrectAnswer=true

 

네이버 지도

중화산동 목로국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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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끼는 '목로국밥'의 한우시래기탕.

가격이 꽤 있었으나 맛이 깔끔하고 고기가 실했다. 백김치를 사이드 반찬으로 추가해서 먹었다. 

원산지=목로국밥 주인장 엄마

 

영화 강행군이었던 둘째날 영화거리에서 간단하게 먹을 음식점을 찾았다. 

https://map.naver.com/v5/search/%ED%98%95%EC%A0%9C%EB%A9%B4%EC%86%8C/place/1749922884?c=15,0,0,0,dh&isCorrectAnswer=true

 

네이버 지도

형제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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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면소'라는 식당으로 영화제 기념 할인도 됐다. 대만식 마제소바를 시켰다. 맛있었음. 

 

구워먹는 닭갈비집 '계륵사지'

https://map.naver.com/v5/entry/place/1955529528?c=15,0,0,0,dh&isCorrectAnswer=true

 

네이버 지도

계륵사지 삼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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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와 익산에 지점이 여러곳 있다. 영화제가 열리는 영화의 거리에는 도보로 갈 수 있는 곳이 없어서 차타고 좀 가야 했다. 다 구워줘서 너무 편했다. 기본 반찬으로 계란찜과 묵사발이 나오는 것도 좋앗당. 

 

 

마지막날 식사는 전주한옥마을 숙소 바로 근처에 있던 '강촌떡갈비'

https://map.naver.com/v5/search/%EA%B0%95%EC%B4%8C%EB%96%A1%EA%B0%88%EB%B9%84/place/16808444?c=12,0,0,0,dh&placePath=%3Fentry%253Dbmp

 

네이버 지도

강촌떡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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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에 가고 싶었지만 재료 소진으로 마감시간도 전에 문을 닫았다ㅠ 

게하 사장님도 추천했을 정도로 이미 소문난 맛집. 네이버 평 등을 보면 친절도에서 평이 안좋던데 맛만 좋으면 됐다 주의라서 매우 만족했다. '떡낙정식'(2인 이상)이라고 해서 떡갈비+낙지볶음+파전을 1인분에 1만5000원에 파는데 진짜 배부르게 먹었다. 

 

강촌떡갈비 떡낙정식을 시키면 나오는 낙지볶음
떡갈비

 

강촌떡갈비 바로 옆에는 '살림책방'이라는 동네책방이 있다. 

https://map.naver.com/v5/search/%EC%82%B4%EB%A6%BC%EC%B1%85%EB%B0%A9/place/103394150?c=15,0,0,0,dh&placePath=%3Fentry%253Db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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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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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가 바로 이 근처라 일요일부터 노리다가 화요일 오전에야 갈 짬이 나서 인스타를 봤더니 매주 화요일이 휴무일이었다. OMG... 나 책에 과소비하는 거 젤 조아하는 친구가 엄청 아쉬워했다. 나도 당연히 아쉬웠음. 떡갈비 먹고 나오면서 "아 살림책방 오늘왜 휴무야!?!!" 하고 냅다 소리지르면서 책방앞을 지나쳤는데 책방이 열려 있었다. 머쓱하게 들어가서는 책과 문구류를 구경했다. 영화제 기간이어서 휴무일이지만 여셨다고. 

 

살림책방 강아지

살림책방에 강아지가 있는데 정말 얌전하다. 귀엽고 우아해. 강아지 무서워하는 나지만 가만히 앉아있길래 사진 찍을 수 있었다. 

완산공원
완산공원
완산공원의 삼나무숲
영화의거리를 3일 내내 누볐다
경기전과 정동성당도 갔다
꿀밤고구마...

 

지난해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바로 '뜨개'

시작은 바늘이야기에서 산 코바늘로 만드는 가방 만들기 키트였다. 뜨개를 예전에도 종종 해본 경험은 있는데 대바늘로 만드는 목도리가 전부였다. 그런데 친구가 '여름에 쓸 가방을 같이 만들어 보자'며 바늘이야기 사이트를 알려줬다. 결과적으로 나만 뜨개인이 되었다...^^

돌이켜보면 당시 만들었던 코바늘 가방 2개는 정말 정말 쉬운 난이도였지만 당시에는 꽤 시간들여가면서 만들었다. 어설픈 점도 많이 보였지만 들고 나가기에 무리가 없을 정도로 맘에 들게 나와서 여름 한철 잘 들고 다녔다. 문제는 가방 하나를 만들고, 새로운 뜨개 기법을 할 수 있게 되니 다른 걸 또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생간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지난해 여름 한 계절에만 가방 2개와 버킷햇 1개를 만들었다.

슬슬 뜨개에 취미를 거는 시점에 기막힌 책을 하나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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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뜨개 - YES24

단언컨대 내 인생을 바꾼 것은 책이 아니라 뜨개다!어느 은둔형 번역가의 광활한 뜨개 우주 표류기아무튼 시리즈 서른일곱 번째 책 『아무튼, 뜨개』는 번역가 서라미의 첫 산문집이다. 번역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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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시리즈는 이 블로그에도 서평을 쓴 적이 있는 만큼 꽤 많이 읽은 시리즈물이다. 뜨개에 관해서도 나와 있는지 몰랐다가 yes24북클럽에서 발견해서 바로 읽기 시작. 이 책을 읽기 전후로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뜨개의 세계가 이리 깊고 넓은지, 내가 몰랐던 한 세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오랜 역사를 일구어 왔는지 배웠다. 쉽게 말했던 '뜨개질'이란 표현도 서라미 작가님 덕분에 바로 고쳤다. 레이블리? 라블리?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Raverly 사이트도, 봉준호 <기생충> 충숙의 뜨개 장면도, '여성적인 취미'라는 인식에 갇힌 뜨개의 억울함(?)도 다 이 책을 통해 알았다. 세상 모든일이 그렇겠지만 뜨개를 제대로 한다는 건 정말 큰 세계에 발을 내딛는 거구나라는 깨달음과 함께 나도 그에 동참하고 싶었다.

그렇게 가을에는 니트조끼 하나와 겨울엔 친구에 선물로 준 양말 하나를 떴다. 해가 바뀌고 지금은 친구에게 줄 니트조끼를 뜨고 있다.

이 카테고리엔 새로운 취미의 기록이자 나만이 아는 분투(!)를 기록할 거다. 사실 뜨개 집녑은 계속될 거 같은데 꾸준한 기록은 자신이 없다. 그래도 올해는 기록을 열심히 해보려 마음을 먹었으니 가보자.

출판사 푸른숲에서 독서모임 플랫폼 '그믐'과 손잡고 진행한 위화 작가의 신작 <원청> 미리 읽어보기 이벤트를 신청해 책을 미리 읽어보았다. 요새 재밌게 읽은 책들 상당수가 푸른숲에서 낸 책이길래 출판사 인스타도 팔로우해서 보고 있던 터였다. 위화 작가 책을 간만에 접해보는 것이라 기대도 컸다.

예~~~전에 중국 여행할 때 위화 작가 신작을 서점에서 보고는 한국 출간되기 전이길래 이상한 부심에 끌려 사온 적이 있다. 읽는 속도가 너무 더뎌 완독 못하고 결국 포기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에서도 번역돼 나왔다. '원서로 언젠가 읽을거야!!'라는 생각에 한국에서 출간된 건 따로 구해 읽지 않았는데 지금 보니 이 역시 푸른숲에서 출간했다. 2018년에 나온 <글쓰기의 감옥에서 발견한 것>이란 책이다. 생각난 김에 원서 다시 중국어 공부할 겸 시작해야겠다... 

 

가제본 <원청>. 정식 출간되는 책은 당연히 표지가 다르다.

 

1.

책 같이 읽기 기간이 약 한달간이라 미루고 미루다 어제 책을 집어들었다^^; 메일로 매일 담당 편집자님의 질문 메일이 오는데 확인하면서 마음의 짐으로 남아있다가 주말 약속 취소된 김에 맘 잡고 펼쳤다. 중간에 몇시간 쉬긴 했지만 하루 꼬박 걸려 다 읽었다. 이야기를 워낙 잘 쓰는 작가이기도 하고, 이 거대한 이야기가 주는 힘이 대단하다. 중간에 울기도 했다. 책 보다 이렇게 눈물 흘리기는 정말 간만이었다. 

 

2. 

이 책은 1910년대 중국을 배경으로 한다. 1910년대는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도 엄청난 격변기였기에 이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는 정보 하나만으로 소설 속 주인공들이 얼마나 굴곡진 인생을 살게 될까에 대해 짐작하게 된다. 작가가 한국어판 서문에도 "저는 그런 난세 속 대한제국에도 <원청> 같은 이야기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라고 밝힌다. 

 

3.

책은 중국 남부지방에 있을 것으로 추측되는 '시진'이라는 지역에 어느날 나타난 '린샹푸'라는 남자를 소개하며 시작된다. 그는 커다란 봇짐을 지고 갓난아기인 딸을 안고 다니며 젖동냥을 한다. 그는 어디에서 왔고, 왜 이곳에 머무르는가. 

린샹푸는 북방지역 린가 가문의 도련님이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혼자 큰 벽돌집에서 살아가는 그는 집안일을 돕는 톈가 집안 아들들과 함께 농사일을 하고, 목공일을 배운다. 평온하지만 어딘가 따분하게 살아가던 그에게 '아청'과 '샤오메이'가 나타난다. 경성으로 이동하고 있다던 그들은 하룻밤 재워주기를 청하고 린샹푸는 선뜻 받아들인다. 다음날 아청은 사정상 혼자 먼저 떠났다가 샤오메이를 데리러 와야겠는데, 그동안 샤오메이를 맡아줄 것을 부탁한다. 샤오메이가 신경쓰였던 린샹푸는 이 부탁 역시 흔쾌히 받아들이고 아청은 떠났다. 하지만 돌아오지 않았다.

린샹푸는 샤오메이에게 결혼을 청하고 샤오메이도 거절하지 않는다. 마을 주민들의 축하 속에서 결혼을 한 그들은 안정된 삶을 이어가는데 어느날 샤오메이가 린샹푸 집안이 몇대를 거쳐 모아온 금괴를 들고 사라진다. 린샹푸는 분노와 그리움이라는 상반된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전의 생활을 이어가던 와중 어느날 배가 부른 채 부푼 발로 샤오메이가 찾아왔다. 그의 아이마저 데려갈 수 없다는 샤오메이는 린샹푸의 용서와 환대 속에서 딸을 낳고, 린샹푸는 샤오메이가 또 떠날 수 있다는 불안함을 느끼면서도 찾아온 행복을 맘껏 누린다. 그러던 어느날 샤오메이가 또 사라졌다. 딸을 둔 채. 금괴도 하나 손대지 않은 채. 

린샹푸는 이번엔 마냥 기다리지 않기로 했다. 딸을 안고 샤오메이를 찾아 나서기로 마음 먹었다. '원청'이란 지역에서 왔다던 아청의 말 한마디에 기대서, 아청과 샤오메이가 쓰던 사투리에 기대서 샤오메이의 고향을 찾아 나선다. 

 

4.

600페이지에 이르는 두툼한 분량인데도 흡인력 높은 이야기 덕분에 술술 읽혔다. 이야기 전반의 핵심이 되는 린샹푸라는 인물의 발걸음을 따라 이 책도 중국 북부지역과 남부지역을 오간다. 

작가의 서문을 읽고 시대에 휩쓸리는 인물의 격랑이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초반부에는 린샹푸라는 주인공이 시대보다는 개인적인 이유로 험난한 인생을 겪게 되는 것처럼 나온다. 근데 책을 끝까지 읽고 나면 어쩌면 그가 샤오메이와 만나게 되는 우연도 시대와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샤오메이를 찾기 위해 시진에 머무르다 이내 정착하는 린샹푸와 시대가 겹쳐지게 되는 본격적인 장면들은 토비의 등장부터다. 잔혹하기로 유명한 토비들은 청나라 멸망 후 강력한 중앙권력이 사라져 혼란한 시기에 나타난 도적떼다. 책에 묘사되는 그들의 악행은 너무 잔인하고, 위화 작가가 또... 너무 끔찍하게 그를 묘사해서 책 읽다가 처음 위기가 왔다. 이런 무질서의 시대에 가장 취약한 건 역시 여성이라는 생각이 들어 또 암담했다.  특히 가장 악랄한 토비였던 장도끼는 인간의 탈을 쓴 짐승이라고 해도 모자랄 정도로 끔찍한 인물이라 빨리 죽어줘,,,,,,바라면서 읽었다. 

공권력이 무너진 이후의 세상은 아마 <원청>에 나오는 시진 일대처럼 하루하루 살아남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5. 

그런데 같은 시기에 상하이는 완전히 별세계다. 샤오메이가 아창과 함께 찾은 상하이는 근대화의 정점에서 돈을 흡수하면서 급속 성장하고 있었다. 1910년대 근대화라는 시대적 배경을 더 잘 보여준 건 오히려 상하이 부분이었다는 생각을 했다. 

 

6. 

(*스포*)

 

- 린샹푸가 유언으로 남긴 편지를 읽고 시진으로 찾아온 톈가 형제의 이야기를 보면서 눈물이 났다. 특히 린샹푸와 톈다의 관계가 애틋한데, 린샹푸를 보기 위해 주검으로라도 찾아온 톈다의 사랑이 눈물샘을 자극했다. 톈다는 린가 집안의 일을 돕는 사람이지만 린샹푸가 아기일 때부터 그를 돌 본, 어떻게 보면 세상을 일찍 떠난 부모보다 더 부모처럼 린샹푸를 지켜온 사람이었다. 린샹푸가 톈다와 계급적 차이를 크게 두지 않고 함께 일하는 모습에서도 둘의 관계가 신기하다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명명해야 할지 모르겠는 이 관계가 책의 그 어떤 두 사람보다 절절하다고 느꼈다. 

 

- 천융량 무리와 토비가 싸우는 걸 보고 일반 사람들은 누가 토비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는 문장도 굉장히 간결했지만 의미심장했다. 

 

- 토비들이 사람들을 납치해가서 고문하는 장면은 정말 끔찍했다. 난세에 영웅난다는 말이 있듯 난세에 인간의 탈을 쓴 악마도 나타나는 셈이다.

 

- 구이민이라는 인물은 굉장히 입체적으로 느껴졌다. 장사꾼인 만큼 돈에 욕심이 많고, 겉치레에 신경써 여덟명이 끄는 마차를 탈 만큼 속물이면서도 자신을 구하려다 죽은 린샹푸의 마지막을 끝까지 배웅하는 모습엔 우정과 의리도 느껴졌다. 그의 아들들 묘사는..흠...예...

 

- 린샹푸가 샤오메이와 결혼하지 않고 매파가 소개시켜준 류펑메이와 결혼했다면 평온한 삶을 살다 생을 마감할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도 해봤는데 그렇지 않았을 거 같다. 시대의 풍랑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지역과 사람은 없었으니까 가을이면 낙엽이 지고 엄청난 추위가 찾아오는 린샹푸의 고향에도 토비가 다른 얼굴로 찾아왔을 것이다. 

 

- 책을 보면서 소름끼쳤던 부분이 '또다른 이야기'라고 해서 샤오메이와 아청의 히스토리를 풀어내는 두번째 챕터. 

아창의 남색 장삼과 샤오메이가 만든 아기옷과 신발, 모자의 퍼즐이 앞 챕터와 맞춰지면서 완전 소름 돋음... 위화 당신 천재..?

 

7.

인상 깊었던 문장

- 어렴풋하게 '나뭇잎은 떨어지면 뿌리로 돌아가고 사람은 죽으면 고향으로 돌아간다'라는 구절이 보여 구이민은 눈가가 촉촉해졌다.

(예전에 본 중국영화 <낙엽귀근>이 생각난 구절. 이 영화에도 저 문장이 그대로 몇번이고 인용된다. 영화의 핵심 메시지이기도 하고)

 

- 톈시 형제들은 큰형과 도련님을 끌며 겨울의 따사로운 햇살 속에서 먼 길에 올랐다. 린샹푸가 어렸을 때는 톈다의 목말을 타고 늘 둘이 함께 마을과 벌판을 돌아다니더니 이제는 나란히 누워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뿌리를 향해 돌아가고 있었다. 

 

- 오로지 결혼식 날만 두 손을 소맷자락에 넣은 채 줄줄이 들어왔다가 또다시 두 손을 소맷자락에 넣은 채 줄줄이 떠난 게 전부였다.

 

- 죽은 듯 고요하던 그들의 삶이 시리촌을 떠나 선뎬으로 가는 대나무 지붕 배에서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상하이에서는 인력거처럼 내달리고 있었다. 

 

- 아기가 웃는 걸 보고 마을 사람들이 앞다투어 다가와 그 말을 했다. 어떤 사람이 우스꽝스러운 어투로 묻자 아기가 깔깔거리며 웃었다. 이어서 다른 사람들도 어투를 바꿔 말을 걸기 시작하면서 아기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대파 두 뿌리가 쉼 없이 흔들렸다.

(린바이자를 아끼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에 마음이 뭉클. 모두가 귀히 여긴다는 미스터 션샤인의 애기씨가 떠오름)

 

- 아창과 샤오메이는 서로를 보고 있었지만 사실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아창의 눈에는 당혹감만 가득하고 샤오메이의 눈에는 눈물밖에 없었다. 당황한 눈은 맞은편의 눈물을 보지 못했고 눈물 속 눈은 맞은편의 당혹감을 볼 수 없었다. 

두 사람은 우물과 강물처럼 처지가 달랐다. 한 사람은 우물에 대해 생각하고 다른 사람은 강물에 대해 생각했다. 

 

- 그 뜬구름 같은 원청은 샤오메이에게 이미 아픔이 되었다. 원청은 린샹푸와 딸의 끝없는 유랑과 방황을 의미했다.

 

- 그렇게 샤오메이가 땅에 묻혔다. 생전에 청나라의 멸망과 중화민국의 설립을 겪었던 그녀는 죽어서 군벌의 혼전과 토비의 난무를 피하고 도탄과 파탄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다.

(중략) 샤오메이는 17년을 기다린 뒤에야 그곳에서 린샹푸와 만났다. 

유쾌발랄한 표지, 재치가 묻어나는 문장들이지만 눈물을 삼키며 읽었다. 막연하게 느꼈던 서러움을 얼굴 모르는 작가가 그 누구보다 잘 이해해주고 있다. '집밖의 세계를 일구는 둘째의 탄생'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담론에서마저 밀려나있던 차녀들을 소환했다. 작가는 '차녀성'이라는 명명과 함께 둘째들을 불러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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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녀 힙합 - YES24

가정이라는 정치적 장소에서처음 사랑하고 최초로 상처받으며 만들어지는 차녀의 세계마음 한구석에 켜켜이 쌓인 사소하고 미묘한 서러움과결코 채워지지 않는 결핍의 근원에 대하여내 성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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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국제도서전 문학동네 부스에서 단연 눈에 띈 책. 와, 이제 차녀들을 소재로 하는 책도 나오는구나 해서 무척 반가웠지만 두손 가득 든 책들이 무거워 우선 눈도장만 찍었다. 동네도서관에 신간 신청을 한 후 뒤늦게 받아보고 부랴부랴 읽었다. 

 

1. 

작가는 사남매의 둘째다. 위로는 언니, 밑으로는 나이차가 한참 나는 남동생과 여동생이 있다. 꽤 오래 두자매의 막내로 살다가 늦둥이들이 태어나면서 언니와 동생들 사이에 껴버린다. 여기서 작가가 겪는 형제자매와의 관계는 한참 복잡해지는데 주로 장녀인 언니와의 관계에서 겪는 감정과 사연들이 나오기에 공감을 하며 읽었다. 

 

2. 

- 눈치를 보며 분위기를 풀려고 하는 내면의 중립 기어, 뭐라도 해야 나를 봐준다는 것을 일찌감치 깨닫고 키운 관종력, 제일 좋은 것을 선뜻 요구하지 못하는 머뭇거림은 보통의 차녀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기질이었다.

(이 통찰에서 무릎 꿇음. 난 관종력은 없지만 '내면의 중립기어 + 머뭇거림'에서 누구한테 지지 않음 ^_^;)

 

- 그래서 작은 차이에도 민감하다. 당연하게 제 몫이 보장되는 첫째와 달리 끊임없이 남의 그릇을 힐끔거린다. 

(마찬가지다. 언니와 함께 자라며 언니에게 주어지는 몫들에 속이 상해 눈물 깨나 흘렸다.. 그마저도 대놓고 화내지 못하고 뒤에서 입 삐죽 튀어나와서 흐르는 눈물 닦아내기 바빴던 어린시절. 솔직히 성인이 되어서도 그랬다. 엄마는 두 딸에게 너무 좋은 사람인데 나는 날 향한 사랑의 크기가 조금 작은 것에 엄청 화가 나다가도 이내 이게 엄마를 원망할 일인가 싶어 마음을 다스렸다. 20대까지도 이런 마음의 훈련을 반복하니 20대 후반부터는 서운한 마음이 좀 덜 하다) 

 

- 공평하게 막대기가 하나씩 꽂힌 쌍쌍바조차 똑같이 쪼개지지 않는데, 물리적인 노즐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사랑이 어떻게 공평하게 딱 나뉘어 분사되겠는가. 

 

- 동성의 또래, 그리하여 비교 가능한 존재가 가장 가까이 있다는 것. 잘 때도 먹을 때도 웃을 때도 울 때도 쉴 때도 쌀 때도 그 존재가 내 시야에 얼쩡거리며 신경을 살살 긁는다는 것. 그 존재와 어린 시절 유일한 에너지 공급원이자 삶의 전부인 부모의 사랑과 인정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는 것.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굶주린 괴물처럼 입을 벌리고 상대의 자존감을 바각바각 갉아먹고, 또 그만큼 파먹힌다는 것. 

 

- 나의 계보이자 누군가의 곁에도 있을 우리의 .... 원망과 사랑, 연민과 이해가 마구잡이로 뒤섞여 들통에서 푹푹 끓는다. 

(작가의 할머니들 이야기. 많이 공감했다. 나의 할머니는 네번의 출산 끝에 낳은 첫번째 아들인 우리 아빠를 6남매 중 가장 사랑했고, 아빠의 아들을 간절히 바라셨다. 언니가 태어나고는 내가 아들이길 엄청 바라셨다는데, 딸인 걸 알고는 산부인과에 발길 한번 안주셨다지. 공부를 잘했던 언니와 내가 좋은 성적표를 가져오고 원하는 대학을 가고 직장을 잡을 때마다 꼭 끝에 덧붙이던  '아들이면 참 좋았을텐데'라는 말이 지긋지긋하게 싫었다.

그런데 우리 할머니도 사랑이 큰 사람이었다. 나는 세상의 모든 할머니가 손주들을 끌어안고 부엌에 나와 잠시 쉴 때면 볼과 손에 끊임없이 입을 맞추고 머리를 쓰담는 줄 알았으니까. 여생 내내 아빠의 자식들이 딸인 걸 아쉬워하셨지만 그 누구보다 우리를 예뻐하셨다. 정말 '원망과 사랑' '연민과 이해'가 뒤섞일 수밖에 없었다.)

 

- 내 몫의 애정이 언니보다 밀도가 낮다고 서러워만 할 때는 몰랐다. 상대적으로 느슨하고 무심한 정서적 연결고리가 그만큼 나를 자유롭게 한다는 것을. 

 

- 가족 구성원의 짬 처리반으로 살며 몸에 익힌 생존 기술은 자신을 내세우기보다는 주변을 두루 돌보고 항상 배려해야 한다는 한국 여성 훈육법과 만나 시너지를 낸다. 

 

- 첫째가 늘 양보해야 이유는 모든 것이 그에게 첫번째로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게 싫으면 둘째에게 먼저 주고, 얌전히 양보를 받으면 된다. (옳소!!!!)

 

- 나에게는 그런 자신감이 없었다. 내 욕망과 기분을 우선시하여 부모의 심기를 거스를 용기나 패기가 없었다. 그냥 엉거주춤 서 있다가 누군가 힘듦을 호소하면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문제를 해결해주려고 애썼다.

(나를 관통하는 문장. 언니보다 엄마아빠의 기분을 더 살피고 애쓰는 이유. 서른이 되어서도 바뀌지 않는 듯) 

 

- 각종 예능에서 '딸 낳고 싶다'는 말을 가장 열심히 하는 부류는 남자 연예인이다. 자기가 낳을 것도 아니고 본인은 아들로서 '무뚝뚝해도 되는 권리'를 마음껏 누려놓고 정작 양육에서는 애교 많고 귀엽고 사랑스러우 딸 키우는 재미를 보고 싶어한다. (ㄹㅇㄹㅇ)

 

- 참을 수 없이 다른 사람에게도 말을 걸고 싶어졌다. 혹시 둘째냐고, 집에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아이였냐고, 그래서 막연한 허기처럼 마음에 구멍이 뻥 뚫려 있냐고. 도대체 그 구멍이 어쩌다 생겼는지 궁금했고 더욱 파고들고 싶어졌다. 

 

- 특히 재밌었던 것은 자신의 설움을 토해내다가도 곧 "언니도 어렸죠" "엄마라고 그러고 싶었겠어요" "장녀도 힘들죠"라며 왔다갔다하는 지킬 앤드 하이앤드적 전개였다. 내글에서도 눈에 띄는 경향이라, 그런 점에서마저 공감의 불꽃이 피어올랐다.

(와....이거 완전 나잖아. 누가봐도 내가 화가 날 상황에서도 잔뜩 짜증을 내다가도 갑자기 중립기어를 걸면서 상대를 이해하려고 해보는... 아놔..) 

 

- 어릴 때부터 이런 피해의식은 불쑥불쑥, 김밥 속 청양고추처럼 혀를 얼얼하게 만들었다. 왜 나는 사소한 걸로 감정이 상하고, 분위기를 망칠까?

(정말 난 왜 이런 걸로 아직도 마음이 상하지?라는 생각에 마음 복잡해지는 차녀들..)

 

- 언제나 한발 떨어져서 내가 어느 정도 가질 수 있는지, 얼마나 가져도 되는지 가늠하고, 나 하나 때문에 사람들이 번거롭거나 귀찮을까봐 전전긍긍하는 성격. 눈치보거나 기죽지 않고 타인에게 자신이 원하는 바를 요구할 줄 아는 사람에게 느끼는 선망과 질투, 그게 바로 빈 언니와 나의 공통점이었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그걸 '차녀병'이라고 불렀다. 

 

-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다는 욕망은 생명력이 질기다. 

 

- 어떨 때는 집에서 택배 상자 하나를 못 뜯고, 코트입은 채로 소파에 앉아서 몇 시간을 흘려보낼 때도 있다고 했다. "제가 '보는 눈'이 없으면, 다른 사람들의 평가나 요청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더라고요." 혼자 있을 때의 무기력이 차녀로서의 인정욕구와 맞닿아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는 솔직히 뜨끔했다. 인정에 목을 매다 자기 자신을 가장 홀대하게 되는 아이러니. 

(하... 정말. 사회생활을 하고 친구들을 만날 때 의욕이 넘치고 잘해내려고 하는 나와 집에서의 혼자 있을 때의 나가 정말 다르다. 요새도 무기력하게 늘어져 있을 때가 많은데... )

 

-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일이 누군가에게는 왜 이렇게 아쉬운지, 사람들이 왜 '별것도 아닌 일'로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곤 하는지를 절절이 이해하기 때문에. 

 

3.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에피소드들이 무궁무진했다. 그리고 바로 눈물이 고였다. 왜냐? 아직도 겁나 서러우니까 ㅜㅜ 

 

가족들을 잘 챙기고, 기념일들을 잘 기억하는 건 사실 애쓰는 거다. 이게 나의 역할 같으니까. 이걸 안챙겨도 되어도 부모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차녀들에겐 적다. 

 

첫째딸은 엄마의 영원한 첫사랑이라는 구절을 읽고는 엄마를 조금은 이해하게 됐다. 

 

4. 

이 책 읽고 운전하면서 팟캐듣는데 청취자가 보내온 사연이 장녀로서의 서로움과 고충을 토로하는 내용이었다.

"거봐, 장녀들은 이렇게 자기들 힘들다고 난리지. 이렇게 온 사회가 장녀 힘들다는 거 다 알아주는데 말이야. 동생들은 이제야 막 이야기를 꺼낸다고"

하다가

"그래,,그래도 장녀 힘들긴 하지 한국에서"로 다시 중립기어 박아버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이 죽일 놈의 차녀성. 

 

 

 

때는 9월20일.
방탄 부산콘서트 예매에 겨우 성공하고 10월을 마냥 기다리고 있던 ㄴr..
종신옹 인스타를 보는데 10월 콘서트 공지가 떴다!! 바로 다음달이잖아? 하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티켓팅 일정을 보는데 티켓팅이 바로 그 주 금요일이었다. 아 아저씨... 9월23일 티켓팅을 20일에 알리는 게 어딨냐고요. 아오. 것도 오후 2시. 애매하다 애매해.

그래서 안하냐고요? 당연히 하죠,,ㅎ
티켓팅 당일. 마감할 원고 때문에 점심시간 반납하면서 겨우겨우 마무리 지어 놓고 한숨 돌리려는데 그제서야 번뜩 생각났다. 티켓팅!!!! 하고 노트북 시간을 보니 5분도 안남음. 육성으로 욕을 하면서 부랴부랴 인터파크에 들어갔고... 좌석창 접속하는 데만 20분 넘게 걸렸던 방탄콘과 비교하니(비교해서 미안해여 종신) 되게 수월하게 티켓팅 했다. 그런데 사람 욕심이라는 게 또 손에 표가 쥐어지니 자리 욕심이 나서 앞자리 취소표가 나면 몇번 줍기를 반복..하다가 맘에 차는 자리로 마침내- 겟.

1.
이번 공연의 제목은 '가을냄새'
'윤종신'+'가을' 조합은 필승이잖아요? 가을에 듣기 좋은 노래도 엄청 많고, 대놓고 '가을에 들어주세요'하는 노래도 몇곡인가. 이 계절에 공연하는 것도 오랜만인 것 같아 기대가 컸다. 게다가 소극장!!!! 몇년전 '부르지 않은 노래' 콘서트 티켓팅 개같이 망하고 난 후 이 얼마나 기다려왔던 소극장인가ㅜㅜ 2주에 걸쳐 총 8번 공연을 했는데 첫주 토요일, 둘째주 일요일 공연으로 2회 예매를 했다.


공연 장소는 신한 플레이 스퀘어 라이브홀.
합정역 메세나폴리스에 있는 공연장이다. 예전에도 메세나폴리스에서 종신옹 공연했던 기억이 있는데 지하철, 버스정류장에서 접근성이 좋다. 합정역이 멀어서 그렇지..

1층 5열 12에서 본 무대 시야.
종신옹 공연 쫓아다닌지 10년 가까이 되는데 이정도로 무대와 가까웠던 적(사실 있네? 대충 모른척) 처음이었다. 종신옹이랑 눈 20번은 마주친 거 같은데 아마 1층에 앉아있는 모든 사람이 다 그렇게 생각했을 듯ㅠㅋㅋ

2.

총총
졸귀
아저씨 꾸벅 인사하는 거 졸귀ㅠㅠ
안녕안녕
이 미소가 좋아
종신옹도 은근 안늙는다
좋니 열창
멋졌던 밴드
진짜 구엽네
안녕~~

(사진은 본공연이 끝나고 앵콜곡+인사할 때 찍었습니다)

지난 연말 공연 이후 10개월만의 종신 공연.
소극장이라는 장소의 특성에서 비롯된 것인지 종신옹의 내밀한 속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던 공연이었다. 개인적으로는 2020년 종신옹이 훌쩍 떠났던 이방인 프로젝트 이후 종신옹이 아티스트로서 어떤 스테이지에 와있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코비드 때문에 당초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을 이방인 프로젝트지만, 그 경험 후 윤종신이 이전과는 또 다른 사람이, 아티스트가 됐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셋리스트의 초반부를 장식한 곡은 가을옷-늦가을-몰린.
이번 공연으로 몇 번 듣고 무심코 넘겼던 노래들을 재발견한 경우가 많았는데 가을옷도 그랬다. 월간 나오면 매번 꼭 플레이리스트에 넣어두고 듣지만 확 꽂혀서 반복했던 노래는 아닌데 이번 공연에서 귀에 착 감겼다.

그 다음은 고백을 앞두고-애니-그리움 축제.
고백을 앞두고와 애니를 설명하면서, '고백'이 얼마나 특별한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누군가를 좋아해도 그 감정을 말로 꺼내 상대방에게 전하는 고백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으니까. 그 두근거리는 감정의 소중함을 느껴본지가 언제적인가.. 생각하며 무대 스크린에 뜬 고백을 앞두고의 가사를 음미하며 노래를 들었다.
애니는 말해 뭐해. 이전 종신옹 목소리 말고 최근 종신옹 목소리로 녹음한 애니 음원 좀 주세요. ㅠㅠ 곡 후반부 '난 널 사랑하고 있어~' 변주해 부르는 거 진짜 너무 좋아하는데 이번 공연에서 들을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이미 만족감 100% 였다.
그리움 축제 역시나 원곡의 호란 버전도 좋아하고 종신옹이 다시 부른 버전도 좋아한다. 이 노래는 가사를 떠올리면서 가사 속 화자의 모습을 그려보면서 듣는 재미가 있다. 늦은 밤 홀로 앉아 떠나간 연인을 그리워하는 장면이 절로 그려지는 노래.

불멍-다중인격-본능적으로
가을옷에 이어 재발견한 곡 '불멍'. 그리고 한때는 사골곡으로 생각했던 '본능적으로'가 새삼 좋아서 히트친 곡은 분명 이유가 있다 싶었다.

내 사람들-이별택시
아니, 내 사람들 이 노래 진짜 뭐에요???ㅜㅜㅜㅜ 가사 이렇게 좋았나. 이것도 종신옹 버전 음원이 절실합니다. 아님 미스틱.. 월간 윤종신 유투브 계정에 내사람들 공연 영상 꼭 좀 올려주세오,,,음원 따서라도 듣게..

너는 참 사랑스런 사람이야 떠났어도
너는 참 잊기 힘든 사람이야 오래도록


이 부분이 마음을 저릿하게 하는 뭔가가 있다.헝....

기다리지 말아요-롱디에 이은 올해 월간 윤종신 10월호 '섬'
음원 발매 전 미리 불러주었다. 공연 전에 미리 가사는 공개했던 터라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갔는데 이 공연의 하이라이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왜냐, 섬은 종신옹이 소극장에 찾아온 관객들에게 바치는 노래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난 내맘대로 섬을 팬송이라 정의내렸음.
종신옹은 대중과 함께 호흡하는 아티스트로 예전에는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시기가 있다고 했다. 그런데 이제는 그것에서 좀 비껴나 자신은 육지에서 조금 떨어진 섬에 머무르고 있는 느낌이라고. 대중들의 관심에 일희일비하는 것에서 벗어나 자신이 지금껏 쌓아오고 구축한 취향대로 노래를 부르고, 그 노래를 들으러 섬에 찾아오는 팬들과 오래 가고 싶다고 했다. (섬이 어떻게 팬송 아닐 수가 있나요오오) 물론 그 섬은 육지에서 5분마다 있는 배편을 타고 쉽게 올 수 있다고 종신스러운 유머를 곁들여 말하긴 했지만 버드맨 부르던 종신옹이 아티스트로서 다음 단계로 넘어 갔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고 보면 가요계에서 한 시대를 호령하던 가수가 계속 활동한다고 해도 늘 관심의 꼭대기에 있는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종신옹 보다 윗세대의 원로가수들도 우리가 대중이라고 부르는 무명의 집단의 관심에서 멀어져도 꾸준히 노래를 하고 공연을 한다. 종신옹도 어쩌면 그 수순을 잘 밟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랫동안 노래를 불러주면 좋겠다.

이와 관련해서 한 이야기가 '월간 윤종신'
월간 윤종신 초창기만 해도 한달에 한번씩 새로운 노래를 만들고 부른다는 게 굉장히 신선한 프로젝트여서 주목을 많이 받았다. 그런데 햇수로 13년차가 되어가니 윤종신이 으레 하는 일처럼 여겨지면서 관심도 이전만큼은 못하다고. 월간 윤종신 유투브에 올리는 신곡의 조회수가 이제 어느 정도 고정적인데, 그 정도의 사람들이 윤종신의 섬에 찾아오는 것 같다고 했다.
더 대단한 건 종신옹은 아직까지 월간 윤종신 작업이 스트레스인 적이 없다고 했다. 이 부분에선 팬으로서가 아니라 그냥 인간대 인간으로서 좀 대단하게 느껴졌다. 매달 하는 작업을 13년째 이어오는데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서 즐길 수 있다니. 이건 어쩌면 창작이라는 작업의 특수성 때문일 수도 있고, 아티스트가 가진 고유의 특권일 수도 있겠지만 성실하지 못하면 그 어떤 아티스트라도 해낼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난 성실한 사람들을 너무 좋아한다. ㅋㅋㅋㅋ
월간 윤종신을 그만두게 된다면 더 이상 노래로 할 말이 없어졌을 때, 일거라고 해서 안심했다. 말많은 아조씨한테 그런 순간은 당분간은 쉽게 오지 않을 거 같다.

관객석에서 '정규 앨범도 내주세요' 라고 했는데 부정적인 답변은 아니었으나 정규는 멀었구나 싶었다. 종신옹 할 말 생기면 바로 월간에다 푸는데 정규로 할 만한 이야기거리가 쉽게 생기지는 않겠지ㅠㅠ(그럼 신치림 2집이라도.. 신치림앨범존버단)

이어서 개인주의-나이-탈진-1월부터6월까지-너어게간다
로 본공연을 마무리했다.
개인주의는 왓챠 제작 '인사이드리릭스'에서 본 내용이 생각났다. 김이나 작사가와 종신옹이 개인주의 노래 가사에 담긴 생각에 대해 나눈 한시간 채 안되는 콘텐츠인데, 한번 보길 추천.
이번 공연은 종신옹과 밴드의 합이 좋았다. 특히 애니에서 색소폰 연주하신 분 진짜 몰린에선 플루트 부시고... 금관악기 마스터신가? ㄷㄷㄷ

앵콜곡은 무려........ 이별의온도!!!
이온 얼마만에 듣는 거지? 앵콜 외침에 종신옹이 '또 하나의 계절이 가고~'하면서 등장하는데 팔에 소름이 소름이. 워낙 다작하는 가수다보니 이건 뭐 부르는 노래마다 '와 이거 얼마만이여' 하고 듣게 된다.
그 다음 곡은 '좋니'
이번 콘서트 첫공연과 둘째날 공연에서 대중들이 잘 아는 유명한 노래 안불러준다고 좀 불만이 나왔던 모양이다.(아니 그럼 그냥 대형콘서트를 가세요) 소극장에 오는 관객이라면 몰린, 애니 정도만 직접 들어도 감격스럽지 않나? 싶은데 취향은 넓고 다양하니까요.. 그래서 전날과 전전날에는 부르지 않았던 좋니를 앵콜곡에 넣은 듯. 좋니는 워낙 유명해서 역주행으로 떴을 때 모든 무대마다 불렀는데 굳이 이런 소극장에서까지 들어야 하나 속으로 구시렁댔지만 간만에 라이브 들으니까 좋긴 했다.ㅎㅎ;;

3.


대망의 막콘.
이날 자리는 1층 4열 7. 저번 공연보다 한줄 앞이었지만 왼쪽 사이드.

친구랑 아침부터 영화보고 여유부리다 급하게 공연장 들어서 숨 돌리고 자리 앉았는데 미라님 볼캡 쓰시고 조용히 들어오시는 것 본 듯 했다. 진짜 아우라 때문에 저절로 시선이 갔다 멋져..

4.

니트조끼 잘 어울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막날 공연 셋리는 22일 공연과 거의 비슷했다. 앵콜곡에서 이별의온도 대신 동네한바퀴를 부름..(미쳣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막날에는 10월호 '섬'이 공개된 후여서 미리 불러주는 선물 같은 느낌은 없었지만 콘서트 덕분에 월간 윤종신 음원이 나오자마자 바로 라이브로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노래 중간중간 들려주는 이야기들도 당연히 이전 공연과 비슷했는데, 훨씬 간결해지고 농담을 더 많이 했다 ㅋㅋㅋ 이별택시 부르고는, "이 ㅅㄲ 이제야 아는 노래 한 곡하네"하는 입모양이 다 보였다고 농담도 하곸ㅋㅋㅋㅋ

앵콜곡에 동네한바퀴 선곡은 정말 기가 막혔다. 나 이별의 온도랑 동네한바퀴 둘다 라이브로 들은 사람 됨 ^_^

종신섬 주민으로 살아갈테니 앞으로도 소극장 공연 더 해주시오~

토요일에 다녀와서 바로 후기를 쓰고 싶었는데 카카오 화재가 티스토리도 먹통으로 만들었다.
티스토리는 이용자가 적고.... 복구도 후순위로 밀렸고....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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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공연 두장 요약

제 몸에 보라피가 흘러요
make it move left and right~

아, 나는 어쩌자고 방탄을 이렇게나 좋아하게 된 걸까?

15일 부산에서 열린 엑스포 유치기원 방탄 콘서트에 다녀왔다. 올 3월에 이어 두 번째 방탄콘서트. (라고 쓰지만 엄연히 이번 공연은 방탄의 콘서트는 아니다) 코로나 때 입덕한 원죄로 입덕한 해와 그 다음해에는 한국에서 열리는 콘서트가 아예 없었는데 그래도 올해는 공연에 갈 수 있는 기회가 2번이나 있었다.

부산 공연은 장소 선정부터 시작해 잡음이 많았기에 팬들의 피로도 또한 극에 달했다. 하지만 아미라면 누구나 예감했듯 이번 공연이 당분간 방탄이들 7명의 마지막 완전체 공연일 수 있기에 무조건 가야하는 공연이었다. 부산 공연 준비와 진행 전반에 관한 욕은 후술하기로 하고...

1.
티켓팅은 역시나 쉽지 않았다. 당연하지, 방탄 공연인데. 안되도 그만인 공연이 아니었기에 퇴근하고 부랴부랴 피씨방을 찾아갔는데 뭐에 홀렸는지 티케팅 시간 20분 남기고 이상한 건물에 차를 댔다. 차를 대고 밖으로 나와서야 그걸 눈치채서 정말 다급하게 다시 차를 몰고 원래 가려던 피씨방에 갔다. 그런데 도착하고 3시간권을 끊고 자리 잡는데도 하세월. 어이구, 할매.
진짜 기적적으로 2~3분전에 겨우 로그인하고 티켓팅에 들어갔다. 내 앞에 몇만이 대기하는 일이야 이제 익숙해~ 싶지만, 중간에 튕기거나 내 차례가 됐는데 포도알이 없다거나 할까봐 전전긍긍.. 피씨방 서버 덕분인지 무사히 들어갔지만 2층 자리는 없었고 3층 구역을 순서대로 누르다가 시제석인지도 몰랐던 구역에 포도알이 많길래 우선 닥치는 대로 예매를 하고 나왔다.
예매 성공한 순간에는 자리 구해서 다행이라는 생각뿐이었는데 뒤늦게 시야가 너무 안좋을 걸 알고 후회를 꽤 함.. 나중에 트위터 들어가보니 시제석 아닌 구역에도 꽤 자리가 남았던 거 같은데 맘이 너무 급했다. 하지만 다시 돌아가도 난 급하게 예매했을 듯, 성격 어디 가냐고,,?

2.
티켓팅 전에 해둔 일은 부산행 기차 예매. 14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조성진 공연 예매를 몇 달 전에 해뒀는데 수서역은 워낙 일찍 매진되기 때문에 미리 예매를 해둬야 했다.(그런데 공연 늦게 끝나서 결국 택시타고 서울역 감 ㅠ)
다시 집으로 오는 열차는 예매를 좀 느긋하게 했는데 원하는 시간이 없어서 예매대기를 걸어둬야 했다. 그래도 예매대기 걸어둔 표는 생각보다 잘 풀려서 예매 순조롭게 한 듯?

3.
공연은 저녁 6시 시작이었는데 1시간 전에 일찌감치 공연장 안으로 들어갔다. 이날 공연 진행이 워낙 엉망이었기 때문에 일찍 들어가는 게 맘이 편했다.
일찍 들어가는 건데도 또 길게 줄을 서야 해서 욕이 턱밑까지 차올랐는데 탁 트인 공연장을 보는 순간 설레는 마음이 더 커졌다. 진짜 나도 노답이구나,,,중얼거리면서 자리를 찾았다.
자리는 생각보다 시야가 좋았다. PTD 서울콘 때보다 무대가 훨씬 가깝게 보였는데(그래봤자 면봉석임) 전광판이 무대 옆에 설치해둔 철물 때문에 가려진 게 아쉬웠다.. 흑..
자리에 앉아 숨도 고르고 아미밤도 꺼내서 어플이랑 연결하고 공연이 시작되기만을 기다렸다.

4.
6시가 되자 10초 카운트다운 시작. 커다란 전광판에 숫자가 뜨니 너무 들떴다. 아미들이 다같이 카운트다운을 힘껏 외치고 전광판이 암전되는 순간! 전광판 화면이 빨간색으로 꽉차고 전주가 흘러나오는데 옆자리 아미랑 “막드? 막드? 막드!!!?!?!?!?!?”

네, 첫곡이 무려 ‘마이크드랍(Mic Drop)’이었답니다. 첫곡을 듣는 순간 전날, 공연 당일의 개고생에 대한 보답을 다 받은 기분. 심지어 그 유명한! 2017 MAMA 막드 공연을 그대로 연출했다. 호석이가 멕썸노이즈~~하고 크게 외치면서 시작했는데 호비 무대 장악력 대단했고, 새삼 또 반했다. ‘막드=정호석’ 그자체. 막드 인간. 우리 정구기는 말할 것도 없구요. 막드의 매력은 몸 부서져라 추는 춤과 사이다 같은 가사인데 이 두 요소가 방탄을 상징하는 거라 막드는 무대마다 유툽에서 모조리 본 터라 더 벅찼다. 이걸 내 두 눈으로 보다니.

윤기가 마이크를 손에 딱 쥐고 진짜 마이크 드랍을 해야되는 순간, 마이크를 떨어뜨리지 않고 다음 무대가 시작됐다. 헉, 달려라 방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올해 신곡으로 나온 yet to come, for youth 그리고 달려라 방탄 가운데 가장 방탄스러운 노래를 꼽으라면 단연코 달방일텐데 활동기간 중 음악방송에서는 불러주지 않은 노래였다. 그런데 이번 공연에서 처음으로 공개한 !!!!!안무!!!!!와 함께.

달방 무대는 그냥 넋 놓고 봤다. 멀리서 봐서 안무 하나하나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데도 이거 하나는 느꼈다. 와 안무 개빡세다. 7명이 한몸이 된 것처럼 추는 군무에 그래 이게 방탄이지 싶었던 무대. (나중에 팬들이 가까이서 찍어 올려준 직캠을 보고 몸져 누웠다)

이어진 노래는 RUN. 진짜 이 세곡만 하고 무대 끝낸다고 해도 힘들 거 같은데 어떻게 초반에 이 세곡을 연달아서 하지? 진짜 방탄 왜 성공했냐고 물어보면 고개 들어 이 공연 보게 해야 된다.ㅜㅜ
내가 정말 좋아라하는 SAVE ME도 불렀다. 호비 파트의 안무를 무척 좋아하는데 아쉽게도 이 부분 안무는 추지 않았지만(나중에 보니 태형이가 살랑살랑~ 춰줬다) 이 곡의 킬링 파트

고마워 내가 나이게 해줘서
이 내가 날게 해줘서
이런 내게 날갤 줘서
꼬깃하던 날 개줘서
답답하던 날 깨줘서
꿈 속에만 살던 날 깨워줘서
널 생각하면 날 개어서
슬픔 따윈 나 개 줬어
(Thank you. '우리'가 돼 줘서)

남준이 랩 부분에 마지막 떼창을 할 수 있어서 행복사. 남주니가 엄지척 해줌 >__<

단체곡의 3곡이 끝나고 이어지는 보컬라인의 00:00와 버터플라이.
00:00은 아미가 되기 이전에 들었어도 바로 빠졌을, 내 취향에 가장 부합하는 곡인데, 사람들의 지친 마음을 달래주는 가사가 너무 탁월하다. 보컬라인들은 목소리 개성이 다 다른데 이렇게 보컬곡에서 잘 어우러지는 것 보면 참 신기하다. 이어지는 버터플라이도 넘 좋았고, 마지막에 정구기가 소리가 줄어든 반주 위에 읖조리듯 부른

아무것도 생각하지 마
넌 아무 말도 꺼내지도 마
그냥 내게 웃어줘

ㅜㅜㅜㅜㅜㅜ그래 정구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보컬라인 나왔으니 다음은? 당연히 랩라겠죠?
보컬라인이 두곡 부를 때부터 마음 한편에 랩라 어떤 곡 부를지 궁금해서 기대감이 무척 컸다. 첫곡은 바로 욱! 내 출근길 최애송. 만원 버스에서 다 부숴버리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는 곡(당연히 아님)이라고 혼자 생각한다. 랩라 세명이 서 있는 거 보면 새삼 너무 든든하다. 남주니, 윤기, 호비 어떻게 이래?
이어지는 곡은 싸이퍼3. 예전에 어느 무대에선가 윤기가 아미들보고 "싸이퍼도 떼창하는 아미들이니 이곡은 당연히 따라하죠~"이런 식으로 말한 적 있는데 방탄만큼이나 아미들,,기세가 대단했구나 싶었다. 싸이퍼 라이브 해 준적이 오래이니 당연히 난 콘서트에서 보는 거 처음. 남주니가 이날로 싸이퍼3는 보내준다고 했는데 가수들 이렇게 옛날곡 하나둘 떠나보내는 거 뭉클하고 귀엽다. (아이유 마시멜로우처럼)
싸이퍼3에서 남준 랩 너무 잘해서 깜놀. 그 많은 가사를 그렇게 정확한 발음으로 부르다니. 윤기는 아미들 좀 그만 꼬시고,,, ㅋㅋㅋㅋㅋ호비는 솔로단독공연 이후 기량이 어마어마해졌다. 이전에도 놀라웠는데 실력은 물론 공연 흐름을 이끌어가는 에너지가 대단했다.

랩라 이후 애들이 준비하러 들어가고 전광판에는 요상한..... 현대로봇강아지가 등장해서 애들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영상이 나오는데 현대 다이내믹스 인수하더니 로봇강아지,,,홍보 열심히 하네. 강아지 너무 안귀엽고, 오히려 묘하게 불쾌한 골짜기가 느껴졌는뎈ㅋㅋㅋ 애들 뒤에 데리고 무대 나오는 연출은 재밌었다.

이어진 곡은 다이너마이트-작은시-버터. 다마는 입덕곡이기도 하고 당시 연말 모든 무대가 다마가 빠지지 않아서 질리도록 들었는데도 안질려. 신선해. 상큼해. 버터는 곡 시작할 때 일렬로 서서 한명씩 나오는 부분 정말 멋진 동선이라 생각한다. 정구기 너무 잘해ㅠ_ㅠ

Ma city-쩔어-불타오르네-아이돌
마시티는 공연 취지를 생각했을 때 빠질 수가 없는 곡. '부산의 바다여~' 지민이 파트 너무 시원하게 들렸다. 공연 끝나고 제일 재생 많이한 곡인듯. 쩔어-불타오르네-아이돌은 그냥 정신 놓고 뛰었다. 재밌어... 소리지르는 공연 최고야....

공연은 이제 끝을 향해 달려가고 Young Forever-For youth가 이어졌다. 영포의 문을 여는 남준 파트는 무대 위에서 쏟아내고 있는 모습을 보아하니 더 몰입이 됐다. 이날 공연에서 남준이가 활짝 웃는 모습을 보지 못해서 마음이 쓰였는데, 더운 텅 빈 무대 위에서 웃던 관객들 모습만 떠올리길 바라.

앵콜곡을 앞두고 멤버들의 엔딩멘트.

호비부터 시작됐는데 보통 호비는 간결하게 멘트를 하는 편이던데 이날은 생각이 많았는지 진심이 담긴 말을 많이 들려줬다. 방탄이들도 서로 믿고, 방탄과 아미도 서로 믿음이 필요하다는 것. 마 당연히 믿지~ 호비가 믿으라는데 안 믿겠냐구~

펌을 한 이후 유독 동동이 같은 지민이는 아미들에게 생일 축하노래를 받았다.(사실 엔딩멘트 직전 멘트에서 받음) 공연 전 지민 최애팬들이 '지민'이 적힌 부채를 나눠주면서 지민 첫 개인멘트할 때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달라고 했었다. 공연 이틀전이 지민이 생일이었음. 그런데 공연 자체가 그동안 방탄이 해왔던 콘서트랑 달라서 그런지 이 타이밍을 아미들 모두가 못잡는 거 같았고 ㅋㅋㅋㅋ 그래서인지 중간에 환복하러 애들 들어갔을 때 관객석에서 생일축하노래 n절 부르기도 했다. 지민이가 멘트하니까 맘이 급해서 냅다~~ 생일축하노래를 불렀는데 멘트랑 섞이면서 조금 엉성할 수 있었던 걸 호비가 너무나도 센스있게 다시 한번 부를 수 있도록 운을 띄워줬다. 호비 진짜 너 천재니?

엔딩멘트 마무리를 늘 맡았던 리더 남준은 이번엔 앉아있는 순서대로 일어나 마지막 멘트를 했다. 자연스럽게 하고 싶어 일어났다고 하는데 남준은 툭 치면 폭포수처럼 그동안의 일들을 쏟아낼 거 같은 얼굴로 말을 아꼈다. 처음으로 무슨 말을 할지 생각하지 않고 무대에 섰다고. 말을 하지 않아도 아미들은 알거라고 하면서 앞으로 자신들의 앞에 펼쳐질 일들에도 자신들을 믿어달라고. ㅠㅠ

그다음에 일어서 정구기는 ㅋㅋㅋㅋ 처음 아무 생각 없이 올라운 남주니형과 달리 자신은 늘 생각이 없다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더니 예사 그 귀여운 말투로 지금껏 함께해온 멤버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이날 팬들이 정구기 이 멘트에 형들 반응을 영상으로 올려줬는데 애들 다 입꼬리가 너무 씨익 올라오더라ㅠㅠ 진짜 방탄 귀여워서 떴다ㅠㅠ

석진이는 이 무대에 서기 직전까지 목 컨디션이 너무 좋지 않아 목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고 고백하면서 무대에 올라오니 목소리가 나오는 게 '아이돌이 과연 천직아닐까?'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라이브 너무 좋았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몰랐다. 멘트할 때 목소리에선 목이 나간 게 조금 느껴지는데 노래할 때는 평소와 같았는데. 고생했어. 이제 곧 싱글앨범이 나온다는 깜짝 발표도 하고. 공연이 있는 주말이 지나고 17일 석진이 군 입대 공지가 나왔는데 팬들은 모두 예견했던 것이라 놀라지 않았지만 입대전 많은 것들을 준비하고 가는 석진이를 보면서 괜히 울컥했다.

다음엔 윤기. 윤기답게 이 시끄러웠던 부산 공연에 대해 한번 짚어주고는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대로 묻어두자고 ㅋㅋㅋㅋ그래 이런 거 짚어줘야 윤기지. 어휴, 진짜 속시끄러운 공연이었다. 정말. 자긴 오래오래오래오래 하고 싶다고 20,30년 뒤에도 무대 위에 있을테니 같이 늙어가자고 했다. 웅, 당연하지.

마지막 태형. 태형이 마지막 멘트 하기 부담스러워서 정말 싫다면서 포문을 열더니 ㅋㅋ 공연 준비하면서 하나 궁금한 게 있었다고. 방탄회식 때 울면서 단체활동 중단한다고 했는데 또 이렇게 공연하는 거 어떻게 생각하냐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 윤기가 옆에서 중단한다고 말한 적 없고, 쓰시는 분들이(기자들이) 그렇게 말한 거라고 정정해줬닼ㅋㅋㅋㅋㅋㅋ 열심히 준비했고 일회성 공연인데도 달려라 방탄 안무도 있고 아미들이 좋아해줄 거라 생각했다고. 이렇게 늘 아미들이 좋아할 거라고 생각해서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하는 태형이 화법 너무 좋아해.

공연은 봄날과 옛투컴으로 마무리됐다. 하 봄날은 21세기 명곡임. 땅땅.


5.
한여름밤의 꿈처럼 딱 하루 열렸던 공연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공연 이틀 후에 애들의 군 입대 계획이 발표됐는데 발표 시점이야 공연 이후지만 결정 시점은 한참 전일 것이고. 남준이가 엔딩멘트에서 아미들이 오늘의 즐거운 기분을 그대로 안고 돌아갈 수 있도록 말을 아낀 이유는 더 분명했다. 3월 무함성 콘서트 이후 방탄이들의 콘서트이고, 당시 콘서트를 코비드 이전의 완전한 콘서트로 보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말 3년만에 한국에서의 콘서트였다. 그리고 이제 당분간 볼 수 없는 방탄 완전체 콘서트.
이렇게 될 걸 모두가 알았기에 엑스포 기원 부산 공연에서 들려오는 잡음은 정말 팬들을 분노케 할 수밖에 없었다.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5732

[문화는 나의 것] 부산엑스포 유치전, BTS가 ‘천군만마’는 될 수 없다 - 미디어오늘

방탄소년단의 부산 엑스포 유치 기원 콘서트 \'방탄소년단 옛 투 컴 인 부산\'(BTS Yet to Come in BUSAN) 공연장이 끊임없는 우려와 논란 끝에 결국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으로 변경됐다. 기존에 공지

www.mediatoday.co.kr

(칼럼 내용 중)
이번 방탄소년단 콘서트는 한국 아미들에게 2019년 10월 열린 ‘BTS 월드 투어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 [더 파이널] 이후 3년 만에 열리는 함성 대면 콘서트다. 지난 3월에 열린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 서울’은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함성을 지를 수 없었던 이른바 ‘박수 콘서트’였다. 여기에 맏형인 멤버 진이 연말 예정대로 군에 입대한다면 방탄소년단 멤버 7명이 함께하는 다음 콘서트는 언제가 될지 기약이 없다.
아미들은 이렇게 소중한 공연 기회를 ‘부산엑스포 유치’라는 대의 앞에 양보한 셈이다. 그나마 공연 좌석 중 가장 좋은 3800석은 국제박람회기구 170개국 회원국 VIP들에게 배정될 예정이니 쓰린 속이 오죽할까. 하지만 부산의 숙박업소들은 대목에 눈이 멀어 팬들의 주머니를 털 생각에 혈안이 됐고, 부산시(혹은 하이브)는 공연장 부지를 선정하면서 공연장을 찾을 10만 아미들의 편의성과 안전은 우선순위로 고려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저 아미들이 방탄소년단에 대한 무한 지지와 사랑으로 부산엑스포 홍보에까지 앞장서줄 거라 기대한다면 착각에 가깝다. K-팝 팬덤이라는 집단은 사람들의 생각보다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

정부가 나서서 방탄 공연 무료로 잡아줄게~ 고맙지~?라고 생각해선 안되는 포인트를 정말 정확하게 설명했다. 다음 콘서트가 기약 없는 상황에서 이 공연이 어떤 의미인데 이 기회를 이따위로. K팝은 이용하고 싶은데 K팝을 구성하는 중요한 부분인 팬덤에 대한 얄팍한 이해와 무지는 고칠 생각도 않고.
공연장 부지 선정, 기획사에게 공연 비용 일체 떠넘기기, 공연 당일의 무질서 등등.. 꼽을 수도 없이 많은 문제들. K B S에서 기획사 비용 떠넘기기로 단독 보도한 다음날 산업부가 반박자료 보낸 걸 봤는데 이렇게 그 반박자료의 atoz를 뜯어고쳐주고 싶은 건 처음이었다. 내가 잘 아는 문제는 이렇게 잘 보이는구나. 진짜 문제가 뭔지.

공연당일도 진짜 개판이었다.


본인확인, 티켓수령, 이벤트 당첨, F&B를 구분 없이 보조경기장에 들여보냈다. 줄만 몇시간을 선건지. 5만명 불러놓고 이렇게 될 줄 몰랐다고 생각하신 건 아니죠? 3월 PTD 서울콘 생각하면 본인 확인하는 부스까지 걷긴 많이 걸었어도 안내가 명확하고 스탭들도 많아서 답답하지 않았는데 이번 공연은 모두가 혼란 속에서 줄을 서야만 했다. 게다가 입장 시간이 빠른 스탠딩석 아미들은 땡볕에 오래 줄을 서고도 6시 넘어서 입장할 수밖에 없었고.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였던 달려라방탄 무대 놓친 건 뭐로 보상할 셈인가?
그나마도 한국인 아미들은 제대로 된 답을 듣지 못해도 스탭에게 물어볼 수나 있었지 외국인 아미들은 그저 눈치로 그 줄을 서야 했다. 엑스포 유치 기원행사면서 왜 외국어 통역 지원 못하는 스탭들을 고용한건지는 말하기도 입 아프다.

공연이 오래 기억에 남은 건 그저 무대가 좋았기 때문에. 이런 환경속에서 치러지는 공연이라면 그냥 관습에 젖어 하던 곡 대충 했을 법한데도 아미들 온다고 새로운 안무까지 배워서 무대를 꽉꽉 채워준 방탄이 멋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미들이 연대해서 숙박비가 폭등하지 않은 숙소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고, 외국어 가능자들이 모여 외국인 아미들에게 통역을 지원하는 모습을 봐서였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69/0000698377?sid=110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BTS 아미들 [삶과 문화]

방탄소년단이 2030부산세계박람회의 홍보대사가 되었고, 엑스포 유치를 기원하는 무료 콘서트가 부산에서 열릴 것이라는 소식에 전 세계 아미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하지만 콘서트 장소가 기

n.news.naver.com


둘!셋!의 '우린 우리끼리 행복할게'가 떠오르는 하루. ㅂㅅ시 더러웠고 다시 보지 말자 ~

피곤할텐데도 라이브 와준 막라대장과 막라

(사진 출처는 사진에 있습니다. 문제 시 삭제할게요)
마지막은 마음 정화용으로 정구기 사진

지난해부터 구독하고 있는 영화 계간지 <프리즘오브>에서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한 음악콘서트 초청권 이벤트를 열었다. 프리즘오브 정체성과 너무 잘 어울리는 이벤트였다. 생각보다 세종에서 제천이 멀었다만은, 다음날이 광복절 연휴라 맘편히(사실 그 다음날부터 휴가였음) 신청했다. 이 포스팅을 적는다는 건 = 당첨됐다! 는 뜻이겠죠? 헤헿..

그렇게 또, 무주산골영화제 때 체력 없어서 끙끙 앓았으면서도 또 또 또! 영화제 체험을 떠나는 나와 친구..

초청권 이벤츠에 당첨된 건 14일 일요일 저녁 스필버그 감독의 <E.T>의 음악콘서트였다. 음악이 좋은 영화를 골라 상영과 동시에 영화에 삽입된 음악을 오케스트라가 영화에 맞춰 연주해주는 방식의 콘서트다.

그래도 이번엔 무주영화제의 경험을 교훈 삼아 무리해서 영화를 보지는 않기로 했다. 음악콘서트가 예정된 날에도 일찍부터 제천을 찾지 않았다. 음악콘서트는 저녁 8시에 비행장 무대에서 열리는데 그에 맞춰 제천으로 향했다.

영화를 보기전에 해야할 일이 있었다? 그건 바로?

군침 싹 돌쥬(루피버전)
크으..

제천 맛집에서 저녁을 먹어야죠ㅎㅎㅎ
'고향이야기'라는 식당이다.
https://map.kakao.com/

 

카카오맵

당신을 좋은 곳으로 안내 할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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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바로 옆에 주차장이 꽤 크게 있다. 못보고 그냥 길거리에 차를 댈 뻔...

곤드레 솥밥 2개와 감자전을 시켰다. 식당 후기에 감자전 극찬글이 꽤 많다. 금방 부쳐 바삭바삭한 감자전이 맛없기도 또 쉽지 않잖아요? 실제로도 굉장히 맛있었다.
곤드레 솥밥도 다양하고 맛있는 반찬과 함께 먹으니 꿀맛. 신기했던 건 솥밥인데 솥밥 그대로를 내 주지 않고 주방에서 솥밥의 밥을 미리 덜어내 준다는 점이다. 뜨거운 국물 부어 숭늉먹는 게 솥밥의 맛인데 솥밥 안주니 아쉽다~고 생각했는데 밥을 다 먹어갈 쯤 곤드레가 동동 떠다니는 숭늉 그릇을 건네주신다.

사실 이번 영화제의 가장 큰 걱정은 쓰레기같은 체력보다는 폭우였다. 바로 전주에 중부지방을 강타한 폭우로 난 잔뜩 쫄보가 돼 있었고, 운전해서 제천까지 가는 길에도 비가 너무 많이 오면 어쩌지? 걱정을 했다. 다행히도 제천 가는 길에는 잔뜩 흐렸지만 비가 안와서 안심했는데 문제는 저녁밥을 다 먹어갈 즈음 창밖을 내다보니 꽤 세찬 비가 내리고 있었던 것...흑...

비행장무대에 설치돼 있던 조형물

음악콘서트는 지정좌석제가 아니었기에 일찍 가서 자리를 잡으려고 한시간이나 일찍 비행장무대에 갔다. 그런데 빗줄기가 점점 거세지는 것이 아닌가.... 티켓 수령할 때 '이렇게 비가 오는데 공연 진행하나요??'라고 물어봐도 '폭우가 아니면 킵고잉~~(이런 워딩은 아니었음 당연)' 이래서 불안한 맘을 잔뜩 안고 공연장으로 입장했다.


근데요.. 폭우 잖아요.. 선생님들..

영화제 측에선 우비를 하나씩 나눠줬고, 공연장 안에서 우비를 입고 있어도 의자에 깔라며 또 우비를 하나씩 건네줬다. 공연 시작까지 시간이 한참 남았는데 무대 앞이라고 해도 위에 천막 없이 버틸 재간이 없어서 무대 중간 쪽 천막 밑에 자리를 잡았다. 비가 제발 그치기를 바라는 마음과는 달리 빗줄기는 정말 점점점점 거세지고.. 천막 위에 고인 빗물이 한꺼번에 흘러내려 등을 흠뻑 적시는데도 이미 비를 너무 많이 맞아서 별로 동요하지도 않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영화제 공식 인스타 댓글을 통해 이 공연이 계속 진행되는지를 체크했지만 비가 시간당 20mm 이하로 올 경우엔 계속 한다는 방침을 바꾸지 않았다. 흠..
시시각각 변하는 영화제 상황을 인스타를 통해 공지하는 것도 맘에 안들었는데 -인스타 안하고 영화 좋아하는 사람들은 존재하지 않나요?- 비가 무서울 정도로 내리는 와중에도 공연 취소 결정을 내리지 않아서 의아했다. 결국 예정된 8시가 되자 우천으로 인해 공연 시작 시간을 30분 늦추겠다는 공지가 나왔다. 이렇게 또다시 30분 비맞는 수행 시작..

근데 웬걸, 30분이 될 무렵 비가 거짓말같이 그쳤다.
천막에서 나와 공연장 가운데 부분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사진에 보이는 저 무대에서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하면 가운데 화면과 좌우 작은 화면 2개에서 영화를 송출하는 시스템이다. 문제는 말입니다. 가운데 화면의 자막은 오케스트라 위에 설치한 천막으로 아예 보이질 않고 좌우 영상은 자막 크기가 작아서 답답했다. 원래라면 더 짜증날법도 했겠지만 한시간 넘게 비를 맞고 앉아있다 보니 이 상황에서 공연을 하는 게 어디냐 싶었다.

그러나, 하지만, however, 可是,,,,

영화 상영 한시간이 지날 무렵 빗줄기가 다시 거세졌다. 기다리는 동안 내렸던 비처럼 엄청나게 쏟아졌고, 갑자기 지휘자가 냅다 마이크를 잡고 "쏘리~" 하더니 공연이 중단됐다. "???????" 관객들 모두가 박수를 쳤고 하나둘 공연장을 떠나기 시작했다.

말도 안되는 상황에서 한시간이나 공연을 끌어온 연주자 및 지휘자 분들의 노고를 생각하면 갑작스러운 취소 결정은 십분 이해할 수밖에 없다. 또 악천우라는 게, 특히 요즘처럼 한시간 후 일기예보조차 틀리는 상황에선 영화제 측도 어쩔 수 없었겠지.

그런데 그 진행방식이 너무 하나같이 별로여서 화가 많이 났다 ^_^;

그렇게 허탈하게 공연장에서 빠져나왔고 다음날 기약.. 

 

2.

15일 월요일 아침! 

친구 고모가 만들어주신 아침

이날은 원래 영화 한편 정도 보고 돌아가려고 했다. 전날 음악콘서트가 어영부영 취소되지 않았다면 계획대로 했을텐데. 음악콘서트를  제대로 못 봤다는 아쉬움 때문에 다른 영화라도 제대로 챙겨봐야지 싶었다. 그래서 이번 제천영화제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서 진작에 매진이 됐던 영화들의 취소표를 줍줍하기 위해 예매페이지를 무한 새로고침하고...

 

소나타

첫번째 영화는 바르토슈 블라스케 감독의 <소나타>

 

폴란드 영화고, 우리나라에서는 개봉한 적이 없는 영화다. 

 

주인공 그레고리(Grzegorz)는 자폐 판정을 받고 자폐인들이 다니는 학교에 다닌다. 하지만 그곳에서마저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그레고리 부모는 아들에게 개인 교사를 붙여가면서 아들을 교육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새로운 개인교사는 그레고리의 행동 패턴을 통해 그레고리가 자폐가 아닌 청각장애를 가졌다는 것을 눈치챈다. 부모에게 그레고리의 자폐진단이 제대로 된 것인지 다시 한번 병원에 가볼 것을 권유한다. 

그렇게 찾아간 병원에선 그레고리가 자폐가 아닌 청각장애를 앓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한다. 부모는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지만 그것도 잠시. 하지만 청각장애에 맞는 양육과 교육을 놓쳐온 그레고리는 어느 학교에 다녀야할 지부터 막막하다. 그런 그가 사랑하는 것이 바로 음악, 피아노다. 

 

실화 기반 영화고,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는 실제 인물의 피아노 연주 장면이 나오는데 소름이 돋는다.

처음엔 청각장애를 자폐로 진단한 어처구니 없는 오진이 그레고리에게 앗아간 시간들이 안타까웠다. 영화를 계속 보다보면 그레고리를 둘러싼 가족들(특히 부모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는 그레고리의 동생), 음악교사들의 존재가 대단해 보였다. 

 

웃겼던 장면

청각장애 판단 이후 자신이 모든 것(언어습득부터 해서)에서 뒤처졌다고 느낀 그레고리가 아빠를 원망하는 장면.

이렇게만 보면 무거운 장면일 것 같은데 그레고리가 처음으로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꺼내는 장면이고, 아빠의 어버버 답하는 모습이 너무 웃겼다.

 

그런데 어떻게 극장에서 상영 도중 스크린을 찍을 수 있었나????

ㅎ....

<소나타> 상영이 한시간쯤 지났을무렵 비상벨이 시끄럽게 울렸다. 처음엔 오작동이겠지, 곧 꺼지겠지,, 싶었는데 비상벨은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꺼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관객들도 웅성웅성대기 시작. 실제 상황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나를 포함 관객들 하나둘 밖으로 쏟아져 나오니 상영장 밖은 더 아수라장. 

스탭들도 상황 인지가 전혀 안되고 있어서 난리통이었다..어휴..ㅋㅋㅋㅋㅋ 

실제 상황은 아닌듯해 다시 상영관 안으로 들어와 앉아 기다리니 영화관이 있는 건물 공사 중에 문제가 생겨 비상벨이 오작동했다고 한다. 그렇게 이틀 연속 겪지 않았으면 좋았을 해프닝을 겪고, 영화는 멈춘 시점에서 다시 시작됐다.

 

 

<소나타>가 끝나고 본 다음 영화는 <나씽 컴페얼즈>였다. 

 

영화제의 이름에 걸맞게 이 역시 음악영화였고, 신기하게 이것도 실화 인물을 기반으로 한 다큐멘터리였다. 

시네이드 오코너라는 아일랜드 출신의 가수를 다룬다. 가수로서의 시작 이전부터 어떻게 가수로서 성장을 거뒀고, 또 어떤 일을 계기로 대중들에게서 멀어졌는지를 기록했다. 

내 세대의 가수가 아니라 사실 노래도 잘 모르고, 이름도 모르는 가수였는데 그녀가 2000년대 초반에 겪은 일들의 패턴은 그렇게 새로워 보이지 않았다. 정치사회적 문제에 주류와 다른 목소리를 냈을 때 어떤 부메랑이 돌아오는가. 또 그게 여성이었을 때는? 

 

영화가 끝나고는 영화 제작PD가 참여하는 GV가 있었다.

질문을 정말 제한적으로만 받았는데(오직 영화 제작에 관한 것만 물어달라는 사전 주문이 있었다) 제작 과정에서의 일화들은 풍부하게 대답을 해줘서 좋았다. 왜 질문을 엄격하게 골라내려고 했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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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어골

충북 제천시 청전대로 148 (청전동 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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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두편을 기분 좋게 보고 저녁을 먹으러 송어회로 유명하다는 송어골로 왔다.

도로 바로 옆에 붙어 있는 가게인데 오픈시간에 맞춰갔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손님이 아무도 없었는데 회를 몇 점 먹다보니 손님들이 꽤 들어왔다.

송어회는 1.5kg을 주문했고(메뉴판에는 1kg 단위 뿐인데 이렇게도 주신다) 회와 곁들일 비빔야채도 따로 주문을 해야 해서 비빔야채도 2개를 시켰다. 사실 주인아주머니께서 "2명이면 이렇게 이렇게 주문해서 먹어~~" 라고 해서 그대로 주문했다. 또 아쉬울 거 같아서 매운탕도 함께 주문. 

이제 막 영업 시작이었는지 음식 나오기까지는 한참 기다렸는데 공복을 반찬 삼아 더 맛있게 먹었다. 연어 빛깔과 비슷한 송어회는 연어보다는 더 투명하고 영롱한 색이었는데 민물고기 특유의 맛이 나는 게 신기했다. 비빔야채를 돈 주고 먹어야 한다는 불만섞인 리뷰도 꽤 봤는데 양이 꽤 많고 맛있어서 돈 주고 시킬 만하다. 그냥 송어회만 먹는 것으면 너무 밋밋했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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