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독하는 데 정말 오래 걸렸다ㅠㅠ 흑흑 

http://www.yes24.com/Product/Goods/103192558

 

그녀가 말했다 - YES24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범죄를 고발하며전 세계적으로 미투 운동을 촉발시킨 단 하나의 기사3년간의 취재, 수백 건의 인터뷰 끝에 탄생한퓰리처 상 수상 탐사보도 이면의 생생하고 치

www.yes24.com

책이 한국에서 출간된 이후 이 책을 추천해주는 지인, 친구도 많았고, 책을 소개하는 기사도 참 많이 접했다. 

빌려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책은 <뉴욕 타임스>의 두 기자가 유명한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수십년에 걸친 성폭행 폭로 기사를 어떻게 취재했고 보도하게됐는지를 추적하는 내용을 담았다. 게다가 그 기사가 이끈 미투 물결의 여파에 대해서도 다룬다. 이 기사는 당연히 한국과도 무관치 않다. 그 물결은 한국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미투 덕분에 우리 사회도 새로운 기준이 생겼고, 성적 추문을 일으킨 자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도 과거와 확연히 달라졌다. 많은 용기있는 고백이 뒷따랐고, 진작에 배제됐어야 할 이들이 뒤늦게나마 죄값을 치렀다. 

 

기자 두명이 취재거리를 어떻게 확장시켜나가는지에 대해서도 다룬다. 누군가를 폭로하는 기사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특히 그 누군가가 사회경제적으로 매우 높은 위치에 있을 때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두 기자는 취재원을 보호하기 위해, 또 기사와 기자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기사가 도달하고자 하는 사회적 정의를 지키기 위해 여러 방법으로 팩트를 채워나가고 탄탄하게 만든다. 메일 하나, 연락 한번도 취재원의 성격과 처해있는 상황에 맞게 전략적인 방식을 택하는 게 대단했다. 

 

1. 

이 책은 취재의 출발부터 기사가 보도되고, 그 이후의 여파까지 시간 순서대로 다룬다. 

하지만 사안이 사안인지라 모든 취재원이 처음부터 기사화에 동의한 채 인터뷰에 응한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보니 저자들은 책의 내용을 작성한 시점에서야 공개가능한 사실이지만, 당시 시점만 해도 인터뷰이와 기자들만 아는 사실이었음을 수차례 밝힌다. (이게 책의 가독성을 떨어트리는 데 좀 한몫함ㅠ)

취재를 하나씩 하나씩 풀어나가면서 확장하고, 한명과의 대화를 통해 새로 짚을 수 있는 점들을 포착해내는 기자들의 능력이 대단하다. 또 필드에서 뛰는 기자들을 뒤에서 뒷받침해주는 데스크들과 취재와 보도를 하는 과정에서 법적인 문제는 없는지 짚어주는 변호사도 폭로기사를 내보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2.

가장 큰 쾌감은 아마 어떤 리액션을 받을 지 장담할 수 없는 기사를 세상에 내보내고 난 후 쏟아진 수많은 여성들의 고백이었을 거다. 그 물결은 대법관 후보자의 과거 성폭력 사실을 폭로한 포드의 용기로까지 이어졌다. 저자들이 타임스가 아닌 타사가 접촉했던 포드의 일화를 한 챕터로 자세히 다룬 것도 그래서 좋았다. 

 

3. 

*좋았던 문장들*

- 언론이 패러다임의 변화를 불어넣은 사례다. 우리가 한 일은 수많은 선두적인 페미니스트와 법학자, 애니타 힐, 미투운동 창시자 타라나 버크, 그리고 우리 동료 기자들을 포함한 여러 사람들의 노력으로 오랫동안 쌓아왔던 이 변화에 하나의 동력을 더한 것에 불과했다. 

 

- 합의는 혐의의 대상인 위법행위를 어떻게 은폐했는가를 알려주는 이야기였고, 이는 성폭력을 보도하는 새로운 방식이 되었다. 

 

- 로젠펠트 교수는 수업 중 사법 체계는 여성이 아닌 남성을 보호하게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는 대조적인 사례로 보노보원숭이의 평등주의적 행동에 관한 연구를 소개하기도 했따. 보노보원숭이는 진화 과정에서 공동체 내 수컷의 성적 강제를 뿌리 뽑았다. 수컷 보노보가 암컷에게 공격적으로 굴면 암컷이 특정한 울음 소리를 낸다. 그러면 나무 위에 있던 다른 암컷들이 그 암컷을 돕기 위해 몰려와서 수컷의 공격을 막아낸다고 했다. 

 

- 여성들이 극도로 망설이는 데에는 충분히 이해할 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런 종류의 보도에는 본질적으로 불공평한 면이 있다. 어째서 불편한 이야기를 대중 앞에 털어놓는다는 부담을 짊어지는 쪽이 아무 잘못하지 않은 사람이어야 하는가? 

 

- 성폭력은 각 업계마다 독특한 생태를 가진다. 식당 노동자들의 경우, 그들의 일터에는 언제나 판단력을 갉아먹고 억제력을 느슨하게 하는 술이 있으며, 관리자들은 돌발 행동을 하는 손님에게 맞서기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 실리콘밸리에는 하룻밤 사이에 벼락부자가 된 무책임한 젊은 남성들이 넘쳐났다. 조선소와 건설 현장처럼 남성의 일터라는 통념이 있는 곳에서 남성들은 여성들을 몰아내고자 그들을 물맂거 위험에 처하게 하기도 했다. 

 

- 위협이나 겁을 주는 말이 있다면 기사에 곧이곧대로 실을 겁니다. 이런 전략과 맞서 싸우는 방법은 이를 노출시키는 것이니까요. 

 

- 오늘날의 법적 기준은 1964년 대법원이 뉴욕타임스 대 설리번 사건에서 명예훼손 고소가 성공적으로 끝나려면 기자들이 잘못된 정보를 인쇄한 것뿐 아니라 공인에 대해 '실제 악의'를 가지고 이를 행한 경우, 여기서 실제 악의란 '사실을 무모할 정도로 무시하는' 것이라는 정의로 정리된 것이다. 

 

- 하비 와이스타인이라는 이름은 이제 수십년간 그 누구도 손쓰지 않고 있었던 위법행위를 해결해야 한다는 논쟁이자, 덜 심각한 잘못이 훨씬 더 심각한 잘못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예시이기도 했다. 성폭력과 학대에 대해 입을 여는 것이 수치스럽거나 신의를 저버리는 일이 아니라 존경받을 만한 행동이라는 것도. 

 

- 이 변화의 핵심은 과거의 일에 대해 책임을 지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자신의 이야기가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여성들 중 더 많은 수가 입을 열기 시작했다. 

 

- 기업이나 학교가 문제 행위를 조사하고 처벌하는 것은 둘째치고, 성추행이나 성폭력의 정확한 의미에 대한 대중들의 의견 일치조차 이뤄지지 않은 탓이었다. 기업 이사회에서부터 술집에 모인 친구들까지, 모두가 각자의 가이드라인을 세우느라 여념이 없었는데, 이는 매력적인 대화 소재였으나 총체적인 혼돈이기도 했다. 국가 차원에서 실효성 있는 새로운 기준에 어떻게 동의할지, 또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어마어마한 고발들을 어떻게 해소할지도 확실히 알 수 없었다. 그 대신, 양쪽 모두에게 부당하다는 감정만 누적되고 있었다. 

 

- 미투 담론의 가장 까다로우면서도 풀기 어려운 과제를 이끌어냈다. 바로 과거에 있었던 고통스러운 사건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에 관한 딜레마였다. 고발자가 피해를 주장하고, 고발당한 자가 응답하는 공정한 과정을 제시해야 한다는 시험대였다. 책임을 놓고 벌어지는 논쟁이다. 

 

- 그녀가 자신의 이야기에 대한 통제를 잃으리라는, 다양한 의제로 무장한 타인들이 그녀가 바라는 바와 무관하게 움직이리라는 조짐이었다. 

 

- 언론계에서는 중요 기사에 있어 경쟁사들이 서로의 취재에 부응하는 것이 관행이다. 만약 <워싱턴포스트>가 트럼프와 러시아 간의 거래에 대한 특정을 낸다면 <타임스> 역시도 같은 내용에 대한 취재를 시도하고 그 역도 가능하며 이로써 <타임스> 독자들에게 정보를 주는 동시에 <워싱턴포스트> 기사를 추가적으로 확인해준다. 과학자들이 피어리뷰를 수행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 공공의 토론이 불만족스러운 불협화음을 빚어내는 가운데 이런 사적인 차원에서 사유를 통한 개인의 변화가 가장 크게 일어났다. 

 

'일상 >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위화 <원청>  (0) 2022.11.27
이진송 <차녀힙합>  (2) 2022.11.21
제임스 M. 케인,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0) 2022.02.22
제레미 리프킨, 육식의 종말  (0) 2022.02.22
읽고 싶은 책 리스트 정리  (0) 2021.11.21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