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에 유채꽃 단지가 있대'라는 카톡 한줄로 시작된 옥천여행.

유채꽃 보러 가자

지난해까지만 해도 코로나19로 애써 자란 유채꽃을 안타깝게 밀어버릴 수밖에 없었다는데, 다행히 올해는 유채꽃을 볼 수 있다고 들었다. 올해 세종 발령을 계기삼아 기회가 없던 충청 여행을 많이 다녀보려고 결심한 터였다. 세종에서 옥천까지는 차로 40~50분 정도 소요.

옥천 이곳저곳을 찾아보던 찰나에 발견한 게 바로 옥천군에서 진행하고 있는 '옥자 미션투어'. 옥천을 관광하고 기준에 맞춰 여행후기를 올리면 일정 비용을 준다는 것! "아 이건 옥천에 여행가라는 하늘의 뜻이구나(아님)'

게다가 토요일 하루만 당일치기로 다녀오려고 했으나, 친구가 어렵게 옥천전통문화체험관 한옥숙박을 예약했다. 처음 여행계획을 짰을 때만해도 예약이 가득찼는데, 여행을 며칠 앞두고 다시 들어가보니 딱 한자리가 풀린 것ㅠ_ㅠ 숙소 후기는 밑에 따로 또 적겠지만 정말정말x100 좋았다. 만족도가 높아서 나중에 숙박 예약을 또 할 수 있다면 그 핑계로 옥천여행을 다시 가고 싶을 정도.

옥천에서 가장 먼저 간 곳은 유채꽃단지~가 아니라 막국수집!

https://place.map.kakao.com/1961128041

메밀고개시골막국수

충북 옥천군 옥천읍 옥천동이로 300 (옥천읍 매화리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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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라면 도리뱅뱅을 먹으려고 했는데 도리뱅뱅으로 유명한 청산면이 옥천역과 이렇게 멀 줄이야. (여행 당일날 알았음)
그제서야 부랴부랴 찾은 곳이 바로 이 식당. 식당 뒤쪽에 차를 댔을 때만 해도 사람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는데 가게 안으로 들어가니 동네주민분들로 가게가 복작복작 했다. 동네주민이 오면 찐 맛집아닌가?라는 생각에 먹기도 전에 만족스러웠다.

비빔막국수

나는 비빔막국수를, 친구는 물막국수를 그리고 메밀전병도 함께 시켰다. 맛없없 조합. 유채꽃 보기 전에 간단히 먹으려 했던 계획과는 달리 엄청 배부르게 먹었다!

이제 이번 옥천여행의 이유, 유채꽃을 보러 갔다. 따로 이름이 있는지는 모르겠고, 주소를 네비에 직접 쳐서 찾아갔다.
충북 옥천군 동이면 금암리1139

생각보다 정말 넓었다
이 나무 이름이 뭔가요
유채꽃 단지 중간중간 이렇게 서 있는 나무들이 분위기를 더했다
꺄2
어색..

이글을 보고계신 담당자님.. 코딱지만한 인증샷입니다ㅎㅎ... 사람이 왜이렇게 작냐고 물으시면 카메라 앞의 피사체 탓입니다,,

유채꽃단지에서 찍은 사진 중 내 넘버원 픽
정말 멋졌던 하늘

유채꽃단지는 차량 안내와 주차장이 생각보다 잘 돼 있어 좋았다. 초보운전자에게 차로 북적이는 이런 관광지는 늘 부담이기에 걱정했지만, 차량 입출구가 따로 마련돼 있어서 수월했다. 최고!

사람도 생각보다 많았고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이 정도 장관이면 더 사람이 많을 법하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덜 유명해서 그런가 멋진 풍경에 비해선 사람이 적었던 것 같다. 그래도 그 덕에 사람에 치이지 않고 여유롭게 거닐면서 유채꽃을 실컷 구경했다.

출구길에선 차량이 하나같이 약속이라도 하듯 유채꽃을 보면서 천천히 나간다. 나도 그 대열에 합류해 운전석 왼쪽에 자리한 유채꽃을 마지막으로 눈에 담으며 유채꽃 단지 밖을 향했다.

저녁을 먹기엔 일러 카페로 갔다.

https://place.map.kakao.com/1382991839

카페안터686

충북 옥천군 동이면 안터1길 46 (동이면 석탄리 6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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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이름이 안터길이었는데, 이름을 따다 카페이름도 카페안터였다. 카페 앞에는 널따란 강이 보여 뷰가 무척 좋았다. 카페 화장실도 깨끗하고, 친절했지만... 카페 내부에서 컵라면을 먹는 빌런이 있어서 참지 못해 바깥에 내내 앉았다. 그래도 그 덕분에 좋은 공기 쐬면서 바깥에서 커피를 마셨다.

카페에 나와서는 드!디!어! 생선국수와 도리뱅뱅을 먹으러 청산면으로 갔다. 청산면은 옥천군과 옥천역, 옥천터미널이 있는 읍내와 30km 이상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 네비는 아예 옥천군을 가로지르는 길보다 고속도로를 타는 길을 안내했다. 아마 군 안에서 가면 꽤나 꼬불꼬불한 길을 가게 되는 것 같았다. 나는 고속도로를 타고, 몇개의 터널을 지나, 영동군까지 갔다가 다시 옥천에 들어오는 코스로 차를 몰았다. 시간은 막히지 않았는데도 50분 정도? 걸렸다.

첨에는 가장 유명해보이는 선광집으로 가려했으나, 오후 3시쯤 전화를 해 한시간 후에 간다고 하니 일찍이 음식이 다 팔렸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선광집에서 생선국수를 먹으려면 오후 4시는 늦다고 한다. 재료가 소진되면 얄짤없이 문을 닫는다. 2순위로 점찍어둔 '생선국수 찐한식당'에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흔쾌히 와도 된다는 말에 이곳에 갔다.

https://place.map.kakao.com/21289380

생선국수찐한식당

충북 옥천군 청산면 지전길 14 (청산면 교평리 2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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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뱅뱅 작은 거
생선국수. 사진 이따위로 찍었다고 친구가 한소리함;ㅠㅋㅋㅋ

메인메뉴는 생선국수와 도리뱅뱅. 영동군에서 청산면으로 넘어오는 길에 보면 청산면을 '도리뱅뱅의 고장'이라고 소개한 표지판을 몇번이나 마주하게 된다. 이 식당이 있는 골목엔 이 두가지 음식으로 유명한 식당이 5군데 정도는 되니, 한곳이 문을 닫았다고 쉽게 포기하지 말고(?) 다른 곳에 전화를 해보자~..

생선국수와 도리뱅뱅을 기다리는 동안 식당 벽에 붙은 온갖 사진을 보니, 맛녀석과 삼대천왕도 이곳에서 촬영을 한 듯 했다. 김준현씨는 무려 두번이나 이곳 도리뱅뱅을 먹다니(돈내고 일하슈..)

찐한식당을 2순위로 택한 이유는 일부 리뷰에 생선국수가 너무 비리다는 글이 있어서였는데, 내 입맛에는 너무 잘 맞았다. 친구도 마찬가지. 어디선가 먹어본 거 같은데 이런 형태의 국수를 먹은 적이 있던가 싶을 정도로 익숙하면서도 특이한 맛. 매우 맛있었음.
도리뱅뱅은 먹자마자 '아, 이건 맥주안주인데'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자차여행의 슬픔은 맥주를 걸칠 수 없다는 것...

이 길이 너무 좋았다


바로 숙소로 가려다 차에 앉기도 힘이 들 정도로 배가 불러서 산책을 좀 했다. 생선국수를 먹은 식당 근처에 보청천을 낀 산책코스가 있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곳이었는데 생각보다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한참을 머물렀다. 사람들이 거의 없었는데, 있는 사람들은 전부 이곳에서 텐트를 쳐놓고 누워 제대로 풍광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우리가 예약한 방은 '혜윰' 이었다. 체크아웃을 하면서 보니 같은 4인실이라도 헤윰이 내부가 조금 큰 거 같았다.


대망의 숙소. 옥천군에서 운영하는 옥천전통문화체험관에서 운영하는 한옥숙소였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예약을 쉽게 할 수 있는데 가성비가 좋은 탓인지 주말은 예약이 풀로 차 있다. 친구가 여행을 코앞에 두고 정말 운 좋게 취소된 방을 줍줍해서 이곳에서 머물 수 있었다.

숙소 자체가 지은지 얼마 안된 것인지, 매우매우매우 깨끗했다. 방은 4인실과 8인실이 나뉘고, 4인실은 주말 기준 하루에 7만원이었다. 옥천군민은 할인을 해주는 듯.
화장실과 샤워실이 분리돼 있고, 이불과 베개도 넉넉히 있다. 텔레비전과 전자렌지, 냉장고, 드라이기가 구비돼 있고, 무려 정수기도 있다! 다만 숟가락과 젓가락은 없다. 마트에서 장보면서 수저 있겠지???라고 방심하며 사가지 않았는데 없어서 담날 편의점에 가야만 했다. 미리미리 챙겨가는 게 좋을 듯.

우리는 따로 식사를 하지 않았지마 체험관 내에 카페와 식당이 있다. 대충 구색만 갖춰놓은 식당과 카페가 아니라 꽤나 좋은 평가를 받는 곳인 것 같으니 동선이 맞는다면 내부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선택지일 듯하다.

생선튀김 소자

점심과 저녁을 가득가득 먹었으면서도 생선튀김이 궁금해 찐한식당에서 생선튀김을 포장해 왔다. 찐한식당은 모든 메뉴를 포장해준다. 차가 생선튀김 냄새로 가득차 최근에 차를 산 초보운전자는 애가 탔지만, 생선튀김은 맛있었다 ㅎ... 소자인데도 양이 꽤 많다.

부소담악


이튿날. 아침은 미리 사둔 요거트와 수프로 해결했다. 체크아웃 시간을 가득가득 채워 나왔다. 체험관은 가족 단위 손님들이 대부분이었다.
체크아웃을 하고 나와 찾은 곳은 '부소담악'. 풍경이 좋다길래 고민할 것도 없이 택했다. 꽤나 높은 지대에 있어서 차로도 한참을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올라갔다. 12시가 채 되기 전에 도착했는데도, 이른 아침부터 찾아 내려오는 관광객들을 많이 마주했다.
부소담악은 주차장이 협소해서 부소담악 입구 맞은편에 위치한 사찰 주차장에 대는 걸 추천하는 글을 많이 봤다. 우리가 갔을 땐 이 주차장에도 차가 가득가득 차 있어서 도로 한편에 차를 댔다. 다행히 이곳에 오는 차량 대부분이 부소담악에 오는 터라 이렇게 주차를 해도 통행에 무리가 없어 보였다.

햇볕이 내리쬐는 날이라 무척 더웠지만 미세먼지 없는 맑은 날씨 덕분에 부소담악은 더 아름다웠다. 가는 길에 핀 꽃과 겹벚꽃, 철쭉이 사람들의 발길을 잡는다. 가벼운 산책보다는 좀 더 걷는 코스지만 어렵지 않아 모두가 가기에 좋을 것 같다.

구읍할매묵집

많이 먹었다고 생각 안했는데 포스팅 글을 쓰니 죄다 먹는 사진 뿐이네;
부소담악에서 나오니 배가 너무 고파 식당을 찾았다. 옥천문화체험관 안에 있는 송고가를 가려다가 날이 더워 시원한 걸 먹고 싶어서 묵밥으로 급히 정했다. 체험관 주변에 묵집이 두개 있는데, '옥천묵집'은 일요일 휴무라(왜애,,ㅠㅠ) 근처에 있는 '구읍할매묵집'으로 갔다. 불친절하다는 평이 많았으나 전혀 그렇지 않았다. 죽전과 시원한 묵밥을 시켜 먹었다. 갈증이 나던 차에 먹어서 훌훌 삼켜 먹었다.

정지용 생가에서 찍은 이쁜 나무.
묵밥식당 부근엔 볼거리도 꽤 있다. 도보로 정지용 생가에 갈 수 있어서 소화도 할 겸 가봤다. 생가와 문학관이 함께 있는데 정지용 시인의 시를 실컷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다. 이 일대의 도로 이름이 '향수길'인데, 정지용 시인의 <향수>를 따다 지었다. 문학가를 배출한 동네가 가진 긍지를 새삼 느낄 수 있었던 곳.

또 먹니,,?

왜 또 먹을 거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민망)
헤어지기 직전, 카페는 가고 싶은데 여전히 더워서 팥빙수를 먹으러 갔다. 옥천에 설빙은 없었고 체험관 근처에 있는 '커피타임'이라는 카페에 팥빙수를 판다길래 갔다. 차는 체험관 내부에다 대고 가면 됨!
1만2000원이었는데 양이 무지 많다. 3~4명이서 먹어도 충분히 먹을 만한 양임. 근데도 둘이 꽤 많이 먹은 듯.

배가 거의 터질듯한 상태로 차를 타고 친구를 옥천역에 데려다주는 길..
갑자기 '옥자 미션투어'의 미션 하나인 '옥천에서 사자'를 새까맣게 잊었다는 것을 생각해냈다. 옥자 미션투어는 먹자, 보자, 사자 3개로 구성돼 있는데 앞에 두개야 어딜가든 하는 거니 어렵지 않았는데, 사는 건 달랐다. 지역에 가면 특산물을 산다거나 하는 일은 좀처럼 하지 않아서 ㅠㅠ
이대로 미션에 실패할 순 없어서 친구를 옥천역에 데려다주고 나홀로..옥천로컬푸드직매장에 향했다. 옥천역과 무지 가까움!
너무 칭찬일색이긴 한데 옥천로컬푸드직매장은 주차와 매장 내부 모두 훌륭했다. 매대에 올려놓은 옥천 농산물, 특산물 모두 사고 싶을 정도로 품목 종류가 다양하고 품질도 좋아보였다. 뭘 사지 고민하다가 꿀 하나랑(옥천에서 벌을 많이 봐서 괜히 끌렸다) 설향 딸기를 집었다. 딸기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씻어 맛봤더니 무척 달콤했다ㅎㅎ

옥천로컬푸드직매장 영수증

첫날 막국수
안터686
도리뱅뱅 먹었던 찐한식당
묵집
팥빙수 먹은 카페

먹고 자고 샀던 모든 것은 내돈내산입니다ㅎㅎ

금산산장에서 숙박을 한 가장 큰 이유는 일출을 보기 위해서였다. 전날 미리 일출을 볼 금산산장을 보고 오기도 했다. 남해의 일출시간에 맞춰 기상을 했고 늦지 않게 서둘러 올라갔다. 사람들이 하나둘씩 금산정상을 가득 메웠다. 

해 뜨기 전 

바다에서 일출을 보는 일이 특별하지 않은 곳에서 자라났지만 남해의 일출 풍경은 또 달랐다. 

쏘옥

 

정말 아름다웠던 일출 풍경. 손과 귀가 너무 시려워서 힘들었지만 그걸 감내할 만큼의 가치가 있었다. 욕나오게 추웠던 금산산장에서의 숙박마저 미화되는 순간. 

누룽지탕+컵밥. 우리나라 인스턴트 체고야,, 
컵밥 인생샷 찍기
짜잔-

다시 숙소로 돌아온 후에는 전날 남해터미널 근처 마트에서 산 누룽지탕과 컵밥을 먹었다. 저런 풍경을 눈 앞에 두고, 제대로 눈도 못뜬 채 아침을 챙겨 먹으니 꿈을 꾸는 기분이었다. 

보리암 가는 길 

금산까지 왔는데 보리암에 안갈 수는 없지요. 올라온 산행길과 반대편으로 내려가면 자연히 보리암에 들리게 된다. 보리암에는 일찍부터 관광객들이 많았다. 금산정상에서 보는 풍경만큼이나 이곳에서 보는 풍경도 끝내주게 좋았다. 날도 쾌청~. 

올해 3월 찾은 남해 금산을 이제서야 포스팅한다. T-20 들고 다니면서 사진 찍을 땐 너무 좋은데, 막상 포스팅할 때 사진 용량을 일일이 조정해야 해서 자꾸만 사진을 묵혀두게 된다..

아직 겨울 추위가 완전히 가시기 전에 남해를 찾았다. 

오, 진짜 기억도 안 나는 사진이다

아마 남해터미널에서 두모라는 곳까지 다시 가야했나 보다. 두모를 가기 위해선 다시 작은 공용터미널로 향해야 했다. 거기서 배차간격이 긴 버스표를 먼저 끊어두고 주변 던킨으로 향했다. 날짜를 보니 딱 친구 생일. 여기서 선물을 줬던 것도 새삼 기억이 난다. 친구에게 어울릴 립스틱의 색상을 상상하면서 나름 고심해 골랐는데 좋아해줘서 기분이 좋았다. 

네이버맵이 알려주는 정류장에 내렸는데 주변이 허허벌판에 공사가 한창이라 놀랐다. 다행히 앞을 향해 주욱 걸어가니 등산로를 알리는 표지판이 나왔다. 

(갑분) 정상에 가까워진 풍경. 우리는 금산산장에서 하루를 묵을 계획이어서 오르는 데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오를 때 시간은 2시간 남짓일 걸렸는데 완만해서인지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인적도 드물었다. 그렇게 오르다 보면 어느새 이런 멋진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아직 완연한 봄도 아닐 때라 어떤 옷을 입어야 할 지 도통 감이 오지 않았다. 결국 등산가는데 말도 안되게 롱패딩을 입었는데 한창 땀이 날 때는 더워서 벗어 던지고 싶을 지경. 그래도 이 롱패딩 덕분에 금산산장에서 살아나갈 수 있었지만...

부소암 바위

비교적 손쉽게 올라왔는데 풍경이 기대보다 근사하면 기부니가 좋크든요,, ㅎㅎ 이곳은 다음날 일출보는 장소이기도 했다. 

그리고 짜잔, 드디어 '금산산장'. 금산산장은 풍경맛집으로 인스타에서 꽤나 핫플이어서 그런지 젊은 사람들로 복작였다. 금산산장에 앉아 컵라면을 먹으며 내려다 보이는 풍경을 보는 게 나름 코스인데 처음에 든 ?의문?은 사람들 복장이었다. 대체 어떻게 저런 신발을 신고 여기까지 올 수 있는 건가, 하고. 우리는 준 등산인같은 차림에 땀이 막 식어서 꼬질꼬질했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근처 보리암과 지상부를 오가는 셔틀버스가 있었다. 금산산장은 그렇게 즐겨야 했는데 우리는 왜 여기서 하루를 머물기로 한 것인가!!!

남들 한다는 건 우선 다 해보구여... 

 

해가 지기 시작하면 금산산장을 찾았던 관광객들은 하나둘 떠난다. 이날 금산산장에 묵는 사람들은 우리 뿐이었다. 

친구가 몇 주전에 미리 전화로 예약하고 입금까지 끝냈는데, 막상 가니 예약확인이 쉽지 않아 애를 먹었다. 주인 아저씨가 따로 예약명부를 만들어 놓지 않는 탓에 입금을 확인한다고 꽤 오래 서 있었다. 겨우 겨우 아저씨 폰에서 친구 이름으로 입금한 기록을 찾아냈고 무사히 방을 얻었다. 

 

금산산장에서의 숙박을 쉽게 추천하지 못하겠는데, 우선 시설이 너무 열악하다. 용변을 볼 화장실만 간신히 있고, 세면대나 샤워시설은 기대해선 안 된다. 또 이불이나 베개 위생이 좋지 못하다. 

금산산장의 밤

무엇보다 3월 중순에 찾은 금산산장은 어마무시하게 추웠다. 첨엔 방에 난방도 안되는 것 같아 친구와 진지하게 고민을 했었다. 여기서 자다간 입돌아간다고.. 다행히도 해가 지고 손님들의 발길이 끊기자 방이 따땃하게 데워졌다. 

그래도 산장에서 보는 밤의 풍경이 참 좋았다. 저 밑에 보이는 마을의 불빛들도, 하늘의 별도 산속에서 보니 괜히 더 좋았더랬지. 

지리산 둘레길을 다시 찾았다. 6월, 초여름에 둘레길을 가는 건 처음이다.

어떤 코스를 갈까 친구와 계속 고민하다 처음엔 운봉-주천, 주천 구룡폭포 순환코스를 가기로 결정. 운봉에서 출발하려면 결국 인월을 거칠 수밖에 없었다. 인월은 3코스의 출발지로, 우리가 처음 둘레길을 시작했던 곳이기도 하다. 인월에서 운봉까지는 버스를 탈까 하다가 그냥 인월에서 둘레길을 시작하기로 했다.

2년 전, 인월까지 가는 버스가 매진이라 친구를 4시간(사람이냐..)이나 기다리게 한 전적이 있어 이번엔 출발지가 정해지자 마자 바로 예매했다. 꽤 여유를 두고 예매를 했는데도 표를 구매할 당시 자리가 꽤나 많이 나갔었다. 동서울터미널에서 출발하는 인월행 버스는 함양을 들러 인월을 가는데 인월처럼 큰 도시가 아닌 지역을 가는 버스가 있는 것만으로 감동이었다.

다만 버스는 2+2 좌석. 중간에 팔걸이가 없어서 가는 내내 불편했다.

인월의 출발 지점. 둘레길 표지판 상태가 이제 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이었다.
우리는 거꾸로 2코스. 인월에서 운봉까지 9.4km
무인 상점. 결제든 뭐든 셀프.

 

둘레길의 매력 중 하나는 바로 길따라 피어있는 들꽃이다. 계절마다, 지역마다 많이 피어있는 꽃이 달라 눈이 재밌다. 인월에서 운봉으로 가는 역코스의 초반부를 장식했던 건 바로 이 노란꽃. T20으로 사진을 계속 찍는 바람에 모야모 어플을 쓰기 번거로워 이름은 알아내지 못했지만.

얘랑
이 계란후라이는 특히
가는 길마다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이번 구간에선 정말 이앙을 끝낸 논을 실컷 보았다. 내가 일하는 영역이 같이 간 친구가 굉장히 호기심있어 하는 분야라 알아도 쓸데없는 지식.... 알려주고..

쉼터에 앉아 조개껍질 묶어~ 부르시던 어르신들.
동편제 마을을 지나
계란후라이랑 비슷하게 생겼지만 잎이 다른 이꽃도 보고

 동편제마을까지도 오르막길이 하나 없이 논을 따라, 강을 따라 걷는 평지였다. 요새 운동을 못해 체력이 달릴까봐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평지만 이어져 큰 무리가 없었다.

사실 첫날 일기예보가 불안해서 계속 걱정이었다. 다행히 초반부에만 비가 흩날리다가 그쳤는데 먹구름이 계속 우리를 따라오는 모양새였다. 앞을 보면 맑디 맑은 하늘이, 바로 뒤돌아보면 사진과 같은 풍경이.

 

이날 논을 얼마나 많이 봤냐면
논 사진이 인물보다 더 많을 정도..
가을에 와도 멋질 거 같다

이때가 거의 숙소를 800m 남짓 남겨뒀을 때였다. 저수지를 왼편에 끼고 걷는데 너무 근사한 풍경이 이어졌다.

우연히 본 개 발자국
개(dog) 쫄보면서 귀여워하기
발자국의 주인공!

둘레길에서 한번 진돗개 2마리의 습격....을 받고는 둘레길 걸을 때면 어디선가 개가 튀어나올까 은근 겁나는데. 이 개는 멀리서부터 우릴 보며 짖더니 우릴 보고 뒷걸음질 쳤다. 날보고 뒷걸음 치는 개는 니가 처음이야... 목줄을 하고 있지 않아서 달려올까봐 멀리서부터 쫄보 다 돼서 친구 등 떠밀었는데 도망가다니.

겁은 나보다도 많은 이 개는 목청은 어찌나 좋은지 귀가 따갑도록 짖어댔다.

운봉에 도착했을 때 마트에 드러 산 운봉양조장에서 만든 '운봉막걸리'. 지리산둘레길이 걸처져 있는 지역이 다양한 만큼 간별로 사먹을 수 있는 막걸리가 다른데 우리는 이번에 첨 사먹었다. 막걸리 별로 좋아하진 않는데도 운봉생막걸리는 진짜 부드럽고 뒷맛이 텁텁하지도 않아 잘 먹었다. 과자는 전날 등산모자 사러 들린 무인양품에서 산 유통기한 임박 떨이 과자들. 센베에선 생강 맛이 진하게 났다.

원래 막걸리는 새벽 1시에 하는 U-20 결승을 보면서 먹자고 산 건데 평소에도 12시 넘어 잔적이 없는 인간이 하루종일 걸은 날 1시까지 깨있을리가 없었다...

이번 숙소는 운봉에서 2시간 정도 걸으면 도착하는 노치마을 '둘레길민박'이었다. 한 방에 3만원, 식사 한끼에 6천원이었다. 예약은 미리미리 전화로 했고, 우리 말고도 둘레길 손님이 있었다. 나한테 둘레길의 묘미는 들꽃, 논밭의 풍경보다도 땀흘린 후 먹는 민박집의 맛있는 식사이기에 이번에도 엄청 기대를 했고, 역시나 삼삼한 나물과 버섯 된장국이 정말 환상이었다ㅜ.ㅜ

 

 

 

충칭여행 3일차엔 교외에 위치한 '우롱'으로 떠났다. '우롱'은 충칭시의 한 구(区)의 이름이고 보통은 우롱구에 위치한 선녀산 혹은 천생삼교를 보러 많이들 간다. 참고로, 선녀산은 국가지정 AAAA급, 천생삼교는 AAAAA급 관광지다.

우롱구는 충칭 시내에서 거리가 상당한 데다 저 둘 관광지는 고도가 높은 지형이라 철도나 버스 등 대중교통으로는 접근이 쉽지 않다. 대부분 일일 투어를 신청해서 가는데 나 역시 그 방법을 택했다.

내가 머문 게스트하우스에서는 충청 여러 교외지역 관광지 일일 투어를 신청받고 있어, 비교적 손쉽게 신청할 수 있었다. 스탭은 인원이 많은 대규모 투어, 소규모에 숙소 앞으로 픽업해주는 투어 두 가지가 있다고 설명해줬는데 그땐 돈이 뭐가 그리 아까웠는지 나는 인원이 많인 투어를 신청했다. 가격은 300위안 정도가 차이났다. 투어 자체 비용은 기억이 안난다..ㅎㅎ;

게스트하우스는 투어를 직접 운영하는 게 아니라 모객을 도와주는 차원인지라, 자세한 사항은 투어 가이드에게 전달받아 웨이신을 통해 대신 전달해주는 식이었다. 

아침 7시까지, 지정된 장소에 모여 0618번 번호판의 관광버스를 타라는 게 주 내용인데 외국인이든 내국인이든 신분증을 꼭 챙겨야 한다. 관광지에서 표를 끊을 때 신분증이 필요하기 때문(대체 왜...?)

그리고, 관광지가 모두 고도가 높은 곳인만큼 당시 기온이 3~5도까지 떨어질 수 있어 외투를 꼭 가져오라고 당부했다.

대망의 우롱여행 당일!! 비가 억수로 쏟아졌다..ㅠ_ㅠ 날씨 복을 전날에 다 몰빵한 탓인가. 비도 내리는 데 바람까지 불어 관광버스를 기다리는 데만 옷이 다 젖었다. 혹시나, 놓칠까봐 약속시간보다 훨씬 일찍 나갔던 탓인가. 버스를 기다리는 데 다른 사람들이 오지 않아 불안했는데 약속시간이 다 되어갈 때쯤 다른 여행객들도 약속 장소에 모이기 시작했다. 7시가 넘어서자, 관광버스가 여러 대 오는데 전날 웨이신으로 알려준 번호판을 꼭 확인하고 타야했다. 다른 버스들도 우롱여행을 목적지로 하는 경우도 많아서 헷갈릴 수가 있다.

버스에 탄 후, 예약자명과 신분증 확인을 한다. 내가 기다린 장소뿐만 아니라 집결지가 더 있었는지, 두세군데를 더 들린 후 본격적으로 가이드의 안내가 시작된다. 우선, 여행객들의 신분증을 죄다 수거해간다. 관광지 매표를 할 때, 여행객 신분증 넘버를 등록해야 하기 때문에 가이드가 신분증을 걷어간 후 일괄 등록한다. 중국인은 신분증을 소지하고 있지 않은 경우, 신분증을 찍어 둔 사진으로 대체할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외국인은 반드시 실물 여권을 챙겨야 하는 것 같았다.

또, 오디오 가이드같이 생긴 기계를 하나씩 나눠주는데 가이드와 무선으로 연결된 이 기계를 귀에 꽂으면 가이드가 멀리서 마이크에 대고 하는 말을 들을 수 있다. 관광지에 도착하니 가이드가 몇분까지 어디로 모이세요 등의 안내를 이 기계를 통해 했다. 나한텐 외국인이라고 어차피 못알아듣는 거 아님????하면서 안주려고 하더니... 안 받았으면 미아될 뻔했다;

교외라고는 하지만, 우롱현까지만 충칭 시내에서 4시간이 걸린다. 가는 도중에 먹었던 점심. 원탁에 둘러 앉아 먹는데, 가이드가 한명씩 넘버를 부여해 몇번부터 몇번까지는 어느 방에 들어가서 먹어라~ 지정해준다. 놓칠까봐 귀 쫑긋... 엄청 맛있진 않았지만, 그래도 뭐든 잘 먹고요?

점심을 먹고 나오니 가이드가 우비를 하나씩 나눠 줬다. 비가 더 거세게 오고 있었다.

본격적인 관광지에 들어서기 전, 아래가 다 보이는 스카이워크 같은 곳(?)을 갔다. 갈 사람은 30위안을 추가로 내고 들어가고, 아닌 사람은 밖에서 기다리는데 비 맞고 꼼짝없이 서 있기 싫어 들어갔다. 높은 데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하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비가 쏟아져 스카이워크 아래가 잘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전방에 보이는 전경이 너무 멋있어 사진 몇 장 찍다가, 우산과 사람에 치어 금방 나왔다..(헬의 시작)

정말 멋있는 산세와 풍경이었지만, 쏟아지는 비 때문에 제대로 앞을 보기 힘들었다. 심지어 어떤 구역은 물이 범람해 들어가지 못하게 할 정도. 이날 내가 포함된 단체팀이 마지막으로 천생삼교 관광구에 들어온 팀이었다. 폭우로 위험할까봐 더 이상 여행객을 받지 않았다는데, 아니 가이드 슨생님.... 우리는 괜찮나여......

우산 안걸리는 사진을 찍기도 힘들었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폭포도 장난 아닌 세기와 속도로 떨어졌다. 중요한 건 저 옆으로 지나가야 한다는 점.. 사람들 다 소리지르면서 >_< 표정으로 지나갔닼ㅋㅋ

나름의 관광 포인트. 딱 ㅁ 모양으로 빛이 들어와서 손가락 하나를 대면 '날 일(日)', 두개를 가로로 대면 ‘눈 목(目)'이 만들어진다는 가이드의 설명. 다른 관광객들은 신났지만, 응~ 나 한국인~.

가이드 설명대로 몇 번 따라하다가 그냥 손가락 자랑하기.

천생삼교 관광구역 내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면 도보, 혹은 사진에 보이는 차를 타고 이동해야 했다. 가이드는 마음대로 하시라~고 했는데 이런 궂은 날, 쏟아지는 빗속을 뚫고 누가 걸어가나요. 다들 차를 타고 이동했다. 저 표를 사는데 10위안이었나? 투어 비용에 포함돼 있지 않아 따로 지불해야 했다.

그 후론 또 저마다 자유롭게 이동했다. 사진을 오랜만에 다시 꺼내보니 새삼 절경이었는데 저때는 시야를 비가 가려서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여행의 맛은 날씨가 70%는 좌우하는 듯. 모이라는 시간에 늦을까봐 직진만 했더니 제일 먼저 도착했다. 출구로 나오면 저렇게 좌판에서 고구마, 옥수수 등 간식을 파는데 아무것도 안 산 게 너무 아쉬웠다. 알고 보니 우롱현은 고구마로 유명한 곳. ㅜㅜㅜㅜ

아, 저 맞은편에는 천생삼교 관련 기념품을 파는 곳도 있다. 거기서 천생삼교 사진이 담견 엽서 몇 개를 샀다.  

 

라오스 여행을 다녀왔다. 12월 초 라오스는 겨울로 들어가는 길목이라지만 한낮은 한국의 여름마냥 더웠다. 저녁도 쌀쌀하다고는 했지만 송글송글 땀이 맺히는 날도 더러 있었다.

3박 5일을 패키지로 다녀왔는데 패키지는 영 꽝이었다. 불친절한 가이드, 효율적이지 못했던 동선, 지나친 쇼핑, 라오스에서 (굳이) 먹은 한식 등등.. 동행 모두가 마냥 편한 사이가 아닌지라 모두가 큰 불만을 겉으로 표하진 않았지만 패키지 투어 자체로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특히 히비스커스, 노니, 커피 등 쇼핑샵이 여행 일정의 상당부분을 차지해 짜증이 났다. 저렴한 패키지가 아니라 정말 누가 봐도 적절한 값을 치렀기 때문이다...ㅡㅡ

비엔티안에서 방비엥으로 가던 길에 찍은 사진들.

비엔티안에서 방비엥까지는 차로 4시간이 걸린다. 가는 길의 상당수가 비포장도로여서 차 맨 뒷자리에서 상당히 고역이었다. 지겨워 잠을 잘라해도 덜컹거리는 탓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고속도로가 아닌 덕에 즐길 수 있었던 것은 길가의 상점, 일상을 즐기는 라오티안, 유유히 걸어다니는 여러 소 따위의 풍경.

평일 오후를 한가로이 즐기는 라오스 사람들을 보며 경쟁하지 않고 현재에 만족해보이는(속내까지 알 수 없으니) 삶이 편해보였다. 한국만큼이나 치열하게 경쟁하고 남들과 비교당하고, 비교하는, 성장에 집착하는 사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흔히 말하는 (가난해도)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로 꼽히는 부탄 등 동남아 국가들의 사람들은 성장에 집착하지 않기 때문에 비물질적인 데서 행복을 느끼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거리에 보이는 건 영어 표지판, 중국어 표지판, 그리고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한국어 표지판. 라오스라는 국가가 그 자체로만 존재할 수 있다면 이네들의 행복이 유지될 수는 있어도 주변국과 연결될 수 밖에 없는 이 시대에선 자본, 성장이 없으면 오롯이 그 행복을 누릴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게다가 라오스 내부에서도 군부 등 상류층의 비위가 심하다는 가이드의 설명까지 곁들여지니 평온해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도 있는 그대로 보이지만은 않았다.

프랑스의 지배를 받았던 라오스가 프랑스로부터의 독립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독립기념문. 1954년에 독립했지만 완공은 중국의 도움을 받아 2002년에 이뤄졌다.

기념문을 안내하는 설명문에도

"中国政府和人民赠给老挝政府和人民的礼物(중국 정부와 인민이 라오스 정부와 인민에게 드리는 선물)"라고 돼 있다. 한 국가의 독립기념문을 다른 국가의 도움을 받아 완공했다니, 뭔가 모순이 느껴졌다. 자본을 무기로 라오스에 힘을 뻗치는 중국은 라오스 지역 곳곳에 그 흔적을 드러내고 있었다. 대표적인 게 중국에서 라오스 방비엥으로 이어지는 철도 공사였다. 중국이 자본을 대고 있었다.

라오스는 동물 천국. 소는 물론 강아지, 고양이도 어느 하나 묶어있지 않고 자유로이 돌아다녔다. 그덕에 나같은 쫄보는 움찔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풀어 자라 그런지 몰라도 사람에게 달려들거나 하는 경우가 전혀 없었다. 오죽했으면 강아지(!) 사진을 내가 대담하게 찍었을까!

가장 좋았던 블루라군. 물에 둥둥 떠있는 기분이 좋았다. 당연히 저 나뭇가지에서 다이빙은 안했다.ㅋㅋㅋㅋ 짚라인 만으로도 1년치 무서운 체험은 다 한 셈이었다. 심지어 올해 짚라인 두번이나 했다. ㅋㅋㅋㅋㅋㅋ 

(해가 바뀌기 전에 마무리해보자)


저녁에 숙소 체크인을 한 다음 대강 짐정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예약한 숙소에서 도보로 이동 가능. 저녁을 먹으러 해방비에 갔던 여행 첫날엔 버스를 탔는데 타자마자 내려 다음에 갈 때부터는 줄곧 걸어갔다.

해방비(解放碑). 공식명칭은 '인민해방기념비'인데 충칭을 대표하는 건축물 중 하나라고 한다. 항일전쟁 승리를 기념한 국가기념비인데 1940년에 세워졌다.

충칭시의 랜드마크같은 느낌. 해방비 주변으로는 명품샵, 백화점, 야시장 같은 먹자골목이 즐비해 있어 평일 저녁, 주말엔 사람으로 북적였다. 해방비만을 보러간다기 보다는 해방비 주변, 충칭 시내 가장 번화가를 구경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여행 둘째날 찾은 '충칭 대한민국 임시정부'. 중국 여행을 꽤 했음에도 중국에 있는 여러 임시정부 가운데 직접 가본 건 충칭이 처음.

이곳도 숙소에서 도보로 이동이 가능했다. 임시정부 뒷편에서 내려오는 길을 택해서였는지 주변에서 길을 좀 헤맸다. 일찍 숙소를 나선 탓인지 관람객은 거의 없었다. 한국인 가족, 그리고 중국인 관광객 두어명 정도.

 

 

임시정부는 생각보다 전시가 부실했다.

물론 비행기로 한국과 4시간이 떨어진 이 머나먼 이국 땅에서 조국의 독립을 위해 애썼을 분들이 몸담았던 곳이라 하니 그 생각만으로도 가슴 뭉클해졌지만. 임시정부가 충칭으로 옮겨야했던 배경이나 중국 내부에서 임시정부의 이동 경로 등을 설명했다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

2층 전시를 보고 1층으로 내려오던 내게 한 중국인이 윗층은 좀 다르냐고 물을 지경. 전시랄 게 없고 당시 그 공간을 그대로 재현, 가구를 배치해둔 수준이었다. 중국에 있는 곳인만큼 현지인인 중국인들도 이 곳이 자기네들 땅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당위, 의미를 느끼고 돌아가면 좋지 않을까.   

 

다 보고 나와 뒤돌아보니 임시정부의 전경이 보였다. 주택, 아파트 단지 사이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모습을 보니 괜히 울컥? 저 시절과 관련된 일엔 죄다 울컥한다.

임시정부에서 삼협박물관을 향해 가는 길. 시내버스를 타고 20분 정도 이동하면 되는 거리였다. 정류장으로 걸어가는 길에 찍은 가로수들. 항주랑 묘하게 비슷한 인상. 

추석 연휴에 맞춰 중국 충칭에 4박5일 여행을 다녀왔다. 충칭은 베이징, 텐진, 상하이와 함께 중국 4대 직할시지만 내륙에 위치한 터라 다른 직할시 만큼 한국인이 많이 찾는 여행지는 아닌 것 같다. 나 역시 충칭하면 '임시정부가 마지막으로 머문 도시', 혹은 그 유명한 왕가위 영화 '중경삼림' 정도의 키워드가 떠오를 뿐이었다. (아, 훠궈도 있다!)

하지만 이번에 짧게 다녀온 충칭은 정말 볼거리, 먹을거리가 가득한 도시였다. 4박5일이 한 도시만 보기에는 길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교외의 볼거리까지 꼼꼼하게 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한 도시에 보름 정도 머물면서 여행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1. 항공권

서울(인천공항)에서 충칭까지는 직항 기준 3시간30분이 소요된다. 대련이 1시간 남짓 걸리는 걸 생각해보면 충칭은 한국에서 꽤나 거리가 먼 도시라는 걸 새삼 느꼈다. 그만큼 충칭으로 가는 비행기는 그 수가 적고, 가격도 저렴하지 않다. 

여행가기 한달 전, '스카이스캐너'에서 항공권을 구입했다. 항공사는 에어차이나(중국국제항공), 갈 때는 직항, 올 때는 제남을 경유했다. 가격은 수수료 포함 46만원 정도했다. 아시아나*직항도 있었지만 가격이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나 고민하지도 않고 포기할 수 있었다:)... 

중국 항공 괜찮을까 우려가 된 것도 사실인데 생각보단 괜찮았다. 지연 출발도 전혀 없고!

그런데! 한국에 올 때는 에어차이나와 코드쉐어를 하는 중국산동항공을 타고 왔다. ㅎㅎ 코드쉐어를 하는 지도 몰랐는데... 산동항공은 항공권 찾을 때마다 초초초 저렴한 가격으로 떠 알고는 있었는데 어떤 블로거가 쓴 분노의 후기를 읽곤 고개를 절레절레.. 난 절대 안타야지 했으나! 이번 여행에서 두번(충칭-제남, 제남-인천)이나 탔다. 인생사.. 

1-1. 중국공항

먼저, '충칭공항'

충칭공항의 정식명칭은 충칭장베이(江北)공항이다. T2 터미널은 국내선, T3 터미널은 국제선으로 알고 있어 제남으로 경유해 가는 것이니 당연 T2로 갔는데 이 터미널에선 중국 자국의 엄청 작은 규모의 항공사만 있었다. 샤먼이나 기타 등등의 지역명을 딴 항공사들. 에어차이나는 우리에게는 낯설지만 중국에선 동방, 남방 다음으로 큰 규모의 항공사인지라 중국 여타 지역으로 가더라도 T3 터미널로 가야한다.

캐리어가 너무 무거워서 공항까지 택시를 탔는데, 당당히 T2(티얼!)을 외쳤다. ㅎㅎ... 아무리 봐도 내가 타야 할 항공편이 안뜨길래 봤더니 T3에서 체크인을 해야 하는 거였다.  

나처럼 헷갈리는 사람이 많은지 T2와 T3이에는 무료 셔틀버스를 운영한다. 배차 간격도 10~20분 정도로 기억한다. T2에서 T3으로 바로 가는 게 아니라 중간에 2~3개 정류장이 더 있었다.

사실 이런 시간낭비를 안하려면, 바이두에 항공편명만 쳐도 어느 터미널인지 나온다ㅋㅋㅋㅋㅋㅋ

(뒤늦게 안 사람...)

경유했던 '제남공항'

제남공항은 규모가 엄청엄청...작아서 국내너미널과 국제터미널이 같은 건물에 있다. 특이한 건, 국제터미널은 체크인 시간이 항공별로 정해져 있어 그 시간대에만 문을 개방한다는 점이다. 그 시간 전까진 승객들이 캐리어들고 세월아네월아~ 밖에서 기다린다, 문이 열리기만을. 시간이 되면 문이 열리고, 특정 항공편 승객들만 체크인하러 들어가 출국심사를 맡는다. 경유 안해야 겠다고 결심한 부분;

2. 숙소 

지하철 4번 출구에서 나오면 맞은편에 바로 이 건물이 보인다.

이 건물 중에 4,5층이 게스트하우스다. 4층 일부가 카운터, 공용공간이고 5층 전체가 객실.

숙소로 올라가는 벽면에 충칭 외곽 관광지가 안내돼 있다. 적힌 곳 모두가 1일투어를 운영한다.

숙소는 부킹닷컴에서 위중구에 위치한 瓦舍国际青年旅舍(호스텔)을 예약했다. 4인 여성 도미토리, 4박을 예약했는데 선수금은 없었고 당일 도착해 340위안을 지불했다. 당시 환전했을 때 1위안이 172원이었으니 6만원이 채 안되는 가격으로 굉장히 저렴했다. 

이 숙소의 특장점은 바로 위치. 충칭은 시내 볼만한 관광지들 대부분은 숙소가 위치해 있는 위중구에 있다. 임시정부, 해방비, 홍야등 등 충칭하면 꼭 가봐야 한다고 여겨지는 관광지들이 걸어갈 만한 거리에 있다. 

특히 충칭 지하철 1호선 较场口 역 4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맞은편에 위치해 있는 데다 숙소 주변에 버스 정류장이 많아 이동하기에도 편했다. 어느 관광지를 가도 숙소에 바로 올 수 있는 지하철, 버스가 있었다. 

但是。。。

4인실로 예약했으나 이틀이 지나고는 6인실로 방을 바꿨다. 왜냐... 방에 대왕 바퀴벌레가 나왔기 때문이다;;;;;;;; 밖에 나갔다 잠시 쉬러 들어왔는데 바퀴벌레가 레이더 망에 포착된 것. 너무 커서 안볼라고 해도 안 볼수가 없었다. 사실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이미 부킹닷컴의 여러 후기 가운데 한국어로 적힌 후기에서 바퀴벌레에 대한 글을 읽었기 때문. 순간, 아 그냥 나가게 둘까.. 싶었지만 그 크기와 날아다님(?)을 견딜 수 없어서 바로 데스크로 가 바퀴벌레의 출현 소식을 알렸다. 

그러니 스탭들도 익숙한 지 바로 비어있는 룸을 파악해 방을 바꿔줬다. 

대응은 좋았지만, 

첫째, 바퀴벌레가 나온 그 4인실 도미토리에 당시 나만 머문 것도 아니고 외출해 있는 다른 게스트도 있는데 바퀴벌레를 잡는 시늉이라도 했어야 했고

둘째, 숙소에서 바퀴벌레가 나오는 게 하루이틀 아닌 고질적인 문제로 자리 잡아 보였고

셋째, 4인실 돈을 냈는데 그보다 저렴할 6인실로 바꿔줬다

는 점이 뒤늦게 아쉬웠다. 새로 키 받아들고 다시 바퀴..가 있는 방에 들어가 짐을 부랴부랴 싸느라 정신도 없었던 데다 (이상하게) 6인실이 4인실보다 쾌적해서 당시에는 아무 생각이 안들었지만 말이다. 

4층 카운터, 5층이 객실인데 엘레베이터가 없다. 첫날, 캐리어 들고 올라가는 게 꽤나 힘들었다. 후기 봐도 'no elevator'가 빠지질 않는다! 1층 벽면에 전화를 하면 짐을 옮겨주겠다고는 적혀 있지만,, 'free'라고도 돼 있지만,, 유심 전화 안되고요?,,,

3. 교통

고덕지도(高德地图)를 한국에서 미리 다운받아서 숙소, 관광지, 맛집 등을 별표 표시해뒀다. 꽤나 유용했다. 길찾기도 틀리지 않게 잘 나오고, 버스 도착 예정시간도 잘 맞았다. (유심을 한국에서 사서 따로 vpn을 깔지 않아도 구글지도도 켜지긴 했다.)

충칭 시내 관광지는 대중교통만으로도 충분한데 지하철보단 시내버스를 더 많이 타고 다녔다. 버스요금은 거리 상관없이 2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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