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小红书

이 어플에서 '重庆美食’을 치면 충칭 맛집 정보가 많이 나온다. 추천순으로 뜨니 찬찬히 읽어보고 몇 개 찜해둬서 갈 생각 깔깔~. 먹을 것 앞에서 이렇게 철두철미하다니. 

하루 세끼밖에 못먹는데 실패하지 않아야죠..? 


Q. 충칭 여행 적기는

A. 3, 4월, 10월 하순~12월 상순


Q.  꼭 봐야 할 곳은?

A. 현지인에게 충칭은 생활 공간. 추천 어려움. 케이블카 줄 서서들 타는데 우리한테는 교통수단 중 하나. 홍야등(洪崖洞)은 추천. 다만 낮에 가지 말고 저녁에 갈 것. 안에는 그냥 상가들 천지라 별다를 게 없음. 야경보러 가는 곳. 안에서 식사는 더더욱이 할필요 없고. 홍야등에서 야경보고 비파원(枇杷园)가서 훠궈 먹으면 굳굳. 

川美老校区도 좋음. 

갈 필요 없는 곳도 있음. 쓰치커우랑 케이블카! 


Q. 꼭 먹어야 할 것은?

A. 훠궈, 冰粉凉虾(차갑게 먹는 새우요리인듯?),꼬치류, 저장성 요리인 고추 계열(?) 요리, 길거리 음식, 小面   


A. 충칭은 아홉개의 구역(区)으로 나뉘어 있고, 모든 구역이 먹을 거리, 볼거리가 있다. 다만, 여행자에겐 두 가지 구역을 추천함. 渝中区(위중취), 江北区(쟝베이취)가 그것. 


+) 계속 업로드 해야지 

`1. 

할 게 쌓여있으니 딴 길로 새기 마련. 추석 때 여행 갈 충칭 비행기 티켓과 숙소 예약 끝냈다>_<

2.

원래 4월 즈음 올해 추석 연휴가 기니 중국, 그 가운데서도 안가본 충칭을 가는 게 좋겠다고 하다가 뱅기값이 너무 비싸 반쯤 포기. 그러다 최근 들어 계모임 칭구들이 추석 때 같이 해외 가자길래 거의 우기는 수준으로 중국 항저우 가자고 했다가, 한명이 사정 생겨 빠지니 흐지부지..

혼자라도 항저우 가려고 찾는데, 항저우 직항은 엄두도 안내고 상하이 갔다 까오티에로 항저우 가는 루트로 생각하고 상하이행 비행기 찾는데 가격이나 시간대가 너무 별로인 게 아닌가. 비싸더라도 시간이 좋았다면 예약했을 텐데. 가는 날 밤에 출발하고 오는 날 아침에 뜨면 숙소비만 이틀 허공에 날리는 셈에다 순수 관광하는 일수도 줄어드는 셈이니 여러 사이트만 띄워놓고 낑낑대다..

이럴 바에야 충칭가는 게 낫지 않나, 했는데 정말 상하이 가는 것이랑 비슷한 가격대 항공사가 있길래 조금 고민하다 바로 결제했다. 올 때 경유 한번 하긴 하지만(그래서 저렴한 것)

3.

숙소는 호텔을 할까, 아님 게스트하우스할까 고민하다. 비행기에서 출혈이 크니 게스트하우스로 결정했다. 호텔스닷컴에서 본 호텔 하루 숙박비가 내가 예약한 게스트하우스 4일치 숙박비랑 비슷하다.

언니는 저번 오키나와 여행 때, 여행가서 좋은 숙소에서 자려고 돈 버는 거 아니냐며 돈 너무 아끼지 말라고 했지만 게스트하우스가 여전히 선택지에 있을 만한 나이대까지는 그래도 괜찮은 것 같다는 게 아직까지 내 생각. 

4.

이제 비자 신청하고, 여권사진 바꿔 놓으면 미리 해야할 것은 웬만하면 다 끝나는데... 충칭 교외에 있는 우롱을 어떻게 갈 지가 좀 고민이다. 가서 1일투어 하는 게 나을 것 같기도 한데, 미리 기차표를 예매해두는 게 마음 편하려나.

5.

또 하나의 고민은 그 때 중국도 중추절이라는 점. 사람 얼마나 많을까 생각하면 한숨 절로;

6.

가서 해야지, 하는 것들 

-충칭 훠궈*마라탕*마라샹궈 먹기>_<

-중국 원서 책 구매하기

-중국 무인슈퍼, 신선식품매장 구경해보기 

-중국 영화보기 

1. 7월2일 첫째날

통영 사량도에 다녀왔다. 7년 전, 비슷한 계절에 연화도에 갔던 친구 두명과. 원래 6월 마지막 주에 가기로 계획했는데 장마기간과 딱 겹쳐서 일주일 미룬 게 7월 2-3일.

우리의 최종 목적지는 통영 부근에 위치한 수많은 섬 가운데 하나.

서울(남부 기준)에서 통영까지는 4시간, 통영 가오치여객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40~50분 가량 배를 타고 들어가야 사량도에 도착할 수 있다. 나는 남부터미날발 아침6시40분 버스를 미리 예매해뒀는데 이 버스는 통영 가기 전 고성을 경유하는 버스였다. 전날 급하게 짐싸고, 월요일 마감할 거 챙기느라 네 시간 아주 푹잤다. 거의 통잠이었던 듯.. 책 읽을 거라며 야심차게 책 챙겼는데 (역시나) 가져간 고대로 들고 옴.

버스에 내려 친구들과 만나고 곧장 터미널과 가까이 있는 이마트로 가서 장을 봤다. 자취생인 나와 달리 가족들과 같이 사는 친구들은 감자며 양파며, 마늘이며 바리바리 싸와 덕분에 마트 장보기는 간단하게 끝났다. 난 그대신 비장의 무기! 마라샹궈 소스와 옥수수면, 콴면을 준비해 갔지ㅎ_ㅎ

장을 보고 나와 택시를 타고 가오치터미널로 향했다. 시내버스도 있는 것 같지만 시간도 시간이고, 혼자도 아니고 세명이 함께 하니 택시비가 덜 부담스러워서 택시가 훨씬 나은 선택지였다. 가오치에 도착한 게 오전 11시 45분 쯤이었는데, 12시 배가 바로 있어서 속전속결, 표를 사고 배에 탑승했다.

사량도로 향하던 날, 날씨는 아주 기가막혔다. 장마를 피해 일주일 미뤘을 때는 뭔가 아쉬웠는데 잘 미뤘다 싶었음. 배에 사람도 비교적 적은 편이라 소란스럽지 않아 더 좋았다.

잘 먹는 셋이 모이면 끼니 때를 결코 놓치는 법이 없다. 점심을 못 먹어 버스터미널 주변에서 먹으려다가, 마땅한 식당이 없어 이마트에서 닭강정을 샀다. 버스에 (거의) 타자마자 비닐을 뜯고 흡입... 아 존맛...

딴 소리지만 요새 식이 진짜 거의 손놓은 사람이었군ㅎ_ㅎ 불과 한두달 전만 해도 닭강정 먹을 때 양심이가 좀 찔렸는데 저때 그저 먹는 데 정신팔림.

사량도에 도착해 민박 아저씨께 친구가 전화를 드리니 픽업을 해주시러 오셨다. 민박집과 콜밴을 함께 운영하고 계셔서, 픽업 가능하냐는 물음에 그리 호의적인 반응은 아니셨다는데 그래도 나와주셨다. 첫날, 민박집에 갈 때만 해도 이 아저씨 밴을 더 타는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여행 내내 진짜 우연히 만나 잘 얻어탔다.

민박집은 옥동이라는 마을에 위치해있는데, 정말 작은 어촌마을이었다. 2층에 위치한 우리 방은 방에서 나오면 바다가 보이는 뷰였다. 밖에 테이블도 있어 저녁은 나와서 먹기도 했다!

대중교통이 편하다고 말할 순 없어도 나름 규칙적으로 운영되는 버스가 있다. 위 시간표는 우리가 머문 상도 버스시간표이고, 하도 역시 다른 버스시간표가 있었다.

첫째날엔 대항해수욕장에 가보기로 해, 옥동에서 대항으로 가는 버스를 타야했는데 시간이 마땅치 않아 진촌까지 나가 그곳에서 택시를 타기로 했다. 버스는 티머니로 결제가 가능하고, 비교적 정확한 시간에 오는 편이었다. 우리가 탄 버스는 예정시각보다 되레 5분 정도 빨리 왔으니 배차간격이 큰 버스를 놓치지 않으려면 일찍 나가는 게 최선인 듯 싶다.

종점인 진촌에서 내렸더니 대항해수욕장까지는 걸어갈 수 있다고, 편의점 주인분이 말씀해주셨다. 그 말만 믿고(?) 처음엔 걸어가려 했다.

진촌에서 대항으로 걸어가던 길에 만난 짖지 않는 개들. 개를 무서워하지만 나에게 오지 않는 개는 귀엽다(!). 사진에 찍히지 않은 개가 두마리  더 있었는데 다섯마리 개들이 낯선 사람들을 보고도 짖지 않고 흥분하지 않는 게 너무 신기했다. 그래도 사람이 좋은지 계속 우리 쪽을 바라보며 몸을 일으키곤 했다. 몸을 일으키려 할 때면 멀찍이 떨어졌지만 그래도 귀여워서 거리를 유지한 채 사진을 찍었다.

개를 이내 뒤로하고, 대항해수욕장으로 걸어가는데 우리가 다음날 가려던 옥녀봉에 관한 표지판을 봤다.

"옥녀봉은 '매우 위험하오니~~'...." 응? 그냥 위험도 아니고 매.우.위.험? 산에 관한 안내 가운데 '매우'라는 부사까지 써가며 강조한 것은 처음 봐 당황했다. 얼마나 위험하길래... 하며 얘기하던 순간, 아저씨 한 분이 차를 태워주셨다. 대항해수욕장까지 가는 길이니 데려다주신다면서. 세명이니 뭐, 위험하겠나 싶어 탔더니 내 귀가 위험해졌다. 아저씨는 온갖 섹드립을 치면서 자기 나름의 농담이랍시고 껄껄대는데 흐르는 물에 귀를 씻고 싶었음^_^...

차를 타고 대항으로 가니, 진촌에서 대항은 그렇게 멀지도 않지만 또 간단히 걸어갈 수 있는 거리도 아니었다. 짐이 많거나 신발이 편하지 않다면 걷는 게 쉽진 않을 수도 있다.

그렇게 도착한 대항해수욕장은 사실 바다 근처에서 자란 우리 셋에겐 어떤 감흥도 일으키지 못했다. 아, 바다 저 멀리 보이는 풍경이 큰 선박이 아닌 산 능선이 보인다는 건 완전히 달랐다. 중공업의 딸들.. 해수욕은 생각지도 않고 온 터라 갈아입을 옷을 가져오지 못한 게 가장 아쉬웠다. 물이 깨끗하고 얕아 놀기에 딱 좋았을 텐데. 발만 담그다가 돗자리에 누워 의도치 않게 살을 태우고 쉬다가 다시 민박집으로!!

2. 7월3일 둘째날

전날, 마라샹궈에 막걸리 먹고, 와인먹고, 과자먹고 식욕에 있어 누구 하나 뒤지지 않는 애들 세명이 모여 엄청 먹었다.(하...)

그리고 대망의 등산. '옥녀봉 매우 위험' 표지판 보고 등산화도 없는 우리가 갈 수 있는 곳인지, 세상 모든 겁은 다 갖고 있는 내가 갈 수 있는지 불안했는데 등산으로 유명한 사량도에 와서 아무것도 안 보기엔 아쉽다며 길을 나섰다.

등산코스는 우리가 머문 민박의 뒷길로 들어가 성자암을 들러, 출렁다리까지 보는 것으로 정했다. 본격적인 등산로가 시작되기 전에 정말 엄청엄청엄청난 오르막길이 이어지는데 숨이 탁탁막히고 등산하면서 흘린 땀의 절반을 십분도 안되는 이 구간에서 다 흘렸다. 경사가 너무 급해 차도 진입 금지를 한 오르막길인데 보는 것만으로도 포기하고 싶은 오르막길..이었다.

오르막길 구간이 끝나니 나타난 성자암과 연꽃. 오르막길이 힘들긴 했지만 나는 차라리 힘든 구간이 나았다 엉엉ㅠ_ㅠ

고소공포증이 있어 놀이기구를 못타는 나여도 등산을 하면서 고소공포증을 고려해야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사량도의 여러 봉우리들은 그냥 봉우리가 아니라 '바위산'이었는데 그 점을 생각하지 못한 거다. 나는 컨버스화에, 친구는 샌들에 미끄러운 신발(샌들 신고 봉우리 오른 친구는 내친구지만 리스펙..)도 큰 장애요소였지만 서있기만 해도 아찔한 바위들을 기어 오르는 게 나한텐 더 어려운 점.. 중간에 내려가는 길만 있었어도 먼저 가라하고 혼자 내려왔을 텐데. 높은 봉우리 올라가서 멋진 풍경을 봐도 잘 와닿지가 않고 그저 내려가고만 싶었음.

이런 풍경 보고도 감탄 잘 안나오는 사람?은 나..

바위산 다신 안가야지 생각했던 하루였다ㅋㅋㅋㅋㅋ... 가마봉을 지나 출렁다리까지 갔는데 사실 내가 아니었으면 친구 두명은 옥녀봉까지 깨고 내려왔을텐데 표정관리 못하는 나 때문에 중간에 엄청 험한 길로 대항으로 내려옴.ㅎ.... 민폐되는 거 젤 싫어하는데 민폐되고 있다는 걸 느껴서 표정 더 안좋아졌을 거다,는 무슨. 그냥 안 좋았다는 걸 나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었다.

가마봉은 물론, 사량도에서 가장 유명한 옥녀봉까지 보통은 산악회에서 등산스틱, 등산화까지 제대로 갖춰서 다녀오는 바위산이다. 생각보다 꽤 위험하고 가파르고, 물론 예전과 달리 우회로도 생겨서 나같은 사람도 살아 돌아오긴 했지만 고소공포가 있는 사람은 다메요... 스스로 가학을 가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다른 산을 가는 게 더 나을 거라 생각한다.  이날 서울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산을 오르며 공포를 느꼈던 장면장면들이 계속 생각나서 잠도 제대로 못잤다. 한편으론, 고소공포증은 단순히 높은 곳을 무서워하는 게 아니라 높은 곳에서 떨어질 것 같은 느낌, 상상을 머릿속에서 계속 반복한다는 게 문제란 걸 깨달으면서 나의 공포에 대해 한걸음 더 깊은 이해를 하게 된 계기였달까.(뭔소리지)ㅋㅋㅋㅋㅋ

어쨌든 거의 3시간에 걸친 산행을 하고 내려와서 대항해수욕장 근처에 있는 트럭카페에서 빙수를 먹었다. 젊은총각이 하는 트럭카페라는 컨셉으로 인스타그램 계정도 운영하신다고 친구가 말해줬는데 사람이 잘 다니지 않을 것 같은 길에 카페 트럭만 덜렁 있어 신기했다. 왜 카페를 하게 됐는지, 왜 사량도였는지, 성수기가 아닌 기간에는 수지가 맞는지.. 등등의 오지랖을 부리고 싶었으나 응, 세상에서 제일 낯가리는 사람~은 빙수만 먹었다.

팥빙수를 먹고 있다가 우연히, 또! 민박집 아저씨를 만나(전날에도 음료먹다가 마주침) "니네는 먹기만 하냐?"는 팩트폭력을 당했다..ㅠㅠ 아조씨, 등산다녀오는 길이라고요, 라고 셋 다 찔려서 대답함. 그래도 아저씨가 또 한번 차를 태워다 주셔서 여객터미널까지 편하게 갈 수 있었다!

통영 가오치로 돌아오는 배 안에서는 정말 셋 다 곯아떨어졌다.

울산으로 가는 친구들은 나보다 50분 빠른 차를 예매해 점심을 빨리 먹고 버스를 타야 해 마음이 급했다.(끼니를 건너뛰는 건 아예 선택지에도 없었음) 가오치에서 터미널로 오는 택시에서 택시아저씨께 여러 추천 식당을 받았지만 다 시간이 오래걸리는 거라, 결국 전날 봐뒀던 이마트 근처 중국집에 갔는데...

대.존.맛.

탕수육에, 짜장 둘에, 찐만두를 먹었는데 바로 튀겨 나온 탕수육은 말할 것도 없고 찐만두가 진짜였다. 육즙 좔좔.. 진짜 숨쉬지 않고 다 먹고 여유롭게 버스터미널로 걸어가니, 우리 애들 안죽었네(물론 나도~)..라는 생각이 ㅎ_ㅎ

3.

셋이 함께 한 여행은 7년만이어서 그 자체로 좋았다. 10대와 20대 초반에 보낸 시간과 그 시간을 함께 한 사람은 그 이후의 나이대에 만난 사람들과는 역시나 무언가 결이 다르다. 직업도, 관심사도, 취향도 다 다른데 그 시절을 함께 했다는 것만으로도 1년에 얼굴 한번 못볼 때도 많은 우리가 오랜만에 여행을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게 신기했다.

우리가 10대에 함께 한 시간들만 너무 믿지는 말아야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공을 들이지 않은 관계가 예전과 변함없길 바라는 건 지나친 욕심일 수밖에 없으니까.

 

1.

4월 말, 지리산 둘레길을 또 다녀왔다. 코스를 다 깨면(?) 상품같은 걸 줬으면 싶을 정도로 코스를 하나씩 정복하는 맛이 생긴다. 이번에 간 코스는 3코스(인월-금계)로 둘레길 가운데 가장 먼저 생겼고, 또 그만큼 사람들의 발길이 가장 많이 닿은 곳이라고 한다. 총 구간은 20km 가까이 되는데 친구와 나는 이틀을 잡고 가기로 했다.

2.

저번처럼 이번에도 딱히 준비할 것은 없었다. 숙소만 예약해두면 '미리' 해야할 일은 없다. 물론 이번에 나는 등산화도 사고, 등산용 가방도 사고... 돈을 쓰며 준비를 했지만ㅋㅋ 

아, 물론 하나의 준비를 더 해야 했다. 바로 '버스 예매'. 동서울에서 인월까지 직통으로 가는 버스가 원래는 없었다가 지리산 둘레길이 인기가 많아지면서 구간이 생겼다는 건 알고 있었다. 어플로 표를 예매하려고 보니, 타야할 시간대에 잔여 좌석이 2개뿐이었다. 일주일 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저번 둘레길 여행에서 하동에서 서울에서 오는 버스 역시도 온라인 예매는 두 좌석밖에 없었는데 막상 터미널에 가니 자리가 널널했었다. 그래서 난 이번에도 온라인 예매로 풀어두는 좌석은 한정적이구나,라고 아주 나이브하게 생각했다^_^; 더 안타까웠던 것은 그 주에 김제 출장이 있어서 난 동서울 터미널에 방문을 했었다는 점.. 물론 그때도 간 김에 현장에서 표를 미리 사둬야지~했지만, 김제로 갈 때는 시간에 촉박해서, 동서울에 도착해서는 진이 빠져서 그냥 바로 지하철을 탔었다. 

3.

그렇다..... 당일에 강변가는 지하철에서 나같은 복장을 한 사람이 많다는 걸 알아챘을 때, 강변역 2번출구에서 나와 동서울 터미널로 가는 횡단보도를 건널 때 그들이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단 걸 알았을 때, 터미널 안에는 정말 많은 등산객이 있다는 걸 봤을 때 불길한 직감이 들었다. 그리고 여지없이 그 직감은 완전히 들어맞았다...ㅠㅠㅠㅠㅠ 

원래 타려고 했던 8시대 표는 매진, 더 최악은 그 다음 시간대인 10시대도 매진.. 그 다음은 13시였는데 탑승시간이 만나기로 약속한 시간보다 늦은 시간이었다. 

속으로 "뭐 됐다"는 생각밖에 안들었으나, 이내 침착하고(?) 인월 직통이 생기기 전에 남원에 가서 남원에서 인월로 갔다는 블로그가 어렴풋이 생각났다. 그마저도 찾아보는 시간에 남원표마저 매진될까봐 확신도 없으면서 매표소에서 남원표를 샀다. 그렇게 8시 약간 넘어 터미널에 도착했던 나는 9시에 출발하는 남원행 버스표를 샀고, 표를 사고서 폰을 켜서 남원까진 몇시간이 걸리는지, 남원에서 인월까지 가는 버스 시간대를 찾았다. 

대충 소요시간을 확인하고 나니 여덟시 반이었나? 정신을 차리고 김밥 한줄을 사먹고, 신문 두 부를 편의점에서 샀다.(전날이 남북정상회담) 남원에서 인월가는 버스 시간표가 찾는 데마다 다르게 나와서 불안했지만, 어쨌든 버스를 탔다.

4.

서울에서 남원까지는 4시간. 남원까지만 도착해도 13:00로 이미 친구는 인월에 와 있고도 남은 시간이었다. 하... 그런데 버스를 타 탑승권을 확인하는 기사아저씨가 "토요일에는 밀리는 거 아시죠~ 평일이라고 생각하시면 안됩니다~"라고 하는데 아니, 아저씨 해보지도 않고 그렇게 자신감 없는 소리 하실 거예요? 아저씨 경력 많아보이는데 제시간 맞춰 달릴 수 있어요....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ㅠㅠㅠ

하지만 아저씨의 경력은 시간이 지연될 거라는 예언이 사실로 판명났을 때 드러났다, 안타깝게도. 원래 예정시간보다 1시간이 더 걸려 14시쯤에 나는 남원에 도착했고, 14:15에 인월로 출발하는 버스를 탔다. 버스가 없었다면 택시라도 타야했지만, 그래도 버스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남원역에서 버스 기다리다가 찍은 사진인데, 세월호 노란 리본을 버스 앞 유리창에 붙여놓은 게 마음이 울컥해서..

남원에서 인월까지는 30분. 14:45분에 인월터미널에 내리니 친구가 벤치에 (아마 오랜시간) 앉아 있었다. 핳... 

저번 둘레길 여행때도 갑자기 잡힌 카테때문에 일정을 줄여 미안했는데, 이번에는 3시간을 기다리게 해서 더 죄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하.. 나는 평소에 약속 늦는 거 무지 싫어하는데 왜 가끔씩 한번 늦을 때 정말 어마무시하게 늦는다..; 정신 챙겨야지.. 

5. 

첫날만 해도 10km 가까이 걸어야 하는데다, 내가 왕지각을 해서 해가 질 것에 대비해 친구와 만나자마자 바로 출발했다. 

3코스 시작 표지판이 있는 곳에서 찍은 사진. 저번 둘레길을 다녀왔을 때는 둘이 찍은 사진이 셀카빼고 별로 없어서 아쉬웠는데, 마침 집에 언니가 사온 블루투스 삼각대?가 있어서 빌려왔다. 사실상 내가 첫 개시를 했는데, 조만간 그냥 언니한테 싼 값에 넘기라고 할 것 같다.

저번 코스보다는 둘레길에 사람이 꽤 있었는데 그마저도 앞서 걸어가다 보니 어느새 우리 둘만 걷고 있었다. 또 3코스 난이도는 홈페이지 기준 '상'이라지만 초반부에 오르막길을 제외하면 그다지 어렵게 느껴지진 않는다.

3코스의 대체적인 인상은 '철쭉'과 '연두'. 마을 인근에는 분홍색, 빨강색 철쭉이 곳곳마다 피어 있어 눈호강을 제대로 했다. 또 산 쪽으로 들어오면 여름을 알리는 나뭇잎의 선명한 연두색이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는데 너무 근사했다. 특히 오후 4~5시 무렵의 빛을 받은 나뭇잎 색이 너무 멋지다는 걸 처음 알게됐다.

내려오는데 근사한 나무를 보고 둘 다 소리를 내질렀다. 저 나무는 400년의 역사가 넘은 것이었는데 세월이 증명해주듯 정말 커다랗고 풍성했다. 또 나무 앞의 철쭉도 나무랑 어우러지니 너무 멋져, 저 철쭉 사이에 들어가서 '제주도 유채꽃 안의 나' 버전으로 사진을 서로 찍어주었다. 사진 다시 봐도 너무 좋다-

이앙기로 이앙작업하는 것을 본 때가 상황마을에 예약해둔 숙소까지 정말 얼마 남지 않았을 때였다. 이때가 아마 오후 5시 무렵이었는데 해기 점점 지고 있는 찰나에 논에 댄 물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게 너무 멋졌다.

이앙기를 보면서 자동으로 몇 평 하시는 걸까, 직파재배는 안하시나...라는 생각이 떠오르는 스스로를 보면서 =_= 새로웠다.. 작년 이맘 때, 논을 보면 그져 멋지다,라는 생각만 했었는데 사람 앞길 정말 한 치 앞도 모르는구나...

6.

친구랑 나는 둘 다 잘 걷는 편이라 중간에 멈춰 사진찍을 때 빼고는 쉬지도 않고 수월하게 잘 왔는데, 이번 여행에서 가장 어려웠던 게 '숙소찾기'였다.

인월-금계 코스의 중간이 상황마을이라 상황마을에 숙소를 잡기로 했는데 홈페이지에 나오는 상황마을 민박들이 네이버나 다음 지도에 뜨질 않는다. 아마 등록이 안 되어 있어 그렇겠지만, 잘 찾아갈 수 있을까 걱정이 조금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예약이야, 다른 블로그 포스팅에 나와 있는 명함의 전화번호로 하니 쉽게 할 수 있었지만 주소는..

아 적으면서 보니 명함에 있는 주소를 지도에 쳐보면 되잖아?라는 생각이 지금 드네? 헐.

어쨌든.. 우리가 예약한 숙소는 상황민박의 '솔솔민박'이었다. 2명 기준 1박에 4만원이었고, 식사는 한 끼당 6000원이었다. 예약을 하려 전화하니 숙박비는 미리 입금을 해야 했다. 입금만 하면 예약 완료. 걱정이 드는 한편 나름 믿는 구석이 있었다.  이미 민박집 주인 아주머니와 통화를 한 데다 길을 모르면 전화를 해보면 된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근데 상황마을에 다 와보니 '솔솔민박'을 알리는 현수막도 없었고(저번 둘레길을 갔을 당시엔, 1km 전부터 우리가 잡은 숙소 방향을 알리는 현수막이 곳곳에 있었다) 아주머니 번호가 있는 내폰은 밧데리가 없어 꺼졌고... 전화번호를 친구 폰으로 블로그에서 다시 찾아 전화를 거니, 계속 부재중이었다..

게다가 마을은 축제를 하는 듯 멀리서 가요 소리,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리는데 그 덕분에 길은 사람없이 텅텅 비어 있었다..ㅠ-ㅠ 겨우 지나가는 사람 붙잡아 몇 차례 물었는데 그에 맞춰 따라가도 쉽게 나오질 않아 살짝 멘붕이 오던 찰나에 겨우 찾아낼 수 있었다.

상황마을까지는 저녁 6시 반 무렵에 도착했는데, 숙소에 들어가니 일곱시가 넘었다. 숙소에는 이미 다른 팀(4명)이 도착해 식사 중이었고 너어어어무 배고팠던 우리는 가방 풀자마자 바로 식사에 합류했다. 역시나 꿀맛. 나물류가 정말 맛있었는데, 특히 주인아주머니가 직접 채취한 버섯은 향이 너무 좋았다ㅠㅠㅠ

밥을 다 먹고, 중황마을 슈퍼에서 막걸리를 사온 우리는 주전부리가 필요했는데 숙소를 찾아오면서 주변엔 슈퍼가 전무하다는 걸 대충은 눈치채고 있었다. 모른척, 아주머니께 물어보니 주변에 사는 친척에게 부탁할테니 같이 차를 타고 마트에 다녀오라고 했다. >_<  아주머니의 먼 친척 조카?였는데 그 차를 타고 10분을 넘게 가야 조금 큰 슈퍼가 나왔다. 과자 하나랑 아주머니 드릴 소라과자랑, 다음날 먹을 초코바 두개를 야무지게.. 사고 돌아왔다.

막걸리 한 통을 비우고 밖에 나가 잠시 달이랑 별을 보고 들어왔다.

미세먼지 속에서 살다 공기 좋은 곳에서 맡는 밤공기는 정말 상쾌했다. 인공조명도 없어 달은 물론, 별도 잘 보이고.

친구랑 두런두런 이야기하다 불을 끄자마자 역시나, 나는 바로 잠들었다(고 한다). ㅎ_ㅎ

 

   

 

 

 

(일주일만에 쓰는 지리산둘레길 포스팅 ^_ㅠ)

 

9월 셋째주에 찾은 지리산둘레길은 일교차가 무척이나 컸다. 아침저녁으로 꽤나 쌀쌀해 아침에 눈을 뜨니 코와 입이 콱 막혔다.

가을 넘어 둘레길을 찾을 땐 일교차를 대비해 두꺼운 옷이 필수이겠다 싶었다.

그래도 아침에 정돌이네민박에서 내다보는 풍경은 근사했다. 곧 추수의 계절임을 알리는 논의 색과 아직은 낙엽이 들지 않은 푸르른 산의 정경들이 멋졌다. 곳곳에 보이는 감나무들의 주황빛 감들 역시 근사함을 더했다.

 

 

아침 일곱시에 다른 민박객들과 같이 밥을 먹고 여덟시쯤에 길을 나섰다.

어제 저녁에 밥을 차려주신 아주머니가 우리가 길을 나설 찰나에 민박에 또 오셨는데, 너무 늦은 출발 아니나며 걱정하셨다.

보통 둘레길 여행객들은 하루에 두 코스를 다닌다고 한다. 그래서 아침 일곱시쯤에 나서야 오후 4~5시쯤에 하룻밤을 묵을 숙소에 도착할 시간이 난다.

하지만 우린 1일1코스이므로, 여덟시도 그렇게 늦은 출발 시각은 아니었다.(고 생각했닼ㅋㅋ)

 

 

 

위태에서 출발하는 10코스는 전날보다는 2km 정도가 더 긴 코스였다.

출발지점부터 꽤나 오르막이 많은데, 밤나무가 많아 밤 줍는 틈에 조금씩 쉬면서 슬슬 올라갔다.

한창 오르막길을 오르는데 할머니 한 분을 만났다. 젋은 우리는 헥헥거리는데 길이 익숙해보이시는 할머니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어디서 왔냐고 물으셨다. 이런저런 얘기를 간단하게 나누다 금방 할머니와 헤어졌는데 뭔가 부끄러웠다. 우리의 체력이;

 

궁항마을까지 내려와 도로변을 걷는 도중 갑자기 위의 커다란- 진돗개 두마리가 튀어나왔다.

인적이 드문 동네에 사는 개들이라 그런지 사람을 엄청 좋아하는데 나는 개 한마리가 내 팔에 기댈 때 죽을 뻔했다. 그 개 뒤에 또 한마리가 두 발을 들며 서있는 모습까지 어렴풋이 느껴지면서 정신을 잃을 뻔..

개들에게 벗어나고자 미친듯한 속도로 걸으면서 친구한테 개들을 부탁하고 곧장 앞만 보며 걸었다. 개 좋아하는 친구가 있어 정말 다행이었다.ㅠㅠ 둘레길 혼자와도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완전 헛다리..

 

개 두마리의 습격(?)을 당하고 친구와 한참 떨어져 앞장서 걷다가 한 20분 후에 친구와 다시 합류해 줄곧 앞만 보며 걸었다.

그랬더니 나온 '궁항리'. 가물었는지 물이 정말 적었다.

이때만해도 사진 찍으면서 길을 한참 잘못든 것인지는 전혀 깨닫지 못했다.

 

 

궁항마을에서 잘 닦인 도로를 한 시간 정도 걸어내려오니 세갈래 길이 나왔다. 그런데 표지판이 전혀 없어 어느 방향이 하동호로 가는 길인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는 거다. 주변에 인적도 없고, 집도 없고, 그 흔한 작은 매점도 없어 방황하다 친구는 할머니가 보이는 집에 길을 물으러 갔고 나는 도로의 차를 잡아 길을 물어보고자 했다.

그런데 정말 우연히도!다행히도!! 내가 잡은 흰색 트럭차가 정돌이네민박집 아저씨였던 것이다ㅠ_ㅠ 첨엔 아저씨인 줄도 모르고 꾸벅 인사하고 다가갔는데 창문을 내리고선 흘러나오는 말이 "왜 여기있어???"

 

알고보니 길을 한참이나 잘못들었던 것이다. 무려 한 시간이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궁항마을에 도착했을 때 둘레길 표지판을 못보고 지나치면서 그냥 큰 길 따라 죽 걸어내려온 결과였다. 아저씨가 모는 트럭 뒤에 친구와 타고 한 5분 안에 우리가 한 시간 걸은 길을 다시 되돌아갈 수 있었다. 허탈하면서도 민박집 아저씨 만난 게 천운이라 느껴졌던!ㅎㅎ

 

아저씨가 알려준 꿀 팁은, 둘레길에서 세갈래로 갈라지는 길엔 '무!조!건' 둘레길 표지판이 있다는 거다. 세갈래 길에서 표지판 안 보고 큰 길로만 가면 길을 잃기 십상이라는..

이 말을 듣고 있었는데 우리와 같이 출발했던 민박집에 함께 머물렀던 언니가 보였다. 걸음이 느리시다고 해서 우리 먼저 빠르게 갔었는데 알고보니 언니는 궁항마을 도착 전에 이미 길을 잃으셔서(ㅋㅋㅋㅋ..) 우리가 한시간이나 길을 잘못 들고 다시 궁항마을에 돌아올 적에 궁항마을에 도착하셨던 거다. 셋이 한참을 웃고, (정돌이 아저씨는 그런 우리 셋이 한심하셨겠디만 헤헿..) 다시 출발했다. 역시나 10분도 안 되어 언니는 뒤처지시고ㅋㅋㅋ우리는 다시 으쌰으쌰! 출발했다.

 

 

궁항마을에서 하동호까지는 다시 산길과 대나무숲의 연속, 그리고 오르막이 끝나면 정말 끝없이 산속 내리막길을 걸어내려와야 했다.

 

그리고 짜잔! 드디어 대망의 하동호가 나왔다 엉엉..

하동호에서 3시에 농어촌버스를 타고 터미널로 가야만해서 조마조마했는데 길을 한시간 잃었어도 꽤 일찍 도착했다.

하동호 정말 멋짐. 자연에서 볼 수 있는 온갖 풍경을 다 볼 수 있는 코스가 10코스라더니 말 그대로였다. 산길도 보고, 논도 보고, 대나무숲도 본 데다 마지막은 이렇게 하동호까지..b

 

 

 

 

 

하동호에서 하동 비바체리조트 가는 도로 양변에 코스모스가 흐드러지게 펴있는데 그림이었다.

가을에 와야만 볼 수 있는 풍경이기에 더 값졌다.

이 코스모스 도로에서 셀카도 엄청나게 찍고, 지나가시는 분들께 부탁해 셀카말고 친구랑 같이 사진도 처음 찍고 엄청 신났다.

더 좋은 건 비바체 리조트 지하에 매점이 있었던 것... 친구랑 각자 포카리1병+아이스크림+과자를 거의 10분만에 먹어치웠다..(점심안먹어서야..그래서야.....)

정줄놓고 먹어치우고 나니 정신이 좀 들어 친구랑 우리 고3때처럼 먹은 거 아냐고, 한참 웃다가 다시 하동호 구경에 나갔다.

그러다 2시30분에 기점에서 출발하는 하동터미널행 버스를 타기 위해 비바체리조트 맞은편에서 기다렸다.

 

 

생각보다 꽤 기다려서 히치하이킹할까 백번 고민했던 농어촌버스..ㅠㅠ

원래는 티머니도 되는데 이날 기계가 고장나서 터미널에 돌아가서 카드로 결제했다. 신기했던 건 아직도 버스안내도우미가 있었다는 점??

그리고 정말 빨리, 20분도 안 되어서 하동호에서 하동 시내로 들어왔다.

 

터미널에서 각자 집에 가는 버스표를 사고 하동시장에 가 점심을 했다.

하동시장 역시도 현대화사업을 했는지 전통시장의 느낌은 많이 없어지고 세련되고 굉장히 깨끗했다.

아쉽게도 문을 많이 닫아서 갈 수 있는 식당이 몇 안 됐다. 눈에 보이는 순대국밥집에 그냥 앉아버렸다.

 

 

밥을 먹고 나와 터미널 근처에서 걷다가 논을 볼 수 있는 곳에 자리 잡아 친구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가을이 멋지다며 이야기를 하다가, 우린 아직 인생에서 가을도 아닌 초여름이라며! 돌아가서도 힘내자는 이야기였다. 서로 땀에 쩔은 얼굴과 헝크러진 머리로 논을 배경으로 마지막으로 사진을 찍고 헤어졌다.

 

1박2일이었고 꽉 채운 이틀도 아니었지만 둘레길에 다녀와 기분전환이 꽤 됐다. 국내에도 좋은 여행지가 많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기도 했고. 또 시간이 나면 다른 코스로도 다녀봐야지 싶었다.

 

지리산둘레길 1박2일 여행기 끝!

여행을 담기로 한 이 카테고리에 글을 정말 오랜만에 쓴다. 그만큼 최근 몇 년간 내 일상에서 여행이 자리할 만한 여유가 없던 것이겠지.

지난 8월 울산에서 계모임 친구들과 만났을 때 한 친구가, "예전엔 잘 돌아다니더니 요샌 전혀 안 그래보여"고 말한 게 계속 머리를 맴돌았다.

그러고, 어떤 계기인지 지금은 기억도 나질 않지만 갑자기 지리산 둘레길에 엄청 가고 싶어졌고, 바로 오케이할 친구에게 연락했다. 답은 역시나 '대환영'.

 

친구가 월차 쓸 수 있는 날과 나 시험없는 날을 맞추다 보니 23,24일이 적기였다. 원래 25일 포함, 2박3일로 계획했지만 주중에 필기발표 한 곳이 나는 바람에 급하게 1박2일로 줄였다. 여행일정 하루 줄여야 한다고 말했을 때, 짜증났을 법도 한데 이해해줘서 너무 고마웠다ㅠ^ㅠ

 

친구와 가기로 한 코스는 9, 10코스였다. 코스를 정하기 전, 정말 우연히 한겨레 ESC 면에 지리산 특집이 나왔다. 눈 땡그래져서 꼼꼼히 읽었다. 계절별 추천코스가 달랐는데,

 

 

위 사진은 신문 읽으면서 손에 잡히는 포스트잇 메모한 내용. 위태~하동호 코스가 마을+숩길+계곡+임도 등 다양한 풍경을 볼 수 있다는 내용이 핵심이었다. 친구한테 사진찍어 보냈더니 좋다고 해 9, 10코스로 바로 결정.

 

코스를 정하고 나니 이후는 일사천리. 사실 뭐 할 것도 없이 숙소만 예약해두면 끝이었다. 버스 예매는 출발일 일주일 전에 각자 하고.

 

그렇게 코스는

1일차: 9코스(덕산-위태), 4시간 소요 예정, 위태에 위치한 정돌이네 민박 1박

2일차: 10코스(위태-하동호), 5시간 소요 예정, 하동호에서 농어촌버스를 타고 하동시내 버스터미널에서 각자의 집으로.

 

출발 당일, 나는 일곱시 반차로 서울남부발 원지행 버스를 타고 울산에 사는 친구는 일곱시 이십분 진주행 버스를 탔다. 서로 한번 갈아타야했는데 나는 원지에서 덕산가는 버스를, 친구는 진주에서 덕산가는 버스를 한번 더 타야했다. 둘다 다행히 덕산 도착하는 시간대가 잘 맞았다.(맞춘 것도 있지만)

 

 

덕산에서 친구 만나자마자 허기를 느껴 가까운 기사식당으로 향했다. 1인당 7000원에 비교적 저렴한 식당이었는데 제육에 비계가 많은 게 좀 흠이었다. 하지만 반찬이 죄다 맛있어서 잘 먹었다.

 

 

기사식당에서 잘 먹고 밖으로 나오니 둘레길이 어느 방향인지 전혀 알 도리가 없었다. 어리석게도 덕산정류장에만 도착하면 바로 둘레길 표지가 있을 거라 생각했던 탓이다. 서둘러 초록창에 검색해보니 '덕산 하나로마트' 쪽으로 우선 걸어가란다. 식당 아주머니에게 하나로마트 방향을 물어 쭉 걸었다. 하나로마트 근처에 작은 다리가 있는데 마트를 뒤로 한 채 다리를 건너간 후, 왼쪽으로 돌면 둘레길 표지판이 나온다.

 

본래 흰 페인트 바탕에 초록색으로 둘레길이라 적혀있었던 모양인데 지금은 그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었다.

 

9코스 덕산 -> 위태로 가려면 빨간색 화살표 방향대로 가야 한다. 검은색 화살표는 거꾸로 가는 방향, 즉 위태 -> 덕산 식으로 코스를 거꾸로 가는 이들을 위한 표시다.

 

9코스의 첫부분은 정말 무난하다. 포장도로 옆으로 논, 코스모스, 감나무, 작은 집들이 줄지어 있다. 사람 한 명, 심지어 개 한마리 조차 보이지 않아 친구와 단 둘이 고즈넉하게 걸었다.

 

 

 

 

안 익은 감이 많았는데 이 나무 혼자 잎도 다 떨어지고 벌써 까치밥만 남아 있었다.

 

중태휴게소. 둘레길 도장을 찍을 수 있었는데 친구나 나나 종이 한 장이 없었다ㅠ

지도를 가져가볼까 했지만 쉬는 날인지 문이 잠겨있었다.

대신 맞은편 정자에서 땀을 식히고, 화장실도 가고 잠시 쉬었다.

 

언니에게 지리산을 간다고 하니, '다이어트 캠프?'냐는 (말도 안 되는) 질문을 들었는데 정말 단식원이 있었다ㅋㅋㅋㅋ

도망가고 싶어도 한참을 빈 속에 걸어 나가야 하니 성공할 수밖에 없을 것 같은 단식원 장소.

 

이런 샷은 안찍기 아쉬우니

가는 길에 작은 구멍가게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전혀 보이지 않았다. 물병에 담아온 물은 이미 바닥을 보이는데ㅠ 그러다 정말 반갑게 집 앞에 나물을 다듬고 계신 아주머니가 계셔 염치불구, 물 좀 얻을 수 있을까 했더니 시원한 물도 주시고 오이 2개도 건네주셨다. 평소 오이 잘 먹지 않는데도 맛있게 잘 먹었다. 고맙습니다!

 

오이를 얻어먹은 이후로 본격적인 오르막길이 시작됐다. 땀이 좀 흐르는데? 생각했는데 이미 등은 땀범벅, 화장 다 지워지고

그러다 본격적인 산행처럼 준 등산길이 시작되는데 끝없이 오르다보니 둘레길도 마냥 쉽지는 않구나 싶었다. 그러다, 오르막길의 정점에 이를 때쯤 쉬고 계신 아저씨 세분이 사과와 유기농(?) 건빵을 건네주셨는데 땀을 엄청 흘리고 나서 먹는 사과 한 쪽은 꿀 맛이었다.

 

 

한창의 오르막길이 끝나면 이제 내려갈 일만 남았다.

특히, 중간에 나오는 대나무 숲길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바닥은 대나무잎으로 덮혀져 푹신푹신.

 

 

수확전의 노란 논을 볼 수 있는 시기에 와서 행운이었다.

 

 

위태마을에 도착해 정돌이네 민박 찾아가는 길에 본 해바라기.

 

꽤 높은 곳에 위치한 정돌이네 민박.

들어가니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진돗개 한마리만 반겨줄뿐.

예약한 번호로 전화하니 아주머니는 즐거운 곳(?)에서 노시는 것 같아 전화가 들리지 않으니 문자를 남겨달라 하셨고, 문자를 남기려는 찰나 아저씨가 나오셨다. 안내해주신 방에 들어가니 차가운 바닥이 땀 범벅인 우리에겐 천국이었다. 방 하나*2명에 3만원이었는데 방이 엄청 컸다. 대자로 뻗어 누워있으니 아저씨가 배 하나와 사과 두개를 가져다 주시며 먹으라고 하시는데 대천사 강림의 순간. 냉장고에서 막 꺼내온 거라 차갑다고 하시는데, "아이고 감사합니다~"

 

 

식사도 제공해주시는데(주변에 식당이나 매점 전무, 식사를 민박이 아니면 할 수가 없는 곳이다) 한끼에 육천원이다.

밥도 많이주시고 반찬도 정말 맛있고, 특히 이날 저녁 먹은 배추국은 감동 그자체였다. 한번 더 떠다 먹음.

더 인상적인 건 우리 밥을 해주신 분이 주인 아주머니가 아니라 이웃집 아주머니셨는데 이런 식으로 자리에 안계실 때 품앗이 개념으로 서로 일을 봐주시는 것 같았다. 정말 자연스레 계란후라이를 하고 계시길래 주인분이신줄 알았는데 도와주러 오셨다고 말씀하셨다.

저 밥이 적어보여도 꽤나 푹푹 눌러 담은 고봉밥이었는데 클리어했다. 평소 쌀밥 잘 안먹는데 어찌나 맛있던지.. 쥬륵.. 김치 열무김치 최고였는데,, 밥먹으로 또 가고 싶다.

 

정돌이네 민박 예약하면서 걱정했던 유일한 것은 '정돌이'가 개라는 걸 인터넷에서 봤기 때문.(난 개를 무서워함)

그래도 선택지가 없으니 울며 겨자먹기로 예약했는데 개는 정말 온순하고 착했다. 신기한 게 둘레길 여행객은 기가막히게 알아보고 절대 짖지않는데 우리가 아무도 없는 민박집에 들어섰을 때도 앉아있다 일어났을 뿐 짖지 않았다. 그리고 사진 속 개는 정돌이가 아니라 정돌이 부인 '진순이'다.

 

정돌이네민박의 '정돌이'는 둘레길 안내견으로 유명해 티비방송에도 나왔는데 방송 출연 몇 번 후 이름 모를 사람이 정돌이를 맘대로 데려갔다고 주인아저씨가 말씀해주셨다.(아, 이맛헬) 현상금 50만원을 걸어도 찾을 수가 없어 이제 정돌이네민박엔 진순이와 진순이 새끼 뿐..ㅠㅠ

 

 

밥도 밥이지만 민박집에서 논을 내려다보는 풍경이 정말 끝내준다. 폰으로도 이정도의 사진이 나온다니 말 다했다.

 

9코스를 걸으면서 숱하게 본 감나무들 감이 언제 익는지 궁금해 친구가 아저씨께 물어보는 중에 아저씨가 먹으라고 홍시를 가져다 주셨다. 올해 첫 홍시!

 

담날 아침, 짐을 다 챙기고 떠나기 아쉬워서 찍은 사진. 이제 위태에서 하동호까지 가는 10코스! 시작!

 

샤먼에 도착하니 다들 멋쟁이들이었다.

그랬다.

샤먼은 우리로 치면 부산과 같은 도시였다!

다들 휴양을 즐기러 오는 곳, 밀짚모자에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입은 여자들이 많았다.

나는 그와중에 내 몸만한 배낭을 메고 캐리어를 들고 시내버스에 탔다

'아, 뭔가 배낭여행객이 올 곳이 아닌갘ㅋ'


그만큼 샤먼은 관광도시이고 정말 아기자기한 도시다.

아기자기한 도시라는 느낌은

공항에서 가져온 지도덕분이다.

샤먼 전체를 보여주는 지도가 너무 귀엽고 아기자기하게 그려져 있어서

도시 전체에 대한 인상이 그렇게 머릿속에 뿌리내렸다.



참 예쁘고 귀여운 지도.

첫날은 의욕에 넘쳐 짐을 풀고 숙소에 앉아

형광펜까지 꺼내 가고 싶은 곳을 체크해봤다...

샤먼에서 내 몸이 어떨지는 전혀 예상도 못한 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음날!

샤먼은 남쪽 of 남쪽 도시인데

햇살이 내가 갔던 도시들 중 가장 뜨거웠다. 그만큼 더웠다.

샤먼에서 유명한 샤먼대학을 제일 처음에 찾아갔다.

유명한 드라마에 나와서 유명해졌다는데

드라마 덕도 있지만 대학교 자체의 풍경이 이국적이다

무려, 열대수가 자라는 대학교다!






샤먼대학은 관광객들이 하도 많이 몰려들어와

아예 인원을 통제하는 방식을 택했다.

한국의 대학처럼 내부에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는게 아니라

샤먼대학 정문에서 줄을 서서 신분증을 검사받아야 한다.

사실 정문 외에도 출입할 수 있는 문은 있어서 굳이 정문을 택하지 않아도 되긴 하지만

난 정문밖에 모르므로...

그리고 정문에서 줄을 서 있으면 이렇게 샤먼 대학 지도를 파는 사람들이 있다.

보면 손수 다 그린 거다. 글자며 그림이며...ㅋㅋㅋ

안사려다 왠지 기념품의 일종이라 한장 구매했다.



끼이잉...어마어마하잖아

우리 학교도 나름 예쁘다고 자부하는 편인데...




지도를 보지 않고 무작정 걷다가 발견한 선물같은 장소

되게 우연히 발견한 곳인데 겉으론 숨겨져 있어 짜잔!하고 나타난 기분이었다.






그리고 저녁에 찾아간 호수


샤먼은 해안도시라 무역이 발달해 여러 기업들도 많이 들어와 있다고 한다

샤먼 시내에는 이렇게 길쭉길쭉한 빌딩들이 많다...


이렇게 나름 알찬 하루를 보낸 후, 나는 샤먼에서 정말 극심한 복통을 앓았다ㅠ

이유를 추측해보건대

숙소 근처에서 망고를 사면서 아저씨가 손수 껍질까지 벗겨줘 깎아주었는데

그 씻지도 않은 칼이 아닐까? 혹은

숙소 앞에서 먹은, 허름한 식당에서 먹은 볶음면이 문제가 아닐까...?

......


샤먼에서 꼭! 가야할 구랑위마저 못갔다

선착장에까지 갔는데 배가 정말 손으로 움켜쥘 만큼 아파서

거의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다시 돌아왔다.

물만 먹어도 화장실로 달려가 ㅅㅅ를 하는 지경이라

비행기를 타고 돌아가기 전날에는

꼼짝없이 방에만 누워있었다.

떠나기전 친구가 챙겨준 소화제나 복통약을 먹어도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샤먼에 도착한 날, 그리고 떠나는 날을 포함해 총 5일이나 있었음에도

샤먼은 내게 정말 아쉬움 가득한 도시가 돼 버렸다.

마지막을 여유롭게 보내고자 비교적 작은 도시임에도

여유롭게 일정을 잡았지만 그 여유가 독이었는지

혼자 도미토리 침대에 누워 땀을 뻘뻘 흘리던 때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웃긴 건,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그 복통이 순식간에 사라졌다는 것?


어쨌든 여행의 마무리가 다소 아쉬웠지만

그래도 샤먼에서 여행을 잘 끝내고 그렇게 한국에 돌아왔다.

대한항공을 타고 돌아오는데

샤먼공항에서 체크인할 때부터 들려오는 한국어에

겉으론 무표정했지만 속으론 엄청 반가웠다.


*

졸업을 한학기 남기고 떠난 중국 어학연수에서

진짜 짧은 시간에 더 많이 보고 배우려고

빨빨거리며 여행도 많이 다니려고 했고 엄청 돌아다녔다.

어학연수 후 떠난 이 여행도 그런 마음에서 계획된 것이었고.


작년에 여행블로그를 보면서 운남여행을 한 부부의 포스팅을 봤는데

그 포스팅을 보는 순간 와, 정말 가고 싶다는 생각이 온 마음에 퍼졌다.

하지만 역시나 부모님은 혼자 가는 것에 반대하셨고

아쉬움에 그냥 친구들과 짧게 북경에 다녀왔다.

그런데 작년, 여름이 지나 갑작스럽게 내가 어학연수를 결심했고

그렇게 올해 상반기 여학연수를 다녀왔고

어학연수 중간에 내몽고와 상해,항주,소주,남경

그리고 여름엔 배낭여행으로 운남, 사천, 계림까지 이렇게 열심히 중국을 다녀왔다.


일년 전에 정말 바랐던 일이 결국 이뤄진 셈이었다.


*

중국에서 친해진 중국인 언니와 얘기를 하면서

어릴 적 엄청 열심히 보았던, '황제의딸' 뒷얘기를 들었다.

이 배우는 어떻고, 저 배우는 어떻고


어릴적에 친언니와 주말에 시간이 되면 채널 8번을 틀어

앉아가지고 엄청 열심히 보았고

초딩 친구랑은 서로 역할을 정해 황제의 딸 놀이까지 했었다(귀엽?)

그런데 십년후에 내가 중국에 와서 그 드라마의 뒷얘기를

중국어로 듣게 되는 순간이 오다니.

황제의 딸을 보던 꼬맹이가 커서 중국에 오다니 말이다.

이제는 황제의 딸의 그 황제가 청나라 건륭제였다는 것도 안닼ㅋㅋ


이렇게 생각해보니 앞으로 십년 후에는

또 얼마나 내가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벌어질까 싶었다.

지금 당장은 십년 후에 내가 무슨일을 할지 가늠도 하지 못하겠지만

다만 그 방향이 좋은 방향이 될 수 있게

정말 조금씩조금씩 나아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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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뜨는데 창밖으로 파란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오늘이다 오늘! 요산에 가기 딱 좋은 날! 

파란 하늘이 너무너무 반가운 날이었다.

양삭부터 시작해 계속 날이 흐렸으니

맑은 날이 얼마만인지....

반가운 맘에 서둘러 준비하고 요산으로 향했다.

요산은 요임금의 사당이 있는 곳으로, 요산의 요는 요임금의 요자다.





버스를 두번 타고 내렸음에도 케이블카를 타러 꽤 걸어가야 한다.

걸어가는데도 이렇게 멋진 하늘과 봉우리들이 보였다.



그리고 짜잔! 케이블카를 탔다.

대부분이 패키지로 오는 관광객들이라 난 나홀로...



케이블카를 타고 1분도 안되어서 후회했다.

정말 어마어마하게 무서웠다. 발 밑엔 어떤 안전망도 없었다.

무작정 중국의 후진성을 비난하는 말을 정말 싫어하지만

이순간 중국의 케이블카라는 게 너무 무서웠다(으 나지만 이중적이다 참)

처음엔 폰을 꺼내서 사진 찍을 생각도 못했다

폰이 떨어지고 내가 떨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듬ㅋㅋㅋ

원래 놀이기구도 못타는데 이걸 탔으니

친구들은 이걸 내가 어떻게 탔냐며 놀라워했다

그래, 나도 놀랍다 정말








케이블카는 엄청나게 무섭고 불안했지만

올라오고 보니 정말정말정말이지 멋졌다.

첩채산에 내가 왜 올라갔나 싶을 정도로 말이다.

날이 맑으니 저 멀리까지 펼쳐진 봉우리가 하나하나 다 보이고

이 도시, 정말 멋지구나




그리고 내려올 때 또 느낀 케이블카의 무서움 ㄷㄷ 



여산에서 내려와 다시 버스를 기다리는데 기분이 뭔가 좋았다

요산이 계림 외곽에 있어 약간 걱정했는데

역시 막상 해보지 않고 모르는 거다 싶은



다시 시내로 돌아와 혼자 점심을 맛있게 먹고

이걸 먹는데 약간 처량해진 느낌이었다

하필 골라앉은 자리도 앞, 옆이 벽인 구석자리ㅠㅠ

후... 혼자 잘 돌아다니는가 싶다가도 가끔씩 외롭





점심을 먹고 노적암이라는 동굴에 갔다.

쿤밍에서 구향동굴을 가보지 못해 아쉬운 마음에 찾았는데

사실 특별하진 않다. 우리나라에도 동굴을 많이 가보았기에ㅠ

물론 동굴이어서 안이 시원하고

안내원이 이것저것 재밌게 설명해주는데

난 반도 못알아들으니 멀뚱히 서있는 시간이 길었고

입장료도 엄청 비싸다. 학생할인이 안된다.

학생할인이 안되는게 너무 크리티컬 함ㅠㅠㅠ



노적암을 다녀오고 또 하루를 더 계림에 머물렀다.

이 날은 특별한 관광은 하지 않았다.

우체국에 가서 한국 친구들에게 엽서를 부치고

당시 한창 인기였던 영화 소시대4를 맨앞줄에서 보고

스타벅스 가서 여유롭게 시간도 보내고 ㅎㅎ

여행 중에 이렇게 보내는 시간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꼈다.


그 다음 날, 아침 일찍 숙소를 나왔다.

이제 드디어 이번 여행의 마지막 도시 샤먼에 간다. 

계림에서 샤먼으로 가는 기차가 없어

국내선을 타고 간다.

계림공항에 앉아 있으니 창 밖으로도 저 멀리 계림의 익숙한 봉우리들이 보였다.

며칠 있었다고 그새 아쉬워졌다.

나름 다이나믹했던 계림도 이제 바이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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