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만에 쓰는 지리산둘레길 포스팅 ^_ㅠ)

 

9월 셋째주에 찾은 지리산둘레길은 일교차가 무척이나 컸다. 아침저녁으로 꽤나 쌀쌀해 아침에 눈을 뜨니 코와 입이 콱 막혔다.

가을 넘어 둘레길을 찾을 땐 일교차를 대비해 두꺼운 옷이 필수이겠다 싶었다.

그래도 아침에 정돌이네민박에서 내다보는 풍경은 근사했다. 곧 추수의 계절임을 알리는 논의 색과 아직은 낙엽이 들지 않은 푸르른 산의 정경들이 멋졌다. 곳곳에 보이는 감나무들의 주황빛 감들 역시 근사함을 더했다.

 

 

아침 일곱시에 다른 민박객들과 같이 밥을 먹고 여덟시쯤에 길을 나섰다.

어제 저녁에 밥을 차려주신 아주머니가 우리가 길을 나설 찰나에 민박에 또 오셨는데, 너무 늦은 출발 아니나며 걱정하셨다.

보통 둘레길 여행객들은 하루에 두 코스를 다닌다고 한다. 그래서 아침 일곱시쯤에 나서야 오후 4~5시쯤에 하룻밤을 묵을 숙소에 도착할 시간이 난다.

하지만 우린 1일1코스이므로, 여덟시도 그렇게 늦은 출발 시각은 아니었다.(고 생각했닼ㅋㅋ)

 

 

 

위태에서 출발하는 10코스는 전날보다는 2km 정도가 더 긴 코스였다.

출발지점부터 꽤나 오르막이 많은데, 밤나무가 많아 밤 줍는 틈에 조금씩 쉬면서 슬슬 올라갔다.

한창 오르막길을 오르는데 할머니 한 분을 만났다. 젋은 우리는 헥헥거리는데 길이 익숙해보이시는 할머니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어디서 왔냐고 물으셨다. 이런저런 얘기를 간단하게 나누다 금방 할머니와 헤어졌는데 뭔가 부끄러웠다. 우리의 체력이;

 

궁항마을까지 내려와 도로변을 걷는 도중 갑자기 위의 커다란- 진돗개 두마리가 튀어나왔다.

인적이 드문 동네에 사는 개들이라 그런지 사람을 엄청 좋아하는데 나는 개 한마리가 내 팔에 기댈 때 죽을 뻔했다. 그 개 뒤에 또 한마리가 두 발을 들며 서있는 모습까지 어렴풋이 느껴지면서 정신을 잃을 뻔..

개들에게 벗어나고자 미친듯한 속도로 걸으면서 친구한테 개들을 부탁하고 곧장 앞만 보며 걸었다. 개 좋아하는 친구가 있어 정말 다행이었다.ㅠㅠ 둘레길 혼자와도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완전 헛다리..

 

개 두마리의 습격(?)을 당하고 친구와 한참 떨어져 앞장서 걷다가 한 20분 후에 친구와 다시 합류해 줄곧 앞만 보며 걸었다.

그랬더니 나온 '궁항리'. 가물었는지 물이 정말 적었다.

이때만해도 사진 찍으면서 길을 한참 잘못든 것인지는 전혀 깨닫지 못했다.

 

 

궁항마을에서 잘 닦인 도로를 한 시간 정도 걸어내려오니 세갈래 길이 나왔다. 그런데 표지판이 전혀 없어 어느 방향이 하동호로 가는 길인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는 거다. 주변에 인적도 없고, 집도 없고, 그 흔한 작은 매점도 없어 방황하다 친구는 할머니가 보이는 집에 길을 물으러 갔고 나는 도로의 차를 잡아 길을 물어보고자 했다.

그런데 정말 우연히도!다행히도!! 내가 잡은 흰색 트럭차가 정돌이네민박집 아저씨였던 것이다ㅠ_ㅠ 첨엔 아저씨인 줄도 모르고 꾸벅 인사하고 다가갔는데 창문을 내리고선 흘러나오는 말이 "왜 여기있어???"

 

알고보니 길을 한참이나 잘못들었던 것이다. 무려 한 시간이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궁항마을에 도착했을 때 둘레길 표지판을 못보고 지나치면서 그냥 큰 길 따라 죽 걸어내려온 결과였다. 아저씨가 모는 트럭 뒤에 친구와 타고 한 5분 안에 우리가 한 시간 걸은 길을 다시 되돌아갈 수 있었다. 허탈하면서도 민박집 아저씨 만난 게 천운이라 느껴졌던!ㅎㅎ

 

아저씨가 알려준 꿀 팁은, 둘레길에서 세갈래로 갈라지는 길엔 '무!조!건' 둘레길 표지판이 있다는 거다. 세갈래 길에서 표지판 안 보고 큰 길로만 가면 길을 잃기 십상이라는..

이 말을 듣고 있었는데 우리와 같이 출발했던 민박집에 함께 머물렀던 언니가 보였다. 걸음이 느리시다고 해서 우리 먼저 빠르게 갔었는데 알고보니 언니는 궁항마을 도착 전에 이미 길을 잃으셔서(ㅋㅋㅋㅋ..) 우리가 한시간이나 길을 잘못 들고 다시 궁항마을에 돌아올 적에 궁항마을에 도착하셨던 거다. 셋이 한참을 웃고, (정돌이 아저씨는 그런 우리 셋이 한심하셨겠디만 헤헿..) 다시 출발했다. 역시나 10분도 안 되어 언니는 뒤처지시고ㅋㅋㅋ우리는 다시 으쌰으쌰! 출발했다.

 

 

궁항마을에서 하동호까지는 다시 산길과 대나무숲의 연속, 그리고 오르막이 끝나면 정말 끝없이 산속 내리막길을 걸어내려와야 했다.

 

그리고 짜잔! 드디어 대망의 하동호가 나왔다 엉엉..

하동호에서 3시에 농어촌버스를 타고 터미널로 가야만해서 조마조마했는데 길을 한시간 잃었어도 꽤 일찍 도착했다.

하동호 정말 멋짐. 자연에서 볼 수 있는 온갖 풍경을 다 볼 수 있는 코스가 10코스라더니 말 그대로였다. 산길도 보고, 논도 보고, 대나무숲도 본 데다 마지막은 이렇게 하동호까지..b

 

 

 

 

 

하동호에서 하동 비바체리조트 가는 도로 양변에 코스모스가 흐드러지게 펴있는데 그림이었다.

가을에 와야만 볼 수 있는 풍경이기에 더 값졌다.

이 코스모스 도로에서 셀카도 엄청나게 찍고, 지나가시는 분들께 부탁해 셀카말고 친구랑 같이 사진도 처음 찍고 엄청 신났다.

더 좋은 건 비바체 리조트 지하에 매점이 있었던 것... 친구랑 각자 포카리1병+아이스크림+과자를 거의 10분만에 먹어치웠다..(점심안먹어서야..그래서야.....)

정줄놓고 먹어치우고 나니 정신이 좀 들어 친구랑 우리 고3때처럼 먹은 거 아냐고, 한참 웃다가 다시 하동호 구경에 나갔다.

그러다 2시30분에 기점에서 출발하는 하동터미널행 버스를 타기 위해 비바체리조트 맞은편에서 기다렸다.

 

 

생각보다 꽤 기다려서 히치하이킹할까 백번 고민했던 농어촌버스..ㅠㅠ

원래는 티머니도 되는데 이날 기계가 고장나서 터미널에 돌아가서 카드로 결제했다. 신기했던 건 아직도 버스안내도우미가 있었다는 점??

그리고 정말 빨리, 20분도 안 되어서 하동호에서 하동 시내로 들어왔다.

 

터미널에서 각자 집에 가는 버스표를 사고 하동시장에 가 점심을 했다.

하동시장 역시도 현대화사업을 했는지 전통시장의 느낌은 많이 없어지고 세련되고 굉장히 깨끗했다.

아쉽게도 문을 많이 닫아서 갈 수 있는 식당이 몇 안 됐다. 눈에 보이는 순대국밥집에 그냥 앉아버렸다.

 

 

밥을 먹고 나와 터미널 근처에서 걷다가 논을 볼 수 있는 곳에 자리 잡아 친구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가을이 멋지다며 이야기를 하다가, 우린 아직 인생에서 가을도 아닌 초여름이라며! 돌아가서도 힘내자는 이야기였다. 서로 땀에 쩔은 얼굴과 헝크러진 머리로 논을 배경으로 마지막으로 사진을 찍고 헤어졌다.

 

1박2일이었고 꽉 채운 이틀도 아니었지만 둘레길에 다녀와 기분전환이 꽤 됐다. 국내에도 좋은 여행지가 많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기도 했고. 또 시간이 나면 다른 코스로도 다녀봐야지 싶었다.

 

지리산둘레길 1박2일 여행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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