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공항까지는 셔틀버스를 타야했다. 방학하는 2~3일은 공항과 학교를 연결하는 노선도 운영하는데 버스시간이 내 비행기 시간과 안맞았다.
오전 일곱시 버스 다음의 버스가 오전 열한시 버스였다. 한국으로 가는 친구 역시 나와 비슷한 시간에 탑승해야 했는데 고민했다.
연착과 지연을 밥먹듯이 하는 중국항공인데 네시간이나 일찍 가면 지루함을 버티기 힘들것 같다는 생각.
결국 보통의 학교 셔틀버스를 타고 중간에 내려 택시를 타고 공항까지 가기로 했다.
시안으로 떠나는 날, 우리반 반장인 태국 친구와 그의 절친이 날 마중하러 나왔다.
엄청난 친분을 유지한 건 아니지만 소규모 반이어서 그런지 헤어진다는 아쉬움이 컸다.
해외연수에서 만나는 이들, 특히 국적이 다른 이들은 다음 만남을 예고할 수 없고, 헤어짐이 영원한 헤어짐이었으니 말이다.
두 친구와 사진을 찍으며 줄을 서서 셔틀버스를 기다리는데 막상 버스가 오니 제대로 작별인사도 못했다.
다른 중국인 졸업생들도 집에 가니 캐리어를 몇 개씩 손에 들고 있었고(졸업생은 모두 기숙사에 사는 까닭)
캐리어와 사람이 엉켜 아수라장이었다. 기사아저씨께 내릴 정류장을 말하고 캐리어를 놓고 버스표를 내고 타는 데까지 전쟁이었다.
학생들이 먼저 타고 기사아저씨는 캐리어를 차에 싣는데 내리는 순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무작정 캐리어를 쌓아서
종점이 아닌 중간 정류장에 내리는 나는 캐리어를 찾는데 한참 애를 먹었다. 나는 캐리어가 안보인다고 성질, 아저씨도 아저씨대로 찾는다고 성질....
무사히 내려 바로 택시를 잡았다.
내 작은 캐리어는 뒷자리에 싣고 나는 기사아저씨 옆자리에 앉았다.
택시아저씨는 대련토박이여서 대련 사투리를 엄청나게 구사하셨다. '덥다'와 '좋다'는 기본적인 단어조차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대련 사투리는 엄청난 것이었다.
우리가 한국인인 걸 아시곤 더 흥미로워 하시며 사투리를 마구마구 쏟아내셨고, 중국은 어떻냐느니, 대련은 어떻냐느니 등의 많이 받았던 질문을 또 받았다.
공항에 도착할 즘에 아저씨는 '국제선' 과 '국내선' 중 어디로 가야하냐고 물었는데 우선 국제선으로 갔다.
국제선 터미널에서 내려보니 친구와 나는 일찍 헤어져야 했다. 좀더 같이 있다 헤어졌어도 됐으련만 국제선을 타는 친구의 탑승시간이 약간 걱정돼 일찍 헤어졌다.
나의 2.5kg에 달하는 고철노트북도 친구에게 맡겼다. 정말 미안했다.
국내선으로 가서 보니 체크인은 아직 열리지도 않았고 예정된 시간은 한시간이나 남은 상태였다.
공항 내 식당을 이곳저곳 돌아보다 체크인 카운터와 가까운 카페에 들어갔는데 들어가는 순간 예감했다. '여기, 무척 비싼 곳이구나'
카페 문을 들어서는 순간, 종업원이 너무 친절하게 인사를 했기 때문이다. 중국 상점에선 볼 수 없는 친절함이었다. 매우 드물다.
메뉴판을 보니, 토스트와 쉐이크를 묶어 파는 게 보통이었는데 가장 싼 메뉴도 60위안 가량이었다.
그래도 한 시간동안 그곳에 앉아 휴대폰을 만땅으로 충전하고 에어컨 밑에 호사를 누리다 나왔다.
시안으로 가는 비행기는 무리없이 탔다. 물론 약간의 지연은 있었다.
시안공항에 내려 수하물을 찾고 시안 리무진을 타는 곳을 눈으로 막 찾았다.
여행준비를 할 때 다른 건 몰라도 공항별 리무진은 공항사이트에서 다 캡처를 해왔는데 막상 리무진 타는 곳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거다.
이땐, 짐이 어마무시하게 많아서 당황했고 여행 초반이라 더 서툴렀는데 알고보니 서안공항 밖으로 나와 다른 건물로 들어가야 했다.
리무진 버스를 타는 건물로 들어가기 위해 서안공항 밖으로 잠깐 나왔을 때 처음으로 시안의 기후를 맞닿뜨렸는데 '후끈~'했다.
리무진 버스표를 예매하고 버스를 타는 곳 자체가 굉장히 체계적으로 운영된다는 느낌이었다.
예약해둔 숙소가 시안기차역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가야해 시안기차역으로 가는 노선을 타야했다.
버스표를 사고 버스를 타는 곳으로 가서 줄을 섰는데 아뿔싸, 바로 내 앞에서 버스에 사람이 꽉 차 30분을 기다려야 했다.
중국버스를 타면서 이렇게 딱 좌석에 맞게 사람을 태워가는 게 거의 이례적이라 놀랐다. 하필 내가 탈 자리가 없는 순간에 이렇게 정석을 지키다니.
서안공항 - 서안기차역 구간으로 운행되는 리무진버스는 종점이 기차역이다. 기차역 바로 앞에서 내려주지는 않는다.
기차역 앞에 나있는 도로로 좀 가다가 어떤 큰 호텔앞에서 내려줬다.
사하라 유스호스텔에 가려면 리무진을 타고 내린 곳에서 시내버스를 타야 했다.
이때 들고 있는 짐이 상당했는데 너무너무 지쳤다. 등 뒤에는 큰 백팩을 지고, 한 손에는 캐리어, 한 손에는 종이백을 들고 있었는데
시내버스 안에서 버스가 급 정차하는 순간 캐리어가 저 멀리 굴러갔다. 날은 너무 더워 땀이 계속 나고 땀을 닦을 손도 없어서
더 진땀이 나는 악순환이었다. 몇 정거장을 가다 자리가 나서 앉아 숨돌리는 틈에 내리려던 정류장에 도착했다.
정신 못차리고 멍때리고 있다가 문이 닫히기 직전에 겨우 내렸다.
사거리를 건너야 했는데 또 어느방향인지 지도와 씨름을 하다 겨우 방향을 잡고 신호가 바뀌길 기다렸다.
오토바이가 엄청 많았는데 호객행위를 하는 오토바이도 많았다. 캐리어를 들고 있는 모양새가 딱봐도 여행자이니
초록불로 바뀌길 기다리는 그 짧은 순간에도 오토바이가 엄청 불러세웠으나... 시내버스에서 개고생한게 아까워서 끝까지 걸어가야지 맘먹었다.
취날에서 예약해둔 西安撒哈拉青年客栈(시안사하라 유스호스텔)은 회족 거리 안에 있는데
유명한 관광지라 그런지 입구부터 헬이었다.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게 민폐인 느낌까지 들고
길 양쪽으로 주전부리를 파는 가게들이 쫙 들어서 있어 번지수를 확인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회족거리 안으로 계속 들어가다 결국 못찾고 다시 입구쪽 인포메이션 센터에 갔다가 대강의 위치를 확인하고 나왔다.

숙소는 생각보다 멋졌다. 1층의 바의 분위기도 좋았고(좋았지만 그런 분위기 못누림;;)
숙소 겨우 찾고 체크인을 하는데 마침 사천에 있는 언니에게서 전화가 와서 푸념을 늘어 놓았다.
너어어어무 덥고, 너무 사람많고, 너무 힘들다며...
이 곳에선 이틀밤을 보냈다. 정확히는 하루는 자고 기차를 타기 전까지 있어야 한다.
서안에서 하루종일 돌아다니고 씻지 않고서 기차를 탈 수는 없어서 잠은 못자더라도 씻기는 하려고 이틀을 예약해뒀다.
이틀에 90위안으로 가격도 적절했고 찾는게 힘들어서 그렇지 회족거리에 있어서 관광지간 연결도 괜찮았는데
엘레베이터가 없었다. 4층이었는데 캐리어를 다 들고 올라가려니 죽을 맛이었다.
우리나라처럼 게스트하우스 주인분이 짐을 옮겨주는 배려는 없었다. ㅠㅠ

중국여행사이트에서 예매한 숙소에는 외국인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대부분이 중국인인지라 나도 아무말도 안하고 있으면 중국인으로 생각했다.
숙소 밖으로 나가는 통로에는 손님들의 이런 낙서가 많았는데
그 중에 맘에 들었던 이 문구.. 한동안 계속 프사로 해뒀었다 ☆

회민가를 지나니 나오는 고루(鼓楼)
내부에 들어가 올라볼 수도 있는데 6시가 넘어서야 도착해서
겉에서만 둘러보았다

고루 주변 tourist information에 가서 받아온 지도
지도 중심에 보이는 서안성벽!
지도를 볼 때만 해도 다음날 서안성벽에서 끝없이 걸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여행하면서 가장 먹은 건??
1위는 시원한 사이다...


고루를 보고 나와 좀 걸으면 나오는 종루(钟楼)
종루는 서안 시내 한복판에 세워져 있어 서안 나름의 랜드마크다
이곳도 안에 들어가서 보려면 입장료를 내야 하는 것 같은데
그냥 저녁에 조명이 켜졌을 때 멀리서 보는 것 만으로도 괜찮을 것 같다



시안에 온 이유!!!
다른 건 다 안봐도 이것만은 꼭 보고 싶었던..
바로바로 병마용(兵马俑)
서안하면 떠오르는 관광지이지만
서안 외곽에 있어서 시내에서 버스를 타고 한시간은 가야 하는 곳이다
서안 기차역에 도착하면
병마용, 진시황릉, 화청지 등을 가는 버스가 모여있는 주차장같은 곳이 있다.
병마용은 블로그에 정보가 많아서 버스번호까지 알아갔는데
막상 주차장에 가보니 버스번호가 없는 버스들이 너무 많아서 혼란스러웠다
버스를 타라고 엄청 많은 사람들이 말을 거는데
가격이 적절하면 그냥 타도 되는데
어디어디를 가는지 꼭꼭 물어야 된다
첨에 암것도 모르고 버스에 탔는데
알고보니 병마용, 화청지를 가는데 15위안을 불렀다.
화청지는 갈 생각이 없는 곳이기도 하고 생각보다 버스비가 비싸
그냥 내려 이곳저곳 돌아다니다가 8위안을 부르는 버스를 탔다.
이 버스 역시도 화청지를 가긴 가는데 화청지를 가는 사람들은 7위안을 받고
병마용을 가는 사람들은 8위안을 걷어갔다.
병마용을 가는 길까지도 계속 승객들을 태워서
늦게 탄 사람들은 한시간을 서서가기도 했다;;
병마용이 있는 곳은 크게는 3곳으로 나뉘어져 있다는데
한 곳은 우리가 아는 그곳이고
한 곳은 관광셔틀을 타고 가는 진시황릉(진짜 무덤의 겉모습만 볼 수 있다)
마지막 한 곳은 관련 박물관이다.
기차역에서 타고 간 버스를 타고 내리면
그것도 혼자 내리면 또 엄청나게 사람들이 달라붙는데
아직 개장시간이 안됐으니 박물관이랑 진시황릉에 먼저 가자며..
계속 끈덕지게 따라붙으시길래 순간 혹했는데
박물관 입장료랑 거기서 대주는 버스비도 따로 내야되어서
그냥 병마용에만 꿋꿋하게 갔다.
병마용 입장료는 꽤나 비싼데 성수기는 150위안. 난 학생할인을 받아서
75위안?80위안? 거의 절반 가격에 표를 끊었다.
병마용 매표소에는 병마용 가이드들이 많이 서있는데
그래도 이분들은 국가에서 공식 지정한 듯해보였다.
목에 자격증 같은 것을 다 매고 있다.
또, 겉보기엔 완전 호구ㅜㅜㅜㅜ인 나를 보고
여러 가이드드들이 말을 걸었는데
그 중에서
"아무 설명없이 보면 30분도 안되가지고 나온다, 입장료가 아깝지 않냐"
는 말을 듣고 또, 흔들려가지고 결국 90위안에 한 분과 동행하며
병마용을 둘러보았다.
가이드분과 함께해서 각 갱마다 설명도 듣고
현재도 계속 발굴작업중이라는 사실도 알고
어떤 모양의 것이 가장 높은 계급의 장군이고 등등등
이런 것들을 알 수 있어서 돈이 아깝지 않았다.
물론 못알아듣는 단어가 많아 네이버 중한사전과 함께 했다는 것은 함정..

병마용에서 나와 다시 버스를 타고 기차역에 도착했다.
기차역 부근에서 먹은 음식. 서안의 특산인데 맛은 그저그랬다.
특이하긴 했다


기차역에서 점심먹고 찾아간 대안탑
대안탑으로 가는 버스는 많은데 기차역에서 한 40분 정도 걸린다
이날 햇빛이 너무 따가워서 너무 힘들었다 엉엉;;
대안탑도 입장료가 있는데 학생할인이 있다.
표를 사고 들어가도 대안탑 내부로 들어가려면 10위안을 또 내야한다





시안성벽. 동서남북으로 문이 있는데 입장료는 동서남북문 어디서나 살 수 있는 것 같다.
나는 서문에서 표를 사서 들어갔다.
원래 계획은 자전거를 타고 둘러볼 생각이었는데
피곤해서 좀만 걷고 돌아가야지 하고(악몽의 시작)
자전거를 안 빌리고 걷기 시작했는데
한시간이 넘도록 출구가 안보였다ㅋㅋㅋㅋㅋㅋ
서문에서 시작하면 북문이나, 남문으로 걸어가야 출구가 나오는데
그거리가 6km는 족히 넘었다. 날이 선선했으면 그나마 나으련만
그 유명한 서안 더위를 느끼며 걸으려니 죽을만..
그래도 성벽을 걸어다니면서 보는 서안시내의 모습은 좋았당


성도로 가는 밤기차를 타기전
좀 씻고 가려고 숙소를 일부러 하루 더 예약했었다
시안성벽을 마지막으로 숙소에 갔다가
배가 고파서 회족거리에 들러 시안에서 유명한 먹거리를 먹었다
저 양고기는 정말 맛있었는데
밑의 국수는 ... 땅콩소스랑 너무 안맞았당ㅠㅠ
밥을 다 먹고 체크아웃을 한 담에 서안 기차역으로 ㄱ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