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에 유채꽃 단지가 있대'라는 카톡 한줄로 시작된 옥천여행.

유채꽃 보러 가자

지난해까지만 해도 코로나19로 애써 자란 유채꽃을 안타깝게 밀어버릴 수밖에 없었다는데, 다행히 올해는 유채꽃을 볼 수 있다고 들었다. 올해 세종 발령을 계기삼아 기회가 없던 충청 여행을 많이 다녀보려고 결심한 터였다. 세종에서 옥천까지는 차로 40~50분 정도 소요.

옥천 이곳저곳을 찾아보던 찰나에 발견한 게 바로 옥천군에서 진행하고 있는 '옥자 미션투어'. 옥천을 관광하고 기준에 맞춰 여행후기를 올리면 일정 비용을 준다는 것! "아 이건 옥천에 여행가라는 하늘의 뜻이구나(아님)'

게다가 토요일 하루만 당일치기로 다녀오려고 했으나, 친구가 어렵게 옥천전통문화체험관 한옥숙박을 예약했다. 처음 여행계획을 짰을 때만해도 예약이 가득찼는데, 여행을 며칠 앞두고 다시 들어가보니 딱 한자리가 풀린 것ㅠ_ㅠ 숙소 후기는 밑에 따로 또 적겠지만 정말정말x100 좋았다. 만족도가 높아서 나중에 숙박 예약을 또 할 수 있다면 그 핑계로 옥천여행을 다시 가고 싶을 정도.

옥천에서 가장 먼저 간 곳은 유채꽃단지~가 아니라 막국수집!

https://place.map.kakao.com/1961128041

메밀고개시골막국수

충북 옥천군 옥천읍 옥천동이로 300 (옥천읍 매화리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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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라면 도리뱅뱅을 먹으려고 했는데 도리뱅뱅으로 유명한 청산면이 옥천역과 이렇게 멀 줄이야. (여행 당일날 알았음)
그제서야 부랴부랴 찾은 곳이 바로 이 식당. 식당 뒤쪽에 차를 댔을 때만 해도 사람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는데 가게 안으로 들어가니 동네주민분들로 가게가 복작복작 했다. 동네주민이 오면 찐 맛집아닌가?라는 생각에 먹기도 전에 만족스러웠다.

비빔막국수

나는 비빔막국수를, 친구는 물막국수를 그리고 메밀전병도 함께 시켰다. 맛없없 조합. 유채꽃 보기 전에 간단히 먹으려 했던 계획과는 달리 엄청 배부르게 먹었다!

이제 이번 옥천여행의 이유, 유채꽃을 보러 갔다. 따로 이름이 있는지는 모르겠고, 주소를 네비에 직접 쳐서 찾아갔다.
충북 옥천군 동이면 금암리1139

생각보다 정말 넓었다
이 나무 이름이 뭔가요
유채꽃 단지 중간중간 이렇게 서 있는 나무들이 분위기를 더했다
꺄2
어색..

이글을 보고계신 담당자님.. 코딱지만한 인증샷입니다ㅎㅎ... 사람이 왜이렇게 작냐고 물으시면 카메라 앞의 피사체 탓입니다,,

유채꽃단지에서 찍은 사진 중 내 넘버원 픽
정말 멋졌던 하늘

유채꽃단지는 차량 안내와 주차장이 생각보다 잘 돼 있어 좋았다. 초보운전자에게 차로 북적이는 이런 관광지는 늘 부담이기에 걱정했지만, 차량 입출구가 따로 마련돼 있어서 수월했다. 최고!

사람도 생각보다 많았고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이 정도 장관이면 더 사람이 많을 법하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덜 유명해서 그런가 멋진 풍경에 비해선 사람이 적었던 것 같다. 그래도 그 덕에 사람에 치이지 않고 여유롭게 거닐면서 유채꽃을 실컷 구경했다.

출구길에선 차량이 하나같이 약속이라도 하듯 유채꽃을 보면서 천천히 나간다. 나도 그 대열에 합류해 운전석 왼쪽에 자리한 유채꽃을 마지막으로 눈에 담으며 유채꽃 단지 밖을 향했다.

저녁을 먹기엔 일러 카페로 갔다.

https://place.map.kakao.com/1382991839

카페안터686

충북 옥천군 동이면 안터1길 46 (동이면 석탄리 6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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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이름이 안터길이었는데, 이름을 따다 카페이름도 카페안터였다. 카페 앞에는 널따란 강이 보여 뷰가 무척 좋았다. 카페 화장실도 깨끗하고, 친절했지만... 카페 내부에서 컵라면을 먹는 빌런이 있어서 참지 못해 바깥에 내내 앉았다. 그래도 그 덕분에 좋은 공기 쐬면서 바깥에서 커피를 마셨다.

카페에 나와서는 드!디!어! 생선국수와 도리뱅뱅을 먹으러 청산면으로 갔다. 청산면은 옥천군과 옥천역, 옥천터미널이 있는 읍내와 30km 이상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 네비는 아예 옥천군을 가로지르는 길보다 고속도로를 타는 길을 안내했다. 아마 군 안에서 가면 꽤나 꼬불꼬불한 길을 가게 되는 것 같았다. 나는 고속도로를 타고, 몇개의 터널을 지나, 영동군까지 갔다가 다시 옥천에 들어오는 코스로 차를 몰았다. 시간은 막히지 않았는데도 50분 정도? 걸렸다.

첨에는 가장 유명해보이는 선광집으로 가려했으나, 오후 3시쯤 전화를 해 한시간 후에 간다고 하니 일찍이 음식이 다 팔렸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선광집에서 생선국수를 먹으려면 오후 4시는 늦다고 한다. 재료가 소진되면 얄짤없이 문을 닫는다. 2순위로 점찍어둔 '생선국수 찐한식당'에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흔쾌히 와도 된다는 말에 이곳에 갔다.

https://place.map.kakao.com/21289380

생선국수찐한식당

충북 옥천군 청산면 지전길 14 (청산면 교평리 2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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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뱅뱅 작은 거
생선국수. 사진 이따위로 찍었다고 친구가 한소리함;ㅠㅋㅋㅋ

메인메뉴는 생선국수와 도리뱅뱅. 영동군에서 청산면으로 넘어오는 길에 보면 청산면을 '도리뱅뱅의 고장'이라고 소개한 표지판을 몇번이나 마주하게 된다. 이 식당이 있는 골목엔 이 두가지 음식으로 유명한 식당이 5군데 정도는 되니, 한곳이 문을 닫았다고 쉽게 포기하지 말고(?) 다른 곳에 전화를 해보자~..

생선국수와 도리뱅뱅을 기다리는 동안 식당 벽에 붙은 온갖 사진을 보니, 맛녀석과 삼대천왕도 이곳에서 촬영을 한 듯 했다. 김준현씨는 무려 두번이나 이곳 도리뱅뱅을 먹다니(돈내고 일하슈..)

찐한식당을 2순위로 택한 이유는 일부 리뷰에 생선국수가 너무 비리다는 글이 있어서였는데, 내 입맛에는 너무 잘 맞았다. 친구도 마찬가지. 어디선가 먹어본 거 같은데 이런 형태의 국수를 먹은 적이 있던가 싶을 정도로 익숙하면서도 특이한 맛. 매우 맛있었음.
도리뱅뱅은 먹자마자 '아, 이건 맥주안주인데'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자차여행의 슬픔은 맥주를 걸칠 수 없다는 것...

이 길이 너무 좋았다


바로 숙소로 가려다 차에 앉기도 힘이 들 정도로 배가 불러서 산책을 좀 했다. 생선국수를 먹은 식당 근처에 보청천을 낀 산책코스가 있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곳이었는데 생각보다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한참을 머물렀다. 사람들이 거의 없었는데, 있는 사람들은 전부 이곳에서 텐트를 쳐놓고 누워 제대로 풍광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우리가 예약한 방은 '혜윰' 이었다. 체크아웃을 하면서 보니 같은 4인실이라도 헤윰이 내부가 조금 큰 거 같았다.


대망의 숙소. 옥천군에서 운영하는 옥천전통문화체험관에서 운영하는 한옥숙소였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예약을 쉽게 할 수 있는데 가성비가 좋은 탓인지 주말은 예약이 풀로 차 있다. 친구가 여행을 코앞에 두고 정말 운 좋게 취소된 방을 줍줍해서 이곳에서 머물 수 있었다.

숙소 자체가 지은지 얼마 안된 것인지, 매우매우매우 깨끗했다. 방은 4인실과 8인실이 나뉘고, 4인실은 주말 기준 하루에 7만원이었다. 옥천군민은 할인을 해주는 듯.
화장실과 샤워실이 분리돼 있고, 이불과 베개도 넉넉히 있다. 텔레비전과 전자렌지, 냉장고, 드라이기가 구비돼 있고, 무려 정수기도 있다! 다만 숟가락과 젓가락은 없다. 마트에서 장보면서 수저 있겠지???라고 방심하며 사가지 않았는데 없어서 담날 편의점에 가야만 했다. 미리미리 챙겨가는 게 좋을 듯.

우리는 따로 식사를 하지 않았지마 체험관 내에 카페와 식당이 있다. 대충 구색만 갖춰놓은 식당과 카페가 아니라 꽤나 좋은 평가를 받는 곳인 것 같으니 동선이 맞는다면 내부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선택지일 듯하다.

생선튀김 소자

점심과 저녁을 가득가득 먹었으면서도 생선튀김이 궁금해 찐한식당에서 생선튀김을 포장해 왔다. 찐한식당은 모든 메뉴를 포장해준다. 차가 생선튀김 냄새로 가득차 최근에 차를 산 초보운전자는 애가 탔지만, 생선튀김은 맛있었다 ㅎ... 소자인데도 양이 꽤 많다.

부소담악


이튿날. 아침은 미리 사둔 요거트와 수프로 해결했다. 체크아웃 시간을 가득가득 채워 나왔다. 체험관은 가족 단위 손님들이 대부분이었다.
체크아웃을 하고 나와 찾은 곳은 '부소담악'. 풍경이 좋다길래 고민할 것도 없이 택했다. 꽤나 높은 지대에 있어서 차로도 한참을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올라갔다. 12시가 채 되기 전에 도착했는데도, 이른 아침부터 찾아 내려오는 관광객들을 많이 마주했다.
부소담악은 주차장이 협소해서 부소담악 입구 맞은편에 위치한 사찰 주차장에 대는 걸 추천하는 글을 많이 봤다. 우리가 갔을 땐 이 주차장에도 차가 가득가득 차 있어서 도로 한편에 차를 댔다. 다행히 이곳에 오는 차량 대부분이 부소담악에 오는 터라 이렇게 주차를 해도 통행에 무리가 없어 보였다.

햇볕이 내리쬐는 날이라 무척 더웠지만 미세먼지 없는 맑은 날씨 덕분에 부소담악은 더 아름다웠다. 가는 길에 핀 꽃과 겹벚꽃, 철쭉이 사람들의 발길을 잡는다. 가벼운 산책보다는 좀 더 걷는 코스지만 어렵지 않아 모두가 가기에 좋을 것 같다.

구읍할매묵집

많이 먹었다고 생각 안했는데 포스팅 글을 쓰니 죄다 먹는 사진 뿐이네;
부소담악에서 나오니 배가 너무 고파 식당을 찾았다. 옥천문화체험관 안에 있는 송고가를 가려다가 날이 더워 시원한 걸 먹고 싶어서 묵밥으로 급히 정했다. 체험관 주변에 묵집이 두개 있는데, '옥천묵집'은 일요일 휴무라(왜애,,ㅠㅠ) 근처에 있는 '구읍할매묵집'으로 갔다. 불친절하다는 평이 많았으나 전혀 그렇지 않았다. 죽전과 시원한 묵밥을 시켜 먹었다. 갈증이 나던 차에 먹어서 훌훌 삼켜 먹었다.

정지용 생가에서 찍은 이쁜 나무.
묵밥식당 부근엔 볼거리도 꽤 있다. 도보로 정지용 생가에 갈 수 있어서 소화도 할 겸 가봤다. 생가와 문학관이 함께 있는데 정지용 시인의 시를 실컷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다. 이 일대의 도로 이름이 '향수길'인데, 정지용 시인의 <향수>를 따다 지었다. 문학가를 배출한 동네가 가진 긍지를 새삼 느낄 수 있었던 곳.

또 먹니,,?

왜 또 먹을 거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민망)
헤어지기 직전, 카페는 가고 싶은데 여전히 더워서 팥빙수를 먹으러 갔다. 옥천에 설빙은 없었고 체험관 근처에 있는 '커피타임'이라는 카페에 팥빙수를 판다길래 갔다. 차는 체험관 내부에다 대고 가면 됨!
1만2000원이었는데 양이 무지 많다. 3~4명이서 먹어도 충분히 먹을 만한 양임. 근데도 둘이 꽤 많이 먹은 듯.

배가 거의 터질듯한 상태로 차를 타고 친구를 옥천역에 데려다주는 길..
갑자기 '옥자 미션투어'의 미션 하나인 '옥천에서 사자'를 새까맣게 잊었다는 것을 생각해냈다. 옥자 미션투어는 먹자, 보자, 사자 3개로 구성돼 있는데 앞에 두개야 어딜가든 하는 거니 어렵지 않았는데, 사는 건 달랐다. 지역에 가면 특산물을 산다거나 하는 일은 좀처럼 하지 않아서 ㅠㅠ
이대로 미션에 실패할 순 없어서 친구를 옥천역에 데려다주고 나홀로..옥천로컬푸드직매장에 향했다. 옥천역과 무지 가까움!
너무 칭찬일색이긴 한데 옥천로컬푸드직매장은 주차와 매장 내부 모두 훌륭했다. 매대에 올려놓은 옥천 농산물, 특산물 모두 사고 싶을 정도로 품목 종류가 다양하고 품질도 좋아보였다. 뭘 사지 고민하다가 꿀 하나랑(옥천에서 벌을 많이 봐서 괜히 끌렸다) 설향 딸기를 집었다. 딸기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씻어 맛봤더니 무척 달콤했다ㅎㅎ

옥천로컬푸드직매장 영수증

첫날 막국수
안터686
도리뱅뱅 먹었던 찐한식당
묵집
팥빙수 먹은 카페

먹고 자고 샀던 모든 것은 내돈내산입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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