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6일 무주산골영화제 마지막날!

고백하자면 전날 집에 돌아와 다음날 무주에 다시 갈 것인지 고민을 꽤나 진지하게, 길게 했다. 너무 피곤했기 때문(영화제 후기에 피곤이라는 단어를 이렇게 많이 적는다, 나참) 가는 건 문제가 아닌데 다시 돌아오는 길, 또 그다음날 출근 가능할까...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가 결국엔 가기로 결심. 여러 이유 가운데 하나는 하마구치 류스케의 단편을 여러 개 묶어 상영하는 기회를 놓칠 수 없었기 때문. 그렇게 긴 고민 끝에 다시 아침 일찍부터 무주로 향했다!

1.

캘러미티 제인
캘러미티 제인

마지막날 첫번째 영화는

<캘러미티 제인>이라는 애니메이션.
미국 개척시대, 여자가 바지를 입는 것조차 사회통념상 허락되지 않은 시절 남성과 어깨를 견주며 서부 개척에 힘을 쏟는 실존인물 '캘러미티 제인'의 성장기를 다룬 영화다. 영화 작화가 멋있고 무엇보다 내용이 흥미진진하다. 성장기 답게 크고작은 고난을 주인공이 거뜬히 넘어가기 때문에 답답함 없이 볼 수 있다. 캘러미티 제인이란 인물이 존재하는 것은 영화 감상 후 검색하다 처음 알았다; ㅎ 이 인물을 소재로 한 영화들도 이미 꽤 많더라.

+) 캘러미티 제인을 보기전, 하마구치 류스케 영화 현장예매를 위해 줄을 섰는데 우리 앞에 손녀와 함께 영화제에 온 할머니 한분 계셨다. 무주군민이신 듯한데 동네에서 시끌벅적한 영화제를 하니 손녀에게 좋은 경험을 선사해줄 마음으로 오셨는데, 영화가 워낙 낯설다보니 직원에게 추천을 받고 싶어 줄을 서신 것인데.. 이런 예매창구에서 영화 추천을 과연 해줄까? 반신반의했는데, 담당 직원분이 너무나 친절하게 아이의 연령대에 맞는 영화(-> 캘러미티 제인이었음)를 친절하게 설명해주신 걸 보고 괜히 갬덩이었음...

2.

캘러미티 제인을 보고 점심먹으러 가는 길. 비가 그친 후 날씨가 무척 좋았다.
콩국수와
모두부
유정언닌 들깨순두부찌개

점심은 영화제가 열리는 곳과 엄청 가까이 있는 식당 '콩수레두부'에서 먹었다.
첫날부터 오고 싶었던 곳인데 줄이 줄이,,, 너무 길어서 이내 포기했는데 마지막날에는 다행히 별로 기다리지 않고 들어갈 수 있었다.
밖에서 보이는 것 이상으로 식당 안쪽까지 자리가 꽤 있었다. 밀린 주문들이 좀 많아 기다리다가 맛있게 먹었다. 모두부 엄청 맛있었다.

점심 먹으러 가는 길에 찍음
왕크니까 왕멋있다
전여빈 배우 향수
오오~ 나도 이 브랜드꺼 쓰는뎅~

점심을 먹고 나서 다음 영화까지 시간이 꽤 남았다.
주말에 둘러보지 못한 전시공간을 둘러봤다. 이번 영화제 넥스트배우로 선정된 인물이 전여빈 배우여서 지금까지의 필모와 사진들, 촬영현장에서 쓰는 소품, 의상들을 전시해놓은 공간이 있었다. 전여빈 배우 하면 떠오르는 작품은 멜로가 체질?이 나에겐 대표작인데. 상견니 한국판에도 황위쉬안(이자 천윈로)로 나온다고 하니 아마 이 작품도 챙겨보지 않을까.

3.

하마구치 류스케 시네마토크
하마구치 류스케

아기다리고기다리던 하마구치 류스케 단편선 시간이 왔읍니다~~
이번 영화제에서 풀타임만큼 기대됐던 영화였다. 하마구치 류스케를 그렇게 잘 아느냐?하면 그건 아니지만,, 최근 그의 작품들을 꽤 봐서 기대되는 건 당연했다. 게다가, 원래 사람이란 단독상영, 특별상영 등에 끌리는 법이니.. 쉽게 볼 수 없는 하마구치 류스케 단편작들을 보여준다고 해서 티케팅할 때 1순위로 했었다.

6일에 상영한 하마구치 단편선은 <영원히 그대를 사랑해>, <섬뜩함이 피부에 닿는다>, <천국은 아직 멀어> 순으로 보여줬다. 한달 지났다고 제목 기억안나서 프로그램북을 다시 폈넹 ㅎ

<우연과 상상>도 단편 3개를 이어 보여주는데 이건 감독이 단편을 묶어 하나의 영화에 '우연과 상상'이라는 제목을 붙여줬지만, 이건 독립된 영화 각각을 영화제가 골라서 보여준 것이니 좀 다른 맥락이기는 하나 <우연과 상상>을 볼 때와 비슷한 인상을 받았다.
왜냐?! <우연과 상상>도 가장 재밌었던 작품은 가장 첫 단편인 <마법>이었고, 가장 마음을 울린 건 마지막 단편 <한 번 더>였는데 이번에도 첫번째 작품이 재미로는 최고였고, 마지막이 찡했다.

가장 재밌었던 작품 <영원히 그대를 사랑해>. 캐릭터 간 긴장감이 팽팽하고, 대화도 찰져서 지루할 틈이 없다. 아 근데 단편이긴한데 58분임 ㅎ..

<섬뜩함이 피부에 닿는다>는 솔직히 이해 못했다. 대체 이게 머고,, 이것도 54분에 달했는데 대체 뭘 말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어서 보기 힘들었음. 심지어 이 영화가 끝나면 이 영화는 <홍수>로 이어진다는 자막이 뜨는데 문제는 <홍수>는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영화라는 것..

<천국은 아직 멀어>는 마음을 울렸다. 우연과 상상에 나왔던 배우가 이 영화에도 나와서 재밌기도 했다.
어릴 적 살인사건으로 언니를 잃은 동생이 사건 이후 시간이 한참 흘러 언니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찍기 위해 언니의 주변인물들과 접촉한다. 그 가운데 언니와 전혀 연이 없는 독신남을 찾아가는데, 알고 보니 이 독신남은 죽은 언니의 영혼과 함께 살고 있고 가끔 이 남자의 몸에 언니가 들어가기도 한다. 동생은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면서 독신남의 몸으로 들어간 죽은 언니의 혼과 대화를 나누는데, 남자의 말을 믿지 못하면서도 언니에 대한 그리움에 언니와 대화화며 울음을 겨우 참는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이렇게 자기 인장 뚜렷한 감독의 단편을 보게 되서 무척 좋은 시간이었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류스케 관련 책도 팔았는데 그 중 한권을 샀다.(물론 아직 안읽음;)


류스케 영화를 보고 나왔는데도 아직 해가 지지 않았다. 여름이 성큼 다가왔다.

집에 돌아가는 길은 멀고, 힘들고, 지쳤지만 또 언제 이렇게 3일 내내 영화를 보겠어~ 것도 양질의 영화를~ 하는 마음에 뿌듯했던 연휴였다.

+) 산골프로그래머의 마지막 편지
- 영화제 전부터 프로그래머가 홈페이지에 올리는 이 짤막한 글이 좋았는데 영화제가 끝나고도 마지막 편지라는 이름으로 적어주었다. 마지막 편지를 읽어보면 알겠지만 7년간 계속해 온 '프로그래머의 편지'도 올해가 마지막이라고. 처음 보는 사람은 아쉽지만 다 뜻이 있겠쥬?

http://mjff.or.kr/kor/artyboard/mboard.asp?Action=view&strBoardID=FVMI_0UK8&intPage=1&intCategory=0&strSearchCategory=|s_name|s_subject|&strSearchWord=&intSeq=5770

무주산골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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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jff.or.kr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도 알고 있었다. 무주산골영화제가 점점 더 많은 젊은 관객들이 찾는 젊은 영화제가 되고 있다는 것을. 외지의 자식들이 명절이 아닌데도 영화제 기간이 되면 무주에 오려고 한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난생처음 영화의 엔딩 크레딧을 보았다는 무주 군민도 생겨났다. 무주의 젊은 공무원들과 청년들은 영화제를 기다린다고 했고, 무주에 오는 젊은 사람들을 구경하기 위해 영화제에 오는 주민들도 많다고 했다. 영화제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애정하는 주민들도 점점 많아졌다. 영화제가 개최되면 무주 읍내와 무주군의 주요 공간들은 젊은 관객들의 발걸음으로 분주해졌고, 그들의 열기로 들썩거렸다. 재료가 떨어져 저녁 장사를 제대로 못 했다는 식당과 페스트푸드점들에 대한 소식도 들려왔다. 볼 때마다 장사가 되지 않는다던 먹거리 부스 운영자들도 말과는 달리 하루종일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

무주는 정말 작은 지역이고, 작년 서울에 있을 때만 해도 무주산골영화제는 가고 싶어도 가기가 엄두가 안나는 공간이었는데 이 곳에서 10년째 영화제를 이끌어온 분들이 좀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영화제 곳곳에서 목격한 장면들을 보면, 이런 행사가 지역주민들과 동떨어져 있지 않다는 걸 느낄 수 있어 좋았다. 내년에도 기회가 된다면 참석해야지!

6월5일 일요일, 폐막일 전날이지만 우리에게는 영화제를 찾은 두번째날.
무주에 숙소를 잡은 덕분에 아침에 여유롭게 눈을 떴다. 하지만 영화를 집중해 보는 건 정말 체력적으로도 쉽지 않은 일임을 다시 한번 느끼면서 (+ 나이의 실감) 숙소를 나왔다.

1.

일요일에 예매해둔 첫번째 영화는 폴 토마스 앤더슨의 <마스터>. 유명한 감독이 만든, 기라성같은 배우들이 출연하는, 그 유명한 영화!! 지만 친구와 나 둘다 안봐서 별 이견도 없이 예매했다.

PTA 감독의 &lt;마스터&gt; 상영후 이어진 시네마토크

그런데 말입니다..
내가 피곤해서 그런건지 영화의 강도가 강강강강강의 연속이어서 그런건지, 체감상 시간이 빨리 가는 영화는 아니었다. 보기에 힘든 영화라는 표현이 내게는 더 잘 맞는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주연배우의 열연과 영화가 주는 줄거리의 강렬함은 정말 엄청나다.

주연배우인 호아킨 피닉스와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은 정반대되는 연기톤을 보여준다. 호아킨 피닉스는 영화 <조커>에서 분했던 역할의 일부를 이 영화에서 먼저 보여준건가? 싶을 정도로 개성 강한 캐릭터를 연기한다. 온몸과 얼굴을 다 써가면서 연기를 해야 하는 역할인데 보는 사람도 이렇게 체력적으로 힘든데 연기를 하는 당사자는 어떨까 궁금했다. 반대로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은 상대적으로 정적이고 차분한 역할이지만, 호아킨 피닉스가 연기한 프레디를 기로 눌러야 하는 연기를 해야 한다. 그러니까 결코 만만치 않은 연기를 했다고 봐야 한다.

줄거리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일부러 조금의 스포도 피하고 영화를 봤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서야 영화 제목이 주는 의미에 무릎을 탁 침ㅋㅋ 사실 랭케스터(세이모어 호프만)가 일종의 사이비 교주의 교단이라는 점도 영화가 한참 흘러서야 눈치챘다. 그 전까지는 프레디의 기행과 엽기적인 언행 등에 더 포커스가 가다보니 랭케스터가 왜 프레디를 자기 무리(?)에 자꾸 낑겨넣으려는지 가늠도 가지 않았다.

시네마토크는 배우들의 연기에 관한 것이었는데.. 영화보느라 지치기도 했고 연기보다는 각 장면장면에 대한 해설과 설명을 듣고 싶은 영화였어서 그런지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ㅠ 풀타임보다 더 해설이 필요한 영화였는데 너무 오래된 영화라 그런지 나처럼 영화 해설에 대한 수요는 별로 없어서 연기를 주제로 잡았나?는 생각도 들었다.

+) 그리고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을 PTA로 약칭해서 부르는지도 이날 첨 알았다 ㅎ

2.

이날 점심은 롯데리아 ^_^;

무주까지 가서 롯데리아 햄버거를 한끼 식사로 먹는 사람이 있다???흑....

이날 영화제 부근의 식당이 죄다 문을 닫아서(일 휴무인 식당들) 겨우겨우 문 연 곳을 들어가면 재료소진, 아니면 겁나 긴 웨이팅...으로 어쩔 수 없이 롯데리아에 갔다. 햄버거 자체도 오랜만인데 롯데리아는 정말 더 오랜만..

3.

꺄~ 이 사진속 모든 분들이 좋았다
프로그래머님(젤 왼쪽), 어제 풀타임 상영 전에 보고 두번째
아 진찌 너무 좋았다고요..

권하정, 김아현 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 <듣보인간의 생존신고>.

친구가 먼저 보자며 예매를 하기도 했지만, 다영이가 좋아한다고 열변을 토한 가수 이승윤씨의 이름이 영화 줄거리에 있길래 나도 엄청 궁금했다. 이번 영화제에서 이 영화처럼 덕질을 주제로 한 영화 <성덕>도 끌렸지만 그건 다른 영화와 시간이 겹쳐 아쉽게도 못보기도 했고..

다큐멘터리 줄거리는 이러하다. 사진속 젤 오른쪽(내 기준)이 권하정 감독, 가운데에 앉아계신 분이 김아현 감독.

영화를 전공한 권하정 감독님은 졸업 후 전공과는 상관없는 직장을 다니는데 여러가지 힘든 일이 겹쳐 침체기를 겪다가 김아현 감독이 알려준 이승윤씨의 노래를 들으며 큰 위로를 받고 회복한다. 그러던 중 이승윤씨의 노래에 맞춰 뮤비를 제작하기로 결심, 그에게 이를 제안하기 위해 먼저 기발매된 곡인 '무명성 외계인'의 뮤비를 제작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무명성 외계인' 뮤비와 제안서를 이승윤씨에게 전달하고, 조마조마하며 기다리던 두 감독님(+ 친구분들)에게 이승윤씨는 본인이야말로 큰 감사와 영광이라고 답장한다.(정확한 워딩 아닐 수도 있음)

뮤비를 찍을 노래는 바로 당시 기준 곧 발매를 앞두고 있던 '영웅수집가'. 그때만 해도 이승윤씨는 영웅수집가가 담긴 앨범이 성공하지 못하면 가수로서의 꿈을 접겠다고 마음을 먹으며, 마지막 투지를 불태우고 있었다.(싱어게인 출연 전)
가수의 승낙과 함께 본격적인 뮤비 제작이 들어가고, 뮤비 제작을 하면서 이 전 과정을 다큐멘터리로도 만들 계획이 있던 이들은 한편의 뮤비와 함께 다큐멘터리에 들어갈 영상도 함께 찍는다. 하지만 영화를 전공했어도 뮤비 제작 경험이 처음인 그들은 여러 우여곡절을 겪을 수밖에 없는데,,,,,,,,

내게 이 영화의 출발점은 이승윤씨였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뮤비를 만들기 위해 애썼던 이들이 마음에 남는다. 영화는 코믹과 감동을 함께 가져가는데 코믹은 이 다큐멘터리에 출연하는 감독님들 매력 자체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내 나이 또래들(선생님 양심 있으세요?)이라 그런지 코드가 맞아서 더 웃길 수도 있지만 이번 영화제에서 가장 많이 웃음을 터뜨린 영화였다. 무명성외계인 뮤비 찍는 장면부터 웃김ㅠ_ㅠ

감동 코드는 사회초년생들의 고군분투기에 있다. 나는 대학 때문에 서울살이를 시작했는데 서울이라는 넓디넓은 공간에서 무서운 공간을 꼽아보라면 동대문 밀리오레를 하나로 들 수 있다. 옷장사 경력만 수십년인 분들과 아직 고등학생티를 벗어나지 못한 내가 흥정을 하면서 옷을 사는 일이란 내 돈 쓰면서 기 눌리는 일 그 자체였기 때문에... 이 영화에서도 감독님들은 어린 얼굴로 그 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과 몇번이고 마주하며 실랑이를 해야 하고 협상을 해야 했다. 예의있게 대하면 상대방도 예의를 다해주면 좋을텐데 그 기대는 번번이 벗어나기 마련이고.. 하지만 꿋꿋이 이겨내고 원하는 결과물을 손에 얻어 낸다!

뮤비에 등장하는 소품 하나, 장면 하나하나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다큐를 통해 보고나니 영화가 끝난 후 찾아본 뮤비에서의 모든 장면들이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된다. 영화에서 이승윤씨의 말대로 '이 정도의 퀄리티는 상상하지도 못했다', 나도.

영웅수집가 뮤비를 찍고 난후에 이승윤씨는 싱어게인이라는프로그램을 통해 이름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게 된다. 나 역시 싱어게인을 통해 이승윤씨를 알게 된 사람 중 한명이라 그런지 그 전부터 이렇게 다양한 스토리를 쌓아온 그에게 놀라게 된다. 그런 사람을 알아본 두 감독님들도 대단하고.

감독님은 이 영화가 이승윤씨의 이름에 기대지 않길 바란다고 했는데, 영화는 정말 이승윤씨에 기대지 않고 오롯이 서 있다. 내년에 정식 개봉한다고 하는데 많은 관객들이 찾아주었으면 좋겠다.

영화는 영화 자체로도 좋았는데 끝나고 이어진 감독님들과의 대화가 정말 너무너무 좋았다. 영화 자체가 워낙 유쾌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던 터라 관객들에게도 유쾌한 감정이 번져서인지 감독님들에게 던지는 질문 하나하나가 예쁘고 상냥하고 따뜻했다. 무엇보다 이 GV를 이끌어간 평론가님의 진행솜씨가 엄청나서 감탄에 감탄을..

결국 한달이 지나서 쓰는 뒤늦은 무주산골영화제 후기.

6월초, 사흘간 무주산골영화제를 찾았다.

 

지난해에도 가고 싶었던 영화제였는데 코로나 상황으로 표를 제한적으로 팔다 보니 티켓팅에서 광탈하고는 맘을 바로 접었었다. 올해는 다행히 거리두기가 많이 풀려 작년보다는 훨씬 예매가 쉬었다. 

무엇보다 올해는 무주산골영화제가 10년차를 맞은 해. 기념비가 되는 해이다 보니 볼거리가 더 풍부할 것이란 기대감이 컸고, 5월부터 하나둘 올라오는 영화 라인업을 보면서 이번엔 꼭 가봐야지 싶었다.

 

무주산골영화제는 프로그래머가 영화제 시작 전에 정기적으로 올해 영화제에 관한 글을 써 홈페이지에 올리고 뉴스레터로도 보내준다. 그 글을 보니 무주산골영화제는 원래 무료로 진행됐는데 올해부터 유료로 전환됐단다. 영화제 규모가 커지거 이를 찾는 관객들이 많아졌고, 영화제 방향성을 새로 잡아가야 할 시기라는 설명이 있었다. 이에 맞물려 영화제 측에서도 올해 새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였는데 GV에 평론가나 작가, 기자 등을 불러 영화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토킹시네마가 그것이었다. 

영화별로 예매를 진행하다보니 어느 요일에 관객일 몰릴지도 영화제 측에서 보다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점도 새로웠다. 유료 전환이 단순히 수익 측면에서만 생각할 게 아니라는 점에서! 프로그래머는 나와 친구가 영화제에 간 첫날인 4일 영화 예매율이 가장 높다고 했는데,  4~6일을 참석해보니 역시 4일이 관객들이 가장 많았다.

 

무주산골영화제는 4일부터 6일까지. 3일을 연달아 갔다. 30대의 체력을 무시한 과한,,, 스케줄이었다는 건 6일 밤에 집에 돌아와 깨달았다..ㅎ

 

1.

무주산골영화제를 찾은 첫날, 처음 본 영화는 에리크 크라벨 감독의 <풀타임>이다. 국내에선 내년 개봉 예정이고,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적이 있다고 한다.

영화제를 찾은 관객 모두에게 나눠주는 이 프로그램북이 매우 알찼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숨가쁘다. 파리 근교에서 아이 둘을 홀로 키우는 엄마 쥘리가 철도 파업이 한창인 시기에 파리 시내에 있는 일터로 나가는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새벽 여명조차 없는 어두컴컴한 시간대에 알람 소리 한번에 눈을 뜬 주인공은 아이들 아침을 챙기고 아이들을 돌봐주는 이웃집에 가 애들을 맡긴 후에 바로 미친듯이 기차를 타러 달려간다. 영화가 시작된 지 10분도 안되는 순간에도 쥘리의 고단함이 느껴지는데 사실 파리에 기차를 타고 무사히 갈 수 있는 영화 초반부가 쥘리에게는 그나마도 평온한 시절. 

 

파업으로 파리 시내와 근교를 오가는 열차들이 다 끊기고, 대안을 마련할 수 없어 발을 동동거리는 쥘리의 모습이 영화 내내 이어진다. 이런 상황은 홀로 살아가는 사람에게도 벅찰진대, 아이 둘을 케어해야 하는 엄마인 그녀에겐 너무 버겁기만 한 상황. 게다가 쥘리는 호텔 청소일을 하고 있는데 출산 전 하던 직무로 직장을 바꾸기 위해 없는 시간조차 쪼개 면접을 보러 다닌다. 

 

하지만 쥘리가 맞닥뜨리는 현실은 그에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파업으로 지각을 일삼는 쥘리가 업무 시간에 다른 회사 면접을 보러다니자 그녀를 해고하려는 직장 상사, 약속된 시간에 아이들을 데리러 오지 않자 더이상 애들을 봐줄 수 없다고 선언하는 이웃집 할머니, 양육비를 보내지 않으면서 전화를 피하는 전 남편, 대출금 상환이 늦어지고 있다고 독촉전화를 거는 은행, 잔액이 얼마 남지 않은 통장.. 이 모든 악재들 속에서도 쥘리는 아들의 생일선물을 준비하고, 파티를 열고, 원하는 회사에 면접을 보러다니며 애를 쓴다. 

 

영화가 끝나고는 정희진 작가와 김혜리 기자의 GV가 한시간 이어졌다. 두분 다 너무 좋아하는 분들이라 보기 전부터 기대가 컸는데 이번 영화제에서 참여한 GV 중에서 가장 좋았다 흑흑ㅠㅠ 특히 정희진 작가님은 한창 한겨레 토요판에 칼럼 연재하실 때 글에 반해서 책도 사서 읽고 했는데, 말씀하시는 건 처음 봤다. 생각보다 훨씬 유쾌한 성격인데, 그 유머러스함마저 말하고자 하는 지점을 향하고 있어서 내공이 느껴졌다. 혜리기자님의 글쓰기가 우주최강이라고 칭찬하시는데, 옆에 계신 혜리기자님 무척 쑥스러워하심ㅋㅋㅋㅋㅋㅋㅋ

 

정희진 작가는 <풀타임>을 여성영화로 분류하는 것에 반대의견을 내셨다. 이건 신자유주의가 진행된 현 시대 노동자의 영화에 가깝다는 게 작가님의 생각. 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간 이동이 매우 손쉬워진 상황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사회를 안정적으로 돌아가게 하는 중산층의 두께가 얇아졌다는 뜻이기 때문. 

게다가 영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여성노동자들의 태도를 이야기하면서 이건 세대차이가 아니라 각 세대가 겪는 자본주의의 모습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신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내가 지금 겪는 자본주의와, 내 윗세대가 겪었던 자본주의, 그리고 미래 세대가 겪을 자본주의가 다르다보니 이게 겉보기에는 세대차이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상 자본주의가 안좋은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 

 

또 하나 인상적인 점은 쥘리가 여러 고난에도 자기 연민이나 슬픔을 느끼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거다. 쥘리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마지막 장면 제외) 잔고가 없어 딸의 저금통에서 돈을 빼낸 다음 화장을 하면서 눈물을 훔치는 부분이 유일했다.  

 

아, 영화 외적인 문제지만 영화 상영 10분만에 송출의 문제로 영화를 처음부터 다시 봤다. "필름클럽 사연 단골소재인 영화 송출 사고를 드디어 나도 겪는가???!!!"라는 생각에 마스크 안에서 입꼬리를 올렸지만... 영화 자체가 관객에도 쉽지 않다보니 또 숨가쁘게 영화를 다시 봐야 해 힘들긴 했다.. 

 

어탕수제비

영화를 보고 한시간 가까이 GV를 듣고 나니 어느덧 저녁 시간. 영화제가 열린 곳에서 차를 타고 10분 정도 가면 나오는 '무주어죽'에서 어탕수제비를 먹었다. 어죽국수를 먹을까도 고민했지만, 옥천에서 한번 맛을 봤기 때문에 이번엔 수제비를 골랐다. 2명이서 중(中)자를 먹었는데 배부르게 잘 먹었다. 반찬도 맛있었음. 

 

다시 영화제로
등나무운동장

저녁을 먹고 와서는 등나무운동장으로 향했다. 등나무운동장에는 이번 영화제에 참여한 여러 브랜드들의 스토어가 있었는데 맙소사.. 운영시간이 저녁 6시까지인 걸 전혀 모르고 뒤늦게 들어왔다. 쓰던 헌 칫솔을 가져가면 새 칫솔로 바꿔주는 행사를 하는 곳이 있어서 칫솔까지 챙겨갔는데 ㅠㅠ 

 

4일 등나무운동장에선 10cm의 공연이 있었다. 역시 이런 페스티벌에 강한 솨람.... 나도 참 옛날 사람이라 느낀 게 최신 노래는 잘 모르다가 공연 뒷부분에 불러준 '아메리카노', '사랑은 은하수다방에서' 에 몹시 흥이 났다 ㅎㅎ

 

이어 찰리 채플린의 무성영화 <키드>와 선우정아의 콜라보. 영화에 맞춰 선우정아가 노래를 부르는데 영화와 노래가 너무 근사하게 잘 어울렸다. 영화는 기둥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렇게 봐도 재밌게 느껴질 만큼 재밌었다. 찰리 채플린,, 당신 정말 천재...

 

아쉬운 점이라면 등나무운동장은 영화 보기에 그렇게 최적의 장소는 아니라는 점. 기본적으로 돗자리 깔아두고 먹고 마시려는 사람들이 많아서 소란스럽고, 입장권도 인원 제한 없이 팔아서 사람수 자체도 무척 많았다.. 그래도 본격적인 무더위가 찾아오기 전인 6월 초에 선선한 공기를 맡으면서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점은 무척 매력적이었다.

 

예, 이것이 무주산골영화제의 꽃 '덕유산대집회장'

무주는 동네가 굉장히 작다. 그렇다보니 영화제 장소 부근의 숙소 자체도 별로 없거니와 그마저도 발빠르게 사람들이 예약을 했다. 그래서 매일을 무주-세종을 오갈까도 고민했는데, 그렇게되면 덕유산대집회장에서 영화를 볼 시간이 안난다는 게 아쉬웠다. 

차선으로 택한 게 무주 구천동의 펜션의 숙소. <키드>를 본 후에 숙소로 이동해 - 숙소 가는 길 정말 어두컴컴합니다.. 무서워- 잠시 쉬었다가 대집회장으로 갔다.

대집회장까지 차를 가져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대집회장까지 가는 도로에 차를 진입하려면 덕유산 캠핑장 예약자여야 했다. 그렇지 않다면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셔틀버스를 타야 한다. 다행히 셔틀버스를 기다리지 않고 바로 탈 수 있었다. 

 

하마구치 류스케 <드라이브 마이카>

우리가 영화제에 있었던 삼일동안 대집회장에서 틀어준 영화는 대부분 이미 봤던 것.(<노마드랜드> 하나 안봤다) 그 중에 끌리는 영화들이 마침 4일에 상영해서 타이밍이 좋았다. 대집회장에 도착하고 보니 하마구치 류스케의 <드라이브 마이카> 상영이 한창이었다. 사진 속 장면은 드마카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씬. 

 

밤의 덕유산대집회장은 역시 무척이나 추웠다. 블로그에서 일교차가 엄청나다는 후기를 봤었기에 담요며 핫팩이며 챙겨갔는데, 베개와 이불을 챙겨와 누워 보는 사람들을 보니 너무 부러웠다..흑... 베개 필수품인듯. 

 

<듄>까지 보려고 했는데 정말 너무너무너무..피곤해서 드마카가 끝날 때쯤 대집회장에서 빠져나왔다. 다시 보고 나올 때도 셔틀버스를 타고 차를 대둔 주차장으로 갔다. 후기 말미에도 적겠지만 무주산골영화제는 전반적인 행사 운영, 스탭분들의 친절도와 노련함이 정말 최고였다. 다소 번잡하고 혼란스러울 수 있는 덕유산대집회장 셔틀버스 안내도 정말 매끄러웠다(최고최고bb)

그러하다. 드디어 살아있는 방탄이들을 보게 됐다.(박수질러~~~~!)

2년 반만에 한국에서 방탄 콘서트가 열렸고, 다마 입덕인 나는 근 1년반만에 방탄 콘서트에 가게 됐다. 

작년 말부터 올해는 오프라인 콘서트가 열릴 거라 생각은 하고, 멤버십도 미리 가입해뒀는데 막상 진짜 열린다고 하니 티케팅에 성공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빡센 티케팅은 첨이라구요ㅠㅠ 흑흑 

 

3월3일 티케팅 당일

퇴근 후 집에 가서 노트북으로 할까 고민도 했지만 실패하더라도 최선은 다해봐야 후회가 없을 것 같아 피씨방에 갔다.

피씨방은 정말 몇년만인지, 자리 잡는데만 버벅버벅. 티켓 오픈 시간이 저녁 8시인데 7시 전부터 가 앉아있었다. 시간이 좀 남아 인터넷쇼핑이라도 할까 싶었지만 두근대는 마음이 가라앉질 않아 화면만 띄워두고 카톡만 했다. 친구 두명한테 따로 부탁을 좀 해놓고, 8시가 되길 기다렸다. 시간이 다가오자 자리 앞뒤로 아미임이 120% 분명해보이는 분들이 나와 같은 화면을 띄워두었고.. 내가 온 이 구석진 피씨방의 풍경도 이럴진대, 다른 곳은 얼마나 더 많은 아미들이 이렇게 많을까? 싶어서 더 불안했다. 

 

결론은, 막콘 2층 52구역을 잡았다. 성공한 시간이 8시 20분 가량됐나? 친구는 나보다 5분 정도 앞서 중콘 1층 사이드자리를 잡아주었고! 

이번 티케팅은 대기번호를 부여받고 기다렸다가 내 차례가 되면 티케팅 화면에 접속돼 예매를 하는 방식이었는데, 한번에 예매창을 여러개 띄워두면 오히려 대기번호가 줄다가 중간에 튕겨버리는? 것 같았다. 티케팅을 하는 순간엔 1분1초가 아까우니 뭘 생각할 틈이 없지만 나도 창을 여러개 띄워놓고 있어서 문제였나 싶기도 하고. 알쏭달쏭 티케팅.. 어쨌든 자리를 잡았으니 우선 맘은 놓았는데 사람 욕심은 또 끝이 없으니 2층인 게 또 아쉬워서 몇번을 더 트라이했다. ㅎ 하지만 될리가 있남요? 막콘 2층에 만족하기로~.  

 

52구역 시야 

 

아이돌 콘서트는 처음이었다. 당연하다. 방탄이 내가 좋아하는 첫 아이돌이니까...

아이돌 콘서트는 원래 콘서트 몇시간 전부터 공연장 주변이 여러 이벤트와 나눔으로 축제같은 분위기라 들었는데, 코로나 여파로 모든 이벤트들이 다 취소되다보니 이번 공연은 참 썰렁했다. 아쉬워라. 지겨운 코비드 종식되고 다시 열게 되면 그때는 제대로 즐겨야지! 

 

콘서트가 열린 저번주는 일하는 내내 정신 한 구석은 콘서트로 가 있었다. 좋아하는 가수는 공연을 꼭 가는 편인데, 하필 방탄을 좋아하게 된 시기와 코로나가 맞물리다 보니 방탄 공연을 실제로 볼 기회가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같은 시간대를 호흡하고 있는게 맞나?라고 자문하게 되는 순간들이 몇 있었는데, 이번 콘서트는 그걸 해소해줄 거란 기대가 컸다. 

 

올림픽경기장 주변에 사는 친구와 함께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다 5시가 될 무렵 공연장으로 향했다. 원래 수용하던 관객수의 3분의1도 안되는 관객만 모인 공연이지만, 애초 그 수가 어마어마하다보니 본인확인하고 클래퍼를 받는 데도 시간이 엄청 걸렸다. 다른 가수 공연 생각하고 여유롭게 갔다면 정말 진땀 흘렸을 듯. 경기장에서 한참이나 걸어야 본인확인 받을 수 있는 공간이 나오고, 거기서도 한참을 걸어야 내 차례가 온다..kijul...

 

겨우겨우 공연장에 들어서고 나니 내 자리로 가기까지도 보통일이 아니었다. (할아미는 웁니다ㅠ^ㅠ) 좌석 공간이 매우 협소해 내 자리가 특정 구역의 정 가운데라면 이미 앉아있는 아미들에게 고개를 겁나 숙이면서 조심히 들어가야 한다. 다행히 내 자리는 한 열의 끝부분과 가까워서 덜했다만,, 다음 공연때는 좀 능숙해질 수 있겠지? 

 

급하게 당근으로 산 아미밤

공연은 너무너무너무 신났다. 함성 못지르는 게 너무 아쉬울뿐... 2층은 사실 전광판으로 무대를 봐야 하니 일어나서 뛰고 소리지르는 맛으로 앉는 좌석인 것 같은데 말이지요..

 

인상깊었던 무대는 당연 블랙스완. 블랙스완은 안무 영상도 몇번이고 돌려볼 정도로 너무 아름다은 곡과 안무, 그리고 무대라고 생각한다. 특히 지민이가 6멤버들 옆을 지나면서 앞으로 치고 나오는 그 파트는 힘있으면서도 부드러워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 

 

또 FAKE LOVE는 막콘 간 아미들이라면 다 손에 꼽을 무대 아니었을까?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정구기 자켓의 단추가 풀리는 순간 내 옆자리에 앉은 아미분이 내 팔을 치면서 짧은 소리를 내질렀고, 나도 반응하고 싶었지만 전광판에서 눈을 떼고 싶지 않아 미동없이 전광판만 뚫어져라 바라봤다ㅋㅋ 

 

다마에서 버터로 넘어가는 간주의 안무도, 엘에이콘 온콘으로 봤을 때부터 좋았는데 실제로 보니 무척 좋았다. 그저 소리지르고 싶을 뿐,,, 

 

서울콘은 작년 LA콘과 대체로 같은 셋리로 구성됐고, 몇곡만 달랐다. 내가 간 막콘에선 '봄날'과 'we are bulletproof: the eternal'을 마지막곡 전에 불러줬다. 봄날은 진짜 띵곡. 아미되기 전에도 방탄 노래 가운데 가장 익숙했던 곡인데ㅠㅠ bulletproof는 콘서트 다녀와서 계속 한곡 반복해서 듣고 있다. 

 

중콘 때 비가 너무 많이 왔고, 애초 일기예보상 막콘에만 강우예보가 있어서 걱정이었는데 다행히 막콘에는 비가 내리지 않았다. 날씨도 춥지 않았다,고 적기엔 정말 오지게 껴 입고 갔다. 집에 도착한 시간이 밤 11시가 넘었는데도 땀이 났을 정도니 ㅎ...

 

나의 정구기는 역시나 라이브를 너무 탄탄하게 잘해서 또 한번 빠지게 만들었다. 노래도, 안무도 모두 힘껏, 마치 오늘 공연이 마지막인 것처럼 몸을 불사르는 정국이를 실제 공연에서 보니 정말 좋았다. 파도타기 진두지휘하는 모습도,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마지막까지 인사해주는 모습도 눈에 가득가득 눌러 담았다! 다음 공연에선 소리 잔뜩 지를게!! 

완독하는 데 정말 오래 걸렸다ㅠㅠ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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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말했다 - YES24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범죄를 고발하며전 세계적으로 미투 운동을 촉발시킨 단 하나의 기사3년간의 취재, 수백 건의 인터뷰 끝에 탄생한퓰리처 상 수상 탐사보도 이면의 생생하고 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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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한국에서 출간된 이후 이 책을 추천해주는 지인, 친구도 많았고, 책을 소개하는 기사도 참 많이 접했다. 

빌려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책은 <뉴욕 타임스>의 두 기자가 유명한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수십년에 걸친 성폭행 폭로 기사를 어떻게 취재했고 보도하게됐는지를 추적하는 내용을 담았다. 게다가 그 기사가 이끈 미투 물결의 여파에 대해서도 다룬다. 이 기사는 당연히 한국과도 무관치 않다. 그 물결은 한국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미투 덕분에 우리 사회도 새로운 기준이 생겼고, 성적 추문을 일으킨 자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도 과거와 확연히 달라졌다. 많은 용기있는 고백이 뒷따랐고, 진작에 배제됐어야 할 이들이 뒤늦게나마 죄값을 치렀다. 

 

기자 두명이 취재거리를 어떻게 확장시켜나가는지에 대해서도 다룬다. 누군가를 폭로하는 기사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특히 그 누군가가 사회경제적으로 매우 높은 위치에 있을 때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두 기자는 취재원을 보호하기 위해, 또 기사와 기자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기사가 도달하고자 하는 사회적 정의를 지키기 위해 여러 방법으로 팩트를 채워나가고 탄탄하게 만든다. 메일 하나, 연락 한번도 취재원의 성격과 처해있는 상황에 맞게 전략적인 방식을 택하는 게 대단했다. 

 

1. 

이 책은 취재의 출발부터 기사가 보도되고, 그 이후의 여파까지 시간 순서대로 다룬다. 

하지만 사안이 사안인지라 모든 취재원이 처음부터 기사화에 동의한 채 인터뷰에 응한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보니 저자들은 책의 내용을 작성한 시점에서야 공개가능한 사실이지만, 당시 시점만 해도 인터뷰이와 기자들만 아는 사실이었음을 수차례 밝힌다. (이게 책의 가독성을 떨어트리는 데 좀 한몫함ㅠ)

취재를 하나씩 하나씩 풀어나가면서 확장하고, 한명과의 대화를 통해 새로 짚을 수 있는 점들을 포착해내는 기자들의 능력이 대단하다. 또 필드에서 뛰는 기자들을 뒤에서 뒷받침해주는 데스크들과 취재와 보도를 하는 과정에서 법적인 문제는 없는지 짚어주는 변호사도 폭로기사를 내보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2.

가장 큰 쾌감은 아마 어떤 리액션을 받을 지 장담할 수 없는 기사를 세상에 내보내고 난 후 쏟아진 수많은 여성들의 고백이었을 거다. 그 물결은 대법관 후보자의 과거 성폭력 사실을 폭로한 포드의 용기로까지 이어졌다. 저자들이 타임스가 아닌 타사가 접촉했던 포드의 일화를 한 챕터로 자세히 다룬 것도 그래서 좋았다. 

 

3. 

*좋았던 문장들*

- 언론이 패러다임의 변화를 불어넣은 사례다. 우리가 한 일은 수많은 선두적인 페미니스트와 법학자, 애니타 힐, 미투운동 창시자 타라나 버크, 그리고 우리 동료 기자들을 포함한 여러 사람들의 노력으로 오랫동안 쌓아왔던 이 변화에 하나의 동력을 더한 것에 불과했다. 

 

- 합의는 혐의의 대상인 위법행위를 어떻게 은폐했는가를 알려주는 이야기였고, 이는 성폭력을 보도하는 새로운 방식이 되었다. 

 

- 로젠펠트 교수는 수업 중 사법 체계는 여성이 아닌 남성을 보호하게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는 대조적인 사례로 보노보원숭이의 평등주의적 행동에 관한 연구를 소개하기도 했따. 보노보원숭이는 진화 과정에서 공동체 내 수컷의 성적 강제를 뿌리 뽑았다. 수컷 보노보가 암컷에게 공격적으로 굴면 암컷이 특정한 울음 소리를 낸다. 그러면 나무 위에 있던 다른 암컷들이 그 암컷을 돕기 위해 몰려와서 수컷의 공격을 막아낸다고 했다. 

 

- 여성들이 극도로 망설이는 데에는 충분히 이해할 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런 종류의 보도에는 본질적으로 불공평한 면이 있다. 어째서 불편한 이야기를 대중 앞에 털어놓는다는 부담을 짊어지는 쪽이 아무 잘못하지 않은 사람이어야 하는가? 

 

- 성폭력은 각 업계마다 독특한 생태를 가진다. 식당 노동자들의 경우, 그들의 일터에는 언제나 판단력을 갉아먹고 억제력을 느슨하게 하는 술이 있으며, 관리자들은 돌발 행동을 하는 손님에게 맞서기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 실리콘밸리에는 하룻밤 사이에 벼락부자가 된 무책임한 젊은 남성들이 넘쳐났다. 조선소와 건설 현장처럼 남성의 일터라는 통념이 있는 곳에서 남성들은 여성들을 몰아내고자 그들을 물맂거 위험에 처하게 하기도 했다. 

 

- 위협이나 겁을 주는 말이 있다면 기사에 곧이곧대로 실을 겁니다. 이런 전략과 맞서 싸우는 방법은 이를 노출시키는 것이니까요. 

 

- 오늘날의 법적 기준은 1964년 대법원이 뉴욕타임스 대 설리번 사건에서 명예훼손 고소가 성공적으로 끝나려면 기자들이 잘못된 정보를 인쇄한 것뿐 아니라 공인에 대해 '실제 악의'를 가지고 이를 행한 경우, 여기서 실제 악의란 '사실을 무모할 정도로 무시하는' 것이라는 정의로 정리된 것이다. 

 

- 하비 와이스타인이라는 이름은 이제 수십년간 그 누구도 손쓰지 않고 있었던 위법행위를 해결해야 한다는 논쟁이자, 덜 심각한 잘못이 훨씬 더 심각한 잘못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예시이기도 했다. 성폭력과 학대에 대해 입을 여는 것이 수치스럽거나 신의를 저버리는 일이 아니라 존경받을 만한 행동이라는 것도. 

 

- 이 변화의 핵심은 과거의 일에 대해 책임을 지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자신의 이야기가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여성들 중 더 많은 수가 입을 열기 시작했다. 

 

- 기업이나 학교가 문제 행위를 조사하고 처벌하는 것은 둘째치고, 성추행이나 성폭력의 정확한 의미에 대한 대중들의 의견 일치조차 이뤄지지 않은 탓이었다. 기업 이사회에서부터 술집에 모인 친구들까지, 모두가 각자의 가이드라인을 세우느라 여념이 없었는데, 이는 매력적인 대화 소재였으나 총체적인 혼돈이기도 했다. 국가 차원에서 실효성 있는 새로운 기준에 어떻게 동의할지, 또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어마어마한 고발들을 어떻게 해소할지도 확실히 알 수 없었다. 그 대신, 양쪽 모두에게 부당하다는 감정만 누적되고 있었다. 

 

- 미투 담론의 가장 까다로우면서도 풀기 어려운 과제를 이끌어냈다. 바로 과거에 있었던 고통스러운 사건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에 관한 딜레마였다. 고발자가 피해를 주장하고, 고발당한 자가 응답하는 공정한 과정을 제시해야 한다는 시험대였다. 책임을 놓고 벌어지는 논쟁이다. 

 

- 그녀가 자신의 이야기에 대한 통제를 잃으리라는, 다양한 의제로 무장한 타인들이 그녀가 바라는 바와 무관하게 움직이리라는 조짐이었다. 

 

- 언론계에서는 중요 기사에 있어 경쟁사들이 서로의 취재에 부응하는 것이 관행이다. 만약 <워싱턴포스트>가 트럼프와 러시아 간의 거래에 대한 특정을 낸다면 <타임스> 역시도 같은 내용에 대한 취재를 시도하고 그 역도 가능하며 이로써 <타임스> 독자들에게 정보를 주는 동시에 <워싱턴포스트> 기사를 추가적으로 확인해준다. 과학자들이 피어리뷰를 수행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 공공의 토론이 불만족스러운 불협화음을 빚어내는 가운데 이런 사적인 차원에서 사유를 통한 개인의 변화가 가장 크게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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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유투브에 세계문학 편집자분이 추천해준 세계문학. 고전이 어렵게만 느껴진다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라 권했다. 아주 술술, 흥미롭게 읽힌다면서 간략한 줄거리를 말해주는데 그 영상을 보자마자 ebook으로 질렀다. 그리고 한참을 묵혀두다가 가볍게 읽을 책이 필요해서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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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 YES24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는 케인의 데뷔작으로 1934년에 발표된 후 큰 반향을 일으키며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모순으로 가득한 미국 사회 이면의 욕정과 탐욕을 냉정한 시선으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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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유투브에서 편집자는 연인이 사랑을 매개로 사회에서 가장 죄악시한 범죄를 저지른 후에도 그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책이라고 소개했다. 책을 직접 읽으면서는 삶을 살아가는 근본적인 태도가 완전히 다른 두 사람이 사랑을 통해 하나로 묶여질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도 같았다. 두 주인공은 단순히 살인 때문이 아니라, 살인 계획을 도모하기 전부터 삶을 향한 태도에서 이견을 보이며 삐걱거렸다고 생각해서다. 

 

당대에 워낙 유명했던 책이라는 설명히 책 뒷부분에 나와 있다. 후에 영화, 뮤지컬로도 나왔다는데 레베카의 운명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

 

- 카메라 앞에서 말이야, 내가 어떤 애인지 알아차리더라고, 나도 그랬고. 아이오와 디모인의 싸구려 계집애에게는 딱 원숭이 정도만큼의 기회밖에 없었어. 아니 원숭이보다 못하지. 어쨌든 원숭이는 웃길 수라도 있잖아. 내가 할 수 있는 역이라곤 역겨운 것뿐이었어. 

 

- 그런 별 볼일 없는 패는 매일 만나요. 모두 다 카드를 갖고 있는 상황, '제대로 돌리면 이기는 카드를 모두 다 가진 상황'인데 나를 보시오. 

 

- 프랭크. 그곳에서, 그날 밤, 우린 모든 걸 가졌어.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는지 몰랐어. 우린 키스했고 무슨 일이 벌어지더라도 영원하도록 봉인했어. 우린 세상에 있는 그 어떤 두 사람보다 많은 걸 갖고 있었어. 그런 다음 무너져 내렸어. 처음엔 당신이, 그리고 그런 다음엔 내가 말이야. 

 

- 난 깊이 빠져드는 게 아니라 빠져나오고 싶어. 

 

- 떠나 버리고 싶은 건 그냥 당신이 부랑자이기 때문이야. 그게 다야. 여기 왔을 때 당신은 부랑자였고, 지금도 마찬가지야. 난 부랑자가 아니라고. 난 뭔가 '되고' 싶어. 여기 살자. 우린 떠나지 않아. 

 

- 나는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파열음이 내 귓가에서 울리고 있었다. 

 

- 당신 약간 집시 같은 면이 있지? / 집시라고? 태어날 때부터 귀고리를 하고 있었다니까. 

 

- 우린 서로 사슬로 묶여 있어, 코라. 우린 산꼭대기에 있다고 생각했지. 그게 아니었어. 산이 우리 위에 있었고, 그날 밤 이래로 산은 언제나 거기 있었어. / 당신이 사랑 안에서 두려움을 느낄 때 사랑은 더 이상 사랑이 아니야. 그건 미움이야. 

 

- 나를 그렇게 느끼게 만든 게 무엇이었을까. 왜냐하면 그녀는 날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나를 쓸모 없는 사람이라고 종종 말했다. 나는 그녀 말고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너무 컸다. 한 여자의 존재가 그렇게 너무 큰 것은 흔한 일은 아니라고 나는 짐작한다. 

 

- (해설) 그녀는 우편배달부에게 보험지급증서를 자신에게 직접 배달하라고 지시했으며 초인종을 두번 울리는 것이 신호였다. 이 신호와 '배액 보상'은 성적 불성실을 뜻하는 진부한 표현이 된다. 

..

케인은 <포스트맨>의 앞 면지에서 "내 첫번재 소설이며, 기본 줄거리는 뉴욕의 스나이더-그레이 소송 사건에 기초한다"고 언급한다. 

..

도덕적으로는 충분히 끔찍하지만 살인이 사랑 얘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멍청한 남녀가 있고, 그런데 일단 저지른 다음 정신 차리고 보면 어떤 두 사람도 그렇게 끔찍한 비밀을 공유하고는 같은 지구에서 살 수 없다는 걸 알게 된다는 얘기야. 

 

 

 

 

 

2월 독서모임 책 제레미 리크핀의 <육식의 종말>을 읽었다. 흔히들 종말 3부작으로, 이 책과 <소유의 종말> <노동의 종말>을 꼽는다. 부끄럽지만 이번에 읽은 책이 3부작 중 처음 읽는 것이었다. 

 

이 책이 우리나라에 번역돼 소개된 게 2002년. 그런데 미국에서 출간된 건 그보다 훨씬 전인 1993년이다. 책이 세상에 나온지 30여년 가까이 지나서야 읽었는데도, 작가가 제시한 통찰이 여전히, 아니 어쩌면 그보다 훨씬 더 의미를 갖게 됐다. 훌륭한 책, 사회과학도서의 고전이란 이런 것일까? 

 

주석이 책의 한 챕터 분량 정도 될 정도로 촘촘하다. 그만큼 작가는 근거를 촘촘하게 쌓아올랐다. 그에 기반해서인지 책의 생명력이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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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식의 종말 - YES24

저자에 의하면 현대 문명의 위기를 초래한 원인 가운데 하나는 인간의 식생활이다. 특히 고기를 먹기 시작하면서 파생되기 시작한 문제는 여러 분야에 걸쳐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켰다. 한 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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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업이 처한 현실과 사회에서의 인식을 너무나 잘 알 수밖에 없는 회사에 다니는지라 책의 뒷부분은 사실 새롭진 않았다. 아마 내가 지금 알고 있는 지식의 기반, 어쩌면 그에 대해 처음으로 물음표를 던졌던 작가가 제레미 리프킨이겠지. 그가 제기한 물음 덕분에 이미 많은 매체들이 축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많이 다루고 있다. 

 

내게 오히려 더욱 흥미로웠던 부분은 소가 어떻게 세계사 속에서 움직이고, 인류 역사와 함께 했는지를 다루는 앞 부분이다. '축산업으로 보는 세계사'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소라는 한 종(種)의 역사가 살아남는 과정을 보면서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내용 일부분이 생각나기도 했다. 지구상에서 오래 살아남은 종은 종 전체로 봤을 때 성공일지라도, 개별 동물에게 그것이 성공일까?하는 유발 하라리의 지적. 소는 축산업의 대표적인 축종으로 수백, 수천만마리의 소가 지구상에서 살아남았지만, 그것이 과연 진정한 살아남음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FAO가 어떻게 대량 축산업 문화를 만드는 데 일조했는지도 나온다. 국제기구가 이끄는 여러 논의들이 얼마나 정치적인지에 대해 다루는 책도 찾아보고 싶어졌다. 

 

최근에 봤던 영화 <퍼스트 카우>도 생각났다! 미국 개발시대, 아주 귀했던 소가 중요한 매개로 등장하는 이 영화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책에서 인상 깊었던 문장들*

 

- 소는 가장 오래된 이동 재산이며 많은 서구 문화에서 교환의 매개물로서 이용되었다. 이와 같이 소가 신성한 위치에서 통화와 상품으로 이행한 것은 자연에 대응하는 인류의 변화와 역사적으로 일맥상통한다. 소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를 쓸모 있게 만드는 실용적인 동물이었으며, 세계 속의 자아에 대한 우리의 사고를 정의하는 유용한 투명이자 상징이었따. 

 

- 간혹 항생 물질 잔유물이 사람들이 소비하는 쇠고기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따라서 인간은 알게 모르게 질병을 유발하는 박테리아에 취약해질 가능성이 있다. 

 

- 넓은 의미에서 우리는 수천년 동안 다른 동물들을 통해 자아에 대한 우리 감각을 키워 왔다. 지구상의 풍부하고 다양한 동물들의 삶은 줄곧 인간 삶의 판단 기준이 돼 왔다. 

 

- (알쓸신잡1) 이탈리아인들은 소의 땅을 뜻하는 '이탈리아'에서 자신들의 이름을 가져왔다. 이탈리아 반도의 사람들이 로마의 침략에 대항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을 때 그들은 소 숭배의식을 치르며 전투에 임했다. 

 

- 농경사회에서 방위는 대지에 대한 소속감 속에서 발견된다. 대지는 신의 보호와 조상의 감시를 받는 거룩하고 신성한 거주지다. 대지는 책임감을 낳고 그것은 각 세대를 신성한 의무와 책임의 복잡한 관계로 긴밀하게 엮는다. 농경 사회에서 소속감은 대지, 변화하는 계절, 탄생, 성장, 죽음, 재생의 연령 주기와 결부돼 있다. 

 

- (알쓸신잡2) 고기는 각 군주의 만찬에 초대된 손님들의 적절한 지위와 신분을 명확히 구분해 주는 정치적, 사회적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주빈석은 언제나 가장 윗사람에게 제공됐으며 그 옆으로 지위를 따라 차례차례 자리가 정해졌다. 최고 부위의 고기는 가장 윗사람의 몫이었고, 질이 좀 떨어지는 부위는 아랫사람들 차지였다. 예컨대 사슴 고기가 나왔을 때 꼬리나 내장은 늘 가장 아랫사람에게 제공되었다. 흔히 사용하는 '굴욕을 참다(eat humble pie)'라는 표현도 실은 '사슴 내장을 먹다'는 뜻에서 유래된 것이다. 

 

- 지방이 많은 쇠고기를 즐기는 영국인의 입맛은 역사상 처음으로 두가지 위대한 농업 전통을 하나로 합치도록 했다. 하나는 북아프리카와 중동의 최초의 위대한 곡물 문명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곡식 생산 문화이고, 다른 하나는 유라시아 스텝 지방의 말을 탄 유목민들로 거슬러 올라가는 위대한 목축 문화가 그것이다. 두 위대한 농업 시스템은 대초원의 울퉁불퉁한 방목지와 중서부의 평평한 농경지가 마주치는 미서부 평원에서 처음으로 결합되었다. 

 

- 자신들의 신분과 직책을 순전히 혈통에 의존하는 상류 계급의 경우, 그들이 소유한 우수한 소의 순수성에 관한 문제는 그 중요성이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사항은 '열등한 혈통이 섞이지 않은 채 얼마나 오랫동안 최고 혈통이 존속되었느냐' 하는 것이었다. 순수성 문제에 대한 귀족들의 광적인 태도는 해외 식민 정책에도 영향을 미쳤다. 

 

- 오늘까지도 아메리카 버펄로의 멸종은 미국 생태계 역사상 가장 소름끼치는 일화 중 하나로 남아 있다. 갑작스럽고도 단호하게 진행된 학살은 1만5000년 동안 면면히 이어져 온 평원의 주인공을 그야말로 하루 아침에 끝장내버린 일대 사건이었다. 

 

- 지방이 많은 쇠고기 부위를 선호하는 유별난 영국인의 취향은 꾸준한 성장을 거듭한 끝에 농업 역사상 유래 없는 새로운 상업적 관계로 자리잡게 되었다. 1900년 이후로는 점점 더 많은 소가 옥수수에 의존하게 되면서 곡물 가격의 변동이 쇠고기 가격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으며, 거꾸로 연간 소 생산과 쇠고기 수요의 변화도 곡물 가격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 현재의 등급 시스템은 은연중에 소비자의 입맛과 수요를 곡물로 기른 육우로 획일화하는 산업 구조를 강요하고 잇는 것이다. 

 

- 대다수의 경제역사학자들은 철강과 자동차 산업이 초창기 미국의 산업 천재에게 실마리를 제공했다고 여기지만, 돋보이는 혁신적인 디자인이 처음 사용된 곳이 대부분이 다름 아닌 도축장들이었다. 

 

- 현재 LA 공립학교들의 대다수 어린이들은 히스패닉 계열이다. 미국 문화의 부분적 라틴화는 전적으로 미국을 제외한 아메리카 대륙의 토지 활용 형태가 변화하는 데 기인한다. 그 지역들에서 기존의 생존을 위한 농업이 육우 사육과 사료 작물 재배로 대체되면서 대륙 전체가 국제 쇠고기 무역을 위한 방목지, 경작지, 가축 사육장으로 전환된 것이다. 

 

- 세계 농업이 식량 곡물에서 사료 곡물로 전환된 것은 새로운 형태의 인류 악을 나타내는데, 아마도 그 결과는 과거 인간 대 인간이 벌였던 그 어떤 폭력보다도 훨씬 장기적이고 심각할 것이다. 

 

- 다른 국가들에게 단백질 사다리를 올라가도록 권유함에 따라 미국 농부들과 농산업계 회사들의 이익이 증진됐다. 

 

- 진보의 시대는 어디까지나 북반구의 좁은 지역에서 살아가고 있는 인류에게만 해당되는 말이다. 나머지 지역에서는 이 진보가 기아와 질병, 그리고 날로 심화되는 자포자기와 절망감을 초래하고 있을 뿐이다. 

 

- 현재 전세계 각국들은 지금 그들의 조상들이 수천 년 동안 체험해온 기후 환경이 50년 후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잘못된 예상을 토대로 경제 계획을 결정하고 미래 개발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 오늘날 빌딩, 교량, 댐, 도로, 하수 시설, 운하 및 각종 기계류는 향후 50~100년이면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 기후 압력 오차 허용도를 감안해 설계되고 있다. 

 

- 우리는 흔히 자연을 섭취하는 다양한 방식을 통해 자연을 이해한다. 먹는 행위는 인간과 환경 사이에 맺어지는 가장 기본적인 관계따. 그 경험이 생존과 보충의 행위이자 신성한 행위로, 또한 영적 교감으로 칭송받는 문화가 많은 것도 다 이런 이유에서다. 

 

- (알쓸신잡3) 육류는 단순한 음식을 뛰어넘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서구 문화에서 얼마나 육식을 탐했는지는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용어의 상징적인 의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따. '문제의 골자(meat of the matter)' '내용이 충실한 질문(a meaty question)' '개선(beef up)' 같은 용어들이 그런 것들이다. 

 

- 날고기를 '힘, 남성 지배, 특권'과 동일시하는 것은 지금까지도 현대사회에서 종종 목격되는 가장 오래된 문화적 상징들 중 하나다. 

 

- 비어드는 당대의 각광받던 생물학적, 사횢거 개념을 고기를 먹는 민족들이 더 우수하다는 오랜 유럽의 선입견과 결합시킴으로써 정교한 인종 이론을 만들어냈다. 즉 성과 계급 차별을 만들어냈던 것처럼 육류와 우월성, 식물과 열등성을 결합시켜 또 다른 경계선을 만들어내는 데 이용했던 것이다. 백인 식민 세력과 다른 유색 원주민들과의 차별을 공고히 했던 것이다. 

 

 

 

 

 

 

 

 

WELCOME BACK! 

종신옹이 돌아왔다, 무대로. 

 

이방인프로젝트를 한다며 떠나기 전 마지막 공연을 연 2019년 이후 2년만에 종신옹이 공연을 열었다. 덕후는 습관처럼 티케팅에 나서고 올해는 방탄 덕질에 빠져 조금은 미지근한 온도로 종신옹 덕질을 이어간 터라 큰 기대가 없을 줄 알았는데. 콘서트 전날이 되니 너무 기대가 되고, 당일이 되니 설렘 가득ㅠㅠ 

 

이방인프로젝트를 했던 지난해를 제외하면 종신옹은 매년 연말에 콘서트를 꾸준히 여는 편인데 서울에서 12월31일에 딱 콘서트를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기억으로는...) 한해 마지막을 종신옹 라이브로 채울 수 있어 무척 행복했다. 

 

2019년 콘서트와 같은 장소에서 열렸다. 

그때와 다른 점이라면 내가 차를 몰고 갔다는 것~~~ 

코로나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면서 예매 이후 공연시간이 저녁 8시에서 저녁 7시로 앞당겨졌는데 차 막혀서 늦게 도착할까봐 엄청 맘 졸였다. 마지막날은 회사에서도 일찍 집에 보내주는 편이긴 해도 연말에 도로가 놀러가는 차량으로 꽉 찰텐데 하는 걱정이 컸다. 결국 회사에서 4시쯤 나와 올림픽공원에 6시쯤 도착했다. 2시간 실화? 깝치지 말고 지하철 탈걸, 싶었지만 귀가길이 편할 거라고 주문.. 외웠다. 

 

날씨 엄청 추웠는데 방역패스 검사와 온도체크 등 코로나로 더해진 절차 때문에 밖에 한참이나 서 있어야 했다.

그래도 안내요원분들이 꽤 체계적으로 질서있게 안내를 해주셔서 스무스하게 진행됐다. 백신접종증명서 확인을 받고 티켓에 노란색 스티커를 부착한 후 공연장으로 입장했다. 

 

자리마다 팬클럽 '공존'에서 나눠준 피켓이 있었다. 2019년때도 비슷한 거 주신 거 같은데 이런 거 볼때마다 종신옹 사랑받는 거 같아서 기분좋다(미쳐버린 덕후)

 

공연 총평

: 선곡과 중간중간 토크 모두 백점 만점에 백점. 2011년 이후 종신옹 공연은 불가피한 사정이 아니면 다 관람했는데 이날 공연에서 종신옹이 가장 행복해보이셨다. 오랜만에 공연이라 그런지, 팬들과 오랜만에 마주해서 그런건지 앵콜곡 부르실 때 기분이 너무 좋아보이셔서 나까지 행복했음ㅠㅠ 오래오래 공연해주세요!! 

 

공연을 자세하게 써보자면, (셋리 순서 상관없는 의식의 흐름)

 

첫곡은 '동네한바퀴'. 

당연히 좋아하는 곡이지만 첫곡을 부르는 종신옹의 목소리 톤이 평소와 너무 달라서 좀 많이 당황.. 오늘 공연 내내 이 목소리톤이면 어떡하지? 헉, 머글들이 이 톤을 종신옹의 원래의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되는데, 하고 엄청 걱정했음. 게다가 중간에 가사를 한번 놓쳐서 컨디션 안좋으신가.. 싶어서 우려가 커짐. 

하지만 이 곡 이후부터는 원래의 컨디션을 회복하고 내가 좋아하는 그 목소로리로 부르기 시작! 걱정없이 콘서트에 젖어들었다. 

 

크리스마스 전후 연말 공연은 나 같은 팬 말고도 순수히 공연을 즐기려는 목적으로 종신옹을 택하는 분들도 많아서 선곡이 굉장히 중요하다. 팬들은 자주 불러주지 않은 숨은 명곡들을 불러주길 바라고, 일반 대중들은 '윤종신의 유명한 그 노래'를 불러주길 바라니까. 이번 공연은 그런 점에서 팬들과 일반 대중 모두를 만족시켜주는 선곡이었다. 

 

'같이 가줄래' '가까운 미래' '롱디'처럼 최신 월간윤종신 노래도 불러줬고, 또 찌질 3종세트 중 하나로 자리한 '좋니'도 빼놓지 않으셨다. 종신옹도 이 점을 너무 잘 아는지 '좋니'를 셋리스트에서 빼면 '좋니 안부르면 좋니서운해한다~'고 농담을 치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른 가수에게 준 곡인  '눈물이 주룩주룩' '한번 더 이별' '거리에서'를 조금씩 한번에 불러준 것도 더쿠 심장 두들김ㅜ 눈물이 주룩주룩은 진짜 눈물버튼.. 어떻게 이런 가사를 쓸까, 들을 때마다 감탄하게 된다. 

 

'텅 빈 거리에서'도!! 종신옹은 데뷔할 때 미성으로 주목받았고, 종신옹 데뷔곡인 이 곡도 음원사이트에는 미성으로 부른 음원밖에 없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지금의 목소리로 불러주는 텅 빈 거리에서가 훨씬 좋다. 2018년에 015B 콘서트에서 불러준 영상만 보다가 실제로 라이브로 보니 갬덩.. 음원 나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깜짝 게스트!(사실 알고 있었음)로 하림이 나왔다ㅎㅎ 

직전 콘서트에서도 치림이 게스트로 나왔는데 오랜만에 하는 공연에도 나오다니, 신치림만 보면 마음 몽글몽글해지는 사람은 운다ㅠㅠ 

종신옹이 '지친하루'를 부를 때 등장해 하모니카 연주로 함께 한 후 종신옹이 '탁영(탁한영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라는 이름으로 작사한 '고해성사'와 '난치병'을 불렀다. 고해성사 진짜 내가 제일 좋아하는 하림 노래인데 귀 호강 제대로.. 내가 지켜본 종신옹은 한결같은 하림 짱팬인데, 노래 두곡 부르는 내내 옆에 서서 계속 동영상 찍음 ㅠ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림님과 종신옹의 티키타카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였다. 불교대학 드립은 진짴ㅋㅋㅋㅋㅋㅋㅋㅋ

세월이 켜켜이 쌓인 관계가 주는 뭉클함도 컸다. 자신의 1,2집을 제작해준 종신옹에 대한 고마움과 존경을 표하는 하림도, 오랜 세월 옆에서 꾸준히 음악활동을 하는 후배를 처음 만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응원하고 좋아하는 종신옹도. 신치림 2집 좀 내놓으세요!!!!!!!!!!!!!!!!!!!!!!!

 

팝송도 2곡이나 불렀는데 종신옹 스스로도 자신의 공연에선 굉장히 신선한 선곡이라고 했는데 나 역시 그랬다. 워낙 다작하는 가수라 사실 팬들이 원하는 곡도 셋리스트에 다 오르지 못하는 편인데 팝송 커버라니! 

Smoke gets in your eyes 와 Mona Lisa. 두 곡다 종신옹 목소리와 잘 어울렸다. 모나리자~하는 종신옹 발음이 매우 찰졌음. 

팝송 부를거라고 이야기하면서 20년 전 소극장 겨울 공연에서 이 노래들을 불렀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 공연에 오신 분이 있냐고 물었는데, 앞좌석에 앉으신 한 분이 손을 들었다.(대박 찐팬) 손을 든 분이 젊어보이셨는지 종신옹이 "혹시 3살 때 오셨나요?" 해서 관객들 모두 빵터짐.

 

선곡이 다 너무 좋아서,

'야경' 부르면 -> 집 돌아갈 때 야경 한곡반복한다

'눈물이 주륵주륵' 부르면 -> 아, 아니다. 눈물이 주륵주륵 오랜만에 계속 들어야겠다

'고해성사' 부를 땐 -> 헉,, 미친 고해성사. 이거다 이거. 오늘 귀가길 송. 

'텅 빈 거리에서' -> ㅠㅠㅠ미친,,, 유툽 틀어서 반복재생해.. 

...

...

무한반복.. 

 

이번 공연은 2년만의 공연이라는 점부터가 특별했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공연에서 종신옹이 너무 행복해보였다는 거다. 종신옹 팬이면서도 종신옹이 공연을 너무너무 사랑한다는 느낌은 쉽게 받지 못한 편이었는데 어제는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관객석을 바라보는 눈빛이 너무 진해서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진한 감동이 몰려들었다. 

무대에 서는 사람들은 역시나 무대에 서야 하고, 관객들의 환호와 반응으로 살아갈 힘을 얻는 다는 것을 새삼 느끼기도 했다.(그러니까 공연 자주 해줘...)

2010년대 초반에 한창 힘들 때 종신옹 노래 들으면서 위로를 받았고, 그 위로를 전해준 가수를 좋아하게 됐는데 이제 그를 좋아한지도 10년 가까이 됐다. 그 사이 나도 학생에서 직장인이 됐고, 나이의 앞자리가 바뀌었고. 그 가수도 희끗한 머리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는 나이가 됐다. 

흘러가는 시간속에 이렇게 계속 응원할 수 있기를, 이따금 공연에서 노래를 들을 수 있기를, 그러기 위해선 종신옹이 항상 건강하기를(심지어 어제는 '장수해주세요 제발'하고 속으로 바람) 진심으로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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