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프로젝트를 앞두고 열린 윤종신 '이방인 콘서트'에 다녀왔다. 9월28일 토요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였다. 대구부터 시작해 서울, 그리고 오늘 부산에서의 공연을 마지막으로 앞으로 적어도 1년 반, 2년 가까이는 공연이 없다. 공연을 많이 하는 가수는 아니었어도 연말콘이나 9, 10월 가을이 될 무렵은 항상 공연을 했었기에 내년에는 꽤나 심심할 것 같다. 그래서 이번 콘서트는 갈까 말까 고민도 없이 무조건 가야 하는 공연이었다. 첨 티켓팅할 때는 대차게 실패해서 자리가 너무 안좋았으나 금요일에서 토요일 넘어가는 새벽에 알람까지 맞춰놓고 취소표를 열심히 주웠더니 덕분에 좋은 자리 겟! 

티켓 집에 배송 받고는 좀 들떴다가 이내 잠잠해졌는데 콘서트가 예정된 주에는 괜히 설레는 마음이었다. 

공연 시간 한시간 앞두고 올림픽홀 

매번 이대 삼성홀이었다가 이번엔 올림픽홀. 종신옹 공연이 제법 인기가 많아진 것이 아니냐~며 친구한테 호들갑 떨었는데 올림픽공원에서 한스짐머 공연 규모 보고 입 떡 벌어졌다. 이날 주요 공연은 한스 짐머, 윤종신 두 뮤지션이었다고 내멋대로 정리.. 

자리 이렇게 좋았는데

자리는 이렇게나 좋았다. 완전 중앙과 맨 앞은 아니었지만 적당히 고개가 아프지 않을 정도의 자리였다. 하지만....... 공연 내내 종신옹이 보이는 각도에 앉은 남성분 앉은 키+머리가.... 완전히 종신옹을 가려버려서 고개 꺾어 본 다고 목이 나갈뻔했디요. 내 가수 보러 공연오는 건데 가수가 제대로 안 보여서 증맬 화가 났다구요.. 플로어라도 열별로 층 높이를 둘 필요가 있다, 정말. 맘 같아서는 "앉은키 좀 낮추시라구요, 그쪽 머리가 내 가수 다 가려요!!!!"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런 말 하면 나도 찜찜하고 듣는 사람은 더 기분 나쁘고 괜히 신경쓸 거 알기에 맘속으로만 외쳤다. 그런데 앞줄에 앉은 다른 여성분도 나와 같은 고충을 겪었는지 본인 앞 사람에게 바로 부탁을 하더라. ㅜㅜ 서로가 괴로와.. 

무대쪽을 보면 앞 사람 머리에 얼굴이 제대로 안 보여서 중간중간 화면 봤다... 나 왜 콘서트장 와서 이래야 해.. 

공연은 첫 무대부터 좋았다. 첫 곡에서 앉아 부르는 게 너무 멋있었다. 무엇보다 목소리 상태 너무 좋잖아, 무슨 일이야. 예능 하차+공연 시간 확보 등이 가져다 준 효과인가. 이별하긴 하겠지, 워커홀릭을 불러줄 주는 몰랐는데 >_< 좋니를 부르긴 했지만 대중적으로 알려진 곡보다 월간, 이전 정규앨범에 실린 좋은 곡들 그동안 많이 부르지 않았던 곡들을 많이 들려줘서 앞으로의 공백이 조금은 덜 아쉬울 것이란 생각. 

이방인 프로젝트가 무엇인지 다시금 설명해주고, 6월부터 보도자료 내고 떠난다 했는데 계속 한국 있다며 우스갯소리.. 

신치림 2집 내놔라,,

이날 공연이 더 기대되고 짠하고 찡했던 것은 대구콘에서 치림이 게스트로 나왔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지요.. 치림이 형 떠나기 전 공연에 게스트로 나온다는 사실만으로 덕후는 눈물샘 폭발하구요. 신치림 1집이 '여행', '떠남'을 주제로 했기 때문에 신치림 1집 수록곡을 부르지 않을까도 생각했는데 그러진 않았다. 하림 노래 중에 종신옹이 작사 혹은 작곡으로 참여한 곡을 신+림이 나눠 부르는 식으로 공연을 했다. 조정치의 개인 앨범도 무척 좋아라 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치,,님도 노래를 하지 않을까 했는데 기타 연주만 했다. 

토크하면서 종신옹이 하림을 마지막으로 셋이 다 유부남이 됐고, 조정치의 둘째 소식을 전하는데 시간이 참 많이 흘렀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신옹이 수많은 선후배 동료 아티스트와 협업해도 이 둘과 있을 때 가장 자연스럽고 편해보이고, 또 이 두 후배들에 대한 애정이 언제나 묻어나오는 것 같아서 보기만 해도 훈훈했다. 앞으로도 계속 음악으로 함께 뭉치는 사이이길 팬으로서 바라면서. 신치림 2집도 내줘라.. 

쭈굴

치림이 들어가고 나서는 다시 종신옹의 독무대. 본인의 공연에 이제는 제법 10, 20대들이 많이 찾아온다며 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을 담은 노래들을 골라 불렀다. 그리고 마지막은 자신의 노래 중에 가장 아끼는 노래라며 소개한 '버드맨'. 버드맨은 아티스트로서 자기가 하고 싶은 예술과 그러면서도 대중의 사랑을 받고 싶어하는 고뇌를 담은 노래(동명의 영화 <버드맨>을 보고 만든 노래임)인데, 대중과 20년 넘게 소통하며 살아오고 있는 윤종신의 고백이라 해도 무방했다. 원래도 좋아하는 노래인지라 자주 들었는데, 이방인 프로젝트를 앞두고 마지막 공연의 마지막 곡이라는 점과 종신옹 뒤에 펼쳐지는 '버드맨' 뮤비 영상이 함께 겹쳐지면서 노래에 완전히 빠져 들었다. 뮤비 처음 나왔을 때는 진지한 표정의 그가 괜히 오글거린다는 생각에 웃으며 넘겼는데, 이렇게나 가사랑 찰떡인 내용이었다니요. 

버드맨을 들으면서 아 정말 앵콜이 없어도 되겠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 앵콜, 앵앵콜, 나아가 앵앵앵콜로 유명한 아이유가 아이유TV에서 앵콜 없이도 만족할 수 있는 공연을 해보고 싶다(?) 해봤다(?)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 때는 팬들 입장에서는 앵콜이 있는게 무조건 좋은 거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 이번 공연에에서 종신옹이  '이방인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자신이 떠나는 이유와 그간의 고뇌들을 밝히고, 그에 맞는 노래들, 마지막 화룡정점이 되었던 버드맨까지 들려주니 여운이 상당해서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그 여운을 더 오래 즐기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앵콜 때 이벤트

하지만 우리 앵콜봇 종신옹은 앵콜 2곡은 꼭 하고 들어가는 가수이기에..ㅋㅋㅋㅋㅋㅋ 게다가 이방인 윤종신을 보내는 이벤트로 앵콜 때 관객석에서 같이 '배웅'을 부르기로 했기에 앵콜을 외치지 않을 수가 없었지요. 

근데 이런 이벤트가 처음인 팬들은 앵콜을 언제 외치고, 배웅 가삿말은 언제 따라 불러야 하는지 타이밍을 놓쳐 부리고.. 앵콜 외치기도 전에 화면에 '배웅' 가사가 뜨면서 웅성웅성. 여기에 종신옹도 그냥 무대로 나와버림. 결국 가수+팬 다같이 배웅 부르기 환장쇼. 앵콜 소리가 제대로 안 나오길래 종신옹은 '아,, 오늘 공연 조졌나보다'라고 생각했다고 말해서 마지막으로 또 한번 빵터지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끝난 공연. 

언제든 어디서든 건강하시길, 언제 떠났지 싶을 정도로 시간이 빨리 지나 다시 무대에서 보는 날이 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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