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구독하고 있는 영화 계간지 <프리즘오브>에서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한 음악콘서트 초청권 이벤트를 열었다. 프리즘오브 정체성과 너무 잘 어울리는 이벤트였다. 생각보다 세종에서 제천이 멀었다만은, 다음날이 광복절 연휴라 맘편히(사실 그 다음날부터 휴가였음) 신청했다. 이 포스팅을 적는다는 건 = 당첨됐다! 는 뜻이겠죠? 헤헿..

그렇게 또, 무주산골영화제 때 체력 없어서 끙끙 앓았으면서도 또 또 또! 영화제 체험을 떠나는 나와 친구..

초청권 이벤츠에 당첨된 건 14일 일요일 저녁 스필버그 감독의 <E.T>의 음악콘서트였다. 음악이 좋은 영화를 골라 상영과 동시에 영화에 삽입된 음악을 오케스트라가 영화에 맞춰 연주해주는 방식의 콘서트다.

그래도 이번엔 무주영화제의 경험을 교훈 삼아 무리해서 영화를 보지는 않기로 했다. 음악콘서트가 예정된 날에도 일찍부터 제천을 찾지 않았다. 음악콘서트는 저녁 8시에 비행장 무대에서 열리는데 그에 맞춰 제천으로 향했다.

영화를 보기전에 해야할 일이 있었다? 그건 바로?

군침 싹 돌쥬(루피버전)
크으..

제천 맛집에서 저녁을 먹어야죠ㅎㅎㅎ
'고향이야기'라는 식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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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좋은 곳으로 안내 할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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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바로 옆에 주차장이 꽤 크게 있다. 못보고 그냥 길거리에 차를 댈 뻔...

곤드레 솥밥 2개와 감자전을 시켰다. 식당 후기에 감자전 극찬글이 꽤 많다. 금방 부쳐 바삭바삭한 감자전이 맛없기도 또 쉽지 않잖아요? 실제로도 굉장히 맛있었다.
곤드레 솥밥도 다양하고 맛있는 반찬과 함께 먹으니 꿀맛. 신기했던 건 솥밥인데 솥밥 그대로를 내 주지 않고 주방에서 솥밥의 밥을 미리 덜어내 준다는 점이다. 뜨거운 국물 부어 숭늉먹는 게 솥밥의 맛인데 솥밥 안주니 아쉽다~고 생각했는데 밥을 다 먹어갈 쯤 곤드레가 동동 떠다니는 숭늉 그릇을 건네주신다.

사실 이번 영화제의 가장 큰 걱정은 쓰레기같은 체력보다는 폭우였다. 바로 전주에 중부지방을 강타한 폭우로 난 잔뜩 쫄보가 돼 있었고, 운전해서 제천까지 가는 길에도 비가 너무 많이 오면 어쩌지? 걱정을 했다. 다행히도 제천 가는 길에는 잔뜩 흐렸지만 비가 안와서 안심했는데 문제는 저녁밥을 다 먹어갈 즈음 창밖을 내다보니 꽤 세찬 비가 내리고 있었던 것...흑...

비행장무대에 설치돼 있던 조형물

음악콘서트는 지정좌석제가 아니었기에 일찍 가서 자리를 잡으려고 한시간이나 일찍 비행장무대에 갔다. 그런데 빗줄기가 점점 거세지는 것이 아닌가.... 티켓 수령할 때 '이렇게 비가 오는데 공연 진행하나요??'라고 물어봐도 '폭우가 아니면 킵고잉~~(이런 워딩은 아니었음 당연)' 이래서 불안한 맘을 잔뜩 안고 공연장으로 입장했다.


근데요.. 폭우 잖아요.. 선생님들..

영화제 측에선 우비를 하나씩 나눠줬고, 공연장 안에서 우비를 입고 있어도 의자에 깔라며 또 우비를 하나씩 건네줬다. 공연 시작까지 시간이 한참 남았는데 무대 앞이라고 해도 위에 천막 없이 버틸 재간이 없어서 무대 중간 쪽 천막 밑에 자리를 잡았다. 비가 제발 그치기를 바라는 마음과는 달리 빗줄기는 정말 점점점점 거세지고.. 천막 위에 고인 빗물이 한꺼번에 흘러내려 등을 흠뻑 적시는데도 이미 비를 너무 많이 맞아서 별로 동요하지도 않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영화제 공식 인스타 댓글을 통해 이 공연이 계속 진행되는지를 체크했지만 비가 시간당 20mm 이하로 올 경우엔 계속 한다는 방침을 바꾸지 않았다. 흠..
시시각각 변하는 영화제 상황을 인스타를 통해 공지하는 것도 맘에 안들었는데 -인스타 안하고 영화 좋아하는 사람들은 존재하지 않나요?- 비가 무서울 정도로 내리는 와중에도 공연 취소 결정을 내리지 않아서 의아했다. 결국 예정된 8시가 되자 우천으로 인해 공연 시작 시간을 30분 늦추겠다는 공지가 나왔다. 이렇게 또다시 30분 비맞는 수행 시작..

근데 웬걸, 30분이 될 무렵 비가 거짓말같이 그쳤다.
천막에서 나와 공연장 가운데 부분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사진에 보이는 저 무대에서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하면 가운데 화면과 좌우 작은 화면 2개에서 영화를 송출하는 시스템이다. 문제는 말입니다. 가운데 화면의 자막은 오케스트라 위에 설치한 천막으로 아예 보이질 않고 좌우 영상은 자막 크기가 작아서 답답했다. 원래라면 더 짜증날법도 했겠지만 한시간 넘게 비를 맞고 앉아있다 보니 이 상황에서 공연을 하는 게 어디냐 싶었다.

그러나, 하지만, however, 可是,,,,

영화 상영 한시간이 지날 무렵 빗줄기가 다시 거세졌다. 기다리는 동안 내렸던 비처럼 엄청나게 쏟아졌고, 갑자기 지휘자가 냅다 마이크를 잡고 "쏘리~" 하더니 공연이 중단됐다. "???????" 관객들 모두가 박수를 쳤고 하나둘 공연장을 떠나기 시작했다.

말도 안되는 상황에서 한시간이나 공연을 끌어온 연주자 및 지휘자 분들의 노고를 생각하면 갑작스러운 취소 결정은 십분 이해할 수밖에 없다. 또 악천우라는 게, 특히 요즘처럼 한시간 후 일기예보조차 틀리는 상황에선 영화제 측도 어쩔 수 없었겠지.

그런데 그 진행방식이 너무 하나같이 별로여서 화가 많이 났다 ^_^;

그렇게 허탈하게 공연장에서 빠져나왔고 다음날 기약.. 

 

2.

15일 월요일 아침! 

친구 고모가 만들어주신 아침

이날은 원래 영화 한편 정도 보고 돌아가려고 했다. 전날 음악콘서트가 어영부영 취소되지 않았다면 계획대로 했을텐데. 음악콘서트를  제대로 못 봤다는 아쉬움 때문에 다른 영화라도 제대로 챙겨봐야지 싶었다. 그래서 이번 제천영화제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서 진작에 매진이 됐던 영화들의 취소표를 줍줍하기 위해 예매페이지를 무한 새로고침하고...

 

소나타

첫번째 영화는 바르토슈 블라스케 감독의 <소나타>

 

폴란드 영화고, 우리나라에서는 개봉한 적이 없는 영화다. 

 

주인공 그레고리(Grzegorz)는 자폐 판정을 받고 자폐인들이 다니는 학교에 다닌다. 하지만 그곳에서마저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그레고리 부모는 아들에게 개인 교사를 붙여가면서 아들을 교육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새로운 개인교사는 그레고리의 행동 패턴을 통해 그레고리가 자폐가 아닌 청각장애를 가졌다는 것을 눈치챈다. 부모에게 그레고리의 자폐진단이 제대로 된 것인지 다시 한번 병원에 가볼 것을 권유한다. 

그렇게 찾아간 병원에선 그레고리가 자폐가 아닌 청각장애를 앓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한다. 부모는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지만 그것도 잠시. 하지만 청각장애에 맞는 양육과 교육을 놓쳐온 그레고리는 어느 학교에 다녀야할 지부터 막막하다. 그런 그가 사랑하는 것이 바로 음악, 피아노다. 

 

실화 기반 영화고,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는 실제 인물의 피아노 연주 장면이 나오는데 소름이 돋는다.

처음엔 청각장애를 자폐로 진단한 어처구니 없는 오진이 그레고리에게 앗아간 시간들이 안타까웠다. 영화를 계속 보다보면 그레고리를 둘러싼 가족들(특히 부모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는 그레고리의 동생), 음악교사들의 존재가 대단해 보였다. 

 

웃겼던 장면

청각장애 판단 이후 자신이 모든 것(언어습득부터 해서)에서 뒤처졌다고 느낀 그레고리가 아빠를 원망하는 장면.

이렇게만 보면 무거운 장면일 것 같은데 그레고리가 처음으로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꺼내는 장면이고, 아빠의 어버버 답하는 모습이 너무 웃겼다.

 

그런데 어떻게 극장에서 상영 도중 스크린을 찍을 수 있었나????

ㅎ....

<소나타> 상영이 한시간쯤 지났을무렵 비상벨이 시끄럽게 울렸다. 처음엔 오작동이겠지, 곧 꺼지겠지,, 싶었는데 비상벨은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꺼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관객들도 웅성웅성대기 시작. 실제 상황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나를 포함 관객들 하나둘 밖으로 쏟아져 나오니 상영장 밖은 더 아수라장. 

스탭들도 상황 인지가 전혀 안되고 있어서 난리통이었다..어휴..ㅋㅋㅋㅋㅋ 

실제 상황은 아닌듯해 다시 상영관 안으로 들어와 앉아 기다리니 영화관이 있는 건물 공사 중에 문제가 생겨 비상벨이 오작동했다고 한다. 그렇게 이틀 연속 겪지 않았으면 좋았을 해프닝을 겪고, 영화는 멈춘 시점에서 다시 시작됐다.

 

 

<소나타>가 끝나고 본 다음 영화는 <나씽 컴페얼즈>였다. 

 

영화제의 이름에 걸맞게 이 역시 음악영화였고, 신기하게 이것도 실화 인물을 기반으로 한 다큐멘터리였다. 

시네이드 오코너라는 아일랜드 출신의 가수를 다룬다. 가수로서의 시작 이전부터 어떻게 가수로서 성장을 거뒀고, 또 어떤 일을 계기로 대중들에게서 멀어졌는지를 기록했다. 

내 세대의 가수가 아니라 사실 노래도 잘 모르고, 이름도 모르는 가수였는데 그녀가 2000년대 초반에 겪은 일들의 패턴은 그렇게 새로워 보이지 않았다. 정치사회적 문제에 주류와 다른 목소리를 냈을 때 어떤 부메랑이 돌아오는가. 또 그게 여성이었을 때는? 

 

영화가 끝나고는 영화 제작PD가 참여하는 GV가 있었다.

질문을 정말 제한적으로만 받았는데(오직 영화 제작에 관한 것만 물어달라는 사전 주문이 있었다) 제작 과정에서의 일화들은 풍부하게 대답을 해줘서 좋았다. 왜 질문을 엄격하게 골라내려고 했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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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어골

충북 제천시 청전대로 148 (청전동 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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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두편을 기분 좋게 보고 저녁을 먹으러 송어회로 유명하다는 송어골로 왔다.

도로 바로 옆에 붙어 있는 가게인데 오픈시간에 맞춰갔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손님이 아무도 없었는데 회를 몇 점 먹다보니 손님들이 꽤 들어왔다.

송어회는 1.5kg을 주문했고(메뉴판에는 1kg 단위 뿐인데 이렇게도 주신다) 회와 곁들일 비빔야채도 따로 주문을 해야 해서 비빔야채도 2개를 시켰다. 사실 주인아주머니께서 "2명이면 이렇게 이렇게 주문해서 먹어~~" 라고 해서 그대로 주문했다. 또 아쉬울 거 같아서 매운탕도 함께 주문. 

이제 막 영업 시작이었는지 음식 나오기까지는 한참 기다렸는데 공복을 반찬 삼아 더 맛있게 먹었다. 연어 빛깔과 비슷한 송어회는 연어보다는 더 투명하고 영롱한 색이었는데 민물고기 특유의 맛이 나는 게 신기했다. 비빔야채를 돈 주고 먹어야 한다는 불만섞인 리뷰도 꽤 봤는데 양이 꽤 많고 맛있어서 돈 주고 시킬 만하다. 그냥 송어회만 먹는 것으면 너무 밋밋했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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