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5일 일요일, 폐막일 전날이지만 우리에게는 영화제를 찾은 두번째날.
무주에 숙소를 잡은 덕분에 아침에 여유롭게 눈을 떴다. 하지만 영화를 집중해 보는 건 정말 체력적으로도 쉽지 않은 일임을 다시 한번 느끼면서 (+ 나이의 실감) 숙소를 나왔다.

1.

일요일에 예매해둔 첫번째 영화는 폴 토마스 앤더슨의 <마스터>. 유명한 감독이 만든, 기라성같은 배우들이 출연하는, 그 유명한 영화!! 지만 친구와 나 둘다 안봐서 별 이견도 없이 예매했다.

PTA 감독의 &lt;마스터&gt; 상영후 이어진 시네마토크

그런데 말입니다..
내가 피곤해서 그런건지 영화의 강도가 강강강강강의 연속이어서 그런건지, 체감상 시간이 빨리 가는 영화는 아니었다. 보기에 힘든 영화라는 표현이 내게는 더 잘 맞는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주연배우의 열연과 영화가 주는 줄거리의 강렬함은 정말 엄청나다.

주연배우인 호아킨 피닉스와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은 정반대되는 연기톤을 보여준다. 호아킨 피닉스는 영화 <조커>에서 분했던 역할의 일부를 이 영화에서 먼저 보여준건가? 싶을 정도로 개성 강한 캐릭터를 연기한다. 온몸과 얼굴을 다 써가면서 연기를 해야 하는 역할인데 보는 사람도 이렇게 체력적으로 힘든데 연기를 하는 당사자는 어떨까 궁금했다. 반대로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은 상대적으로 정적이고 차분한 역할이지만, 호아킨 피닉스가 연기한 프레디를 기로 눌러야 하는 연기를 해야 한다. 그러니까 결코 만만치 않은 연기를 했다고 봐야 한다.

줄거리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일부러 조금의 스포도 피하고 영화를 봤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서야 영화 제목이 주는 의미에 무릎을 탁 침ㅋㅋ 사실 랭케스터(세이모어 호프만)가 일종의 사이비 교주의 교단이라는 점도 영화가 한참 흘러서야 눈치챘다. 그 전까지는 프레디의 기행과 엽기적인 언행 등에 더 포커스가 가다보니 랭케스터가 왜 프레디를 자기 무리(?)에 자꾸 낑겨넣으려는지 가늠도 가지 않았다.

시네마토크는 배우들의 연기에 관한 것이었는데.. 영화보느라 지치기도 했고 연기보다는 각 장면장면에 대한 해설과 설명을 듣고 싶은 영화였어서 그런지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ㅠ 풀타임보다 더 해설이 필요한 영화였는데 너무 오래된 영화라 그런지 나처럼 영화 해설에 대한 수요는 별로 없어서 연기를 주제로 잡았나?는 생각도 들었다.

+) 그리고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을 PTA로 약칭해서 부르는지도 이날 첨 알았다 ㅎ

2.

이날 점심은 롯데리아 ^_^;

무주까지 가서 롯데리아 햄버거를 한끼 식사로 먹는 사람이 있다???흑....

이날 영화제 부근의 식당이 죄다 문을 닫아서(일 휴무인 식당들) 겨우겨우 문 연 곳을 들어가면 재료소진, 아니면 겁나 긴 웨이팅...으로 어쩔 수 없이 롯데리아에 갔다. 햄버거 자체도 오랜만인데 롯데리아는 정말 더 오랜만..

3.

꺄~ 이 사진속 모든 분들이 좋았다
프로그래머님(젤 왼쪽), 어제 풀타임 상영 전에 보고 두번째
아 진찌 너무 좋았다고요..

권하정, 김아현 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 <듣보인간의 생존신고>.

친구가 먼저 보자며 예매를 하기도 했지만, 다영이가 좋아한다고 열변을 토한 가수 이승윤씨의 이름이 영화 줄거리에 있길래 나도 엄청 궁금했다. 이번 영화제에서 이 영화처럼 덕질을 주제로 한 영화 <성덕>도 끌렸지만 그건 다른 영화와 시간이 겹쳐 아쉽게도 못보기도 했고..

다큐멘터리 줄거리는 이러하다. 사진속 젤 오른쪽(내 기준)이 권하정 감독, 가운데에 앉아계신 분이 김아현 감독.

영화를 전공한 권하정 감독님은 졸업 후 전공과는 상관없는 직장을 다니는데 여러가지 힘든 일이 겹쳐 침체기를 겪다가 김아현 감독이 알려준 이승윤씨의 노래를 들으며 큰 위로를 받고 회복한다. 그러던 중 이승윤씨의 노래에 맞춰 뮤비를 제작하기로 결심, 그에게 이를 제안하기 위해 먼저 기발매된 곡인 '무명성 외계인'의 뮤비를 제작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무명성 외계인' 뮤비와 제안서를 이승윤씨에게 전달하고, 조마조마하며 기다리던 두 감독님(+ 친구분들)에게 이승윤씨는 본인이야말로 큰 감사와 영광이라고 답장한다.(정확한 워딩 아닐 수도 있음)

뮤비를 찍을 노래는 바로 당시 기준 곧 발매를 앞두고 있던 '영웅수집가'. 그때만 해도 이승윤씨는 영웅수집가가 담긴 앨범이 성공하지 못하면 가수로서의 꿈을 접겠다고 마음을 먹으며, 마지막 투지를 불태우고 있었다.(싱어게인 출연 전)
가수의 승낙과 함께 본격적인 뮤비 제작이 들어가고, 뮤비 제작을 하면서 이 전 과정을 다큐멘터리로도 만들 계획이 있던 이들은 한편의 뮤비와 함께 다큐멘터리에 들어갈 영상도 함께 찍는다. 하지만 영화를 전공했어도 뮤비 제작 경험이 처음인 그들은 여러 우여곡절을 겪을 수밖에 없는데,,,,,,,,

내게 이 영화의 출발점은 이승윤씨였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뮤비를 만들기 위해 애썼던 이들이 마음에 남는다. 영화는 코믹과 감동을 함께 가져가는데 코믹은 이 다큐멘터리에 출연하는 감독님들 매력 자체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내 나이 또래들(선생님 양심 있으세요?)이라 그런지 코드가 맞아서 더 웃길 수도 있지만 이번 영화제에서 가장 많이 웃음을 터뜨린 영화였다. 무명성외계인 뮤비 찍는 장면부터 웃김ㅠ_ㅠ

감동 코드는 사회초년생들의 고군분투기에 있다. 나는 대학 때문에 서울살이를 시작했는데 서울이라는 넓디넓은 공간에서 무서운 공간을 꼽아보라면 동대문 밀리오레를 하나로 들 수 있다. 옷장사 경력만 수십년인 분들과 아직 고등학생티를 벗어나지 못한 내가 흥정을 하면서 옷을 사는 일이란 내 돈 쓰면서 기 눌리는 일 그 자체였기 때문에... 이 영화에서도 감독님들은 어린 얼굴로 그 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과 몇번이고 마주하며 실랑이를 해야 하고 협상을 해야 했다. 예의있게 대하면 상대방도 예의를 다해주면 좋을텐데 그 기대는 번번이 벗어나기 마련이고.. 하지만 꿋꿋이 이겨내고 원하는 결과물을 손에 얻어 낸다!

뮤비에 등장하는 소품 하나, 장면 하나하나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다큐를 통해 보고나니 영화가 끝난 후 찾아본 뮤비에서의 모든 장면들이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된다. 영화에서 이승윤씨의 말대로 '이 정도의 퀄리티는 상상하지도 못했다', 나도.

영웅수집가 뮤비를 찍고 난후에 이승윤씨는 싱어게인이라는프로그램을 통해 이름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게 된다. 나 역시 싱어게인을 통해 이승윤씨를 알게 된 사람 중 한명이라 그런지 그 전부터 이렇게 다양한 스토리를 쌓아온 그에게 놀라게 된다. 그런 사람을 알아본 두 감독님들도 대단하고.

감독님은 이 영화가 이승윤씨의 이름에 기대지 않길 바란다고 했는데, 영화는 정말 이승윤씨에 기대지 않고 오롯이 서 있다. 내년에 정식 개봉한다고 하는데 많은 관객들이 찾아주었으면 좋겠다.

영화는 영화 자체로도 좋았는데 끝나고 이어진 감독님들과의 대화가 정말 너무너무 좋았다. 영화 자체가 워낙 유쾌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던 터라 관객들에게도 유쾌한 감정이 번져서인지 감독님들에게 던지는 질문 하나하나가 예쁘고 상냥하고 따뜻했다. 무엇보다 이 GV를 이끌어간 평론가님의 진행솜씨가 엄청나서 감탄에 감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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