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9월20일.
방탄 부산콘서트 예매에 겨우 성공하고 10월을 마냥 기다리고 있던 ㄴr..
종신옹 인스타를 보는데 10월 콘서트 공지가 떴다!! 바로 다음달이잖아? 하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티켓팅 일정을 보는데 티켓팅이 바로 그 주 금요일이었다. 아 아저씨... 9월23일 티켓팅을 20일에 알리는 게 어딨냐고요. 아오. 것도 오후 2시. 애매하다 애매해.

그래서 안하냐고요? 당연히 하죠,,ㅎ
티켓팅 당일. 마감할 원고 때문에 점심시간 반납하면서 겨우겨우 마무리 지어 놓고 한숨 돌리려는데 그제서야 번뜩 생각났다. 티켓팅!!!! 하고 노트북 시간을 보니 5분도 안남음. 육성으로 욕을 하면서 부랴부랴 인터파크에 들어갔고... 좌석창 접속하는 데만 20분 넘게 걸렸던 방탄콘과 비교하니(비교해서 미안해여 종신) 되게 수월하게 티켓팅 했다. 그런데 사람 욕심이라는 게 또 손에 표가 쥐어지니 자리 욕심이 나서 앞자리 취소표가 나면 몇번 줍기를 반복..하다가 맘에 차는 자리로 마침내- 겟.

1.
이번 공연의 제목은 '가을냄새'
'윤종신'+'가을' 조합은 필승이잖아요? 가을에 듣기 좋은 노래도 엄청 많고, 대놓고 '가을에 들어주세요'하는 노래도 몇곡인가. 이 계절에 공연하는 것도 오랜만인 것 같아 기대가 컸다. 게다가 소극장!!!! 몇년전 '부르지 않은 노래' 콘서트 티켓팅 개같이 망하고 난 후 이 얼마나 기다려왔던 소극장인가ㅜㅜ 2주에 걸쳐 총 8번 공연을 했는데 첫주 토요일, 둘째주 일요일 공연으로 2회 예매를 했다.


공연 장소는 신한 플레이 스퀘어 라이브홀.
합정역 메세나폴리스에 있는 공연장이다. 예전에도 메세나폴리스에서 종신옹 공연했던 기억이 있는데 지하철, 버스정류장에서 접근성이 좋다. 합정역이 멀어서 그렇지..

1층 5열 12에서 본 무대 시야.
종신옹 공연 쫓아다닌지 10년 가까이 되는데 이정도로 무대와 가까웠던 적(사실 있네? 대충 모른척) 처음이었다. 종신옹이랑 눈 20번은 마주친 거 같은데 아마 1층에 앉아있는 모든 사람이 다 그렇게 생각했을 듯ㅠㅋㅋ

2.

총총
졸귀
아저씨 꾸벅 인사하는 거 졸귀ㅠㅠ
안녕안녕
이 미소가 좋아
종신옹도 은근 안늙는다
좋니 열창
멋졌던 밴드
진짜 구엽네
안녕~~

(사진은 본공연이 끝나고 앵콜곡+인사할 때 찍었습니다)

지난 연말 공연 이후 10개월만의 종신 공연.
소극장이라는 장소의 특성에서 비롯된 것인지 종신옹의 내밀한 속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던 공연이었다. 개인적으로는 2020년 종신옹이 훌쩍 떠났던 이방인 프로젝트 이후 종신옹이 아티스트로서 어떤 스테이지에 와있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코비드 때문에 당초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을 이방인 프로젝트지만, 그 경험 후 윤종신이 이전과는 또 다른 사람이, 아티스트가 됐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셋리스트의 초반부를 장식한 곡은 가을옷-늦가을-몰린.
이번 공연으로 몇 번 듣고 무심코 넘겼던 노래들을 재발견한 경우가 많았는데 가을옷도 그랬다. 월간 나오면 매번 꼭 플레이리스트에 넣어두고 듣지만 확 꽂혀서 반복했던 노래는 아닌데 이번 공연에서 귀에 착 감겼다.

그 다음은 고백을 앞두고-애니-그리움 축제.
고백을 앞두고와 애니를 설명하면서, '고백'이 얼마나 특별한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누군가를 좋아해도 그 감정을 말로 꺼내 상대방에게 전하는 고백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으니까. 그 두근거리는 감정의 소중함을 느껴본지가 언제적인가.. 생각하며 무대 스크린에 뜬 고백을 앞두고의 가사를 음미하며 노래를 들었다.
애니는 말해 뭐해. 이전 종신옹 목소리 말고 최근 종신옹 목소리로 녹음한 애니 음원 좀 주세요. ㅠㅠ 곡 후반부 '난 널 사랑하고 있어~' 변주해 부르는 거 진짜 너무 좋아하는데 이번 공연에서 들을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이미 만족감 100% 였다.
그리움 축제 역시나 원곡의 호란 버전도 좋아하고 종신옹이 다시 부른 버전도 좋아한다. 이 노래는 가사를 떠올리면서 가사 속 화자의 모습을 그려보면서 듣는 재미가 있다. 늦은 밤 홀로 앉아 떠나간 연인을 그리워하는 장면이 절로 그려지는 노래.

불멍-다중인격-본능적으로
가을옷에 이어 재발견한 곡 '불멍'. 그리고 한때는 사골곡으로 생각했던 '본능적으로'가 새삼 좋아서 히트친 곡은 분명 이유가 있다 싶었다.

내 사람들-이별택시
아니, 내 사람들 이 노래 진짜 뭐에요???ㅜㅜㅜㅜ 가사 이렇게 좋았나. 이것도 종신옹 버전 음원이 절실합니다. 아님 미스틱.. 월간 윤종신 유투브 계정에 내사람들 공연 영상 꼭 좀 올려주세오,,,음원 따서라도 듣게..

너는 참 사랑스런 사람이야 떠났어도
너는 참 잊기 힘든 사람이야 오래도록


이 부분이 마음을 저릿하게 하는 뭔가가 있다.헝....

기다리지 말아요-롱디에 이은 올해 월간 윤종신 10월호 '섬'
음원 발매 전 미리 불러주었다. 공연 전에 미리 가사는 공개했던 터라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갔는데 이 공연의 하이라이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왜냐, 섬은 종신옹이 소극장에 찾아온 관객들에게 바치는 노래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난 내맘대로 섬을 팬송이라 정의내렸음.
종신옹은 대중과 함께 호흡하는 아티스트로 예전에는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시기가 있다고 했다. 그런데 이제는 그것에서 좀 비껴나 자신은 육지에서 조금 떨어진 섬에 머무르고 있는 느낌이라고. 대중들의 관심에 일희일비하는 것에서 벗어나 자신이 지금껏 쌓아오고 구축한 취향대로 노래를 부르고, 그 노래를 들으러 섬에 찾아오는 팬들과 오래 가고 싶다고 했다. (섬이 어떻게 팬송 아닐 수가 있나요오오) 물론 그 섬은 육지에서 5분마다 있는 배편을 타고 쉽게 올 수 있다고 종신스러운 유머를 곁들여 말하긴 했지만 버드맨 부르던 종신옹이 아티스트로서 다음 단계로 넘어 갔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고 보면 가요계에서 한 시대를 호령하던 가수가 계속 활동한다고 해도 늘 관심의 꼭대기에 있는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종신옹 보다 윗세대의 원로가수들도 우리가 대중이라고 부르는 무명의 집단의 관심에서 멀어져도 꾸준히 노래를 하고 공연을 한다. 종신옹도 어쩌면 그 수순을 잘 밟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랫동안 노래를 불러주면 좋겠다.

이와 관련해서 한 이야기가 '월간 윤종신'
월간 윤종신 초창기만 해도 한달에 한번씩 새로운 노래를 만들고 부른다는 게 굉장히 신선한 프로젝트여서 주목을 많이 받았다. 그런데 햇수로 13년차가 되어가니 윤종신이 으레 하는 일처럼 여겨지면서 관심도 이전만큼은 못하다고. 월간 윤종신 유투브에 올리는 신곡의 조회수가 이제 어느 정도 고정적인데, 그 정도의 사람들이 윤종신의 섬에 찾아오는 것 같다고 했다.
더 대단한 건 종신옹은 아직까지 월간 윤종신 작업이 스트레스인 적이 없다고 했다. 이 부분에선 팬으로서가 아니라 그냥 인간대 인간으로서 좀 대단하게 느껴졌다. 매달 하는 작업을 13년째 이어오는데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서 즐길 수 있다니. 이건 어쩌면 창작이라는 작업의 특수성 때문일 수도 있고, 아티스트가 가진 고유의 특권일 수도 있겠지만 성실하지 못하면 그 어떤 아티스트라도 해낼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난 성실한 사람들을 너무 좋아한다. ㅋㅋㅋㅋ
월간 윤종신을 그만두게 된다면 더 이상 노래로 할 말이 없어졌을 때, 일거라고 해서 안심했다. 말많은 아조씨한테 그런 순간은 당분간은 쉽게 오지 않을 거 같다.

관객석에서 '정규 앨범도 내주세요' 라고 했는데 부정적인 답변은 아니었으나 정규는 멀었구나 싶었다. 종신옹 할 말 생기면 바로 월간에다 푸는데 정규로 할 만한 이야기거리가 쉽게 생기지는 않겠지ㅠㅠ(그럼 신치림 2집이라도.. 신치림앨범존버단)

이어서 개인주의-나이-탈진-1월부터6월까지-너어게간다
로 본공연을 마무리했다.
개인주의는 왓챠 제작 '인사이드리릭스'에서 본 내용이 생각났다. 김이나 작사가와 종신옹이 개인주의 노래 가사에 담긴 생각에 대해 나눈 한시간 채 안되는 콘텐츠인데, 한번 보길 추천.
이번 공연은 종신옹과 밴드의 합이 좋았다. 특히 애니에서 색소폰 연주하신 분 진짜 몰린에선 플루트 부시고... 금관악기 마스터신가? ㄷㄷㄷ

앵콜곡은 무려........ 이별의온도!!!
이온 얼마만에 듣는 거지? 앵콜 외침에 종신옹이 '또 하나의 계절이 가고~'하면서 등장하는데 팔에 소름이 소름이. 워낙 다작하는 가수다보니 이건 뭐 부르는 노래마다 '와 이거 얼마만이여' 하고 듣게 된다.
그 다음 곡은 '좋니'
이번 콘서트 첫공연과 둘째날 공연에서 대중들이 잘 아는 유명한 노래 안불러준다고 좀 불만이 나왔던 모양이다.(아니 그럼 그냥 대형콘서트를 가세요) 소극장에 오는 관객이라면 몰린, 애니 정도만 직접 들어도 감격스럽지 않나? 싶은데 취향은 넓고 다양하니까요.. 그래서 전날과 전전날에는 부르지 않았던 좋니를 앵콜곡에 넣은 듯. 좋니는 워낙 유명해서 역주행으로 떴을 때 모든 무대마다 불렀는데 굳이 이런 소극장에서까지 들어야 하나 속으로 구시렁댔지만 간만에 라이브 들으니까 좋긴 했다.ㅎㅎ;;

3.


대망의 막콘.
이날 자리는 1층 4열 7. 저번 공연보다 한줄 앞이었지만 왼쪽 사이드.

친구랑 아침부터 영화보고 여유부리다 급하게 공연장 들어서 숨 돌리고 자리 앉았는데 미라님 볼캡 쓰시고 조용히 들어오시는 것 본 듯 했다. 진짜 아우라 때문에 저절로 시선이 갔다 멋져..

4.

니트조끼 잘 어울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막날 공연 셋리는 22일 공연과 거의 비슷했다. 앵콜곡에서 이별의온도 대신 동네한바퀴를 부름..(미쳣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막날에는 10월호 '섬'이 공개된 후여서 미리 불러주는 선물 같은 느낌은 없었지만 콘서트 덕분에 월간 윤종신 음원이 나오자마자 바로 라이브로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노래 중간중간 들려주는 이야기들도 당연히 이전 공연과 비슷했는데, 훨씬 간결해지고 농담을 더 많이 했다 ㅋㅋㅋ 이별택시 부르고는, "이 ㅅㄲ 이제야 아는 노래 한 곡하네"하는 입모양이 다 보였다고 농담도 하곸ㅋㅋㅋㅋ

앵콜곡에 동네한바퀴 선곡은 정말 기가 막혔다. 나 이별의 온도랑 동네한바퀴 둘다 라이브로 들은 사람 됨 ^_^

종신섬 주민으로 살아갈테니 앞으로도 소극장 공연 더 해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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