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 9월 책. 입소문을 꽤 탄 책이라 종이책으로 구입해두고 방치(?)하다가 마침 독서모임 책으로 정해져서 기쁜 마음으로 읽었다. 이동진 평론가도 유튜브를 통해 이 책을 철학 입문서로 매우 좋다고 추천하기도 했다. 

 

저자인 에릭 와이너는 NPR에서 해외 통신원으로 일한 작가다. 일본, 인도, 이스라엘 등 여러 나라를 다닌 경험이 책에도 잘 녹아있다. 제목이 책 전반적인 컨셉의 힌트가 되는데 작가는 철학자의 생가나 작업실이 있는 여러 도시를 열차를 타고 가면서 철학가의 사상에 대해 유쾌하게 풀어낸다. 위트가 넘치는 글인데도 철학가의 핵심 사상을 가볍게도 다루지 않고, 작가만의 통찰이 묻어나는 지점이 참 많았다. 철학가의 이름에만 익숙한 나같은 독자들이 정말 읽기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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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 YES24

“인생에서 길을 잃는 수많은 순간마다?이 철학자들의 목소리가 들려올 것이다”[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 에릭 와이너와 함께 떠나는 철학자행 특급 열차! 2020 아마존 베스트 논픽션, 2020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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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로마의 황제이면서 철학자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첫번째로 소개되는 철학가다. 이후에 나오는 철학가들 모두 당대에 메인스트림에서 벗어나 있는 인물들이라 친구들과  '철학가들은 아웃사이더가 될 수밖에 없는가?'라는 물음이 생기기도 했다. 근데 아차차.. 마르쿠스 로마 황제였지 ^_^; 

 

- <명상록>

 

- 마르쿠스는 골치 아픈 사람에게서 영향력을 빼앗으라고 제안한다. 나의 삶에 영향을 미칠 자격을 빼앗을 것. 다른 사람은 나를 해칠 수 없다. "다른 사람의 머릿속에 있는 것은 나를 해칠 수 없기 때문"이다. 왜 나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신경쓰는 걸까? 생각은 당연히 내 머리가 아니라 그들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인데. 

 

 2. 소크라테스

아 그래도 나 소크라테스는 좀 알지,, 근데 과연 알까? 하면서 읽은 파트. 

 

- 로마의 정치가이자 철학자였던 키케로는 이렇게 말했다. "소크라테스는 처음으로 철학을 하늘에서 끌어내려 마을에 정착시켰고, 철학을 사람들의 집 안으로 불러들였다."

 

- 궁금해하는 것은 호기심과 달리 본인과 매우 밀접하게 엮여 있다. 우리는 냉철한 호기심을 가질 수 있다. 냉철하게 질문을 던질 수 있다. 하지만 냉철하게 궁금해할 순 없다. 호기심은 가만히 있질 못하고 늘 눈앞에 나타나는 다른 반짝이는 대상을 쫓아가겠다며 위협한다. 궁금해하는 마음은 그렇지 않다. 그 마음은 오래도록 머문다. 

 

3. 루소

루소는 언시 준비할 때 그나마 많이 접했던 철학가다. 그의 사상이 현대사회를 분석할 때 아주 유용한 도구였기 때문. 그런데 루소가 이렇게 기행(?)을 펼친 인물이기도 하다니...... 

 

- <고백록>, <에밀>, <사회계약론>, <인간 불평등 기원론>,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

 

- 우리 인간은 바다에서 왔는데 '걷다walk'라는 단어의 어원에서도 그 사실이 드러난다. 11세기에 이 단어는 바다처럼 '굽이치고 요동치다'라는 뜻이었다. '걷다'라는 단어가 해안으로 걸어 나와 몸을 말리고 현대의 의미를 획득한 것은 13세기의 일이다. (이 부분은 표현이 너무 좋았다. "단어가 해안으로 걸어 나와 몸을 말리고" 부분)

 

 - 상상속에서든 현실에서든 역경을 만나면 자기 연민이나 절망에 빠지지 말고 그저 다시 시작하라. 

 

4. 소로 

"대부분은 억지로 소로를 떠안는다"는 말이 너무 웃겼다. 미국에선 교과서에 소로의 작품이 나오는 모양. 그래, 교과서를 통해 접하는 문학은 대부분 억지로 떠안게 되지. ㅋㅋㅋㅋ 

'소로처럼 직접 구운 쿠키를 먹으려고 엄마 집에 몰래 들어가면서 홀로 간소하게 사는 척하는 법' 부분에서 소로가 미국 사회에서 어떤 밈으로 쓰이는 가도 간접 이해했다. 

 

- <월든> 

 

- 가끔 우리는 의미를 너무 빨리 창출한다. 물건과 사람을 너무 빨리 정의 내리면 그것들의 유일무이함을 보지 못할 위험이 있다. 소로는 그러한 경향을 경계했다. "보편 법칙을 너무 성급하게 끌어내지 말 것" 

 

- 조류학자는 공작새가 형형색색의 깃털을 뽑내는 생물학적 이유는 알아도 그 아름다움은 인식하지 못할 수 있다. 소로는 말한다. "어떤 대상을 이해하는 것을 멈출 때에야 나는 비로소 그 대상을 보기 시작한다" 피로에 지친 눈으로는 조금밖에 보지 못한다. 

 

5. 쇼펜하우어 

- <의지와 표상으로의 세계>, <저술에 대하여>

 

- 오늘날 고슴도치의 딜레마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이 딜레마는 우리 인간의 딜레마이기도 하다.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타인을 필요로 하지만 타인은 우리를 해칠 수 있다. 관계는 끊임없는 궤도 수정을 요구하며 매우 노련한 조종사조차 가끔씩 가시에 찔린다. 

 

- 좋은 예술은 정념을 초월한다. 욕망을 키우는 모든 것은 고통을 키운다. 욕망을, 쇼펜하우어의 표현에 따르면, 의지를 줄이는 모든 것은 고통을 완화한다. 예술 작품을 바라볼 때 우리는 아무것도 갈망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포르노가 예술이 아닌 것이다. 포르노는 예술의 정반대 지점에 있다. 

 

- "가장 최근에 쓰인 것이 늘 더 정확하다는 생각, 나중에 쓰인 것이 전에 쓰인 것보다 더 개선된 것이라는 생각, 모든 변화는 곧 진보라는 생각보다 더 큰 오산은 없다"

 

6. 에피쿠로스

에릭 와이너가 소개한 14명의 철학가 가운데 가장 내 맘에 와닿은 철학가, 에피쿠로스. 고등학교 윤리 시간에 에피쿠로스는 그저 스토아 학파와 대척점에 있는 철학가로, '쾌락'이라는 키워드를 의미가 아닌 표식으로 기억했는데 에피쿠로스가 하늘에서 자신이 이렇게 외워지는 걸 알면 기가 막혀할 듯.. 

 

- 쾌락은 고통의 반대말이 아니라 고통의 부재를 뜻한다. 에피쿠로스는 향락주의자가 아니었다. 그는 평정주의자였다. 

 

- "충분히 좋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다고 봐요. 이런 것들이 삶에서 더 중요한 일에 시간을 쏟을 수 있게 해줘요. 게다가 충분한 걸로는 부족한 사람에게는 뭐든 충분하지 않을 걸요."

 

- 충분히 좋음은 안주한다는 뜻이 아니다. 자기 변명도 아니다. 충분히 좋음은 자기 앞에 나타난 모든 것에 깊이 감사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완벽함도 좋음의 적이지만, 좋음도 충분히 좋음의 적이다. 충분히 오랜 시간 동안 충분히 좋음의 신념을 따르면 놀라운 일이 생긴다. 마치 뱀이 허물을 벗듯 '충분히'가 떨어져 나가고, 그저 좋음만 남는다. 

 

7. 시몬 베유 

- 모든 말다툼은 오해에서 비롯된다기보다는 '범주의 오류'에서 비롯된다. 양측이 같은 문제를 다르게 보는 것이 아니다. 양측에게는 각자 다른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한 사람에게는 그릇을 비효율적으로 넣어서 고성능 식기세척기의 세척력을 극대화하지 못하는 상황이, 다른 사람에게는 자신의 핵심 역량, 더 나아가 자신의 남성성이 후려침 당하는 상황일 수 있다. 전쟁과 심술은 바로 이렇게 시작된다. 

 

- 종류와 상관없이 어떤 것을 더 좋아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은 그것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8. 간디

- 비폭력은 창조성을 요구한다. 간디는 언제나 새롭고 혁신적으로 싸우는 방법을 찾아 헤맸다. 

 

9. 공자

- 가족은 우리가 인을 계발하는 헬스장이다. 우리는 이곳에서 사랑하는 법과 사랑받는 법을 배운다. 서로 간의 거리는 중요한 요소다.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에서 시작하라. 우리가 자기 자신에서 가족으로, 이웃으로, 국가로, 모든 지각있는 존재로 관심의 영역을 확장할 때 친절은 연못에 던진 돌멩이처럼 점점 커다란 원을 만들며 퍼져 나간다. 

 

10. 세이 쇼나곤

세이 쇼나곤은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철학가였다. 에릭 와이너가 말하듯 일반적인 범주에서 세이 쇼나곤은 철학가로 분류되지 않는다. 하지만 철학의 의미를 곰곰 따져봤을 때 세이 쇼나곤이 철학가가 되지 못할 이유도 사실 없다. 

 

- <베갯머리 서책>

 

- 즈이히츠는 일본의 글쓰기 기법 아닌 글쓰기 기법으로, 내 눈엔 책이 아닌 책을 쓰기에 완벽한 방식으로 보인다. 즈이히츠를 실천하는 작가는 주저하지 않고 자신의 느낌을 따라가 지적 가려움을 긁은 다음, 다시 돌아오기도 하고 돌아오지 않기도 한다. 글에 구조를 부여한다기보다는 구조가 스스로 나타나게 한다. 

나는 우리 모두가 조금 즈이히츠를 활용해도 좋겠다고 생각한다. 글쓰기에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분명한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도달하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한다고, 자기계발서들은 조언한다. 하지만 인생은 그런 식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가끔 우리는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채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러니 움직일 것. 지금 있는 곳에서부터 움직이기 시작할 것. 

 

- 쇼나곤의 철학에 함축된 의미는 다음과 같다. 우리의 정체성은 자기 주위에 무엇을 두기로 선택하느냐에 크게 좌우된다. 주변에 무엇을 두느냐는 선택이다. 철학은 우리가 내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선택을 겉으로 드러내 보인다. 어떤 것이 자신의 선택임을 깨닫는 것은 더 나은 선택으로 향하는 첫걸음이다. 

 

11. 니체

영화 <사랑의 블랙홀> 

 

- 니체 철학의 핵심에는 "완벽한 불확실성의 세계에서 자신의 방향성을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다. 보통 우리는 불확실성에서 도망쳐 확실성을 향해 달려간다. 니체는 그것이 불변의 사실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것은 가치이며, 우리가 가치를 부여하는 모든 것은 재평가가 가능하다. 

 

12. 에픽테토스 

스토아 학파와 에피쿠로스는 사실 벽장 하나만 허물면 비슷한 결의 사상을 공유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 스토아철학은 이처럼 우리의 통제를 벗어나는 상황과 성과를 '무관한 것'이라 칭한다. 스토아철학은 무관한 것들에 '무관심'하다. 

 

- "해야할 일을 하라. 그리고 일어날 일이 일어나게 두라" 우리는 외부의 목표를 내면의 목표로 바꿈으로써 실망의 공격에 대비해 예방접종을 놓을 수 있다. 

 

13. 보부아르

- 보부아르가 보기에 노화는 타인이 내리는 문화적, 사회적 판결이었다. 배심원이 없으면 판결되 없다. 무인도의 여성은 생물학적 노쇠를 경험하겠지만 나이 들지는 않을 것이다. 

 

14. 몽테뉴

- 나는 몽테뉴가 나처럼 필요할 때는 그럴듯한 외향형처럼 굴 수 있는 내향형이었으리라 추측한다. 우리 같은 사교적 내향형들은 세상을 속일 수 있지만 거기에는 대가가 따른다. 꾸며낸 외향성은 우리를 소모시킨다. 진을 빼놓는다.(완전 나인데,,?)

 

- 죽음의 해결책은 더 긴 삶이 아니다. 절망의 해결책이 희망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죽음과 절망 모두 같은 약을 필요로 한다. 수용이다. 보부아르처럼 몽테뉴도 결국 받아들였다. 마지못한 수용이 아니라 완전하고 관대한 수용이었다. 죽음에 대한 수용이기도 했지만 삶에 대한 수용이자 자기 자신에 대한 수용이기도 했다. 자신의 긍정적 성격에 대한 수용이자 자신의 결점에 대한 수용이었다. 

 

- 몽테뉴 철학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자신을 믿을 것. 자신의 경험을 믿을 것. 자신의 의심을 믿을 것. 경험과 의심의 도움을 받아 인생을 헤쳐 나가고 죽음의 문턱을 향해 다가갈 것. 타인과 스스로에게 놀라워하는 능력을 기를 것. 스스로를 간질일 것. 가능성의 가능성에 마음을 활짝 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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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식은 선택이라는 것이다. 세계는 내가 만들어낸 생각이다. 그 생각을 좋은 생각으로 만들면 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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