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발랄한 표지, 재치가 묻어나는 문장들이지만 눈물을 삼키며 읽었다. 막연하게 느꼈던 서러움을 얼굴 모르는 작가가 그 누구보다 잘 이해해주고 있다. '집밖의 세계를 일구는 둘째의 탄생'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담론에서마저 밀려나있던 차녀들을 소환했다. 작가는 '차녀성'이라는 명명과 함께 둘째들을 불러모은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109857368

 

차녀 힙합 - YES24

가정이라는 정치적 장소에서처음 사랑하고 최초로 상처받으며 만들어지는 차녀의 세계마음 한구석에 켜켜이 쌓인 사소하고 미묘한 서러움과결코 채워지지 않는 결핍의 근원에 대하여내 성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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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국제도서전 문학동네 부스에서 단연 눈에 띈 책. 와, 이제 차녀들을 소재로 하는 책도 나오는구나 해서 무척 반가웠지만 두손 가득 든 책들이 무거워 우선 눈도장만 찍었다. 동네도서관에 신간 신청을 한 후 뒤늦게 받아보고 부랴부랴 읽었다. 

 

1. 

작가는 사남매의 둘째다. 위로는 언니, 밑으로는 나이차가 한참 나는 남동생과 여동생이 있다. 꽤 오래 두자매의 막내로 살다가 늦둥이들이 태어나면서 언니와 동생들 사이에 껴버린다. 여기서 작가가 겪는 형제자매와의 관계는 한참 복잡해지는데 주로 장녀인 언니와의 관계에서 겪는 감정과 사연들이 나오기에 공감을 하며 읽었다. 

 

2. 

- 눈치를 보며 분위기를 풀려고 하는 내면의 중립 기어, 뭐라도 해야 나를 봐준다는 것을 일찌감치 깨닫고 키운 관종력, 제일 좋은 것을 선뜻 요구하지 못하는 머뭇거림은 보통의 차녀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기질이었다.

(이 통찰에서 무릎 꿇음. 난 관종력은 없지만 '내면의 중립기어 + 머뭇거림'에서 누구한테 지지 않음 ^_^;)

 

- 그래서 작은 차이에도 민감하다. 당연하게 제 몫이 보장되는 첫째와 달리 끊임없이 남의 그릇을 힐끔거린다. 

(마찬가지다. 언니와 함께 자라며 언니에게 주어지는 몫들에 속이 상해 눈물 깨나 흘렸다.. 그마저도 대놓고 화내지 못하고 뒤에서 입 삐죽 튀어나와서 흐르는 눈물 닦아내기 바빴던 어린시절. 솔직히 성인이 되어서도 그랬다. 엄마는 두 딸에게 너무 좋은 사람인데 나는 날 향한 사랑의 크기가 조금 작은 것에 엄청 화가 나다가도 이내 이게 엄마를 원망할 일인가 싶어 마음을 다스렸다. 20대까지도 이런 마음의 훈련을 반복하니 20대 후반부터는 서운한 마음이 좀 덜 하다) 

 

- 공평하게 막대기가 하나씩 꽂힌 쌍쌍바조차 똑같이 쪼개지지 않는데, 물리적인 노즐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사랑이 어떻게 공평하게 딱 나뉘어 분사되겠는가. 

 

- 동성의 또래, 그리하여 비교 가능한 존재가 가장 가까이 있다는 것. 잘 때도 먹을 때도 웃을 때도 울 때도 쉴 때도 쌀 때도 그 존재가 내 시야에 얼쩡거리며 신경을 살살 긁는다는 것. 그 존재와 어린 시절 유일한 에너지 공급원이자 삶의 전부인 부모의 사랑과 인정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는 것.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굶주린 괴물처럼 입을 벌리고 상대의 자존감을 바각바각 갉아먹고, 또 그만큼 파먹힌다는 것. 

 

- 나의 계보이자 누군가의 곁에도 있을 우리의 .... 원망과 사랑, 연민과 이해가 마구잡이로 뒤섞여 들통에서 푹푹 끓는다. 

(작가의 할머니들 이야기. 많이 공감했다. 나의 할머니는 네번의 출산 끝에 낳은 첫번째 아들인 우리 아빠를 6남매 중 가장 사랑했고, 아빠의 아들을 간절히 바라셨다. 언니가 태어나고는 내가 아들이길 엄청 바라셨다는데, 딸인 걸 알고는 산부인과에 발길 한번 안주셨다지. 공부를 잘했던 언니와 내가 좋은 성적표를 가져오고 원하는 대학을 가고 직장을 잡을 때마다 꼭 끝에 덧붙이던  '아들이면 참 좋았을텐데'라는 말이 지긋지긋하게 싫었다.

그런데 우리 할머니도 사랑이 큰 사람이었다. 나는 세상의 모든 할머니가 손주들을 끌어안고 부엌에 나와 잠시 쉴 때면 볼과 손에 끊임없이 입을 맞추고 머리를 쓰담는 줄 알았으니까. 여생 내내 아빠의 자식들이 딸인 걸 아쉬워하셨지만 그 누구보다 우리를 예뻐하셨다. 정말 '원망과 사랑' '연민과 이해'가 뒤섞일 수밖에 없었다.)

 

- 내 몫의 애정이 언니보다 밀도가 낮다고 서러워만 할 때는 몰랐다. 상대적으로 느슨하고 무심한 정서적 연결고리가 그만큼 나를 자유롭게 한다는 것을. 

 

- 가족 구성원의 짬 처리반으로 살며 몸에 익힌 생존 기술은 자신을 내세우기보다는 주변을 두루 돌보고 항상 배려해야 한다는 한국 여성 훈육법과 만나 시너지를 낸다. 

 

- 첫째가 늘 양보해야 이유는 모든 것이 그에게 첫번째로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게 싫으면 둘째에게 먼저 주고, 얌전히 양보를 받으면 된다. (옳소!!!!)

 

- 나에게는 그런 자신감이 없었다. 내 욕망과 기분을 우선시하여 부모의 심기를 거스를 용기나 패기가 없었다. 그냥 엉거주춤 서 있다가 누군가 힘듦을 호소하면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문제를 해결해주려고 애썼다.

(나를 관통하는 문장. 언니보다 엄마아빠의 기분을 더 살피고 애쓰는 이유. 서른이 되어서도 바뀌지 않는 듯) 

 

- 각종 예능에서 '딸 낳고 싶다'는 말을 가장 열심히 하는 부류는 남자 연예인이다. 자기가 낳을 것도 아니고 본인은 아들로서 '무뚝뚝해도 되는 권리'를 마음껏 누려놓고 정작 양육에서는 애교 많고 귀엽고 사랑스러우 딸 키우는 재미를 보고 싶어한다. (ㄹㅇㄹㅇ)

 

- 참을 수 없이 다른 사람에게도 말을 걸고 싶어졌다. 혹시 둘째냐고, 집에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아이였냐고, 그래서 막연한 허기처럼 마음에 구멍이 뻥 뚫려 있냐고. 도대체 그 구멍이 어쩌다 생겼는지 궁금했고 더욱 파고들고 싶어졌다. 

 

- 특히 재밌었던 것은 자신의 설움을 토해내다가도 곧 "언니도 어렸죠" "엄마라고 그러고 싶었겠어요" "장녀도 힘들죠"라며 왔다갔다하는 지킬 앤드 하이앤드적 전개였다. 내글에서도 눈에 띄는 경향이라, 그런 점에서마저 공감의 불꽃이 피어올랐다.

(와....이거 완전 나잖아. 누가봐도 내가 화가 날 상황에서도 잔뜩 짜증을 내다가도 갑자기 중립기어를 걸면서 상대를 이해하려고 해보는... 아놔..) 

 

- 어릴 때부터 이런 피해의식은 불쑥불쑥, 김밥 속 청양고추처럼 혀를 얼얼하게 만들었다. 왜 나는 사소한 걸로 감정이 상하고, 분위기를 망칠까?

(정말 난 왜 이런 걸로 아직도 마음이 상하지?라는 생각에 마음 복잡해지는 차녀들..)

 

- 언제나 한발 떨어져서 내가 어느 정도 가질 수 있는지, 얼마나 가져도 되는지 가늠하고, 나 하나 때문에 사람들이 번거롭거나 귀찮을까봐 전전긍긍하는 성격. 눈치보거나 기죽지 않고 타인에게 자신이 원하는 바를 요구할 줄 아는 사람에게 느끼는 선망과 질투, 그게 바로 빈 언니와 나의 공통점이었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그걸 '차녀병'이라고 불렀다. 

 

-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다는 욕망은 생명력이 질기다. 

 

- 어떨 때는 집에서 택배 상자 하나를 못 뜯고, 코트입은 채로 소파에 앉아서 몇 시간을 흘려보낼 때도 있다고 했다. "제가 '보는 눈'이 없으면, 다른 사람들의 평가나 요청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더라고요." 혼자 있을 때의 무기력이 차녀로서의 인정욕구와 맞닿아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는 솔직히 뜨끔했다. 인정에 목을 매다 자기 자신을 가장 홀대하게 되는 아이러니. 

(하... 정말. 사회생활을 하고 친구들을 만날 때 의욕이 넘치고 잘해내려고 하는 나와 집에서의 혼자 있을 때의 나가 정말 다르다. 요새도 무기력하게 늘어져 있을 때가 많은데... )

 

-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일이 누군가에게는 왜 이렇게 아쉬운지, 사람들이 왜 '별것도 아닌 일'로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곤 하는지를 절절이 이해하기 때문에. 

 

3.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에피소드들이 무궁무진했다. 그리고 바로 눈물이 고였다. 왜냐? 아직도 겁나 서러우니까 ㅜㅜ 

 

가족들을 잘 챙기고, 기념일들을 잘 기억하는 건 사실 애쓰는 거다. 이게 나의 역할 같으니까. 이걸 안챙겨도 되어도 부모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차녀들에겐 적다. 

 

첫째딸은 엄마의 영원한 첫사랑이라는 구절을 읽고는 엄마를 조금은 이해하게 됐다. 

 

4. 

이 책 읽고 운전하면서 팟캐듣는데 청취자가 보내온 사연이 장녀로서의 서로움과 고충을 토로하는 내용이었다.

"거봐, 장녀들은 이렇게 자기들 힘들다고 난리지. 이렇게 온 사회가 장녀 힘들다는 거 다 알아주는데 말이야. 동생들은 이제야 막 이야기를 꺼낸다고"

하다가

"그래,,그래도 장녀 힘들긴 하지 한국에서"로 다시 중립기어 박아버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이 죽일 놈의 차녀성. 

 

 

 

때는 9월20일.
방탄 부산콘서트 예매에 겨우 성공하고 10월을 마냥 기다리고 있던 ㄴr..
종신옹 인스타를 보는데 10월 콘서트 공지가 떴다!! 바로 다음달이잖아? 하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티켓팅 일정을 보는데 티켓팅이 바로 그 주 금요일이었다. 아 아저씨... 9월23일 티켓팅을 20일에 알리는 게 어딨냐고요. 아오. 것도 오후 2시. 애매하다 애매해.

그래서 안하냐고요? 당연히 하죠,,ㅎ
티켓팅 당일. 마감할 원고 때문에 점심시간 반납하면서 겨우겨우 마무리 지어 놓고 한숨 돌리려는데 그제서야 번뜩 생각났다. 티켓팅!!!! 하고 노트북 시간을 보니 5분도 안남음. 육성으로 욕을 하면서 부랴부랴 인터파크에 들어갔고... 좌석창 접속하는 데만 20분 넘게 걸렸던 방탄콘과 비교하니(비교해서 미안해여 종신) 되게 수월하게 티켓팅 했다. 그런데 사람 욕심이라는 게 또 손에 표가 쥐어지니 자리 욕심이 나서 앞자리 취소표가 나면 몇번 줍기를 반복..하다가 맘에 차는 자리로 마침내- 겟.

1.
이번 공연의 제목은 '가을냄새'
'윤종신'+'가을' 조합은 필승이잖아요? 가을에 듣기 좋은 노래도 엄청 많고, 대놓고 '가을에 들어주세요'하는 노래도 몇곡인가. 이 계절에 공연하는 것도 오랜만인 것 같아 기대가 컸다. 게다가 소극장!!!! 몇년전 '부르지 않은 노래' 콘서트 티켓팅 개같이 망하고 난 후 이 얼마나 기다려왔던 소극장인가ㅜㅜ 2주에 걸쳐 총 8번 공연을 했는데 첫주 토요일, 둘째주 일요일 공연으로 2회 예매를 했다.


공연 장소는 신한 플레이 스퀘어 라이브홀.
합정역 메세나폴리스에 있는 공연장이다. 예전에도 메세나폴리스에서 종신옹 공연했던 기억이 있는데 지하철, 버스정류장에서 접근성이 좋다. 합정역이 멀어서 그렇지..

1층 5열 12에서 본 무대 시야.
종신옹 공연 쫓아다닌지 10년 가까이 되는데 이정도로 무대와 가까웠던 적(사실 있네? 대충 모른척) 처음이었다. 종신옹이랑 눈 20번은 마주친 거 같은데 아마 1층에 앉아있는 모든 사람이 다 그렇게 생각했을 듯ㅠㅋㅋ

2.

총총
졸귀
아저씨 꾸벅 인사하는 거 졸귀ㅠㅠ
안녕안녕
이 미소가 좋아
종신옹도 은근 안늙는다
좋니 열창
멋졌던 밴드
진짜 구엽네
안녕~~

(사진은 본공연이 끝나고 앵콜곡+인사할 때 찍었습니다)

지난 연말 공연 이후 10개월만의 종신 공연.
소극장이라는 장소의 특성에서 비롯된 것인지 종신옹의 내밀한 속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던 공연이었다. 개인적으로는 2020년 종신옹이 훌쩍 떠났던 이방인 프로젝트 이후 종신옹이 아티스트로서 어떤 스테이지에 와있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코비드 때문에 당초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을 이방인 프로젝트지만, 그 경험 후 윤종신이 이전과는 또 다른 사람이, 아티스트가 됐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셋리스트의 초반부를 장식한 곡은 가을옷-늦가을-몰린.
이번 공연으로 몇 번 듣고 무심코 넘겼던 노래들을 재발견한 경우가 많았는데 가을옷도 그랬다. 월간 나오면 매번 꼭 플레이리스트에 넣어두고 듣지만 확 꽂혀서 반복했던 노래는 아닌데 이번 공연에서 귀에 착 감겼다.

그 다음은 고백을 앞두고-애니-그리움 축제.
고백을 앞두고와 애니를 설명하면서, '고백'이 얼마나 특별한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누군가를 좋아해도 그 감정을 말로 꺼내 상대방에게 전하는 고백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으니까. 그 두근거리는 감정의 소중함을 느껴본지가 언제적인가.. 생각하며 무대 스크린에 뜬 고백을 앞두고의 가사를 음미하며 노래를 들었다.
애니는 말해 뭐해. 이전 종신옹 목소리 말고 최근 종신옹 목소리로 녹음한 애니 음원 좀 주세요. ㅠㅠ 곡 후반부 '난 널 사랑하고 있어~' 변주해 부르는 거 진짜 너무 좋아하는데 이번 공연에서 들을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이미 만족감 100% 였다.
그리움 축제 역시나 원곡의 호란 버전도 좋아하고 종신옹이 다시 부른 버전도 좋아한다. 이 노래는 가사를 떠올리면서 가사 속 화자의 모습을 그려보면서 듣는 재미가 있다. 늦은 밤 홀로 앉아 떠나간 연인을 그리워하는 장면이 절로 그려지는 노래.

불멍-다중인격-본능적으로
가을옷에 이어 재발견한 곡 '불멍'. 그리고 한때는 사골곡으로 생각했던 '본능적으로'가 새삼 좋아서 히트친 곡은 분명 이유가 있다 싶었다.

내 사람들-이별택시
아니, 내 사람들 이 노래 진짜 뭐에요???ㅜㅜㅜㅜ 가사 이렇게 좋았나. 이것도 종신옹 버전 음원이 절실합니다. 아님 미스틱.. 월간 윤종신 유투브 계정에 내사람들 공연 영상 꼭 좀 올려주세오,,,음원 따서라도 듣게..

너는 참 사랑스런 사람이야 떠났어도
너는 참 잊기 힘든 사람이야 오래도록


이 부분이 마음을 저릿하게 하는 뭔가가 있다.헝....

기다리지 말아요-롱디에 이은 올해 월간 윤종신 10월호 '섬'
음원 발매 전 미리 불러주었다. 공연 전에 미리 가사는 공개했던 터라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갔는데 이 공연의 하이라이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왜냐, 섬은 종신옹이 소극장에 찾아온 관객들에게 바치는 노래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난 내맘대로 섬을 팬송이라 정의내렸음.
종신옹은 대중과 함께 호흡하는 아티스트로 예전에는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시기가 있다고 했다. 그런데 이제는 그것에서 좀 비껴나 자신은 육지에서 조금 떨어진 섬에 머무르고 있는 느낌이라고. 대중들의 관심에 일희일비하는 것에서 벗어나 자신이 지금껏 쌓아오고 구축한 취향대로 노래를 부르고, 그 노래를 들으러 섬에 찾아오는 팬들과 오래 가고 싶다고 했다. (섬이 어떻게 팬송 아닐 수가 있나요오오) 물론 그 섬은 육지에서 5분마다 있는 배편을 타고 쉽게 올 수 있다고 종신스러운 유머를 곁들여 말하긴 했지만 버드맨 부르던 종신옹이 아티스트로서 다음 단계로 넘어 갔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고 보면 가요계에서 한 시대를 호령하던 가수가 계속 활동한다고 해도 늘 관심의 꼭대기에 있는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종신옹 보다 윗세대의 원로가수들도 우리가 대중이라고 부르는 무명의 집단의 관심에서 멀어져도 꾸준히 노래를 하고 공연을 한다. 종신옹도 어쩌면 그 수순을 잘 밟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랫동안 노래를 불러주면 좋겠다.

이와 관련해서 한 이야기가 '월간 윤종신'
월간 윤종신 초창기만 해도 한달에 한번씩 새로운 노래를 만들고 부른다는 게 굉장히 신선한 프로젝트여서 주목을 많이 받았다. 그런데 햇수로 13년차가 되어가니 윤종신이 으레 하는 일처럼 여겨지면서 관심도 이전만큼은 못하다고. 월간 윤종신 유투브에 올리는 신곡의 조회수가 이제 어느 정도 고정적인데, 그 정도의 사람들이 윤종신의 섬에 찾아오는 것 같다고 했다.
더 대단한 건 종신옹은 아직까지 월간 윤종신 작업이 스트레스인 적이 없다고 했다. 이 부분에선 팬으로서가 아니라 그냥 인간대 인간으로서 좀 대단하게 느껴졌다. 매달 하는 작업을 13년째 이어오는데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서 즐길 수 있다니. 이건 어쩌면 창작이라는 작업의 특수성 때문일 수도 있고, 아티스트가 가진 고유의 특권일 수도 있겠지만 성실하지 못하면 그 어떤 아티스트라도 해낼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난 성실한 사람들을 너무 좋아한다. ㅋㅋㅋㅋ
월간 윤종신을 그만두게 된다면 더 이상 노래로 할 말이 없어졌을 때, 일거라고 해서 안심했다. 말많은 아조씨한테 그런 순간은 당분간은 쉽게 오지 않을 거 같다.

관객석에서 '정규 앨범도 내주세요' 라고 했는데 부정적인 답변은 아니었으나 정규는 멀었구나 싶었다. 종신옹 할 말 생기면 바로 월간에다 푸는데 정규로 할 만한 이야기거리가 쉽게 생기지는 않겠지ㅠㅠ(그럼 신치림 2집이라도.. 신치림앨범존버단)

이어서 개인주의-나이-탈진-1월부터6월까지-너어게간다
로 본공연을 마무리했다.
개인주의는 왓챠 제작 '인사이드리릭스'에서 본 내용이 생각났다. 김이나 작사가와 종신옹이 개인주의 노래 가사에 담긴 생각에 대해 나눈 한시간 채 안되는 콘텐츠인데, 한번 보길 추천.
이번 공연은 종신옹과 밴드의 합이 좋았다. 특히 애니에서 색소폰 연주하신 분 진짜 몰린에선 플루트 부시고... 금관악기 마스터신가? ㄷㄷㄷ

앵콜곡은 무려........ 이별의온도!!!
이온 얼마만에 듣는 거지? 앵콜 외침에 종신옹이 '또 하나의 계절이 가고~'하면서 등장하는데 팔에 소름이 소름이. 워낙 다작하는 가수다보니 이건 뭐 부르는 노래마다 '와 이거 얼마만이여' 하고 듣게 된다.
그 다음 곡은 '좋니'
이번 콘서트 첫공연과 둘째날 공연에서 대중들이 잘 아는 유명한 노래 안불러준다고 좀 불만이 나왔던 모양이다.(아니 그럼 그냥 대형콘서트를 가세요) 소극장에 오는 관객이라면 몰린, 애니 정도만 직접 들어도 감격스럽지 않나? 싶은데 취향은 넓고 다양하니까요.. 그래서 전날과 전전날에는 부르지 않았던 좋니를 앵콜곡에 넣은 듯. 좋니는 워낙 유명해서 역주행으로 떴을 때 모든 무대마다 불렀는데 굳이 이런 소극장에서까지 들어야 하나 속으로 구시렁댔지만 간만에 라이브 들으니까 좋긴 했다.ㅎㅎ;;

3.


대망의 막콘.
이날 자리는 1층 4열 7. 저번 공연보다 한줄 앞이었지만 왼쪽 사이드.

친구랑 아침부터 영화보고 여유부리다 급하게 공연장 들어서 숨 돌리고 자리 앉았는데 미라님 볼캡 쓰시고 조용히 들어오시는 것 본 듯 했다. 진짜 아우라 때문에 저절로 시선이 갔다 멋져..

4.

니트조끼 잘 어울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막날 공연 셋리는 22일 공연과 거의 비슷했다. 앵콜곡에서 이별의온도 대신 동네한바퀴를 부름..(미쳣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막날에는 10월호 '섬'이 공개된 후여서 미리 불러주는 선물 같은 느낌은 없었지만 콘서트 덕분에 월간 윤종신 음원이 나오자마자 바로 라이브로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노래 중간중간 들려주는 이야기들도 당연히 이전 공연과 비슷했는데, 훨씬 간결해지고 농담을 더 많이 했다 ㅋㅋㅋ 이별택시 부르고는, "이 ㅅㄲ 이제야 아는 노래 한 곡하네"하는 입모양이 다 보였다고 농담도 하곸ㅋㅋㅋㅋ

앵콜곡에 동네한바퀴 선곡은 정말 기가 막혔다. 나 이별의 온도랑 동네한바퀴 둘다 라이브로 들은 사람 됨 ^_^

종신섬 주민으로 살아갈테니 앞으로도 소극장 공연 더 해주시오~

토요일에 다녀와서 바로 후기를 쓰고 싶었는데 카카오 화재가 티스토리도 먹통으로 만들었다.
티스토리는 이용자가 적고.... 복구도 후순위로 밀렸고....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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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공연 두장 요약

제 몸에 보라피가 흘러요
make it move left and right~

아, 나는 어쩌자고 방탄을 이렇게나 좋아하게 된 걸까?

15일 부산에서 열린 엑스포 유치기원 방탄 콘서트에 다녀왔다. 올 3월에 이어 두 번째 방탄콘서트. (라고 쓰지만 엄연히 이번 공연은 방탄의 콘서트는 아니다) 코로나 때 입덕한 원죄로 입덕한 해와 그 다음해에는 한국에서 열리는 콘서트가 아예 없었는데 그래도 올해는 공연에 갈 수 있는 기회가 2번이나 있었다.

부산 공연은 장소 선정부터 시작해 잡음이 많았기에 팬들의 피로도 또한 극에 달했다. 하지만 아미라면 누구나 예감했듯 이번 공연이 당분간 방탄이들 7명의 마지막 완전체 공연일 수 있기에 무조건 가야하는 공연이었다. 부산 공연 준비와 진행 전반에 관한 욕은 후술하기로 하고...

1.
티켓팅은 역시나 쉽지 않았다. 당연하지, 방탄 공연인데. 안되도 그만인 공연이 아니었기에 퇴근하고 부랴부랴 피씨방을 찾아갔는데 뭐에 홀렸는지 티케팅 시간 20분 남기고 이상한 건물에 차를 댔다. 차를 대고 밖으로 나와서야 그걸 눈치채서 정말 다급하게 다시 차를 몰고 원래 가려던 피씨방에 갔다. 그런데 도착하고 3시간권을 끊고 자리 잡는데도 하세월. 어이구, 할매.
진짜 기적적으로 2~3분전에 겨우 로그인하고 티켓팅에 들어갔다. 내 앞에 몇만이 대기하는 일이야 이제 익숙해~ 싶지만, 중간에 튕기거나 내 차례가 됐는데 포도알이 없다거나 할까봐 전전긍긍.. 피씨방 서버 덕분인지 무사히 들어갔지만 2층 자리는 없었고 3층 구역을 순서대로 누르다가 시제석인지도 몰랐던 구역에 포도알이 많길래 우선 닥치는 대로 예매를 하고 나왔다.
예매 성공한 순간에는 자리 구해서 다행이라는 생각뿐이었는데 뒤늦게 시야가 너무 안좋을 걸 알고 후회를 꽤 함.. 나중에 트위터 들어가보니 시제석 아닌 구역에도 꽤 자리가 남았던 거 같은데 맘이 너무 급했다. 하지만 다시 돌아가도 난 급하게 예매했을 듯, 성격 어디 가냐고,,?

2.
티켓팅 전에 해둔 일은 부산행 기차 예매. 14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조성진 공연 예매를 몇 달 전에 해뒀는데 수서역은 워낙 일찍 매진되기 때문에 미리 예매를 해둬야 했다.(그런데 공연 늦게 끝나서 결국 택시타고 서울역 감 ㅠ)
다시 집으로 오는 열차는 예매를 좀 느긋하게 했는데 원하는 시간이 없어서 예매대기를 걸어둬야 했다. 그래도 예매대기 걸어둔 표는 생각보다 잘 풀려서 예매 순조롭게 한 듯?

3.
공연은 저녁 6시 시작이었는데 1시간 전에 일찌감치 공연장 안으로 들어갔다. 이날 공연 진행이 워낙 엉망이었기 때문에 일찍 들어가는 게 맘이 편했다.
일찍 들어가는 건데도 또 길게 줄을 서야 해서 욕이 턱밑까지 차올랐는데 탁 트인 공연장을 보는 순간 설레는 마음이 더 커졌다. 진짜 나도 노답이구나,,,중얼거리면서 자리를 찾았다.
자리는 생각보다 시야가 좋았다. PTD 서울콘 때보다 무대가 훨씬 가깝게 보였는데(그래봤자 면봉석임) 전광판이 무대 옆에 설치해둔 철물 때문에 가려진 게 아쉬웠다.. 흑..
자리에 앉아 숨도 고르고 아미밤도 꺼내서 어플이랑 연결하고 공연이 시작되기만을 기다렸다.

4.
6시가 되자 10초 카운트다운 시작. 커다란 전광판에 숫자가 뜨니 너무 들떴다. 아미들이 다같이 카운트다운을 힘껏 외치고 전광판이 암전되는 순간! 전광판 화면이 빨간색으로 꽉차고 전주가 흘러나오는데 옆자리 아미랑 “막드? 막드? 막드!!!?!?!?!?!?”

네, 첫곡이 무려 ‘마이크드랍(Mic Drop)’이었답니다. 첫곡을 듣는 순간 전날, 공연 당일의 개고생에 대한 보답을 다 받은 기분. 심지어 그 유명한! 2017 MAMA 막드 공연을 그대로 연출했다. 호석이가 멕썸노이즈~~하고 크게 외치면서 시작했는데 호비 무대 장악력 대단했고, 새삼 또 반했다. ‘막드=정호석’ 그자체. 막드 인간. 우리 정구기는 말할 것도 없구요. 막드의 매력은 몸 부서져라 추는 춤과 사이다 같은 가사인데 이 두 요소가 방탄을 상징하는 거라 막드는 무대마다 유툽에서 모조리 본 터라 더 벅찼다. 이걸 내 두 눈으로 보다니.

윤기가 마이크를 손에 딱 쥐고 진짜 마이크 드랍을 해야되는 순간, 마이크를 떨어뜨리지 않고 다음 무대가 시작됐다. 헉, 달려라 방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올해 신곡으로 나온 yet to come, for youth 그리고 달려라 방탄 가운데 가장 방탄스러운 노래를 꼽으라면 단연코 달방일텐데 활동기간 중 음악방송에서는 불러주지 않은 노래였다. 그런데 이번 공연에서 처음으로 공개한 !!!!!안무!!!!!와 함께.

달방 무대는 그냥 넋 놓고 봤다. 멀리서 봐서 안무 하나하나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데도 이거 하나는 느꼈다. 와 안무 개빡세다. 7명이 한몸이 된 것처럼 추는 군무에 그래 이게 방탄이지 싶었던 무대. (나중에 팬들이 가까이서 찍어 올려준 직캠을 보고 몸져 누웠다)

이어진 노래는 RUN. 진짜 이 세곡만 하고 무대 끝낸다고 해도 힘들 거 같은데 어떻게 초반에 이 세곡을 연달아서 하지? 진짜 방탄 왜 성공했냐고 물어보면 고개 들어 이 공연 보게 해야 된다.ㅜㅜ
내가 정말 좋아라하는 SAVE ME도 불렀다. 호비 파트의 안무를 무척 좋아하는데 아쉽게도 이 부분 안무는 추지 않았지만(나중에 보니 태형이가 살랑살랑~ 춰줬다) 이 곡의 킬링 파트

고마워 내가 나이게 해줘서
이 내가 날게 해줘서
이런 내게 날갤 줘서
꼬깃하던 날 개줘서
답답하던 날 깨줘서
꿈 속에만 살던 날 깨워줘서
널 생각하면 날 개어서
슬픔 따윈 나 개 줬어
(Thank you. '우리'가 돼 줘서)

남준이 랩 부분에 마지막 떼창을 할 수 있어서 행복사. 남주니가 엄지척 해줌 >__<

단체곡의 3곡이 끝나고 이어지는 보컬라인의 00:00와 버터플라이.
00:00은 아미가 되기 이전에 들었어도 바로 빠졌을, 내 취향에 가장 부합하는 곡인데, 사람들의 지친 마음을 달래주는 가사가 너무 탁월하다. 보컬라인들은 목소리 개성이 다 다른데 이렇게 보컬곡에서 잘 어우러지는 것 보면 참 신기하다. 이어지는 버터플라이도 넘 좋았고, 마지막에 정구기가 소리가 줄어든 반주 위에 읖조리듯 부른

아무것도 생각하지 마
넌 아무 말도 꺼내지도 마
그냥 내게 웃어줘

ㅜㅜㅜㅜㅜㅜ그래 정구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보컬라인 나왔으니 다음은? 당연히 랩라겠죠?
보컬라인이 두곡 부를 때부터 마음 한편에 랩라 어떤 곡 부를지 궁금해서 기대감이 무척 컸다. 첫곡은 바로 욱! 내 출근길 최애송. 만원 버스에서 다 부숴버리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는 곡(당연히 아님)이라고 혼자 생각한다. 랩라 세명이 서 있는 거 보면 새삼 너무 든든하다. 남주니, 윤기, 호비 어떻게 이래?
이어지는 곡은 싸이퍼3. 예전에 어느 무대에선가 윤기가 아미들보고 "싸이퍼도 떼창하는 아미들이니 이곡은 당연히 따라하죠~"이런 식으로 말한 적 있는데 방탄만큼이나 아미들,,기세가 대단했구나 싶었다. 싸이퍼 라이브 해 준적이 오래이니 당연히 난 콘서트에서 보는 거 처음. 남주니가 이날로 싸이퍼3는 보내준다고 했는데 가수들 이렇게 옛날곡 하나둘 떠나보내는 거 뭉클하고 귀엽다. (아이유 마시멜로우처럼)
싸이퍼3에서 남준 랩 너무 잘해서 깜놀. 그 많은 가사를 그렇게 정확한 발음으로 부르다니. 윤기는 아미들 좀 그만 꼬시고,,, ㅋㅋㅋㅋㅋ호비는 솔로단독공연 이후 기량이 어마어마해졌다. 이전에도 놀라웠는데 실력은 물론 공연 흐름을 이끌어가는 에너지가 대단했다.

랩라 이후 애들이 준비하러 들어가고 전광판에는 요상한..... 현대로봇강아지가 등장해서 애들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영상이 나오는데 현대 다이내믹스 인수하더니 로봇강아지,,,홍보 열심히 하네. 강아지 너무 안귀엽고, 오히려 묘하게 불쾌한 골짜기가 느껴졌는뎈ㅋㅋㅋ 애들 뒤에 데리고 무대 나오는 연출은 재밌었다.

이어진 곡은 다이너마이트-작은시-버터. 다마는 입덕곡이기도 하고 당시 연말 모든 무대가 다마가 빠지지 않아서 질리도록 들었는데도 안질려. 신선해. 상큼해. 버터는 곡 시작할 때 일렬로 서서 한명씩 나오는 부분 정말 멋진 동선이라 생각한다. 정구기 너무 잘해ㅠ_ㅠ

Ma city-쩔어-불타오르네-아이돌
마시티는 공연 취지를 생각했을 때 빠질 수가 없는 곡. '부산의 바다여~' 지민이 파트 너무 시원하게 들렸다. 공연 끝나고 제일 재생 많이한 곡인듯. 쩔어-불타오르네-아이돌은 그냥 정신 놓고 뛰었다. 재밌어... 소리지르는 공연 최고야....

공연은 이제 끝을 향해 달려가고 Young Forever-For youth가 이어졌다. 영포의 문을 여는 남준 파트는 무대 위에서 쏟아내고 있는 모습을 보아하니 더 몰입이 됐다. 이날 공연에서 남준이가 활짝 웃는 모습을 보지 못해서 마음이 쓰였는데, 더운 텅 빈 무대 위에서 웃던 관객들 모습만 떠올리길 바라.

앵콜곡을 앞두고 멤버들의 엔딩멘트.

호비부터 시작됐는데 보통 호비는 간결하게 멘트를 하는 편이던데 이날은 생각이 많았는지 진심이 담긴 말을 많이 들려줬다. 방탄이들도 서로 믿고, 방탄과 아미도 서로 믿음이 필요하다는 것. 마 당연히 믿지~ 호비가 믿으라는데 안 믿겠냐구~

펌을 한 이후 유독 동동이 같은 지민이는 아미들에게 생일 축하노래를 받았다.(사실 엔딩멘트 직전 멘트에서 받음) 공연 전 지민 최애팬들이 '지민'이 적힌 부채를 나눠주면서 지민 첫 개인멘트할 때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달라고 했었다. 공연 이틀전이 지민이 생일이었음. 그런데 공연 자체가 그동안 방탄이 해왔던 콘서트랑 달라서 그런지 이 타이밍을 아미들 모두가 못잡는 거 같았고 ㅋㅋㅋㅋ 그래서인지 중간에 환복하러 애들 들어갔을 때 관객석에서 생일축하노래 n절 부르기도 했다. 지민이가 멘트하니까 맘이 급해서 냅다~~ 생일축하노래를 불렀는데 멘트랑 섞이면서 조금 엉성할 수 있었던 걸 호비가 너무나도 센스있게 다시 한번 부를 수 있도록 운을 띄워줬다. 호비 진짜 너 천재니?

엔딩멘트 마무리를 늘 맡았던 리더 남준은 이번엔 앉아있는 순서대로 일어나 마지막 멘트를 했다. 자연스럽게 하고 싶어 일어났다고 하는데 남준은 툭 치면 폭포수처럼 그동안의 일들을 쏟아낼 거 같은 얼굴로 말을 아꼈다. 처음으로 무슨 말을 할지 생각하지 않고 무대에 섰다고. 말을 하지 않아도 아미들은 알거라고 하면서 앞으로 자신들의 앞에 펼쳐질 일들에도 자신들을 믿어달라고. ㅠㅠ

그다음에 일어서 정구기는 ㅋㅋㅋㅋ 처음 아무 생각 없이 올라운 남주니형과 달리 자신은 늘 생각이 없다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더니 예사 그 귀여운 말투로 지금껏 함께해온 멤버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이날 팬들이 정구기 이 멘트에 형들 반응을 영상으로 올려줬는데 애들 다 입꼬리가 너무 씨익 올라오더라ㅠㅠ 진짜 방탄 귀여워서 떴다ㅠㅠ

석진이는 이 무대에 서기 직전까지 목 컨디션이 너무 좋지 않아 목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고 고백하면서 무대에 올라오니 목소리가 나오는 게 '아이돌이 과연 천직아닐까?'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라이브 너무 좋았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몰랐다. 멘트할 때 목소리에선 목이 나간 게 조금 느껴지는데 노래할 때는 평소와 같았는데. 고생했어. 이제 곧 싱글앨범이 나온다는 깜짝 발표도 하고. 공연이 있는 주말이 지나고 17일 석진이 군 입대 공지가 나왔는데 팬들은 모두 예견했던 것이라 놀라지 않았지만 입대전 많은 것들을 준비하고 가는 석진이를 보면서 괜히 울컥했다.

다음엔 윤기. 윤기답게 이 시끄러웠던 부산 공연에 대해 한번 짚어주고는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대로 묻어두자고 ㅋㅋㅋㅋ그래 이런 거 짚어줘야 윤기지. 어휴, 진짜 속시끄러운 공연이었다. 정말. 자긴 오래오래오래오래 하고 싶다고 20,30년 뒤에도 무대 위에 있을테니 같이 늙어가자고 했다. 웅, 당연하지.

마지막 태형. 태형이 마지막 멘트 하기 부담스러워서 정말 싫다면서 포문을 열더니 ㅋㅋ 공연 준비하면서 하나 궁금한 게 있었다고. 방탄회식 때 울면서 단체활동 중단한다고 했는데 또 이렇게 공연하는 거 어떻게 생각하냐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 윤기가 옆에서 중단한다고 말한 적 없고, 쓰시는 분들이(기자들이) 그렇게 말한 거라고 정정해줬닼ㅋㅋㅋㅋㅋㅋ 열심히 준비했고 일회성 공연인데도 달려라 방탄 안무도 있고 아미들이 좋아해줄 거라 생각했다고. 이렇게 늘 아미들이 좋아할 거라고 생각해서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하는 태형이 화법 너무 좋아해.

공연은 봄날과 옛투컴으로 마무리됐다. 하 봄날은 21세기 명곡임. 땅땅.


5.
한여름밤의 꿈처럼 딱 하루 열렸던 공연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공연 이틀 후에 애들의 군 입대 계획이 발표됐는데 발표 시점이야 공연 이후지만 결정 시점은 한참 전일 것이고. 남준이가 엔딩멘트에서 아미들이 오늘의 즐거운 기분을 그대로 안고 돌아갈 수 있도록 말을 아낀 이유는 더 분명했다. 3월 무함성 콘서트 이후 방탄이들의 콘서트이고, 당시 콘서트를 코비드 이전의 완전한 콘서트로 보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말 3년만에 한국에서의 콘서트였다. 그리고 이제 당분간 볼 수 없는 방탄 완전체 콘서트.
이렇게 될 걸 모두가 알았기에 엑스포 기원 부산 공연에서 들려오는 잡음은 정말 팬들을 분노케 할 수밖에 없었다.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5732

[문화는 나의 것] 부산엑스포 유치전, BTS가 ‘천군만마’는 될 수 없다 - 미디어오늘

방탄소년단의 부산 엑스포 유치 기원 콘서트 \'방탄소년단 옛 투 컴 인 부산\'(BTS Yet to Come in BUSAN) 공연장이 끊임없는 우려와 논란 끝에 결국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으로 변경됐다. 기존에 공지

www.mediatoday.co.kr

(칼럼 내용 중)
이번 방탄소년단 콘서트는 한국 아미들에게 2019년 10월 열린 ‘BTS 월드 투어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 [더 파이널] 이후 3년 만에 열리는 함성 대면 콘서트다. 지난 3월에 열린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 서울’은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함성을 지를 수 없었던 이른바 ‘박수 콘서트’였다. 여기에 맏형인 멤버 진이 연말 예정대로 군에 입대한다면 방탄소년단 멤버 7명이 함께하는 다음 콘서트는 언제가 될지 기약이 없다.
아미들은 이렇게 소중한 공연 기회를 ‘부산엑스포 유치’라는 대의 앞에 양보한 셈이다. 그나마 공연 좌석 중 가장 좋은 3800석은 국제박람회기구 170개국 회원국 VIP들에게 배정될 예정이니 쓰린 속이 오죽할까. 하지만 부산의 숙박업소들은 대목에 눈이 멀어 팬들의 주머니를 털 생각에 혈안이 됐고, 부산시(혹은 하이브)는 공연장 부지를 선정하면서 공연장을 찾을 10만 아미들의 편의성과 안전은 우선순위로 고려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저 아미들이 방탄소년단에 대한 무한 지지와 사랑으로 부산엑스포 홍보에까지 앞장서줄 거라 기대한다면 착각에 가깝다. K-팝 팬덤이라는 집단은 사람들의 생각보다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

정부가 나서서 방탄 공연 무료로 잡아줄게~ 고맙지~?라고 생각해선 안되는 포인트를 정말 정확하게 설명했다. 다음 콘서트가 기약 없는 상황에서 이 공연이 어떤 의미인데 이 기회를 이따위로. K팝은 이용하고 싶은데 K팝을 구성하는 중요한 부분인 팬덤에 대한 얄팍한 이해와 무지는 고칠 생각도 않고.
공연장 부지 선정, 기획사에게 공연 비용 일체 떠넘기기, 공연 당일의 무질서 등등.. 꼽을 수도 없이 많은 문제들. K B S에서 기획사 비용 떠넘기기로 단독 보도한 다음날 산업부가 반박자료 보낸 걸 봤는데 이렇게 그 반박자료의 atoz를 뜯어고쳐주고 싶은 건 처음이었다. 내가 잘 아는 문제는 이렇게 잘 보이는구나. 진짜 문제가 뭔지.

공연당일도 진짜 개판이었다.


본인확인, 티켓수령, 이벤트 당첨, F&B를 구분 없이 보조경기장에 들여보냈다. 줄만 몇시간을 선건지. 5만명 불러놓고 이렇게 될 줄 몰랐다고 생각하신 건 아니죠? 3월 PTD 서울콘 생각하면 본인 확인하는 부스까지 걷긴 많이 걸었어도 안내가 명확하고 스탭들도 많아서 답답하지 않았는데 이번 공연은 모두가 혼란 속에서 줄을 서야만 했다. 게다가 입장 시간이 빠른 스탠딩석 아미들은 땡볕에 오래 줄을 서고도 6시 넘어서 입장할 수밖에 없었고.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였던 달려라방탄 무대 놓친 건 뭐로 보상할 셈인가?
그나마도 한국인 아미들은 제대로 된 답을 듣지 못해도 스탭에게 물어볼 수나 있었지 외국인 아미들은 그저 눈치로 그 줄을 서야 했다. 엑스포 유치 기원행사면서 왜 외국어 통역 지원 못하는 스탭들을 고용한건지는 말하기도 입 아프다.

공연이 오래 기억에 남은 건 그저 무대가 좋았기 때문에. 이런 환경속에서 치러지는 공연이라면 그냥 관습에 젖어 하던 곡 대충 했을 법한데도 아미들 온다고 새로운 안무까지 배워서 무대를 꽉꽉 채워준 방탄이 멋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미들이 연대해서 숙박비가 폭등하지 않은 숙소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고, 외국어 가능자들이 모여 외국인 아미들에게 통역을 지원하는 모습을 봐서였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69/0000698377?sid=110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BTS 아미들 [삶과 문화]

방탄소년단이 2030부산세계박람회의 홍보대사가 되었고, 엑스포 유치를 기원하는 무료 콘서트가 부산에서 열릴 것이라는 소식에 전 세계 아미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하지만 콘서트 장소가 기

n.news.naver.com


둘!셋!의 '우린 우리끼리 행복할게'가 떠오르는 하루. ㅂㅅ시 더러웠고 다시 보지 말자 ~

피곤할텐데도 라이브 와준 막라대장과 막라

(사진 출처는 사진에 있습니다. 문제 시 삭제할게요)
마지막은 마음 정화용으로 정구기 사진


고1 때 만난 친구 여섯명이서 만든 계모임. 대학교 이후부터 시작된 계모임이니 10년이 넘었다.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으니 평소엔 잘 모이지 못해 연중 1번이라도 다 같이 모이는 자리를 의식적으로 마련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좀 뜸하다 간만에 모였다.
2020년에 갔던 펜션이랑 동일한 장소. 당시엔 2층이었는데 이번엔 1층. 그때와 달라진 건 나이 앞자리의 숫자? 그리고 유부 한명의 탄생?

이렇게 펜션 잡고 놀러가 고기 구워먹는 일도 경력이 쌓이니 일사천리다. 애들 전부 누군가가 부지런히 움직이면 자기도 움직여야 속이 편한 인간들이라 누가 뭘 하자는 말도 없이 때되면 상을 차린다. 그래도 고기 굽는 일만은 전담으로 하는 친구가 있고 나 포함 나머지는 열심히 반찬을 담고 그릇을 나른다. 예전에는 욕심 때문에 무조건 음식을 무조건 많이 샀는데, 그래도 그 욕심이 갈수록 조금은 덜어지는듯? 이번에도 많이 남기고 오긴 했다만..

세종 오면서 평일에는 술을 너무 많이 마시니 주말에라도 술은 입에 안대겠다는 게 그나마 세운 철칙인데 간만에 모인 자리에서 술을 안먹기는 아쉬웠다. 그래서 친구가 조제해준 홍차1 + 소주1 비율의 달달한 맛있는 술만 끊임없이 먹었다. 순수 소주파인 친구 두명은 열심히 소주를 마시고, 나머지는 다 홍차소주만 드링킹.

고기도 맛있고, 6만원어치나 사온 밀치회도 너무 맛있고. 눈 앞에 보이는 바다와 멋진 하늘도 눈안주가 되니 절로 분위기가 무르익었는데 친구 한명이 그간의 힘들었던 회사일을 털어놓으면서 펑펑 울었다. 지나가는 말로 퇴사 이야기를 했지만 제대로 듣는 건 처음이어서 놀랐고 안쓰러웠다. 그거 듣는 다른 친구도 덩달아 울음바다. 이 광경에 나머지는 웃음이 터졌다 ㅎ... 미안하다..

나는 술을 마셔도 속이 안좋아지고 욕지기가 올라올 뿐 '취중진담'이란 걸 잘 못하는 성격이라 부럽기도 하다. 근데 이건 술먹어서가 아니라 원래 성격이 좌우하는 게 큰 듯. 친구 이야기 들으면서 "나도 회사 싫은 데 내가 싫어하는 이유는 뭐지?" 곰곰 생각도 해봤다. 사실 적당히,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월급받고 어느 정도 인정받으면서 다니고 있는데 왜이렇게 매일 답답한 걸까? 같은 직종에서 제대로 일을 하는 타사 친구들을 보면서 느끼는 부러움? 나는 그러고 있지 못한다는 좌절감? 이런 거 때문일까.. 알 수 없다.

원래 12시 넘어서까지 놀고 마시고 하는데 이날은 다들 술을 꽤 달렸는지 일찍 뻗었다. 체력 좋은 친구 한명만 '제발 자지말고 술 마시자'고 애원했으나.. 난 술 안마셔도 12시 넘어서까지 깨있는 게 힘든 인간. 외면하고 바로 잤다.

다음날은 말할 것도 없이 다들 초췌한 몰골로 펜션을 정리하고 짐을 챙겼다. 이게 30대의 체력? ㅠㅠ 하는 일도, 취향도, 사는 양태도 전부 다 다른 6명이 지금껏 인연의 끈을 놓치 않고 있다는 게 새삼 신기했던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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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구독하고 있는 영화 계간지 <프리즘오브>에서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한 음악콘서트 초청권 이벤트를 열었다. 프리즘오브 정체성과 너무 잘 어울리는 이벤트였다. 생각보다 세종에서 제천이 멀었다만은, 다음날이 광복절 연휴라 맘편히(사실 그 다음날부터 휴가였음) 신청했다. 이 포스팅을 적는다는 건 = 당첨됐다! 는 뜻이겠죠? 헤헿..

그렇게 또, 무주산골영화제 때 체력 없어서 끙끙 앓았으면서도 또 또 또! 영화제 체험을 떠나는 나와 친구..

초청권 이벤츠에 당첨된 건 14일 일요일 저녁 스필버그 감독의 <E.T>의 음악콘서트였다. 음악이 좋은 영화를 골라 상영과 동시에 영화에 삽입된 음악을 오케스트라가 영화에 맞춰 연주해주는 방식의 콘서트다.

그래도 이번엔 무주영화제의 경험을 교훈 삼아 무리해서 영화를 보지는 않기로 했다. 음악콘서트가 예정된 날에도 일찍부터 제천을 찾지 않았다. 음악콘서트는 저녁 8시에 비행장 무대에서 열리는데 그에 맞춰 제천으로 향했다.

영화를 보기전에 해야할 일이 있었다? 그건 바로?

군침 싹 돌쥬(루피버전)
크으..

제천 맛집에서 저녁을 먹어야죠ㅎㅎㅎ
'고향이야기'라는 식당이다.
https://map.kakao.com/

 

카카오맵

당신을 좋은 곳으로 안내 할 지도

map.kakao.com

식당 바로 옆에 주차장이 꽤 크게 있다. 못보고 그냥 길거리에 차를 댈 뻔...

곤드레 솥밥 2개와 감자전을 시켰다. 식당 후기에 감자전 극찬글이 꽤 많다. 금방 부쳐 바삭바삭한 감자전이 맛없기도 또 쉽지 않잖아요? 실제로도 굉장히 맛있었다.
곤드레 솥밥도 다양하고 맛있는 반찬과 함께 먹으니 꿀맛. 신기했던 건 솥밥인데 솥밥 그대로를 내 주지 않고 주방에서 솥밥의 밥을 미리 덜어내 준다는 점이다. 뜨거운 국물 부어 숭늉먹는 게 솥밥의 맛인데 솥밥 안주니 아쉽다~고 생각했는데 밥을 다 먹어갈 쯤 곤드레가 동동 떠다니는 숭늉 그릇을 건네주신다.

사실 이번 영화제의 가장 큰 걱정은 쓰레기같은 체력보다는 폭우였다. 바로 전주에 중부지방을 강타한 폭우로 난 잔뜩 쫄보가 돼 있었고, 운전해서 제천까지 가는 길에도 비가 너무 많이 오면 어쩌지? 걱정을 했다. 다행히도 제천 가는 길에는 잔뜩 흐렸지만 비가 안와서 안심했는데 문제는 저녁밥을 다 먹어갈 즈음 창밖을 내다보니 꽤 세찬 비가 내리고 있었던 것...흑...

비행장무대에 설치돼 있던 조형물

음악콘서트는 지정좌석제가 아니었기에 일찍 가서 자리를 잡으려고 한시간이나 일찍 비행장무대에 갔다. 그런데 빗줄기가 점점 거세지는 것이 아닌가.... 티켓 수령할 때 '이렇게 비가 오는데 공연 진행하나요??'라고 물어봐도 '폭우가 아니면 킵고잉~~(이런 워딩은 아니었음 당연)' 이래서 불안한 맘을 잔뜩 안고 공연장으로 입장했다.


근데요.. 폭우 잖아요.. 선생님들..

영화제 측에선 우비를 하나씩 나눠줬고, 공연장 안에서 우비를 입고 있어도 의자에 깔라며 또 우비를 하나씩 건네줬다. 공연 시작까지 시간이 한참 남았는데 무대 앞이라고 해도 위에 천막 없이 버틸 재간이 없어서 무대 중간 쪽 천막 밑에 자리를 잡았다. 비가 제발 그치기를 바라는 마음과는 달리 빗줄기는 정말 점점점점 거세지고.. 천막 위에 고인 빗물이 한꺼번에 흘러내려 등을 흠뻑 적시는데도 이미 비를 너무 많이 맞아서 별로 동요하지도 않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영화제 공식 인스타 댓글을 통해 이 공연이 계속 진행되는지를 체크했지만 비가 시간당 20mm 이하로 올 경우엔 계속 한다는 방침을 바꾸지 않았다. 흠..
시시각각 변하는 영화제 상황을 인스타를 통해 공지하는 것도 맘에 안들었는데 -인스타 안하고 영화 좋아하는 사람들은 존재하지 않나요?- 비가 무서울 정도로 내리는 와중에도 공연 취소 결정을 내리지 않아서 의아했다. 결국 예정된 8시가 되자 우천으로 인해 공연 시작 시간을 30분 늦추겠다는 공지가 나왔다. 이렇게 또다시 30분 비맞는 수행 시작..

근데 웬걸, 30분이 될 무렵 비가 거짓말같이 그쳤다.
천막에서 나와 공연장 가운데 부분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사진에 보이는 저 무대에서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하면 가운데 화면과 좌우 작은 화면 2개에서 영화를 송출하는 시스템이다. 문제는 말입니다. 가운데 화면의 자막은 오케스트라 위에 설치한 천막으로 아예 보이질 않고 좌우 영상은 자막 크기가 작아서 답답했다. 원래라면 더 짜증날법도 했겠지만 한시간 넘게 비를 맞고 앉아있다 보니 이 상황에서 공연을 하는 게 어디냐 싶었다.

그러나, 하지만, however, 可是,,,,

영화 상영 한시간이 지날 무렵 빗줄기가 다시 거세졌다. 기다리는 동안 내렸던 비처럼 엄청나게 쏟아졌고, 갑자기 지휘자가 냅다 마이크를 잡고 "쏘리~" 하더니 공연이 중단됐다. "???????" 관객들 모두가 박수를 쳤고 하나둘 공연장을 떠나기 시작했다.

말도 안되는 상황에서 한시간이나 공연을 끌어온 연주자 및 지휘자 분들의 노고를 생각하면 갑작스러운 취소 결정은 십분 이해할 수밖에 없다. 또 악천우라는 게, 특히 요즘처럼 한시간 후 일기예보조차 틀리는 상황에선 영화제 측도 어쩔 수 없었겠지.

그런데 그 진행방식이 너무 하나같이 별로여서 화가 많이 났다 ^_^;

그렇게 허탈하게 공연장에서 빠져나왔고 다음날 기약.. 

 

2.

15일 월요일 아침! 

친구 고모가 만들어주신 아침

이날은 원래 영화 한편 정도 보고 돌아가려고 했다. 전날 음악콘서트가 어영부영 취소되지 않았다면 계획대로 했을텐데. 음악콘서트를  제대로 못 봤다는 아쉬움 때문에 다른 영화라도 제대로 챙겨봐야지 싶었다. 그래서 이번 제천영화제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서 진작에 매진이 됐던 영화들의 취소표를 줍줍하기 위해 예매페이지를 무한 새로고침하고...

 

소나타

첫번째 영화는 바르토슈 블라스케 감독의 <소나타>

 

폴란드 영화고, 우리나라에서는 개봉한 적이 없는 영화다. 

 

주인공 그레고리(Grzegorz)는 자폐 판정을 받고 자폐인들이 다니는 학교에 다닌다. 하지만 그곳에서마저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그레고리 부모는 아들에게 개인 교사를 붙여가면서 아들을 교육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새로운 개인교사는 그레고리의 행동 패턴을 통해 그레고리가 자폐가 아닌 청각장애를 가졌다는 것을 눈치챈다. 부모에게 그레고리의 자폐진단이 제대로 된 것인지 다시 한번 병원에 가볼 것을 권유한다. 

그렇게 찾아간 병원에선 그레고리가 자폐가 아닌 청각장애를 앓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한다. 부모는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지만 그것도 잠시. 하지만 청각장애에 맞는 양육과 교육을 놓쳐온 그레고리는 어느 학교에 다녀야할 지부터 막막하다. 그런 그가 사랑하는 것이 바로 음악, 피아노다. 

 

실화 기반 영화고,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는 실제 인물의 피아노 연주 장면이 나오는데 소름이 돋는다.

처음엔 청각장애를 자폐로 진단한 어처구니 없는 오진이 그레고리에게 앗아간 시간들이 안타까웠다. 영화를 계속 보다보면 그레고리를 둘러싼 가족들(특히 부모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는 그레고리의 동생), 음악교사들의 존재가 대단해 보였다. 

 

웃겼던 장면

청각장애 판단 이후 자신이 모든 것(언어습득부터 해서)에서 뒤처졌다고 느낀 그레고리가 아빠를 원망하는 장면.

이렇게만 보면 무거운 장면일 것 같은데 그레고리가 처음으로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꺼내는 장면이고, 아빠의 어버버 답하는 모습이 너무 웃겼다.

 

그런데 어떻게 극장에서 상영 도중 스크린을 찍을 수 있었나????

ㅎ....

<소나타> 상영이 한시간쯤 지났을무렵 비상벨이 시끄럽게 울렸다. 처음엔 오작동이겠지, 곧 꺼지겠지,, 싶었는데 비상벨은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꺼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관객들도 웅성웅성대기 시작. 실제 상황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나를 포함 관객들 하나둘 밖으로 쏟아져 나오니 상영장 밖은 더 아수라장. 

스탭들도 상황 인지가 전혀 안되고 있어서 난리통이었다..어휴..ㅋㅋㅋㅋㅋ 

실제 상황은 아닌듯해 다시 상영관 안으로 들어와 앉아 기다리니 영화관이 있는 건물 공사 중에 문제가 생겨 비상벨이 오작동했다고 한다. 그렇게 이틀 연속 겪지 않았으면 좋았을 해프닝을 겪고, 영화는 멈춘 시점에서 다시 시작됐다.

 

 

<소나타>가 끝나고 본 다음 영화는 <나씽 컴페얼즈>였다. 

 

영화제의 이름에 걸맞게 이 역시 음악영화였고, 신기하게 이것도 실화 인물을 기반으로 한 다큐멘터리였다. 

시네이드 오코너라는 아일랜드 출신의 가수를 다룬다. 가수로서의 시작 이전부터 어떻게 가수로서 성장을 거뒀고, 또 어떤 일을 계기로 대중들에게서 멀어졌는지를 기록했다. 

내 세대의 가수가 아니라 사실 노래도 잘 모르고, 이름도 모르는 가수였는데 그녀가 2000년대 초반에 겪은 일들의 패턴은 그렇게 새로워 보이지 않았다. 정치사회적 문제에 주류와 다른 목소리를 냈을 때 어떤 부메랑이 돌아오는가. 또 그게 여성이었을 때는? 

 

영화가 끝나고는 영화 제작PD가 참여하는 GV가 있었다.

질문을 정말 제한적으로만 받았는데(오직 영화 제작에 관한 것만 물어달라는 사전 주문이 있었다) 제작 과정에서의 일화들은 풍부하게 대답을 해줘서 좋았다. 왜 질문을 엄격하게 골라내려고 했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https://place.map.kakao.com/10554861

 

송어골

충북 제천시 청전대로 148 (청전동 47-6)

place.map.kakao.com

 

영화 두편을 기분 좋게 보고 저녁을 먹으러 송어회로 유명하다는 송어골로 왔다.

도로 바로 옆에 붙어 있는 가게인데 오픈시간에 맞춰갔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손님이 아무도 없었는데 회를 몇 점 먹다보니 손님들이 꽤 들어왔다.

송어회는 1.5kg을 주문했고(메뉴판에는 1kg 단위 뿐인데 이렇게도 주신다) 회와 곁들일 비빔야채도 따로 주문을 해야 해서 비빔야채도 2개를 시켰다. 사실 주인아주머니께서 "2명이면 이렇게 이렇게 주문해서 먹어~~" 라고 해서 그대로 주문했다. 또 아쉬울 거 같아서 매운탕도 함께 주문. 

이제 막 영업 시작이었는지 음식 나오기까지는 한참 기다렸는데 공복을 반찬 삼아 더 맛있게 먹었다. 연어 빛깔과 비슷한 송어회는 연어보다는 더 투명하고 영롱한 색이었는데 민물고기 특유의 맛이 나는 게 신기했다. 비빔야채를 돈 주고 먹어야 한다는 불만섞인 리뷰도 꽤 봤는데 양이 꽤 많고 맛있어서 돈 주고 시킬 만하다. 그냥 송어회만 먹는 것으면 너무 밋밋했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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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6일 무주산골영화제 마지막날!

고백하자면 전날 집에 돌아와 다음날 무주에 다시 갈 것인지 고민을 꽤나 진지하게, 길게 했다. 너무 피곤했기 때문(영화제 후기에 피곤이라는 단어를 이렇게 많이 적는다, 나참) 가는 건 문제가 아닌데 다시 돌아오는 길, 또 그다음날 출근 가능할까...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가 결국엔 가기로 결심. 여러 이유 가운데 하나는 하마구치 류스케의 단편을 여러 개 묶어 상영하는 기회를 놓칠 수 없었기 때문. 그렇게 긴 고민 끝에 다시 아침 일찍부터 무주로 향했다!

1.

캘러미티 제인
캘러미티 제인

마지막날 첫번째 영화는

<캘러미티 제인>이라는 애니메이션.
미국 개척시대, 여자가 바지를 입는 것조차 사회통념상 허락되지 않은 시절 남성과 어깨를 견주며 서부 개척에 힘을 쏟는 실존인물 '캘러미티 제인'의 성장기를 다룬 영화다. 영화 작화가 멋있고 무엇보다 내용이 흥미진진하다. 성장기 답게 크고작은 고난을 주인공이 거뜬히 넘어가기 때문에 답답함 없이 볼 수 있다. 캘러미티 제인이란 인물이 존재하는 것은 영화 감상 후 검색하다 처음 알았다; ㅎ 이 인물을 소재로 한 영화들도 이미 꽤 많더라.

+) 캘러미티 제인을 보기전, 하마구치 류스케 영화 현장예매를 위해 줄을 섰는데 우리 앞에 손녀와 함께 영화제에 온 할머니 한분 계셨다. 무주군민이신 듯한데 동네에서 시끌벅적한 영화제를 하니 손녀에게 좋은 경험을 선사해줄 마음으로 오셨는데, 영화가 워낙 낯설다보니 직원에게 추천을 받고 싶어 줄을 서신 것인데.. 이런 예매창구에서 영화 추천을 과연 해줄까? 반신반의했는데, 담당 직원분이 너무나 친절하게 아이의 연령대에 맞는 영화(-> 캘러미티 제인이었음)를 친절하게 설명해주신 걸 보고 괜히 갬덩이었음...

2.

캘러미티 제인을 보고 점심먹으러 가는 길. 비가 그친 후 날씨가 무척 좋았다.
콩국수와
모두부
유정언닌 들깨순두부찌개

점심은 영화제가 열리는 곳과 엄청 가까이 있는 식당 '콩수레두부'에서 먹었다.
첫날부터 오고 싶었던 곳인데 줄이 줄이,,, 너무 길어서 이내 포기했는데 마지막날에는 다행히 별로 기다리지 않고 들어갈 수 있었다.
밖에서 보이는 것 이상으로 식당 안쪽까지 자리가 꽤 있었다. 밀린 주문들이 좀 많아 기다리다가 맛있게 먹었다. 모두부 엄청 맛있었다.

점심 먹으러 가는 길에 찍음
왕크니까 왕멋있다
전여빈 배우 향수
오오~ 나도 이 브랜드꺼 쓰는뎅~

점심을 먹고 나서 다음 영화까지 시간이 꽤 남았다.
주말에 둘러보지 못한 전시공간을 둘러봤다. 이번 영화제 넥스트배우로 선정된 인물이 전여빈 배우여서 지금까지의 필모와 사진들, 촬영현장에서 쓰는 소품, 의상들을 전시해놓은 공간이 있었다. 전여빈 배우 하면 떠오르는 작품은 멜로가 체질?이 나에겐 대표작인데. 상견니 한국판에도 황위쉬안(이자 천윈로)로 나온다고 하니 아마 이 작품도 챙겨보지 않을까.

3.

하마구치 류스케 시네마토크
하마구치 류스케

아기다리고기다리던 하마구치 류스케 단편선 시간이 왔읍니다~~
이번 영화제에서 풀타임만큼 기대됐던 영화였다. 하마구치 류스케를 그렇게 잘 아느냐?하면 그건 아니지만,, 최근 그의 작품들을 꽤 봐서 기대되는 건 당연했다. 게다가, 원래 사람이란 단독상영, 특별상영 등에 끌리는 법이니.. 쉽게 볼 수 없는 하마구치 류스케 단편작들을 보여준다고 해서 티케팅할 때 1순위로 했었다.

6일에 상영한 하마구치 단편선은 <영원히 그대를 사랑해>, <섬뜩함이 피부에 닿는다>, <천국은 아직 멀어> 순으로 보여줬다. 한달 지났다고 제목 기억안나서 프로그램북을 다시 폈넹 ㅎ

<우연과 상상>도 단편 3개를 이어 보여주는데 이건 감독이 단편을 묶어 하나의 영화에 '우연과 상상'이라는 제목을 붙여줬지만, 이건 독립된 영화 각각을 영화제가 골라서 보여준 것이니 좀 다른 맥락이기는 하나 <우연과 상상>을 볼 때와 비슷한 인상을 받았다.
왜냐?! <우연과 상상>도 가장 재밌었던 작품은 가장 첫 단편인 <마법>이었고, 가장 마음을 울린 건 마지막 단편 <한 번 더>였는데 이번에도 첫번째 작품이 재미로는 최고였고, 마지막이 찡했다.

가장 재밌었던 작품 <영원히 그대를 사랑해>. 캐릭터 간 긴장감이 팽팽하고, 대화도 찰져서 지루할 틈이 없다. 아 근데 단편이긴한데 58분임 ㅎ..

<섬뜩함이 피부에 닿는다>는 솔직히 이해 못했다. 대체 이게 머고,, 이것도 54분에 달했는데 대체 뭘 말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어서 보기 힘들었음. 심지어 이 영화가 끝나면 이 영화는 <홍수>로 이어진다는 자막이 뜨는데 문제는 <홍수>는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영화라는 것..

<천국은 아직 멀어>는 마음을 울렸다. 우연과 상상에 나왔던 배우가 이 영화에도 나와서 재밌기도 했다.
어릴 적 살인사건으로 언니를 잃은 동생이 사건 이후 시간이 한참 흘러 언니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찍기 위해 언니의 주변인물들과 접촉한다. 그 가운데 언니와 전혀 연이 없는 독신남을 찾아가는데, 알고 보니 이 독신남은 죽은 언니의 영혼과 함께 살고 있고 가끔 이 남자의 몸에 언니가 들어가기도 한다. 동생은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면서 독신남의 몸으로 들어간 죽은 언니의 혼과 대화를 나누는데, 남자의 말을 믿지 못하면서도 언니에 대한 그리움에 언니와 대화화며 울음을 겨우 참는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이렇게 자기 인장 뚜렷한 감독의 단편을 보게 되서 무척 좋은 시간이었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류스케 관련 책도 팔았는데 그 중 한권을 샀다.(물론 아직 안읽음;)


류스케 영화를 보고 나왔는데도 아직 해가 지지 않았다. 여름이 성큼 다가왔다.

집에 돌아가는 길은 멀고, 힘들고, 지쳤지만 또 언제 이렇게 3일 내내 영화를 보겠어~ 것도 양질의 영화를~ 하는 마음에 뿌듯했던 연휴였다.

+) 산골프로그래머의 마지막 편지
- 영화제 전부터 프로그래머가 홈페이지에 올리는 이 짤막한 글이 좋았는데 영화제가 끝나고도 마지막 편지라는 이름으로 적어주었다. 마지막 편지를 읽어보면 알겠지만 7년간 계속해 온 '프로그래머의 편지'도 올해가 마지막이라고. 처음 보는 사람은 아쉽지만 다 뜻이 있겠쥬?

http://mjff.or.kr/kor/artyboard/mboard.asp?Action=view&strBoardID=FVMI_0UK8&intPage=1&intCategory=0&strSearchCategory=|s_name|s_subject|&strSearchWord=&intSeq=5770

무주산골영화제

영화제, 무주, 산골영화제, 무주산골영화제

mjff.or.kr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도 알고 있었다. 무주산골영화제가 점점 더 많은 젊은 관객들이 찾는 젊은 영화제가 되고 있다는 것을. 외지의 자식들이 명절이 아닌데도 영화제 기간이 되면 무주에 오려고 한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난생처음 영화의 엔딩 크레딧을 보았다는 무주 군민도 생겨났다. 무주의 젊은 공무원들과 청년들은 영화제를 기다린다고 했고, 무주에 오는 젊은 사람들을 구경하기 위해 영화제에 오는 주민들도 많다고 했다. 영화제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애정하는 주민들도 점점 많아졌다. 영화제가 개최되면 무주 읍내와 무주군의 주요 공간들은 젊은 관객들의 발걸음으로 분주해졌고, 그들의 열기로 들썩거렸다. 재료가 떨어져 저녁 장사를 제대로 못 했다는 식당과 페스트푸드점들에 대한 소식도 들려왔다. 볼 때마다 장사가 되지 않는다던 먹거리 부스 운영자들도 말과는 달리 하루종일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

무주는 정말 작은 지역이고, 작년 서울에 있을 때만 해도 무주산골영화제는 가고 싶어도 가기가 엄두가 안나는 공간이었는데 이 곳에서 10년째 영화제를 이끌어온 분들이 좀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영화제 곳곳에서 목격한 장면들을 보면, 이런 행사가 지역주민들과 동떨어져 있지 않다는 걸 느낄 수 있어 좋았다. 내년에도 기회가 된다면 참석해야지!

6월5일 일요일, 폐막일 전날이지만 우리에게는 영화제를 찾은 두번째날.
무주에 숙소를 잡은 덕분에 아침에 여유롭게 눈을 떴다. 하지만 영화를 집중해 보는 건 정말 체력적으로도 쉽지 않은 일임을 다시 한번 느끼면서 (+ 나이의 실감) 숙소를 나왔다.

1.

일요일에 예매해둔 첫번째 영화는 폴 토마스 앤더슨의 <마스터>. 유명한 감독이 만든, 기라성같은 배우들이 출연하는, 그 유명한 영화!! 지만 친구와 나 둘다 안봐서 별 이견도 없이 예매했다.

PTA 감독의 &lt;마스터&gt; 상영후 이어진 시네마토크

그런데 말입니다..
내가 피곤해서 그런건지 영화의 강도가 강강강강강의 연속이어서 그런건지, 체감상 시간이 빨리 가는 영화는 아니었다. 보기에 힘든 영화라는 표현이 내게는 더 잘 맞는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주연배우의 열연과 영화가 주는 줄거리의 강렬함은 정말 엄청나다.

주연배우인 호아킨 피닉스와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은 정반대되는 연기톤을 보여준다. 호아킨 피닉스는 영화 <조커>에서 분했던 역할의 일부를 이 영화에서 먼저 보여준건가? 싶을 정도로 개성 강한 캐릭터를 연기한다. 온몸과 얼굴을 다 써가면서 연기를 해야 하는 역할인데 보는 사람도 이렇게 체력적으로 힘든데 연기를 하는 당사자는 어떨까 궁금했다. 반대로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은 상대적으로 정적이고 차분한 역할이지만, 호아킨 피닉스가 연기한 프레디를 기로 눌러야 하는 연기를 해야 한다. 그러니까 결코 만만치 않은 연기를 했다고 봐야 한다.

줄거리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일부러 조금의 스포도 피하고 영화를 봤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서야 영화 제목이 주는 의미에 무릎을 탁 침ㅋㅋ 사실 랭케스터(세이모어 호프만)가 일종의 사이비 교주의 교단이라는 점도 영화가 한참 흘러서야 눈치챘다. 그 전까지는 프레디의 기행과 엽기적인 언행 등에 더 포커스가 가다보니 랭케스터가 왜 프레디를 자기 무리(?)에 자꾸 낑겨넣으려는지 가늠도 가지 않았다.

시네마토크는 배우들의 연기에 관한 것이었는데.. 영화보느라 지치기도 했고 연기보다는 각 장면장면에 대한 해설과 설명을 듣고 싶은 영화였어서 그런지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ㅠ 풀타임보다 더 해설이 필요한 영화였는데 너무 오래된 영화라 그런지 나처럼 영화 해설에 대한 수요는 별로 없어서 연기를 주제로 잡았나?는 생각도 들었다.

+) 그리고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을 PTA로 약칭해서 부르는지도 이날 첨 알았다 ㅎ

2.

이날 점심은 롯데리아 ^_^;

무주까지 가서 롯데리아 햄버거를 한끼 식사로 먹는 사람이 있다???흑....

이날 영화제 부근의 식당이 죄다 문을 닫아서(일 휴무인 식당들) 겨우겨우 문 연 곳을 들어가면 재료소진, 아니면 겁나 긴 웨이팅...으로 어쩔 수 없이 롯데리아에 갔다. 햄버거 자체도 오랜만인데 롯데리아는 정말 더 오랜만..

3.

꺄~ 이 사진속 모든 분들이 좋았다
프로그래머님(젤 왼쪽), 어제 풀타임 상영 전에 보고 두번째
아 진찌 너무 좋았다고요..

권하정, 김아현 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 <듣보인간의 생존신고>.

친구가 먼저 보자며 예매를 하기도 했지만, 다영이가 좋아한다고 열변을 토한 가수 이승윤씨의 이름이 영화 줄거리에 있길래 나도 엄청 궁금했다. 이번 영화제에서 이 영화처럼 덕질을 주제로 한 영화 <성덕>도 끌렸지만 그건 다른 영화와 시간이 겹쳐 아쉽게도 못보기도 했고..

다큐멘터리 줄거리는 이러하다. 사진속 젤 오른쪽(내 기준)이 권하정 감독, 가운데에 앉아계신 분이 김아현 감독.

영화를 전공한 권하정 감독님은 졸업 후 전공과는 상관없는 직장을 다니는데 여러가지 힘든 일이 겹쳐 침체기를 겪다가 김아현 감독이 알려준 이승윤씨의 노래를 들으며 큰 위로를 받고 회복한다. 그러던 중 이승윤씨의 노래에 맞춰 뮤비를 제작하기로 결심, 그에게 이를 제안하기 위해 먼저 기발매된 곡인 '무명성 외계인'의 뮤비를 제작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무명성 외계인' 뮤비와 제안서를 이승윤씨에게 전달하고, 조마조마하며 기다리던 두 감독님(+ 친구분들)에게 이승윤씨는 본인이야말로 큰 감사와 영광이라고 답장한다.(정확한 워딩 아닐 수도 있음)

뮤비를 찍을 노래는 바로 당시 기준 곧 발매를 앞두고 있던 '영웅수집가'. 그때만 해도 이승윤씨는 영웅수집가가 담긴 앨범이 성공하지 못하면 가수로서의 꿈을 접겠다고 마음을 먹으며, 마지막 투지를 불태우고 있었다.(싱어게인 출연 전)
가수의 승낙과 함께 본격적인 뮤비 제작이 들어가고, 뮤비 제작을 하면서 이 전 과정을 다큐멘터리로도 만들 계획이 있던 이들은 한편의 뮤비와 함께 다큐멘터리에 들어갈 영상도 함께 찍는다. 하지만 영화를 전공했어도 뮤비 제작 경험이 처음인 그들은 여러 우여곡절을 겪을 수밖에 없는데,,,,,,,,

내게 이 영화의 출발점은 이승윤씨였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뮤비를 만들기 위해 애썼던 이들이 마음에 남는다. 영화는 코믹과 감동을 함께 가져가는데 코믹은 이 다큐멘터리에 출연하는 감독님들 매력 자체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내 나이 또래들(선생님 양심 있으세요?)이라 그런지 코드가 맞아서 더 웃길 수도 있지만 이번 영화제에서 가장 많이 웃음을 터뜨린 영화였다. 무명성외계인 뮤비 찍는 장면부터 웃김ㅠ_ㅠ

감동 코드는 사회초년생들의 고군분투기에 있다. 나는 대학 때문에 서울살이를 시작했는데 서울이라는 넓디넓은 공간에서 무서운 공간을 꼽아보라면 동대문 밀리오레를 하나로 들 수 있다. 옷장사 경력만 수십년인 분들과 아직 고등학생티를 벗어나지 못한 내가 흥정을 하면서 옷을 사는 일이란 내 돈 쓰면서 기 눌리는 일 그 자체였기 때문에... 이 영화에서도 감독님들은 어린 얼굴로 그 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과 몇번이고 마주하며 실랑이를 해야 하고 협상을 해야 했다. 예의있게 대하면 상대방도 예의를 다해주면 좋을텐데 그 기대는 번번이 벗어나기 마련이고.. 하지만 꿋꿋이 이겨내고 원하는 결과물을 손에 얻어 낸다!

뮤비에 등장하는 소품 하나, 장면 하나하나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다큐를 통해 보고나니 영화가 끝난 후 찾아본 뮤비에서의 모든 장면들이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된다. 영화에서 이승윤씨의 말대로 '이 정도의 퀄리티는 상상하지도 못했다', 나도.

영웅수집가 뮤비를 찍고 난후에 이승윤씨는 싱어게인이라는프로그램을 통해 이름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게 된다. 나 역시 싱어게인을 통해 이승윤씨를 알게 된 사람 중 한명이라 그런지 그 전부터 이렇게 다양한 스토리를 쌓아온 그에게 놀라게 된다. 그런 사람을 알아본 두 감독님들도 대단하고.

감독님은 이 영화가 이승윤씨의 이름에 기대지 않길 바란다고 했는데, 영화는 정말 이승윤씨에 기대지 않고 오롯이 서 있다. 내년에 정식 개봉한다고 하는데 많은 관객들이 찾아주었으면 좋겠다.

영화는 영화 자체로도 좋았는데 끝나고 이어진 감독님들과의 대화가 정말 너무너무 좋았다. 영화 자체가 워낙 유쾌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던 터라 관객들에게도 유쾌한 감정이 번져서인지 감독님들에게 던지는 질문 하나하나가 예쁘고 상냥하고 따뜻했다. 무엇보다 이 GV를 이끌어간 평론가님의 진행솜씨가 엄청나서 감탄에 감탄을..

결국 한달이 지나서 쓰는 뒤늦은 무주산골영화제 후기.

6월초, 사흘간 무주산골영화제를 찾았다.

 

지난해에도 가고 싶었던 영화제였는데 코로나 상황으로 표를 제한적으로 팔다 보니 티켓팅에서 광탈하고는 맘을 바로 접었었다. 올해는 다행히 거리두기가 많이 풀려 작년보다는 훨씬 예매가 쉬었다. 

무엇보다 올해는 무주산골영화제가 10년차를 맞은 해. 기념비가 되는 해이다 보니 볼거리가 더 풍부할 것이란 기대감이 컸고, 5월부터 하나둘 올라오는 영화 라인업을 보면서 이번엔 꼭 가봐야지 싶었다.

 

무주산골영화제는 프로그래머가 영화제 시작 전에 정기적으로 올해 영화제에 관한 글을 써 홈페이지에 올리고 뉴스레터로도 보내준다. 그 글을 보니 무주산골영화제는 원래 무료로 진행됐는데 올해부터 유료로 전환됐단다. 영화제 규모가 커지거 이를 찾는 관객들이 많아졌고, 영화제 방향성을 새로 잡아가야 할 시기라는 설명이 있었다. 이에 맞물려 영화제 측에서도 올해 새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였는데 GV에 평론가나 작가, 기자 등을 불러 영화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토킹시네마가 그것이었다. 

영화별로 예매를 진행하다보니 어느 요일에 관객일 몰릴지도 영화제 측에서 보다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점도 새로웠다. 유료 전환이 단순히 수익 측면에서만 생각할 게 아니라는 점에서! 프로그래머는 나와 친구가 영화제에 간 첫날인 4일 영화 예매율이 가장 높다고 했는데,  4~6일을 참석해보니 역시 4일이 관객들이 가장 많았다.

 

무주산골영화제는 4일부터 6일까지. 3일을 연달아 갔다. 30대의 체력을 무시한 과한,,, 스케줄이었다는 건 6일 밤에 집에 돌아와 깨달았다..ㅎ

 

1.

무주산골영화제를 찾은 첫날, 처음 본 영화는 에리크 크라벨 감독의 <풀타임>이다. 국내에선 내년 개봉 예정이고,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적이 있다고 한다.

영화제를 찾은 관객 모두에게 나눠주는 이 프로그램북이 매우 알찼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숨가쁘다. 파리 근교에서 아이 둘을 홀로 키우는 엄마 쥘리가 철도 파업이 한창인 시기에 파리 시내에 있는 일터로 나가는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새벽 여명조차 없는 어두컴컴한 시간대에 알람 소리 한번에 눈을 뜬 주인공은 아이들 아침을 챙기고 아이들을 돌봐주는 이웃집에 가 애들을 맡긴 후에 바로 미친듯이 기차를 타러 달려간다. 영화가 시작된 지 10분도 안되는 순간에도 쥘리의 고단함이 느껴지는데 사실 파리에 기차를 타고 무사히 갈 수 있는 영화 초반부가 쥘리에게는 그나마도 평온한 시절. 

 

파업으로 파리 시내와 근교를 오가는 열차들이 다 끊기고, 대안을 마련할 수 없어 발을 동동거리는 쥘리의 모습이 영화 내내 이어진다. 이런 상황은 홀로 살아가는 사람에게도 벅찰진대, 아이 둘을 케어해야 하는 엄마인 그녀에겐 너무 버겁기만 한 상황. 게다가 쥘리는 호텔 청소일을 하고 있는데 출산 전 하던 직무로 직장을 바꾸기 위해 없는 시간조차 쪼개 면접을 보러 다닌다. 

 

하지만 쥘리가 맞닥뜨리는 현실은 그에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파업으로 지각을 일삼는 쥘리가 업무 시간에 다른 회사 면접을 보러다니자 그녀를 해고하려는 직장 상사, 약속된 시간에 아이들을 데리러 오지 않자 더이상 애들을 봐줄 수 없다고 선언하는 이웃집 할머니, 양육비를 보내지 않으면서 전화를 피하는 전 남편, 대출금 상환이 늦어지고 있다고 독촉전화를 거는 은행, 잔액이 얼마 남지 않은 통장.. 이 모든 악재들 속에서도 쥘리는 아들의 생일선물을 준비하고, 파티를 열고, 원하는 회사에 면접을 보러다니며 애를 쓴다. 

 

영화가 끝나고는 정희진 작가와 김혜리 기자의 GV가 한시간 이어졌다. 두분 다 너무 좋아하는 분들이라 보기 전부터 기대가 컸는데 이번 영화제에서 참여한 GV 중에서 가장 좋았다 흑흑ㅠㅠ 특히 정희진 작가님은 한창 한겨레 토요판에 칼럼 연재하실 때 글에 반해서 책도 사서 읽고 했는데, 말씀하시는 건 처음 봤다. 생각보다 훨씬 유쾌한 성격인데, 그 유머러스함마저 말하고자 하는 지점을 향하고 있어서 내공이 느껴졌다. 혜리기자님의 글쓰기가 우주최강이라고 칭찬하시는데, 옆에 계신 혜리기자님 무척 쑥스러워하심ㅋㅋㅋㅋㅋㅋㅋ

 

정희진 작가는 <풀타임>을 여성영화로 분류하는 것에 반대의견을 내셨다. 이건 신자유주의가 진행된 현 시대 노동자의 영화에 가깝다는 게 작가님의 생각. 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간 이동이 매우 손쉬워진 상황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사회를 안정적으로 돌아가게 하는 중산층의 두께가 얇아졌다는 뜻이기 때문. 

게다가 영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여성노동자들의 태도를 이야기하면서 이건 세대차이가 아니라 각 세대가 겪는 자본주의의 모습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신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내가 지금 겪는 자본주의와, 내 윗세대가 겪었던 자본주의, 그리고 미래 세대가 겪을 자본주의가 다르다보니 이게 겉보기에는 세대차이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상 자본주의가 안좋은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 

 

또 하나 인상적인 점은 쥘리가 여러 고난에도 자기 연민이나 슬픔을 느끼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거다. 쥘리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마지막 장면 제외) 잔고가 없어 딸의 저금통에서 돈을 빼낸 다음 화장을 하면서 눈물을 훔치는 부분이 유일했다.  

 

아, 영화 외적인 문제지만 영화 상영 10분만에 송출의 문제로 영화를 처음부터 다시 봤다. "필름클럽 사연 단골소재인 영화 송출 사고를 드디어 나도 겪는가???!!!"라는 생각에 마스크 안에서 입꼬리를 올렸지만... 영화 자체가 관객에도 쉽지 않다보니 또 숨가쁘게 영화를 다시 봐야 해 힘들긴 했다.. 

 

어탕수제비

영화를 보고 한시간 가까이 GV를 듣고 나니 어느덧 저녁 시간. 영화제가 열린 곳에서 차를 타고 10분 정도 가면 나오는 '무주어죽'에서 어탕수제비를 먹었다. 어죽국수를 먹을까도 고민했지만, 옥천에서 한번 맛을 봤기 때문에 이번엔 수제비를 골랐다. 2명이서 중(中)자를 먹었는데 배부르게 잘 먹었다. 반찬도 맛있었음. 

 

다시 영화제로
등나무운동장

저녁을 먹고 와서는 등나무운동장으로 향했다. 등나무운동장에는 이번 영화제에 참여한 여러 브랜드들의 스토어가 있었는데 맙소사.. 운영시간이 저녁 6시까지인 걸 전혀 모르고 뒤늦게 들어왔다. 쓰던 헌 칫솔을 가져가면 새 칫솔로 바꿔주는 행사를 하는 곳이 있어서 칫솔까지 챙겨갔는데 ㅠㅠ 

 

4일 등나무운동장에선 10cm의 공연이 있었다. 역시 이런 페스티벌에 강한 솨람.... 나도 참 옛날 사람이라 느낀 게 최신 노래는 잘 모르다가 공연 뒷부분에 불러준 '아메리카노', '사랑은 은하수다방에서' 에 몹시 흥이 났다 ㅎㅎ

 

이어 찰리 채플린의 무성영화 <키드>와 선우정아의 콜라보. 영화에 맞춰 선우정아가 노래를 부르는데 영화와 노래가 너무 근사하게 잘 어울렸다. 영화는 기둥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렇게 봐도 재밌게 느껴질 만큼 재밌었다. 찰리 채플린,, 당신 정말 천재...

 

아쉬운 점이라면 등나무운동장은 영화 보기에 그렇게 최적의 장소는 아니라는 점. 기본적으로 돗자리 깔아두고 먹고 마시려는 사람들이 많아서 소란스럽고, 입장권도 인원 제한 없이 팔아서 사람수 자체도 무척 많았다.. 그래도 본격적인 무더위가 찾아오기 전인 6월 초에 선선한 공기를 맡으면서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점은 무척 매력적이었다.

 

예, 이것이 무주산골영화제의 꽃 '덕유산대집회장'

무주는 동네가 굉장히 작다. 그렇다보니 영화제 장소 부근의 숙소 자체도 별로 없거니와 그마저도 발빠르게 사람들이 예약을 했다. 그래서 매일을 무주-세종을 오갈까도 고민했는데, 그렇게되면 덕유산대집회장에서 영화를 볼 시간이 안난다는 게 아쉬웠다. 

차선으로 택한 게 무주 구천동의 펜션의 숙소. <키드>를 본 후에 숙소로 이동해 - 숙소 가는 길 정말 어두컴컴합니다.. 무서워- 잠시 쉬었다가 대집회장으로 갔다.

대집회장까지 차를 가져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대집회장까지 가는 도로에 차를 진입하려면 덕유산 캠핑장 예약자여야 했다. 그렇지 않다면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셔틀버스를 타야 한다. 다행히 셔틀버스를 기다리지 않고 바로 탈 수 있었다. 

 

하마구치 류스케 <드라이브 마이카>

우리가 영화제에 있었던 삼일동안 대집회장에서 틀어준 영화는 대부분 이미 봤던 것.(<노마드랜드> 하나 안봤다) 그 중에 끌리는 영화들이 마침 4일에 상영해서 타이밍이 좋았다. 대집회장에 도착하고 보니 하마구치 류스케의 <드라이브 마이카> 상영이 한창이었다. 사진 속 장면은 드마카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씬. 

 

밤의 덕유산대집회장은 역시 무척이나 추웠다. 블로그에서 일교차가 엄청나다는 후기를 봤었기에 담요며 핫팩이며 챙겨갔는데, 베개와 이불을 챙겨와 누워 보는 사람들을 보니 너무 부러웠다..흑... 베개 필수품인듯. 

 

<듄>까지 보려고 했는데 정말 너무너무너무..피곤해서 드마카가 끝날 때쯤 대집회장에서 빠져나왔다. 다시 보고 나올 때도 셔틀버스를 타고 차를 대둔 주차장으로 갔다. 후기 말미에도 적겠지만 무주산골영화제는 전반적인 행사 운영, 스탭분들의 친절도와 노련함이 정말 최고였다. 다소 번잡하고 혼란스러울 수 있는 덕유산대집회장 셔틀버스 안내도 정말 매끄러웠다(최고최고b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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