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 때 만난 친구 여섯명이서 만든 계모임. 대학교 이후부터 시작된 계모임이니 10년이 넘었다.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으니 평소엔 잘 모이지 못해 연중 1번이라도 다 같이 모이는 자리를 의식적으로 마련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좀 뜸하다 간만에 모였다.
2020년에 갔던 펜션이랑 동일한 장소. 당시엔 2층이었는데 이번엔 1층. 그때와 달라진 건 나이 앞자리의 숫자? 그리고 유부 한명의 탄생?

이렇게 펜션 잡고 놀러가 고기 구워먹는 일도 경력이 쌓이니 일사천리다. 애들 전부 누군가가 부지런히 움직이면 자기도 움직여야 속이 편한 인간들이라 누가 뭘 하자는 말도 없이 때되면 상을 차린다. 그래도 고기 굽는 일만은 전담으로 하는 친구가 있고 나 포함 나머지는 열심히 반찬을 담고 그릇을 나른다. 예전에는 욕심 때문에 무조건 음식을 무조건 많이 샀는데, 그래도 그 욕심이 갈수록 조금은 덜어지는듯? 이번에도 많이 남기고 오긴 했다만..

세종 오면서 평일에는 술을 너무 많이 마시니 주말에라도 술은 입에 안대겠다는 게 그나마 세운 철칙인데 간만에 모인 자리에서 술을 안먹기는 아쉬웠다. 그래서 친구가 조제해준 홍차1 + 소주1 비율의 달달한 맛있는 술만 끊임없이 먹었다. 순수 소주파인 친구 두명은 열심히 소주를 마시고, 나머지는 다 홍차소주만 드링킹.

고기도 맛있고, 6만원어치나 사온 밀치회도 너무 맛있고. 눈 앞에 보이는 바다와 멋진 하늘도 눈안주가 되니 절로 분위기가 무르익었는데 친구 한명이 그간의 힘들었던 회사일을 털어놓으면서 펑펑 울었다. 지나가는 말로 퇴사 이야기를 했지만 제대로 듣는 건 처음이어서 놀랐고 안쓰러웠다. 그거 듣는 다른 친구도 덩달아 울음바다. 이 광경에 나머지는 웃음이 터졌다 ㅎ... 미안하다..

나는 술을 마셔도 속이 안좋아지고 욕지기가 올라올 뿐 '취중진담'이란 걸 잘 못하는 성격이라 부럽기도 하다. 근데 이건 술먹어서가 아니라 원래 성격이 좌우하는 게 큰 듯. 친구 이야기 들으면서 "나도 회사 싫은 데 내가 싫어하는 이유는 뭐지?" 곰곰 생각도 해봤다. 사실 적당히,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월급받고 어느 정도 인정받으면서 다니고 있는데 왜이렇게 매일 답답한 걸까? 같은 직종에서 제대로 일을 하는 타사 친구들을 보면서 느끼는 부러움? 나는 그러고 있지 못한다는 좌절감? 이런 거 때문일까.. 알 수 없다.

원래 12시 넘어서까지 놀고 마시고 하는데 이날은 다들 술을 꽤 달렸는지 일찍 뻗었다. 체력 좋은 친구 한명만 '제발 자지말고 술 마시자'고 애원했으나.. 난 술 안마셔도 12시 넘어서까지 깨있는 게 힘든 인간. 외면하고 바로 잤다.

다음날은 말할 것도 없이 다들 초췌한 몰골로 펜션을 정리하고 짐을 챙겼다. 이게 30대의 체력? ㅠㅠ 하는 일도, 취향도, 사는 양태도 전부 다 다른 6명이 지금껏 인연의 끈을 놓치 않고 있다는 게 새삼 신기했던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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