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정아, 슬픈 소식을 전한다. 둘째 고모가 오늘 돌아가셨단다. 

 

엄마가 전해온 소식에 놀라지 않았다. 고모와의 대화가, 목소리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고모는 오랜 세월 의식 없이 누워 계셨다. 그의 안부는 간간이 간병에 지친 얼굴을 한 고모부가 전해 줄 따름이었다. 고모부조차 얼굴을 본 지 오래니, 병중의 고모 얼굴은 기억도 안나는 게 어찌보면 당연하다. 고모는 아빠와 같은 병을 앓고 쓰러졌는데, 아빠는 쓰러지기 전에 병을 발견해 힘든 수술을 하셨어도 의식을 잃지 않았지만 고모는 달랐다. 이따금씩 보는 고모부나 그보다도 더 자주 보지 못하는 사촌오빠들을 볼 때마다, 그 자리에 엄마와 언니와 나를 대입하곤 했던 건 자연스러운 사고의 흐름이었다. 가족이 아프다는 것, 그래서 누군가 그 가족 곁에 항상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전제로 된 일상은 어떤 모양일까. 

 

친척은 무엇일까. 생면부지의 남에게는 주지 않을 용돈을, 시간을, 정성을 피가 섞였다는 이유로 줄 수는 있지만 잠깐 뿐이다. 성인이 되면서 나는 그보다 더 많은 시간과 정성과 사랑을 쏟을 수 있는,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인간관계들이 많이 생겨났다. 나는 고모가 누워계실 때 위로의 말 한마디 보태는 것 말고는 한 게 없다. 명절 때 고모부의 얼굴을 볼 때 가끔 영원히 잠을 자는 고모를 떠올렸을 뿐, 내 일상에 그 어떤 한자리도 차지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 사실조차 아마 잠깐 슬플 뿐이라는 게 더 슬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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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로그에도 길게 서평을 남겼던 박지리 작가의 소설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이 뮤지컬로 만들어진 게 작년. 지하철 광고에서 너무나 낯익은 '다윈 영'이 뮤지컬로 소개되고 있어 신기했는데 결국 올해 보러 가게 되었다. 지난해 초연을 올릴 때 반응이 좋아 올해 재연까지 이어졌대서 기대감이 컸다. 

1. 

이번 뮤지컬에서 가장 좋았던 점을 꼽으라면 넘버다. 다윈과 레오가 부른 '친구'는 요새 유투브로 계속 반복해 듣고 있다. 이 노래는 공연을 보면서도 멜로디가 귀에 착 감겼는데 몇번이고 연달아 들어도 질리지가 않는다. 음원으로 나오면 좋겠는데 유투브에만 있어서 아쉽다. 유투브 프리미엄 욕구 +10 생김.. 

아버지 니스 영과 아들 다윈 영 부자의 악행을 한 무대에서 연출한 게 기가 막혔다. 이런 연출은 책은 물론이고 영화에서도 어려울 거고 정말이지 뮤지컬 무대에서만 가능한 장면이 아닐까?

2.

한편 니스나 다윈, 루미 등 등장하는 인물들 모두가 워낙 입체적인터라 소설을 읽을 땐 심리변화의 과정이 흥미진진했는데, 공연에선 그게 제대로 연출이 되지 않아서 아쉽기도 했다. 소설에서 루미라는 인물이 변해가는 일련의 과정들이 좋은데 뮤지컬에서 루미는 평면적으로만 다뤄지는 것도 아쉽고. 

나야 책을 읽고 서평도 쓸 만큼 머릿속으로 내용이 한번 정리 된 상태에서 본 건데 이 내용을 처음 접하는 관객들이 인물간의 관계나 심리 변화를 얼마나 한번에 이해할 수 있을까, 오지랖 넓은 걱정도 되는 게 사실. 

3.

레오 역의 강상준 배우님 너무 멋있어서 과거 인터뷰나 공연 뭐했는지 찾아보다 팬카페까지 가입했다;ㅋㅋㅋㅋ 레오라는 캐릭터 자체가 지닌 매력도 크겠지만, 개구장이 같으면서도 진지한 인물인 레오를 배우가 잘 그려낸 거 같다. 대학로에서 연극하면 보러가야지. 

소식을 접하고 나니 너무 우울하다.
일부러라도 소식을 찾아보지 않아야 겠다.
그곳에서는 세상의 풍문이 들리지 않길 바라요. 평온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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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프로젝트를 앞두고 열린 윤종신 '이방인 콘서트'에 다녀왔다. 9월28일 토요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였다. 대구부터 시작해 서울, 그리고 오늘 부산에서의 공연을 마지막으로 앞으로 적어도 1년 반, 2년 가까이는 공연이 없다. 공연을 많이 하는 가수는 아니었어도 연말콘이나 9, 10월 가을이 될 무렵은 항상 공연을 했었기에 내년에는 꽤나 심심할 것 같다. 그래서 이번 콘서트는 갈까 말까 고민도 없이 무조건 가야 하는 공연이었다. 첨 티켓팅할 때는 대차게 실패해서 자리가 너무 안좋았으나 금요일에서 토요일 넘어가는 새벽에 알람까지 맞춰놓고 취소표를 열심히 주웠더니 덕분에 좋은 자리 겟! 

티켓 집에 배송 받고는 좀 들떴다가 이내 잠잠해졌는데 콘서트가 예정된 주에는 괜히 설레는 마음이었다. 

공연 시간 한시간 앞두고 올림픽홀 

매번 이대 삼성홀이었다가 이번엔 올림픽홀. 종신옹 공연이 제법 인기가 많아진 것이 아니냐~며 친구한테 호들갑 떨었는데 올림픽공원에서 한스짐머 공연 규모 보고 입 떡 벌어졌다. 이날 주요 공연은 한스 짐머, 윤종신 두 뮤지션이었다고 내멋대로 정리.. 

자리 이렇게 좋았는데

자리는 이렇게나 좋았다. 완전 중앙과 맨 앞은 아니었지만 적당히 고개가 아프지 않을 정도의 자리였다. 하지만....... 공연 내내 종신옹이 보이는 각도에 앉은 남성분 앉은 키+머리가.... 완전히 종신옹을 가려버려서 고개 꺾어 본 다고 목이 나갈뻔했디요. 내 가수 보러 공연오는 건데 가수가 제대로 안 보여서 증맬 화가 났다구요.. 플로어라도 열별로 층 높이를 둘 필요가 있다, 정말. 맘 같아서는 "앉은키 좀 낮추시라구요, 그쪽 머리가 내 가수 다 가려요!!!!"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런 말 하면 나도 찜찜하고 듣는 사람은 더 기분 나쁘고 괜히 신경쓸 거 알기에 맘속으로만 외쳤다. 그런데 앞줄에 앉은 다른 여성분도 나와 같은 고충을 겪었는지 본인 앞 사람에게 바로 부탁을 하더라. ㅜㅜ 서로가 괴로와.. 

무대쪽을 보면 앞 사람 머리에 얼굴이 제대로 안 보여서 중간중간 화면 봤다... 나 왜 콘서트장 와서 이래야 해.. 

공연은 첫 무대부터 좋았다. 첫 곡에서 앉아 부르는 게 너무 멋있었다. 무엇보다 목소리 상태 너무 좋잖아, 무슨 일이야. 예능 하차+공연 시간 확보 등이 가져다 준 효과인가. 이별하긴 하겠지, 워커홀릭을 불러줄 주는 몰랐는데 >_< 좋니를 부르긴 했지만 대중적으로 알려진 곡보다 월간, 이전 정규앨범에 실린 좋은 곡들 그동안 많이 부르지 않았던 곡들을 많이 들려줘서 앞으로의 공백이 조금은 덜 아쉬울 것이란 생각. 

이방인 프로젝트가 무엇인지 다시금 설명해주고, 6월부터 보도자료 내고 떠난다 했는데 계속 한국 있다며 우스갯소리.. 

신치림 2집 내놔라,,

이날 공연이 더 기대되고 짠하고 찡했던 것은 대구콘에서 치림이 게스트로 나왔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지요.. 치림이 형 떠나기 전 공연에 게스트로 나온다는 사실만으로 덕후는 눈물샘 폭발하구요. 신치림 1집이 '여행', '떠남'을 주제로 했기 때문에 신치림 1집 수록곡을 부르지 않을까도 생각했는데 그러진 않았다. 하림 노래 중에 종신옹이 작사 혹은 작곡으로 참여한 곡을 신+림이 나눠 부르는 식으로 공연을 했다. 조정치의 개인 앨범도 무척 좋아라 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치,,님도 노래를 하지 않을까 했는데 기타 연주만 했다. 

토크하면서 종신옹이 하림을 마지막으로 셋이 다 유부남이 됐고, 조정치의 둘째 소식을 전하는데 시간이 참 많이 흘렀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신옹이 수많은 선후배 동료 아티스트와 협업해도 이 둘과 있을 때 가장 자연스럽고 편해보이고, 또 이 두 후배들에 대한 애정이 언제나 묻어나오는 것 같아서 보기만 해도 훈훈했다. 앞으로도 계속 음악으로 함께 뭉치는 사이이길 팬으로서 바라면서. 신치림 2집도 내줘라.. 

쭈굴

치림이 들어가고 나서는 다시 종신옹의 독무대. 본인의 공연에 이제는 제법 10, 20대들이 많이 찾아온다며 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을 담은 노래들을 골라 불렀다. 그리고 마지막은 자신의 노래 중에 가장 아끼는 노래라며 소개한 '버드맨'. 버드맨은 아티스트로서 자기가 하고 싶은 예술과 그러면서도 대중의 사랑을 받고 싶어하는 고뇌를 담은 노래(동명의 영화 <버드맨>을 보고 만든 노래임)인데, 대중과 20년 넘게 소통하며 살아오고 있는 윤종신의 고백이라 해도 무방했다. 원래도 좋아하는 노래인지라 자주 들었는데, 이방인 프로젝트를 앞두고 마지막 공연의 마지막 곡이라는 점과 종신옹 뒤에 펼쳐지는 '버드맨' 뮤비 영상이 함께 겹쳐지면서 노래에 완전히 빠져 들었다. 뮤비 처음 나왔을 때는 진지한 표정의 그가 괜히 오글거린다는 생각에 웃으며 넘겼는데, 이렇게나 가사랑 찰떡인 내용이었다니요. 

버드맨을 들으면서 아 정말 앵콜이 없어도 되겠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 앵콜, 앵앵콜, 나아가 앵앵앵콜로 유명한 아이유가 아이유TV에서 앵콜 없이도 만족할 수 있는 공연을 해보고 싶다(?) 해봤다(?)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 때는 팬들 입장에서는 앵콜이 있는게 무조건 좋은 거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 이번 공연에에서 종신옹이  '이방인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자신이 떠나는 이유와 그간의 고뇌들을 밝히고, 그에 맞는 노래들, 마지막 화룡정점이 되었던 버드맨까지 들려주니 여운이 상당해서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그 여운을 더 오래 즐기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앵콜 때 이벤트

하지만 우리 앵콜봇 종신옹은 앵콜 2곡은 꼭 하고 들어가는 가수이기에..ㅋㅋㅋㅋㅋㅋ 게다가 이방인 윤종신을 보내는 이벤트로 앵콜 때 관객석에서 같이 '배웅'을 부르기로 했기에 앵콜을 외치지 않을 수가 없었지요. 

근데 이런 이벤트가 처음인 팬들은 앵콜을 언제 외치고, 배웅 가삿말은 언제 따라 불러야 하는지 타이밍을 놓쳐 부리고.. 앵콜 외치기도 전에 화면에 '배웅' 가사가 뜨면서 웅성웅성. 여기에 종신옹도 그냥 무대로 나와버림. 결국 가수+팬 다같이 배웅 부르기 환장쇼. 앵콜 소리가 제대로 안 나오길래 종신옹은 '아,, 오늘 공연 조졌나보다'라고 생각했다고 말해서 마지막으로 또 한번 빵터지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끝난 공연. 

언제든 어디서든 건강하시길, 언제 떠났지 싶을 정도로 시간이 빨리 지나 다시 무대에서 보는 날이 왔으면. 

올해 3월 찾은 남해 금산을 이제서야 포스팅한다. T-20 들고 다니면서 사진 찍을 땐 너무 좋은데, 막상 포스팅할 때 사진 용량을 일일이 조정해야 해서 자꾸만 사진을 묵혀두게 된다..

아직 겨울 추위가 완전히 가시기 전에 남해를 찾았다. 

오, 진짜 기억도 안 나는 사진이다

아마 남해터미널에서 두모라는 곳까지 다시 가야했나 보다. 두모를 가기 위해선 다시 작은 공용터미널로 향해야 했다. 거기서 배차간격이 긴 버스표를 먼저 끊어두고 주변 던킨으로 향했다. 날짜를 보니 딱 친구 생일. 여기서 선물을 줬던 것도 새삼 기억이 난다. 친구에게 어울릴 립스틱의 색상을 상상하면서 나름 고심해 골랐는데 좋아해줘서 기분이 좋았다. 

네이버맵이 알려주는 정류장에 내렸는데 주변이 허허벌판에 공사가 한창이라 놀랐다. 다행히 앞을 향해 주욱 걸어가니 등산로를 알리는 표지판이 나왔다. 

(갑분) 정상에 가까워진 풍경. 우리는 금산산장에서 하루를 묵을 계획이어서 오르는 데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오를 때 시간은 2시간 남짓일 걸렸는데 완만해서인지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인적도 드물었다. 그렇게 오르다 보면 어느새 이런 멋진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아직 완연한 봄도 아닐 때라 어떤 옷을 입어야 할 지 도통 감이 오지 않았다. 결국 등산가는데 말도 안되게 롱패딩을 입었는데 한창 땀이 날 때는 더워서 벗어 던지고 싶을 지경. 그래도 이 롱패딩 덕분에 금산산장에서 살아나갈 수 있었지만...

부소암 바위

비교적 손쉽게 올라왔는데 풍경이 기대보다 근사하면 기부니가 좋크든요,, ㅎㅎ 이곳은 다음날 일출보는 장소이기도 했다. 

그리고 짜잔, 드디어 '금산산장'. 금산산장은 풍경맛집으로 인스타에서 꽤나 핫플이어서 그런지 젊은 사람들로 복작였다. 금산산장에 앉아 컵라면을 먹으며 내려다 보이는 풍경을 보는 게 나름 코스인데 처음에 든 ?의문?은 사람들 복장이었다. 대체 어떻게 저런 신발을 신고 여기까지 올 수 있는 건가, 하고. 우리는 준 등산인같은 차림에 땀이 막 식어서 꼬질꼬질했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근처 보리암과 지상부를 오가는 셔틀버스가 있었다. 금산산장은 그렇게 즐겨야 했는데 우리는 왜 여기서 하루를 머물기로 한 것인가!!!

남들 한다는 건 우선 다 해보구여... 

 

해가 지기 시작하면 금산산장을 찾았던 관광객들은 하나둘 떠난다. 이날 금산산장에 묵는 사람들은 우리 뿐이었다. 

친구가 몇 주전에 미리 전화로 예약하고 입금까지 끝냈는데, 막상 가니 예약확인이 쉽지 않아 애를 먹었다. 주인 아저씨가 따로 예약명부를 만들어 놓지 않는 탓에 입금을 확인한다고 꽤 오래 서 있었다. 겨우 겨우 아저씨 폰에서 친구 이름으로 입금한 기록을 찾아냈고 무사히 방을 얻었다. 

 

금산산장에서의 숙박을 쉽게 추천하지 못하겠는데, 우선 시설이 너무 열악하다. 용변을 볼 화장실만 간신히 있고, 세면대나 샤워시설은 기대해선 안 된다. 또 이불이나 베개 위생이 좋지 못하다. 

금산산장의 밤

무엇보다 3월 중순에 찾은 금산산장은 어마무시하게 추웠다. 첨엔 방에 난방도 안되는 것 같아 친구와 진지하게 고민을 했었다. 여기서 자다간 입돌아간다고.. 다행히도 해가 지고 손님들의 발길이 끊기자 방이 따땃하게 데워졌다. 

그래도 산장에서 보는 밤의 풍경이 참 좋았다. 저 밑에 보이는 마을의 불빛들도, 하늘의 별도 산속에서 보니 괜히 더 좋았더랬지. 


드디어 마침내! 완전히 손 털었다
녹음파일 정리를 기사작성을 끝내고서야 했다. 이렇게 딱 정리해두고 시작했어야 햤는데 완전히 거꾸로.
다 맨땅에 헤딩이었는데 타인의 평가 차치하고라도 나 스스로 뿌듯했다. 그리고.. 다신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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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를 하면 내 성향을 yes or no로 딱 떨어지게 구분하기 힘들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이번에는 모든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완전 나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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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019.08

6월에 어느 날, 코엑스에서 한 국제도서전에 다녀왔다. 작년보다도 사람이 더 많았다. 독립출판물 부스가 모인 곳은 가판대에 놓인 책을 제대로 구경하기 힘들 정도. 그래도 톡톡 튀는 컨셉의 책들이 많아 자극도 받고 흥미로웄다. 한 주제를 제대로 파는 책들은 요즘 같은 시대에도 여전한 소장가치를 지니는 것 같다. 주제가 독특하거나, 얼마나 깊이 있게 파거나, 아니면 편집이 얼마나 예쁘거나. 도서전에선 사집집 하나와 사진 속 책 하나를 샀다. 흔한 영어회화 교재가 아니라 특별한 이 책. 영어회화의 뽐뿌가 제대로 오면서, 우리가 '영어' 회화를 바라보는 삐뚤어진 태도를 교정할 수 있다. 이 책 읽고 유유출판사에서 나온 책을 한권 더 구입했다. 

토이스토리4. 

토이스토리3가 시리즈의 대단원을 제 대 로 마무리했던 터라 4???? 물음표가 한가득이었지만 4 역시 대박. 사랑스러운 구 와 신 캐릭터. 그 중에서도 웃음의 절반 이상을 담당했던 요 캐릭터들. 

시추안하우스 영등포점. 

한번 가고 싶었는데 기회가 돼 찾아갔다. 중식집하면 동네 마라탕집이나 훠궈집, 아니면 연남동의 중식집만 가다가 아예 사천요리만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은 이번에 처음 갔다. 비싼데 맛있다. 맛있는데 비싸다.. 

인터뷰 끝나고 나왔더니 2분 후에 버스가 온다고 해서 정말 골반이 틀어져라 뛰었다. 1시간 땡볕에서 기다리기 싫어서.. 이날 버스에 앉아서 다음달에 운전면허 안따면 넌 정말,,, 인간이 아니다.. ㅇㅈ아....라고 되뇌었는데. 벌써 8월이네..^^;

6월 마지막에 제주도 출장. 비행기를 타나 지방가는 ktx를 타나 아무런 감흥이 없지만 고기국수 먹을 때는 기뻤다(조금)

합정역 근처의 프렌치 요리집. 사진은 이 식당의 시그니처 후식들인데 전부 달달허니 맛있었다. 본 메뉴도 좋았다. 매번 비슷한 음식들만 먹다가 가끔 보는 친구를 만나면 먹는 음식도 새로워진다. 

키키 키린 배우님 에세이집. 

키키 키린님 에세이집이라길래 책 펼져보지도 않고 샀는데 구성 너무 당황스러운 것? ㅜㅜ 당연히 줄글 형식의 에세이집이라고 생각했건만. 배우님이 활동하시면서 인터뷰나 방송 등에서 했던 인상깊은 말들을 정리한 책이었다. 이런 책은 돈주고 잘 안사는데..... 그래도 읽을만은 하다. 

사진은 비싼 취미라더니. ㄹㅇ 정말 사야할 장비가 이렇게도 많다니...(연습이나 좀 하자^^;)

삼각대 사고 싶어 알아보다가 마침 후지필름 카페에서 삼각대 공구가 올라왔길래 냅다 구매했다. 그리고 잘 모셔두다 오늘에서야 풀어봤는데. 경량이라고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무겁다. 카메라랑 같이 들고 다니면 어깨 빠질 거 같은데. 어후. 이게 가벼운 편이랬는데 다른 삼각대 무게는 대체 얼마나 무겁다는 건가요ㅜㅜ 

대만가서 혼자 다닐 때 많이 연습해볼 예정. 

그리고 7월의 어느 주말에 양평도 다녀왔다. 세미원에 처음 가봤는데 연꽃이 한창 만개할 때였다. 근데 너무 더워서 친구랑 하려고 했던 모든 걸 취소하고 바로 숙소로 향했다. 햇빛 뜨거울 때 도로변에서 한참 걸었더니 어지러웠다. 에어비앤비에서 구한 숙소는 남한강뷰가 바로 보이는 곳이었는데 강 보면서 영화보고, 밥 해먹으니 그곳이 천국. 

이날도 더웠다. 안 더운 날이 없네 ^^; 제발 면허 좀 따라 인간아.. 그만 걷고.. 

머리 좀 n년만에 길러보려고 볼륨매직도 하고 별 노력을 다 했으나 결국 단발로 돌아갔다. 한번 자르고 좀 더 욕심나서 숏컷에 가깝게 한번 더 잘랐다. 머리 언제 어깨 넘어가보나.. 

백년만에 아트나인 무비올나잇 보러감. 영화 구성만 보면 9관이 끌리지만, 미드소마가 너무 보고 싶어서 0관으로 예매했다. 퇴근하고 집에서 좀 쉬고 가려고 했는데 회식 잡혀서 소맥에 맥주 마시고 극 피곤한 상태에서 미드소마를 봤다. 아 정말 이 영화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뒤에 힐링영화 2개 붙이는 건 영화관의 따뜻한 배려였다 

연남동 상해소흘이 또 문을 닫았따 후헹,,, 깐풍가지 먹고 싶었는데 왜 매번 닫냐.. 휴무 둘째넷째 화요일이라며ㅜ 그 옆에 있는 이품분식가서 주문한 우육면. 우육면인데 고기없이 가격을 낮춰 판단다. 우육면인데 고기를 없앴다고? 대만 가서 제대로 된 우 육 면 먹겠다는 다짐 수없이 합니다.. 

대만 가서 입을 원피스 찾는 중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쁘면서 편하고 가격대도 적정하고 덜 덥고 그런 원피스 없나여.. 

중국어 회화 학원 등록했다. 어제 첨 갔는데 왜 중국문화원 느낌이 나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포함해서 수강생이 겨우 4명인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고급 회화반은 사람이 없으면 수업이 잘 열리지도 않는다고 한다. 다들 2년째 같이 의리로(?) 수업 등록하시는 모양. 나도 4달은 꾸준히 들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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