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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킬 수 있는

SF와 판타지, 미스터리를 효과적으로 결합한 신인 작가 문목하의 놀라운 데뷔작촉망받는 신입 수사관 윤서리, 하지만 부패경찰을 도와 일하게 된 그녀는 건드리지 말아야 할 범죄조직을 건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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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고 나니까 제목의 의미가 와닿는다. 테드창으로 SF소설 처음 읽고, 김초엽 그다음에는 문목하 작가의 소설을 읽었다. 앞의 두 작가 책과 비교하면, (테드창과 김초엽 작가 SF 소설은 모두 단편집이었고) 호흡이 길고 중간에 늘어지는 부분이 있긴 했지만 나름 재밌었다. 영화화한다는 데 기대가 되기도, 소설 속 나오는 초능력 같은 애매한 부분은 어떻게 표현할까 괜한 우려가 되기도. 강풀 작가 만화도 생각나는 소설이었다. 

 

- 대재난 때문에 사람들이 특별히 잔인하게 변모한 건 아니었다. 그저 4만 명 넘는 유령의 무게를 감내하고 걷기엔 삶이 너무 험준한 탓이었다. 

 

- 사근사근함을 가장하길 거부하는 말투도, 상사를 대하는 것 같지 않은 오묘한 태도도 아마 신입답지 않은 명철함이 없었다면 조직에서 진즉에 사장됐을 게 뻔했다. 

 

- 권력자가 권력을 잃는 것을 바깥세상에선 인생이라고 부르지만, 비원에선 죽음을 뜻했기 때문이다. 

 

- 가을의 끄트머리는 저 멀리 사라져있었고 싱싱한 꽃잎은 내년을 기약한 채 모습을 감춘 뒤였다. 

 

- 그 사람한텐 선의를 믿을 기회가 별로 없었다고 해야하나요. 어쩌다 받는 호의에도 반드시 대가를 치르기 마련이란 걸, 짧지 않은 삶을 통해 배웠으니까요. 

 

- 비극의 원인은 두 사람이 절대 포기하지 않았던 어떤 공통된 생각 하나 때문이에요. '세상 사람들도 나처럼 생각할 것이다.'

 

- 그것이 생존자들이 공통 트라우마에 대처하는 최소한의 인륜이었다. 

 

- 초능력자들조차 조종하지 못하는 인간의 의지를, 당신은 얼마든지 조종할 수 있다고 착각했기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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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언어들

대한민국 대표 작사가 김이나가 일상의 언어들에서 포착한 마음의 풍경매 순간 결핍과 고독감에 흔들리는 ‘보통의 우리들’을 위한 책이번 책 『보통의 언어들』은 김이나 작가가 그간 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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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에서 보는 짤막한 글로도 사람의 내공을 엿볼 수 있는데. 한 권으로 풀어낸 책을 읽고 나니 작가의 내공이 더 대단하게 느껴졌다. 

 

ebook으로 읽었다. 

 

- '좋아한다'는 감정은 반대로 조건이 없다. 혼자서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면 마음 한편이 시큰해지기도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은 그런 게 없다. 

 

- 아주 가깝지 않은 누군가에게 '달'처럼 존재할 줄 아는 능력을 포함한다. 상대가 불편하지 않을 만큼의 단면을 보여줄 줄 안다는 말이다. 

 

- 때로 기대는 실망을 낳고, 오해나 편견이 호감으로 탈바꿈하기도 한다. 오래된 관계는 이 두 감정이 교차, 반복되다가 찾은 평균점 같은 것이 아닐까. 

 

- 생긴 대로 살아가다 거름망에 걸러지는 내 사람들은 사금처럼 귀하다. 

 

- 사랑하기에 좋은 사람은, 이 사람과 함께할 때 나의 가장 성숙하고 괜찮은 모습이 나오는 사람이다. 

 

- 그러나 사과를 하는 입장에서 사과를 받는 태도에 점수를 매길 권한은 없다. 

 

- 아쉬운 건 다정한 사람들은 말수가 적다는 거다. 말을 하기보다 듣는 게 익숙한 사람, 누군가를 향한 마음을 풀어헤치기보다는 품어 버릇하는 사람들. 이는 다정한 이들이 가진 특성이다. 

 

- 윤종신은 스스로를 '찌질한 가사의 대가'라 기꺼이 칭한다.(★반가운 종신찡,,,)

 

- 배려라는 것은 어쩌면 피냄새를 맡을 줄 아는 감각이다. 

 

- 낯가리는 이들이 서로에게 한 발짝 다가서는 사소하고 고요한 순간들이 있다. 이를테면 왁자지껄한 회식자리나 MT 같은 곳에서 겉도는 이들이 서로를 알아보고 조용히 다가가 앉는 풍경.

 

- 수줍음이 있는 어르신이 된다는 건 그래서 어렵다. 

 

- 나는 세상은 방구석에서 뭐 하나에 꽂히면 거기에 모든 걸 바치는 덕후들과 무리에서 늘 튀어가며 소리쳐준 나대는 이들로 인해 변해왔다고 믿는 사람이다. 

 

- 모두에게, 모든 곳에서 온전한 나로서만 존재한다는 건 아주 이기적이어야 가능하다. 배려하기에, 사랑하기에, 책임이 있기에, 히스토리가 있기에 우리는 종종 다른 모습을 한다. 

 

- 시대가 어렴풋이 필요로 하는 무언가에 제목이 붙여지면 그 단어는 한동안 수많은 문화를 지배한다. 요즘 그런 단어가 바로 '자존감'이다. 

 

- 저는 항상 행복은 막 까먹는 스낵처럼 굉장히 사소한 것에서 느껴야지만 그것이 진짜 행복이고, 사소한 행복을 느끼는 것은 훈련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 설렘이라는 것은 지나고 보면 앞면만 생각나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 같지만, 그 뒷면은 수없이 불안한 밤들, 입맛이 떨어졌던 저녁 식사들, 이런 게 분명히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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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사람, 하정우

그에게 걷기란, 두 발로 하는 간절한 기도나만의 호흡과 보폭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아무리 힘들어도 끝내 나를 일으켜 계속해보는 것배우 하정우의 에세이가 문학동네에서 출간된다. 제목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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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하고 나면 당장 걸으러 나가고 싶어진다는 책. 나 역시 그랬다. 단순히 걷기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배우 생활을 하면서 겪는 어려움을 어떻게 걷기로 풀어내는지를 찬찬히 풀어내 주어 좋았다. 

 

ebook으로 읽었다. 

 

- 사회적 정서와 맞물려 영화에 대한 호응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 부분까지가 다 관객들의 선택이고 영화가 당대의 사람들과 호흡하는 영역인 것이다. 

 

- 나는 예술에서 시간을 견디는 일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싶다. 때로는 두렵고 또 때론 지루한 이 모든 과정을 견뎌낼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 나는 앞으로도 우리가 이렇게 아무렇지 않은 일로 함께 웃을 일이 많기를 바란다. 

 

- 삶의 곳곳에 놓인 맛있고 즐거운 일들을 잘 느끼는 일. 그게 곧 행복이 아닐까 하고 나는 하와이에서 생각했다. 

 

- 힘들 때 자신을 가둬놓는 것, 꼼짝하지 않고 자신이 만든 감옥의 수인이 되는 것, 이런 것도 다 습관이다. 

 

- 몸과 마음이 완전히 고갈되었다는 느낌이 들 때 오히려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간다. 팔과 다리를 힘차게 흔들면서 온몸에 먼지처럼 달라붙은 귀찮음을 탁탁 털어내본다.

 

- 나는 한 사람 안에 잠재된 여러 가지 능력을 일생에 걸쳐 끄집어내고 활짝 피어나게 하는 것이 인생의 과제이자 의무라고 본다. 그런 과정이 결국 나를 완성해주는 것이라 믿는다. 

 

- 말이란 개인의 습관, 출신지, 성별, 세대에 따라 미세하게 달라지기 때문에 한 사람이 평가할 경우 그 사람의 언어 습고나에 치우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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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여자 보통 운동

일하는 여성 열 명이 들려주는 운동의 지속 가능성“힘들다. 시간도 없다. 그런데 그만둘 수 없다.”일하는 여성 열 명이 어떻게 각각의 운동을 지속할 수 있었는지를 다룬다. 어떻게 시간을 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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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제주 휴가 마지막 날 동네책방에서 산 책이다. 제주공항 근처, 버스로 15분이면 도착하는 서점 '미래책방'에서 샀다.

휴가 내내 '돌아가면 운동을 다시 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눈에 띄인 책이다. 표지도 맘에 들었고, 이 책에서 소개하는 10가지의 운동 모두가 흥미로웠다. 스쿼시가 없는 건 아쉬웠지만, 따릉이 타기를 운동의 범주에 넣은 것도 재밌었고, 풋살이나 스윙댄스처럼 내가 할 법 하지 않은 운동이 있는 것도 흥미로웠다. 

 

책은 나같은 보통의 직장여성이 어떻게 삶 속에 운동의 한 카테고리를 마련해두는가를 다룬다. 개개의 여성들이 운동을 소중히 하는 태도들을 글로 읽는 것만으로도 참 좋은 경험이었다. 

 

*

- 그 뒤로 더 많은 친구를 만나 책을 만들면서 왜 여성의 운동을 말해야 할까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자연스럽게 찾게 되었다. "살을 뺀다"는 표현이 운동을 말하는 모든 여성 열정가로부터 나왔고, 대다수가 묻기도 전에 체중에 대한 강박을 먼저 말했다. 체중의 변화를 겪고 운동을 시작한 경우가 있었고, 운동의 효과를 체중 감량과 동일시했던 사례도 있었다. 운동과 다이어트가 어떻게 다른지 다들 정확하게 알고 있었지만 둘을 묶어 생각했던 시간이 길었다. p.15~16 

 

- 대다수가 해당 운동을 통해 변화된 자신의 몸을 말했다. 동시에 몸의 변화를 경험하면서 이상적인 여성의 몸에 대한 오래된 관념을 수정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p.16

 

- 직장인이 운동을 하면서 삶을 문제없이 유지한다는 건 이처럼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한 일이다. p.52

 

- 지도자에 대한 애착은 운동을 지속하는 매우 확실한 방법이다. p.132

 

- 이제는 좋아하는 것에 대해 자신 있기 말할 줄 안다. 나아가 어떻게든 삶에서 운동을 떼어놓지 않으려 애쓰는 사람이 되었다. p.164

 

인덱스를 해두지 않고 읽다보니 눈길이 머문 문장을 다시 찾기가 쉽지 않네. 제주 여행을 같이 했던 친구에게 더 잘 읽히길 바라며 보내야지. 

<킹덤2> 보면서 조금씩 빠져들다가 <하이에나> 보면서 완전히 입덕했다. 드라마나 영화 속 배우가 맡은 캐릭터에 반하게 되는 순간들은 지금껏 숱하게 있었지만, 이렇게 드라마가 끝나고 한참이 지나도 배우에 대한 애정이 오래 지속되는 건 정말 오랜만이다. 유튜부에 관련 영상들을 쥐잡듯이 보고, 갤러리의 수많은 움짤들과 사진을 갤러리에 저장했지만 너무 소극적(?)인 덕질이라 블로그에도 덕질용 게시판을 만들고 (내가 보기에) 좋은 사진들을 올릴 계획 +_+ 

 

주 배우에 매력을 더 느꼈던 포인트는 바로 인터뷰 기사에서 나타나는 배우의 진짜 모습들이다. 겉으로 화려한 말을 해서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생각들이 무척 좋았다. 그걸 표현할 때 인용하는 문구들이나 사고를 풀어내는 방식도 물론 좋았고. 어려서부터 책을 많이 읽었다는데 인터뷰 기사에서 그 티가 난다. 좋았던 인터뷰도 정리해서 포스팅해야지. 이럴 땐 연예부 기자들이 또 부럽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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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늦덕  (0) 2021.08.22

봐야 할 영화 목록이 있다면 항상 상위권을 차지했을 '패왕별희(1993)'를 감독판 재개봉에 맞춰 드디어 보았다. 내가 태어난 해에 개봉한 오래된 영화지만, 1993년 46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에 걸맞게 지금 봐도 영화가 주는 울림의 깊이는 여전했다. 

 

영화 '패왕별희'하면 바로 떠오르는 이미지, 청데이가 연기한 우희의 모습. 

영화는 어느 빈 체육관(?)에 청데이(장국영)'와 단샬루(장풍의)가 경극 '패왕별희'를 연습하겠다며 들어서며 시작된다. 이곳의 관리를 맡고 있는 한 인물은 경극 분장을 한 청데이와 단샬루의 얼굴을 보자마자 경극을 본 지도 정말 오래됐다는 말을 던진다. 이내 그는 무대 연습을 하려는 그들을 위해 조명을 켜주겠다며 자리를 뜨고, 이제 청데이와 단샬루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청데이(아명 두지)는 매춘부인 엄마가 베이징의 한 경극단에 자신을 맡기면서 경극과 인연을 맺게 된다. 청데이는 육손으로, 경극단의 사부는 처음 그의 외관을 보고는 무대에 서기엔 좋지 않다며 청데이의 입단을 거절한다. 하지만 아이를 매춘부 소굴에서 키울 수 없다는 엄마의 광기 어린 집념은 청데이의 여섯번째 손가락을 칼로 도려냈고, 그렇게 청데이는 경극단의 일원이 된다. 청데이 또래의 경극단원들은 청데이를 매춘부의 자식이라며 손가락질 하는데, 이때 그의 편을 든든히 지켜주는 이가 바로 단샬루(아명 시투)다. *아명(儿名): 중국에선 자녀가 어릴 때 호적상의 이름과는 다른 이름을 애칭으로 부르는데, 이를 '아명'이라 한다. 

 

경극단이 많아봤자 15살도 되지 않았을 아이들을 훈련시키는 방식은 매우 폭력적이고 강압적이다. 청데이 역시 이러한 교육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억지로 다리를 찢고, 대사를 잘 외워도, 잘 외우지 못해도 손바닥을 맞고, 잠시만 한눈을 팔아도 곧이어 온몸에 불이 나도록 맞는 지옥. 더군다나 청데이는 경극 배우라는 꿈을 자신이 정한 것이 아니다. 핏덩이같은 자식을 맡길 만한 곳으로 그의 어머니 눈에 든 곳이 경극단일 뿐이었다. 

 

그런 청데이가 경극 배우를 자신의 꿈으로 받아들이게 된 계기는 경극단에서 도망칠 목적으로 뛰쳐나와 본 경극 무대였다. 무대 뒤에서 겪는 참혹한 연습에도 불구하고 분명 무대 위에선 경극 배우의 목소리, 손짓 하나하나에 관중이 환호를 하니까. 이때 청데이와 함께 경극단을 뛰쳐나온 한 아이가 "저렇게 되려고 얼마나 연습을 했을까"하며 눈물을 흘리는데, 청데이는 그에 한발 더 나아가 고통의 연속인 연습을 끝내고 무대 위에 선 배우의 자리에 서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것으로 느껴졌다. 

 

'맞아 죽을' 각오를 하고 다시 경극단으로 돌아온 청데이에겐 하나 더 뛰어넘어야 할 장벽이 있었다. '패왕별희'에서 우희역을 맡은 그는 '나는 원래 계집으로 태어나서 사내도 아닌데'라는 대사를 좀처럼 외우지 못했다. 다른 대사는 막힘없이 술술 외워되던 데이가가 손바닥에서 피가 뚝뚝 떨어질 정도로 맞아도 이 대사만은 쉽사리 입에서 내뱉지 못했다. '본래 사내'로 태어난 그가 '우희'라는 경극 속 인물에 완전히 빠져들기까지의 마지막 관문이 아닐까 하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이 관문은 경극단을 후원해주는 '장 내관'의 측근이 오는 날, 샬루의 도음으로 뛰어넘는다. 후원 여부를 고심해보겠다는 장내관 측근은 데이를 콕 집어 경극의 일부를 선보이게 했는데, 단샬루는 데이가 실수를 반복하면 정말 죽음에 이를 정도로 체벌을 받게 되리라는 것을 예상해 일부러 나서서 데이의 입에 담뱃대를 넣어 체벌을 가한다. 그리고 마침내 데이는 틀리지 않고 경극 '패왕별희'의 대사를 왼다.

 

연습대로 장 내관 앞에서 훌륭하게 연기를 펼쳐 보인 청데이와 단샬루. 항우 역을 해낸 샬루에게는 촉망받는 경극 배우로서의 길이 활짝 열렸지만, 데이에게는 기쁨과 동시에 고통이 찾아왔다. 장 내관이 데이를 따로 불러내 그를 유린한 것. 경극단의 사부는 후원을 받기 위해 데이의 고통을 알면서도 외면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이제 장성한 데이와 샬루는 관중들의 환호와 기대를 받으면서 무대 위에 서는 경극 배우가 된다. 항우와 우희를 연기하는 둘은 서로를 신뢰하며 탄탄대로를 걷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둘이 살던 시대는 20세기의 중국. 일본의 침략과 국공내전, 국민당에 이어 공산당, 또 문화대혁명까지 민중을 상대로 하는 경극 배우들이 시대에 비껴 나홀로 존재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그들도 자신의 모습을 바꾸거나 혹은 바꾸도록 요구받는다. 

 

데이와 샬루가 경극 배우로서 당당히 자리잡기까지의 과정도 영화적으로 꽤나 수많은 고난을 겪는데, 성인이 된 그들이 겪을 시련은 그보다 더하다. 이 영화는 20세기 중국의 현대사의 굴곡마다 구석으로 내몰리는 두 주인공, 그리고 샬루의 아내인 주샨(공리)을 처절하게 비춘다.

 

청데이의 어린 시절, '두지'라 불리던 그때. 아역배우의 연기도 무척이나 놀라웠다. 

이 영화를 해석할 수 있는 콘텍스트가 무척 다양하다고 느꼈다. 

 

1. 시대상

수많은 사회변동에 휩쓸려가는 중국인 개인의 관점에서 봐도 흥미로운 영화다. 영화 '마지막 황제'가 떠오른 이유도 청나라 말기(패왕별희에선 청나라는 이미 멸망한 국가로 나오지만)부터 시작해 일제시대, 국공내전, 공산당 집권까지의 엄청난시대의 굴곡에 개인은 휩쓸려갈 수밖에 없는 연약한 존재라는 영화의 주제의식이 비슷해서였다. '마지막 황제'에서는 무려 청나라의 마지막 황제가 주인공이었고, '패왕별희'에서는 시대를 호령했던 경극배우가 주인공이었음에도 시대와 무관하게 존재할 수 없었다는 사실이 더 섬찟하기도 했다. 물론 시대에 따라 자신을 쉽게 바꿀 수 있는 일반 민중들이 어떤 면에선 시대와 조응하기가 더 쉬웠을까 싶기도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2. 예술 

관중을 대상으로 하는 예술가는 결국 시대가 원하는 류의 예술을 선보일 수밖에 없는가, 하는 생각. 처음 경극배우로 무대에 섰을 때와 달리 새로운 시대의 관중들은 점점 경극을 찾지 않게 되는데 관중이 외면하는 예술이란 전통으로서의 의미 외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온갖 체벌을 참아가며 경극이라는 문화예술에 자신의 생을 바친 데이가 시대의 변화는 차치하고라도 경극의 의미를 무시하는 이들과 마주할 때 겪는 표정들에 마음이 무너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동시대와 호흡하지 못하는 예술은 어쩔 수 없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밖에 없는가. 전통으로서의 명맥으로만 간신히 유지되는 그정도의 존재감만 가진 채? 

 

3. 희생 

데이와 샬루, 주샨 가운데 상대를 위해 자신의 자존심과 체면을 버려가며 희생을 해 본 이는 '데이'와 '주샨'이다. 다시 말해 샬루는 사실 누군가를 위해 희생이란 걸 해 본 적이 없는 인물. 물론, 극중 어린시절 데이를 위해 체벌을 자처해 받는 에피소드는 나오긴 하지만 상대를 위해 자신의 인생 전체를 바꿀 위험이 있는 선택을 하지 않는다. 

데이는 처음 본격적으로 경극 무대에 섰을 때부터(장 내관의 앞에서) 샬루를 위한 희생을 감내했다. (관점에 따라 자신의 꿈을 위한 선택일 수도 있을 거 같긴 하다.) 장 내관의 강간, 원 대인과의 관계, 일본군 앞에서의 경극 공연 등. 이 모든 일들은 일회성에 그치고 마는 행동이 아니라 남은 생 전반을 방향을 좌지우지하고 가치관을 바꿀 수 있는 행동들이었다. 

주샨도 마찬가지. 주샨은 위기에서 자신을 구해준 샬루를 위해 샬루가 경극배우로서 가진 꿈을 이어갈 수 있도록 아니면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안전한 일상을 그가 꾸려갈 수 있도록 적극 나선다. 연적으로서 다투던 데이를 마침내 품고 돌보게 되는 장면마저도 그 배경엔 데이가 샬루를 위해 감내했던 희생들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얌체같은 샬루는? 데이와 처음 패왕별희 무대를 한 후 데이가 장 내관의 부름을 받고 어떤 고초를 겪었는지, 데이가 일본군 앞에서 그토록 소중히 하는 경극 공연을 펼친 게 누구를 위해서였는지, 자신의 꿈을 지켜주기 위해 부부의 관계에서 주샨이 얼마나 많은 것을 양보했는지 등등.. 당장 생각나는 것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불균형한 셋의 관계는 문혁 때 비로소 외면적으로 폭발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살기 위해, 데이의 행적을 고발하고 자신의 아내 주샨마저 '사랑하지 않는다'고 울부짖는 샬루. 이때,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은 주샨을 연기한 공리의 표정이 뇌리에 깊이 박혔다. 

화만루에서의 주샨. 공리의 젊은 모습을 영화에서 본 적은 처음이다. 

영화 속 좋았던 장면 

- 아기(?) 두지와 그의 엄마가 경극단원들의 공연을 보면서 얼굴을 맞대는 장면. 두지 엄마 역할의 배우의 얼굴이 너무 천연해서 슬펐다. 

- 두지, 시투와 같이 경극단원이던 한 소년이 경극단의 혹독한 체벌에 끝내 목을 매 달고 죽은 장면. 경극단의 훈련 방식이 두지와 시투를 희대의 우희와 항우로 만들었지만 그 뒤엔 이런 그림자가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 

- 두지가 입에 피를 가득 머금고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장면. 

- 샬루를 구하기 위해 일본군 앞에서 경극 공연을 펼친 데이가 일본군 앞에서 경극을 했다는 이유로 샬루로부터 비난을 받고 돌아서는데, 일본군이 중국인들을 끌고 와 총살하는 장면을 목격한 장면. 같은 중국인이지만 처지에 따라 샬루는 일본인 앞에서 공연을 해 친구를 구해냈지만 누군가는 밤에 죽음을 당한다. 

- 아편을 끊기 위해 애쓰던 데이를 주샨이 이불을 덮으며 끌어안는 장면. 극 내내 반목하던 주샨과 데이의 관계가 전환의 순간을 맞이하는 순간. 

- 홍위병의 추궁에 '매춘부인 부인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내뱉은 샬루를 보며 주샨이 세상의 모든 희망의 끈을 놓아버린 듯한 표정을 짓는 장면. 주샨이 너무 애처롭게 느껴졌고, 화만루를 떠날 때 그녀가 들은 한 대사가 떠오르기도 했다. 

 

주샨, 샬루, 데이 

+) 

여담이지만 샤오로우를 '샬루', 디예를 '디예'로 표기한 자막이 거슬렸다. 중국어 표기법 어떻게 해야 한국인들한테 안 어색하냐구요ㅜㅜ 

 

 

 

작년부터 스쿼시를 배우기 시작했다. 운동은 집에서 매트 깔아놓고 혼자서도 충분히 땀을 낼 수 있을 만큼 운동콘텐츠가 많아진 시대고, 실제로도 홈트를 많이 또 즐겨했지만 회사를 다니니 레깅스로 옷을 갈아입고 매트를 까는 일조차 얼마나 귀찮던지. 집에서 공부가 안 될때 독서실에 돈을 갖다 바쳐 억지로 공부환경을 조성한 것마냥 돈이 아까워(?) 운동을 하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체중 감량이 주 목적이지만 재미를 붙여 꾸준히 할 수 있는 스포츠를 찾았고 스쿼시가 그 답이 되었다. 

 

1. 지금은 사라진.... ㅅㅇㅌㅈ

처음 등록한 곳은 집에서 버스타고 2정류장이면 도착하는 스쿼시장. 일반 헬스나 요가였으면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는 자체로 선택지에서 제외했겠지만 스쿼시는 생각보다 비인기스포츠여서 그런지 이 정도 거리도 감지덕지였다. 게다가 출퇴근하는 버스가 스쿼시장까지 가는 버스라 완전 땡큐. 

 

이곳에선 3개월 강습(1주일 3회)으로 등록했는데 저녁에 강습이 있는 시간대와 요일을 골라 갈 수 있는 점이 편했다. 하지만 나같은 생초보와 어느 정도 스쿼시를 익힌 사람이 동일한 시간대에 수업을 듣게 되는 단점이 있었다. 코치님이 수준별로 그룹을 나눠 강습을 진행하긴 하지만 내가 선택한 시간대에 누구와 치느냐에 따라 배우는 기술의 난이도가 휙휙 바뀐다. 또 사람이 몰릴 때는 한 시간대에 10명까지도 같이 수업을 듣는데 사람이 적을 때는 2명이서 치기도 했다. (10명이서 치면 운동을 한 거 같지가 않고, 2명이서 하면 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어 나올 거 같음)

 

처음에는 정말 정말 정말 정말 못쳤다. 학창시절 자타칭 모범생인 내가 유일하게 외면을 받은 시간이 체육시간일 정도로 운동신경이 바닥인데, 그걸 감안하고도 어쩜 이리 못치지 싶을 정도였다. 그나마 숨 끊어지지 않을 정도로 겨우겨우 이어왔던 홈트의 힘으로 체력이 버텨주었을 뿐. 

그래도 두달을 넘어서니 포핸드와 백핸드 드라이브는 한 시간에 잘치는 스윙이 몇 번 나오기는 했었다. 코치님도 '그래도' 처음보단 많이 느셨다며 격려를 해주셨는데...

 

문제는!

송년회가 연달아 계속되면서 1주 넘게 한번도 못가던 사이, 스쿼시장이 필라테스시설로 바뀐다는 청천벽력같은 (일방적인) 공지가 통보되었다. 불행중 다행인건 나는 재등록 시기와 맞물려서 환불이나 연장의 문제에서 자유로웠지만, 재미를 붙일랑 말랑 했던 운동이 이렇게 허무하게 중단되나 싶어 아쉬웠다. 새로 또 운동할 시설을 찾고 등록하는 게 얼마나 귀찮고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인데!!!!!! ㅜ_ㅜ 

 

2. 종로 ㅅㅇㅅㅍㅊㅋㄹ 

주변에 엄청 투덜거렸지만 스쿼시장을 새로 찾아냈고 바로 등록했다. 회사에서 집으로 가는 방향에 있는 곳이긴 한데, 퇴근루트와는 다른 동선이라 고민했지만 별다른 대안이 없었다=_= 

 

이전 스쿼시장과는 확연히 다른 점은 이곳은 철저히 수준별 수업을 진행한다는 점. 나같은 초보와 중급 이상의 회원이 같은 클라스에서 수업을 들을 일 없게, 등록할 때부터 수준에 맞춰 요일과 시간대를 정해준다. 중요한 건 내가 가능한 요일과 시간대에 나랑 비슷한 수준의 회원이 등록해야 수업이 개설된다는 점. 등록상담을 할 때, 내가 원하는 시간대를 말하니 같은 초급반이라도 일정 기간 이상을 배운 회원들이 모여 있어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고 결국 가장 늦은 시간대로 등록했다. 한달 정도 다닌 지금에서 보면 원래 하려던 시간대에 했으면 오히려 수업에 많이 빠졌겠다 싶을 정도로 이번 달은 늦퇴의 연속이어서 결과론적은 만족하고 있다. 

 

올 한해는 계속 등록해서 꾸준히 다녀볼 계획이다. 제발 게임 흉태라도 낼 수 있을 정도만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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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산장에서 숙박을 한 가장 큰 이유는 일출을 보기 위해서였다. 전날 미리 일출을 볼 금산산장을 보고 오기도 했다. 남해의 일출시간에 맞춰 기상을 했고 늦지 않게 서둘러 올라갔다. 사람들이 하나둘씩 금산정상을 가득 메웠다. 

해 뜨기 전 

바다에서 일출을 보는 일이 특별하지 않은 곳에서 자라났지만 남해의 일출 풍경은 또 달랐다. 

쏘옥

 

정말 아름다웠던 일출 풍경. 손과 귀가 너무 시려워서 힘들었지만 그걸 감내할 만큼의 가치가 있었다. 욕나오게 추웠던 금산산장에서의 숙박마저 미화되는 순간. 

누룽지탕+컵밥. 우리나라 인스턴트 체고야,, 
컵밥 인생샷 찍기
짜잔-

다시 숙소로 돌아온 후에는 전날 남해터미널 근처 마트에서 산 누룽지탕과 컵밥을 먹었다. 저런 풍경을 눈 앞에 두고, 제대로 눈도 못뜬 채 아침을 챙겨 먹으니 꿈을 꾸는 기분이었다. 

보리암 가는 길 

금산까지 왔는데 보리암에 안갈 수는 없지요. 올라온 산행길과 반대편으로 내려가면 자연히 보리암에 들리게 된다. 보리암에는 일찍부터 관광객들이 많았다. 금산정상에서 보는 풍경만큼이나 이곳에서 보는 풍경도 끝내주게 좋았다. 날도 쾌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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