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는 나에게도 스타였다. 텐미닛이 나온 게 2003년. 초등학교 5학년 여자아이에게 섹시가수 이효리가 대중에게 소비되는 이미지 그대로일 수는 없어도 그녀의 대표곡을 흥얼거릴 수 있을만큼은 이효리를 알고 있었다. 뒤에 잇달아 내놓은 곡들은 좀 더 머리가 굵어진 이후에 접했기에 이효리가 대중에게 고착화 된 이미지는 나에게도 변하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그러던 중 이효리는 조금 다른 행보를 보였다. 사회적 현안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유기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또 상업적인 CF 출연을 고사하기 시작했다. 돈이란 게 참 무서운 것이, 진의를 의심받던 그녀가 '돈'을 거절한다고 하니 사람들은 점차 그 행보에 진실성이 있다고 생각했다.(물론 나 역시 그랬다)

 

사실 이효리가 가요계를 휘어잡던 시대와 내가 10대 후반에 위치해 열정적으로 가요 무대를 바라보았던 시대는 조금 비껴있다. <효리네민박>에서의 이효리 말마따나, 난 '아이유 시대'의 대중에 가깝다. 라스를 제외하곤 예능을 꼬박꼬박 챙겨보지 않는 내가 <효리네민박>을 시간 맞춰 틀어놓게 된 결정적 계기도 실은 아이유의 일상을 보고 싶은 팬심에서였다. 민박의 주인장(이라기보다 회장님ㅋ_ㅋ)인 이효리는 나보다 앞선 시대, 3살 터울의 친언니보다도 좀 더 일찍 학교를 다닌 이들이 선망했던 여성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효리네민박>에서 본 이효리는 생각 이상으로 멋진 사람이었다. 우선 가장 부러운 것은 '자신감'이다. 타고난 외모와 몸매로 늘 주목받는 삶을 살아온 자만이 가질 수 있는 특유의 자신감. 그게 가장 잘 드러난 대목이 신혼부부와의 대화에서 였다고 생각한다. 한 살 짜리 아이를 시부모님에게 맡기고 여행을 온 부부와 이효리는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피부가 까만 편이었던 여자 손님은 아이를 낳고 "피부가 하얀 걸 확인하곤 안도했다" 말하자, 이효리는 반문한다. "왜? 까만 피부가 얼마나 매력적인데?" 이효리는 자신이 가진 외모적 특질(즉, 구릿빛 피부)에 대한 확고한 자신감이 있었다. 까만 피부를 꺼려하는 상대가 도저히 이해가지 않는다는 눈빛의 이효리는 자신의 타고난 장점에 자신감을 얹어 더 빛나게 할 줄 아는 삶을 살아왔음이 분명했다.

 

또 하나, 꾸준한 몸의 단련. 이효리가 요가를 하는 모습이 정말 자주 비치는데 나는 요가복을 입었을 때 보이는 탄탄한 몸의 이효리가 너무 부러웠다. 바짝 마른 게 아닌, 탄탄한 근육질의 몸. 수년간 얼마나 꾸준히 몸을 단련해왔는지를 충분히 가늠하게 하는 몸이었다. 그래서인지 펑퍼짐한 옷을 입고 나와도 전혀 추레해보이지 않았다. 화장을 하고 나오지 않아도 예뻐 보이는 얼굴도 비슷한 맥락이다. 꾸미지 않은 얼굴과 몸이 이렇게 아름답게 비춰질 수 있구나를 증명해내고 있다. 매주.

 

 

 

 

 

'무경계' 카테고리의 다른 글

  (0) 2018.07.27
서울 - 익산역 - 전주혁신도시  (0) 2018.03.01
일본어 맛보기 단계  (0) 2016.05.04
일본어 공부 시작  (0) 2016.04.25
오랜만에 덕후질/장위안(张玉安) 웨이보 - 他终于开微博!!!!!!  (2) 2014.08.29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