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지난해 5월에 읽었던 책 기록을 이제야 남긴다. 친구들과 ebook 독서모임의 첫 스타트를 끊어준 책. 첫 책을 읽자마자 이 모임은 동면기에 접어들었는데 올해 다시 재개해 나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12329255?OzSrank=1

 

쓰잘데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

전방위 인문학자 도정일의 산문집 『쓰잘데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 『별들 사이에 길을 놓다』가 함께 출간되었다. 문학동네 '도정일 문학선'의 시작을 알리는 이번 산문집 두 권은 저자의

www.yes24.com

도정일 작가가 여러 신문에 쓴 칼럼을 묶은 책이다. 황현산 선생님의 <밤이 선생이다>와 유사한 형태. 각 칼럼에 담긴 통찰은 좋았는데 아무래도 해당 칼럼이 쓰인 시기가 지금과는 시간적 거리가 있다보니 2020년을 살아가고 있는 독자에게 엄청 특별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아마 칼럼이 쓰인 시기에 바로 읽었다면 더 좋았을 터. 

 

- 인간의 세계는 수량과 수리의 측면만으로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집단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인간이라는 존재의 절반은 계산의 천재를 요구하고 절반은 바보 산치를 요구한다. 

 

- 인간의 성장이 유전정보만으로 결정되는 것이라면 성장은 드라마가 아니라 이미 결정돼 있는 것의 운명적 전개에 불과하다. 

 

- 도서관의 이 지리적 주변화는 우리 사회의 수준을 대변한다. 

 

- 지금은 아무도 바보가 되지 않으려는 시대, 바보의 노선에 대한 적극적 경멸의 시대이다. 

 

- 수용자들에게 땀 흘리게 하기보다는 쉬게 하고 긴장을 풀게 하고 삶의 난제들을 잠시 잊을 수 있도록 도피성 망각의 기회를 주는 것은 대중문화의 거대한 사회적 효용이다. 

 

- 좋은 예술작품이란 쉽게 즐거움을 주는 작품이기보다는 수용자에게 거의 언제나 최대의 에너지 투자를 요구하는 작품이다. 

 

- 작가의 서재는 단순 책방이 아니다. 그것은 그가 무슨 책을 읽으며 밑줄을 긋고 여백에 무슨 말을 써넣었는지, 누구와 교류하고 책과 편지를 나누고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았는지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비밀스러운 정신의 지형도, 한 시대의 문화사, 작가의 자서전, 당대 사람들의 전기다. 

 

- 스스로 경험해보지 않은 일에 대한 인간의 이해 능력은 극히 빈약하다. 

 

- 빵과 의미는 삶을 지탱하는 두 기둥이다. 빵이 삶의 바깥쪽을 버텨낸다면 의미는 삶의 안쪽을 지키고 지탱한다. 

 

- 나는 내 행복에 책임을 지고 있다. 내 영혼의 안녕과 건강을 보살필 책임은 무엇보다도 나에게 있다. 

 

- 시장, 개발, 산업의 논리들이 사회 유지와 발전에 필요한 다른 모든 논리들과 근본 가치들을 전면적으로 압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 인문학 교육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