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의, 아니 어거스트디의 솔로콘서트 디데이 서울 공연과 파이널 공연까지 운좋게 모두 관람했다. 위버스라이브에서 들뜬 목소리로 솔로콘서트 해외투어 소식을 전했을 때부터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길고 긴 대장정이 끝났다. 심지어 아미들은 당초 몰랐던 서울에서의 3차례 파이널콘서트까지 추가 되었으니 약 1개월가량이 더 길어진 셈이다.

방탄 멤버들과 함께 서는 무대가 아닌 홀로 무대에 선 윤기는 1명으로도 무대를 꽉 채웠다. 그룹으로 활동하면서도 꾸준히 냈던 개인 음악들은 120분의 공연시간을 빼곡히 채울만큼 충분했다. 더 대단한 점은 그 모든 노래들은 아미들이 따라부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전주만 흘러나와도 고함이 터져나왔다. 윤기가 쌓아온 노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들이었다.

방탄의 멤버가 솔로콘서트를 한다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은, BTS는 대중들에게 그룹으로 훨씬 더 인지도가 높은 가수지만 멤버들 한명한명의 기량이나 존재감이 모두 충분했기 때문에 그룹의 성장과 함께 멤버들 각자도 모두 성장했을테니 그룹콘서트 후에는 개인콘서트가 당연한 수순처럼 여겨졌다. 그런데 이번에 디데이 콘서트를 보면서 느낀 건 그건 결코 당연하지 않다는 것. 그 바쁜 그룹 활동 중에도 윤기가 개인 콘서트를 열 만큼 어거스트디라는 이름아래 많은 노래를 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방탄의 노래로는 풀기 어려운 자신의 이야기를 솔로곡을 통해 풀어냈고 아미들은 윤기의 솔로곡에도 많은 애정을 쏟았다.

무엇보다 지난해 6월13일부터 시작된 챕터2의 시간을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으로 쓸 수 있었을텐데도 윤기는 해외투어를 기획하고 준비했다. '때론 너의 휴식은 추락이 된단걸'(interlude:Shadow)이라는 가사가 떠오르기도 했으나 어거스트디의 트릴로지 마무리는 결국 공연이어야 했다. 

윤기가 바쁘게 움직인 덕분에 각국의 많은 아미들이 기뻤고, 행복했다. 특히 공식 응원법이 따로 없는 곡들이었는데 해외 투어를 거치면서 아미들은 자체적으로 응원법을 만들고 공유하고 연습했고 파이널 콘서트에서는 그 응원이 정점에 달했다. 한국 아미들이기에 더 잘 따라할 수도 있었던 건 맞지만 해외공연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방탄콘서트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발라드 콘서트만을 가는 나였기에 이번 공연에서의 체험은 정말 새로웠다. 무대 위에 선 아티스트와 완벽한 교감, 관객석의 고함과 떼창으로 귀가 얼얼해지는 감각, 양옆에 선 아미들과 느끼는 일체감. 추첨제로 당첨이 돼 찾은 서울 콘서트가 끝나고 나서는 '와 정말 재밌었다'는 감각이 온 몸을 휘감았다. 스탠딩을 했던 파이널콘서트에서는 나를 둘러싼 모든 아미들의 열기가 대단해서 공연이 끝나고나서도 - 어쩌면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공연에서 빠져나오기 힘들었다. 

 

응원법을 외워가려고 팬챈트 가이드를 출력해서..=_= 달달 외웠는데 그 덕에 가사 한줄한줄, 단어 하나하나를 더 깊이 음미할 수 있었다. 콘서트를 다녀오고 나서 어거스트디의 세 앨범을 더 사랑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삼부작이라는 게 아쉽지만 이번 콘서트 덕분에 윤기는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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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6월24일 디데이 인 서울 

 

 

서울 콘서트는 추첨제였다. 당첨은 기대조차 않았으나 신청은 해놓고선 티켓팅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와중에 두둥. 당첨됐다. 공지 제대로 안보고 좌석 반은 추첨제, 나머지는 예매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상 전석 추첨제였다. 당첨 안됐으면 피눈물 흘렸을 뻔. 

 

오후에 당첨발표 확인하고 속으로 소리질렀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때 이후 공연날까지 기분 안좋을 때마다 생각했다. "윤기 콘서트가 날 기다리고 있어.."

 

 

공연 전: 아니 이분들은 누군데 현수막에 걸림?

공연 후: 팀슈가 사랑해요♡♡♡♡♡♡

 

중국 아미들의 서포트는 매번 볼때마다 놀랍다.. 자본의 힘(물론 애정이 기반)

아우 이뻐 

곳곳에 걸린 윤기 사진 다 너무 이뻤다. 

서울콘에서 입은 발렌티노 특별 제작 의상 너무 멋졌다. 윤기랑 진짜 잘어울림.

서울콘은 2층 좌석이었어서 서두를 거 없이 공연장에 갔다.

아미존에서 나눠주는 포카도 운 좋게 마감 직전에 받았다. 아이돌 팬이 됐는데도 아직까지도 포카문화 잘 이해 못하지만 잘생긴 윤기 사진 받으니까 기분은 좋더라ㅎ... 

 

규모가 작은-방탄 기준- 실내 공연장이다보니 2층이었는데도 시야가 정말 좋았다. 양 옆에는 일본인 아미들이 앉았는데 두런두런 대화할 수가 없어서 아수웠다 흑.. 

 

공연 시작전까지 폰에 다운받은 응원법 가이드 계속 보면서 연습했다. 이렇게 열심히라니. 이건 찐사랑이야. 이런 생각 987321번 할 때쯤 공연이 시작됐다.

 

주변에 응원을 그렇게 미친듯이 하는 아미들이 없었는데 내가 그 미친아미가 되어보자 싶어서 정말 열심히 따라불렀다. 떼창 열심히 했더니 공연의 재미가 진짜 배로 커졌다. 이날 게스트로 싸이가 나왔는데 무대에 나오는 순간 공연장 함성이 너무 커져서 귀가 멍해졌다. 댓댓 따라부르는 재미 진짜 미.쳤.음. 정구기가 왜 허구한날 댓댓 불렀는지 알 것 같았다. 

 

대취타랑 해금으로 시작한 공연은 사람과 사람팟투를 부를 때는 서정적인 분위기가 흐르다가 다시 어거스트디의 진한 랩핑을 느낄 수 있는 곡들로 채워졌다. 욱! 할 때는 진심 신나서 페스티벌 온 줄... 

 

공연 막바지로 갈 수록 윤기가 하도 '마지막' '마지막'을 강조해서 이 앙큼고양이 또 뭘 준비한거야.. 했지만 그대로 공연이 끝나버려서 진짜 마지막인데 마지막을 강조한거야? 하고 허탈했다. (담날 공연에서 파이널 공연 공지함) 너무 재밌게 놀았다보니 공연이 끝나고 공연장이 환하게 불이 켜졌을 때 "난 이제 놀 준비된 거 같은데 다 집에 간다고??"의 심정이었다. 

 

2. 

8월5일 디데이 파이널콘서트

 

서울콘서트로 디데이콘서트의 재미를 안 이상 파이널콘서트는 무조건 가야했는데 정말 험난했다. 이번 공연처럼 처참하게 티켓팅을 망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ㅠ

 

이날 퇴근하자마자 가방 싸들고 피씨방에 가서 앉았다. 넉넉하게 시간 끊어두고 앉았는데 게임도 안하니 피씨 켜두고 폰으로 내내 딴짓했다. 근데 오픈시간 딱 되고 어버버하다가 몇 초 늦게 선예매 눌렀떠만 순서가 엄청 뒤로 밀렸다. 그때부터 쎄했다. 내 뒤에도 아미로 추정되는 애기들이 앉았는데 내가 아직도 만번대에 머무를 때 슬쩍 보니 네자리 숫자가 화면에 떠 있더라. 그분들은 티켓팅 여유롭게 성공해서 나가는데 나는 아직 좌석도 못보는 상황. 겨우겨우 기다려서 접속하는 순간 로그인이 풀렸다고 날 내보냈다.............미쳤나 인팤 기준 몬데 모냐고... 

 

이거 완전 내 상황이었음. 왜 난 정직하게 티켓팅을 하는 아미인데 이런 시련을 주십니까 

 

티켓팅 선예매도 망해버리고

다음날 일반예매도 망하고

그 다음날 넘어가는 새벽에 한 취켓팅도 대차게 망해버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 쏟은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무조건 어떻게든 가야되는 상황이었음( 우냐? 울어?)

 

이때쯤의 내 루틴

- 기상 후 인팤 접속

- 마감 후 인팤 접속

- 퇴근 전 인팤 접속

....

취소표가 하나둘은 계속 뜨는데 예매하려고 들어가면 눈밭이 상황이 끊임없이 반복되어서 심신이 아주 너덜너덜해졌다. 아 그냥 포기하고 스트리밍볼까?라는 마음이 점점 더 커져갈 때쯤, 여느때처럼 눈 뜨자마자 인팤에 들어갔고 일반석에 자리가 꽤 많이 풀려서 들어갔더니 포도알 하나가 보여 냅다 예약하고 예약 확인 카톡 받음!!!!!!!!!!!!!!!!!!!!!!!!!!!!!!!!!!!!!!! "일찍 일어나는 새가 좋은 장점 = 슈가 티켓팅 취소표 주울 수 있다"

 

폰으로 보다가 결국 출력함

첫날 정국이가 게스트로 나왔다.

이 소식 듣고 속으로 울었다 ㅠ 정구가..... ㅠㅠㅠ 너무 이쁘다 정구기 

디데이콘서트 굿즈를 기념으로 하나 갖고 싶었는데 맘에 드는 게 티셔츠였다.

굿즈 사려면 현장 가서 바로 사거나 올공 반경 2.5km 안에서 예약한 후 가서 찾으면 되는 시스템. 울 집은 당연히 택도 없고 올공 근처 사는 친구한테 혹시나하고 부탁하니 친구집이 2.5km 안에 들었다!!!(만세!!!) 굽신굽신하면서 10시 땡하면 사달라고 읍소... "집에서 누워서 샀다"는 친구 말에 또 혹해서 기타피크도 사볼까? 했지만 이미 솔드아웃됨. (하지만 우리 윤기는 콘서트 이후에 기타피크 주문제작으로 내줬지요-)

진짜 더웟따

2시간 내내 서있더라도 스탠딩석보다 좌석이 조은데

그런 거 따질 형편 안되고 취소표 나오는 대로 주웠던 나는 일반석 스탠딩존, 그것도 거의 끝번호였다. 4시부터 집결해서 입장한 후 6시 공연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스케줄. 콘서트 보러 이렇게 공연시간보다 훨씬 일찍 나온 것도 처음이었다. 스탠딩은 천막 밑에 집결할 때부터 고난의 연속이었다. 내 번호가 너무 뒷번호여서 천막 없는 땡볕에서 30분가량 서 있었다 ^_^ 

스탠딩인데 시야 진짜 안좋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파이널콘서트에 올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자 

이번 공연은 아미들이 전보다 더 미쳤다(좋은 의미로)

엄청난 떼창. 

그걸 믿고 공연을 진행하는 윤기도 참 편해보였다

내가 간 날은 자만이가 나왔지롱~

사실 이미 리허설 공연으로 지민이가 올 거 같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막 놀랍지는 않았지만, 화면에 뜬 지민이 얼굴 보고 놀랐다. 진짜 예쁘게 생김.. 

막콘의 막날에는 석지니 호비가 관객석에, 남주니가 게스트로 섰지요. 

아미가 만든 이 멋진 사진 흑흑 ... (지금은 X가 되어버린) 트위터에서 주웠습니다. 

 

파이널콘서트에서는 기존 셋리에 어땠을까를 추가했다. 어땠을까는 어거스트디 노래를 각 잡고 듣기 전에 먼저 접했던 윤기 솔로곡이었는데 곡이 갖는 의미도 의미거니와 좋아하는 노래여서 더 좋았다. 

 

마지막 날에는 윤기가 중간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는데 후련함도 일부분 느껴지는 눈물이어서 그렇게 슬프지만은 않았다. 혼자서 이많은 공연을 해낸 네가 정말 대단해. 아미의 자랑이자 사랑, 입대 전까지 잘 쉬고(라이브도 켜주라...) 건강하게 다시 무대에서 보기를. 

7월 중순에 접어들어서야 써보는 올 상반기 일기.

6월 말에 쓰려고 마음 먹었는데 상반기는 한번도 걸리지 않은 코로나에 걸리면서 화려하게 마무리했다. 코로나 유행한지 4년째 안걸리다가 이게 무어람. 유일한 장점을 찾아본다면 6개월간은 항체 보유자로 10월에 계획한 휴가를 코로나에 걸릴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흑...

 

1월부터 6월까지 사진첩 털이

 

사실 지금도 눈을 감고 있을지도... ㅎ

연희동에 있는 바늘이야기에 올초 첨 가봤다.

바늘이야기에 가게 된 이유는? 근처에 있는 블루핸즈에 가면서 겸사겸사. 블루핸즈에 간 이유는? 100번 넘게 주차한 곳에 주차하다가 사이드미러를 주차기둥에 박아 박살냈기 때문. 주꼬싶었다. 순식간에 15만원 날리는 사람? -> 나 

 

어디선가 주웠는데 출처를 모르겠어요

뜨개 여전히 재밌고 즐겁다. 계속 뜨개를 한다면 뜨개할머니처럼 될 거라는 칭구..

 

이게 올해라고? 

공연장은 영 별로였지만 내가 좋아하는 몇 안되는 팝가수의 내한공연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올초 봤던 영화 중 너무 좋았던 영화 <애프터썬> 

영화를 보는 순간보다 영화관 밖을 나와 곱씹어봤을 때 더 울컥하게 됐다. 부모는 자식이 모르는 자신만의 삶에서 고군분투한다는 점이 코를 찡하게 만들었다. 어쩔 수 없이 우리 엄마아빠를 생각할 수밖에 없었는데, 어릴 때 오직 나와의 관계에서만 엄마아빠를 생각할 수 없었을 때 엄마아빠는 자신들의 삶에서 어떤 어려움과 고난이 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들면 괜히 눈시울이 붉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2월쯤으로 기억. 급하게 간 완도 출장. 케텍타고 호남선 끝자락인 목포에 내려 렌트카를 타고 더 밑으로 내려가는 코스가 이제 너무 익숙하다. 이날도 목포역에서 내려 쏘카존으로 걸어가는데 '왜 지도 안보고도 가겠지' 싶었더만.. 기시감에는 이유가 있다.

목포에서도 한시간 반을 달려야 도착하는 완도. 당일 마감이라 진짜 맘이 너무 급했다. 오전에 모든 걸 끝내고 목포로 돌아와 근처 카페에서 마감했는데 예기치 못하게 예쁜 카페가 있었다. 이 와중에 점심도, 카페에서 맛있는 것도 다 잘 챙겨먹었네 그러고보니.. 

지금도 이렇게 붙여두고 있다
기여워. 작년부터 방탄이들 생일케이크가 너무 귀여워졌다. 덕분에 아미들이 그리는 이런 귀여운 팬아트도 겟할 수 있다.

대바늘세트가 너무 사고 싶어서 작년부터 드릉드릉하다가 '돌아돌아 결국은 치아오구'로 간다는 간증을 보고 바로 치아오구 세트로 사버렸다. 계모임의 유구한 전통, 생일자에게 '나이x만원'을 주는 생일선물로 결제를 했다. 나무바늘보다 스틸바늘이 써보니 훨씬 손에 잘맞아 좋아 이걸 선택했는데 지금은 또 나무바늘 세트도 있으면 좋지 않을까 싶다. ㅎ

뜨개인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다는 위글위글의 줄자. 뜨개하면 이런 줄자도 합법적으로(?) 살 수 있다.

라라뜨개에서 산 저 실로 가디건을 떴는데 목부분 사이즈를 너무 어벙하게 계산해서 입으면 영 이상하다ㅠ 실은 너무 이쁜데 손이 잘 안가게 되는 듯. 이때의 경험으로 무작정 크게 뜨면 만사가 아니라는 걸 배우게 됨. 

 

성수에서 먹은 라멘. 

언니가 챙겨준 생일선물. 저 책 올해가 가기전에 읽어야 되는데...

칭구: 에뛰드에서 방탄 콜라보 립틴트가 나왔다는데?

나: (사진) 이미 샀음 ^_^

예당에서 한 조성진 공연도 갔다 왔지요오

세종예당 공연장이 작은데 그 덕에 꽤 뒷줄이어도 무대가 가깝다. 타지 생활에 이런 재미라도 누려야지. 

 

3월에는 의성에도 갔다. 여전히 초겨울같은 날씨였지만 날은 맑았고, 어딜 가든 사람이 없어서 고요했다. 

의성 조문국 사적지. 조문국 사람 이름 아니고 나라 이름이랍니다.. 계절이 계절인지라 더 묘한 풍경이 됐다.
여기 앉아서 한참을 이야기했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이때 나눈 이야기들이 한달도 채 되지 않아 흩어졌다. 잘 이겨내고 있는 친구가 대단할 뿐이다.
의성시장에서 사온 숯불닭발. 저렴한 가격에 양도 많다.
내가 가져온 와인과 친구가 만들어 온 케이크.
급하게 뜬 숏비니
이 자식이 친구 손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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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30일부터 5월2일까지, 2박3일 전주국제영화제에 다녀왔다. 작년에 무주산골영화제 경험이 무척 좋아서 부국제에 이어 국내 영화제 가운데 규모 2위라는 전주국제영화제도 궁금했다. 

 

티케팅은 생각보다 험난했다. 부국제랑 달리 JIFF는 널럴 하다더만.. 그것도 아니었다. 사실 영화 선정부터 난관에 부닥쳤는데 낯설디 낯선 영화 가운데 뭐가 괜찮은지 알아볼 정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제대로 살펴보려면 해외 평단의 평가부터 봐야한다지만 너무 구찮은 게 아닌가? 제발 나 좀 떠먹여줘...흑... 

 

겨우 겨우 티케팅 며칠 전에 상영작을 좀 살펴보고, 같이 갈 친구랑 우선순위 몇개를 정했다. 

 

그러나

당초 예정된 티켓오픈 시간 직전에 갑자기 서버 불안정해서 오픈시간 연기된다는 공지가 나와서 대혼란. 마감 때문에 맘 졸였던 난 오히려좋아..상황이었지만 ^_ㅠ 영화제 티켓 예매 매번 왜이러나 싶다. 

미뤄진 시간에 맞춰 들어갔는데도 난 서버 터짐.. 예매창에 아예 접속이 안돼 멘붕이었는데 다행히 친구는 서버 접속이 되어서 보고 싶었던 영화 거의 다 예매 성공함. 

 

1. 

4월30일 일요일

 

오전 10시 샤센카 예매했지만 전주에 10시에 도착하려면 언제 출발해야 할 지 두려웠다. 전날 울산 장거리 운전도 이미 한터라 기운이 조금도 없었다. 친구랑 고민고민하다 여유있게 보자고 했다. 샤센카는 취소하고 오후 늦게 영화를 보기로 함. 

 

시릴 루티 <고다르 시네마>, 아녜스 바르다 <1967-뉴욕의 파솔리니>

 

아무 정보도 없이 영화관에 들어갔고 단순하게 영화 2개니까 하나는 실패해도 하나 집중해서 보면 되겠지 했다. 하지만 보다시피 <1967~>은 5분짜리였다. ㅎ..

 

<1967~>은 바르다 감독이 뉴욕에서 만난 다른 영화감독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의 얼굴과 뉴욕의 거리를 비추며 나눈 대화로만 만들어진 영화다. 영화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설명이 나오는데 이 단편은 존재조차 몰랐다가 최근에서야 발견됐다고 한다. 시대 배경을 모르니 주고받는 티키타카 대부분을 그냥 흘려보냈지만 기억에 남는 부분도 있었다. 

 

- 뉴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 가난

 

<고다르 시네마>는 아주 영화를 얕게 아는 나조차도 익숙한 감독 '장 뤽 고다르'에 관한 전기영화다. 안타깝게도 내가 그의 영화를 거의 본 게 없어서 이 전기영화는 너무 지루했다. 그래도 사회와 끊임없이 대화하면서 스스로를, 영화를 변화시켜 나가는 모습이 여운을 남긴다. 68년 2월혁명 이후 고다르 인터뷰 장면이 나온다. 고다르는 국가에, 체제에 반기를 드는 영화도 그 어디까지나 권력이 허용해낼 수 있는 선 안에서만 가능하다는 회의적인 모습을 보인다. 

 

2. 

5월1일 월요일

 

하루를 통 영화제에서 보내는 날. 아침부터 부지런히 숙소를 나섰다. 

 

롤라 키보론 <로데오>

 

여성, 모터사이클, 아웃사이더.. 

 

이런 키워드를 읽고는 영화 <와일드>를 생각했다. 모터사이클로 여행을 하는 여성이 남성 라이더 사이에서 겪는 분투..? 이 예상은 영화 첫장면부터 바로 깨진다. 첫장면의 카메라가 정말 예술이다. 이 영화 전체가 어떤 리듬으로 흘러갈지 보여주는 장면과도 같달까.. 주인공 줄리아가 모터사이클을 통해 뭔가를 이루려는 게 아니라 모터사이클 그 자체에 열광하는 게 새롭게 느껴졌다. 줄리아 역을 맡은 배우는 피부와 머리카락, 체구 등 모든 게 이 역할에 찰떡이었다. 같이 본 친구는 영화 <티탄>의 순한맛 같다고 평했다. 

 

JIFF 홈페이지에 영화 소개와 함께 짤막한 리뷰가 들어가는데 <로데오> 리뷰의 첫문장이 진짜 너무 구리다. '길들여지지 않는 여성은 늘 매력적이다. ...' 라뇨.. 이런 영화에.. 이런 영화가 말하는 지점에서 몇단계나 후퇴한 문장인가.

 

 

데보라 스트라트맨 <마지막 것들> + 감독님 GV

 

순전히 친구의 픽. 친구의 취향과 안목을 믿는 편이라 예매한 영화 다 좋았는데 이것만은 '이게 뭐야?' 했다. "이 영화 암석만 계속 나오는 거 아녀?(농담)" 했는데 진짜로 그러하였다! 이렇게만 말하면 뭔 영화인가 싶지만 이 영화는 인류가 중심이지 않은 지구를 그린다. prehistoric + prehistoric + prehistoric 몇억년 전 암석을 시작해 다양한 존재의 진화를 다룬다. 눈이 감기는 순간이 많았으나 (감독피셜) 에얼리언 느낌을 주는 인상적인 음악들이 겨우 눈을 뜨게 해줬다. 영화 전반이 말하고자하는 바를 영화가 끝난 후 바로 감독님과의 GV를 통해서 들을 수 있었다. '여러분은 50분 동안 수십억년(?)을 체험하신 겁니다~~'라고 말한 모더레이트의 말 한마디로 이 영화의 의미가 살아난 느낌. 

 

조한나 <퀸의 뜨개질>

 

한국 단편 영화 4개를 묶어서 상영했는데 그 중 하나였다. 이 단편선을 선택한 이유는 바로 이 영화. 뜨개를 다룬 영화가 너무 궁금했기 때문이다. 작년부터 뜨개에 푹 빠져 살고 있다보니 JIFF 상영작을 살펴보다 이런 영화가 있다는 걸 알고는 한참을 웃고 친구에게 보자고 했다. 줄거리만 봤을 때는 코바늘 끝판왕 '만다라 매드니스'를 만드는 니터의 수행기(?) 같은 건가 했다. 그래서 반신반의하면서 봤는데 웬걸. 이 영화 너무 좋았다. 

 

주인공은 바로 감독 '한나'. 할머니에게 어릴 적 코바늘을 물려 받은 이후 15년 넘게 니터로 살아온다. '뜨개=여성의 취미'라는 인식에 반기를 드는 감독은 뜨개에 씌워진 편견 만큼 여성에게, 한나 자신에게 씌워진 편견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짦은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면서 반문한다. "뜨개는 여성 고유의 취미인가" "여성은 아름다워야 하는가" 그리고 "사람은 이성만을 사랑해야 하는가" 

 

이런 질문들은 '만다라 매드니스'를 만드는 과정과 교차한다. 만다라 매드니스는 코바늘로 만드는 담요의 한 종류다. 

 

갑자기 딴 길로 새서 만다라 매드니스 이야기를 하자면 

https://itsallinanutshell.com/2016/07/14/mandala-madness-crochet-video-tutorials-yardage-color-list/

 

Mandala Madness – all video tutorials, colors list and yardage

Mandala madness crochet along designed by Helen Shrimpton is completed. In a long journey over 18 weeks that took us through a few bumpy bits and sharp turns we all came out reasonably unscathed th…

itsallinanutshell.com

위 링크에 만다라 매드니스에 관한 자세한 설명이 나와있다. 

 

만다라 매드니스는 Helen Shrimpton 작가가 만든 것으로 완성하는 데 18주가 걸린다고 소개한다. (영화 속 한나는 6개월이 걸린다. 그런데 원래 '하루만에 다 뜨는 OO'라는 말로 현혹하는 뜨개 도안을 실제로 떠보면 그의 곱절이 걸린다) 링크에서 만다라 매드니스를 소개한 니터도 완성하는 데 180일이 걸렸다고 한다. 나는 코바늘 편물을 선호하지 않아서 대바늘을 주로 잡는데 코바늘을 했다면 위시리스트에 'Mandala Madness'를 넣었을 거 같다. 

 

다시 영화로 돌아와보면

 

한나는 자신과 똑 닮은 할머니를 회상하면서 영화를 이끌어간다. 만다라 맨드니스를 완성해가며 과거에 있던 일들을 홈비디오 영상을 통해 풀어내기도, 뜨개 인형으로 1인인형극을 하면서 설명하기도 한다. 질문은 가볍지 않은데 이를 풀어내는 방식이 재치있다. 모두가 그럴테지만 압권은 영화 막바지의 노래다. 노래 너무 중독적인데 유툽으로 올려주면 안되나ㅠㅋㅋ 다른 니터의 뜨개를 보고 싶어 봤던 영화였는데 예상치 못하게 더 큰 걸 받고 돌아왔다. 

왼쪽에서 두번째가 조한나 감독님

영화 끝나고 감독 및 출연배우와의 GV도 있었다. 

 

왜 본인의 이야기를 첫 영화에 풀어냈냐는 관객석의 질문에,

한나 감독이 '내 이야기를 먼저 풀어야 타인의 이야기도 할 수 있을 거 같았다'라고 한 답이 두고두고 기억에 남았다. 다음 작품이 정말 기대된다. 

 

<퀸의 뜨개질>은 한국 단편에서 대상도 받았다! 내가 영화볼때도 다른 단편들 중에 독보적으로 반응이 좋았다 싶었는데 역시는 역시. 대상받은 작품을 보고와서 뿌듯했다. 

 

3. 

5월2일 화요일

 

전날 영화 강행군 + 전주 여행으로 녹초가 됐다. 

 

 

우무트 수바셰 <가벼운 재앙>

 

4명의 젊은 남녀가 서로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영화 첫 부분부터 4명의 주인공들이 깨발랄한 음악에 울부짖는 장면이 차례로 나온다. 이 청춘들은 각자가 처한 '가벼운 재앙'에 억눌려있다. 취업이 안되거나, 돈이 없거나, 친구가 없거나... 누군가는 젊었을 때 누구나 겪는 어려움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당사자에겐 그 무게가 어찌 가볍기만 할까. 이 영화 역시 음악이 좋았고, 굉장히 깔끔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영화 후 이어진 GV에서 감독님 답변 스타일을 보니 왜 영화가 '은근히 웃긴지 알 거 같았다.

왼쪽에서 두번째가 감독님, 세번째가 프로듀서

 

 

 

마지막 영화는 미하일 보로딘의 <불편한 편의점>

 

피곤한 상태였는데도 온전히 집중해서 봤다. 그만큼 좋았다. 초반부부터 감정적으로 휘몰아치게 만드는 영화인데도 지치지 않았던 이유는 늘 무표정한 상태의 주인공이 웬만해선 감정을 쏟아내는 법이 없기 때문인 거 같다. 동명의 책이 우리나라에서 베스트셀러여서 제목이 익숙한 인상을 주는데 사실 원제는 <편의점(convenience store)>이다. 러시아 모스크바 편의점에서 고용된 외국인들이 제대로 된 임금도 받지 못하고 고용주에게 학대를 당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말은 편의점이지만 우리나라 편의점과는 완전히 달라보였고 24시간 운영되는 작은 마트에 가까웠다. 

 

이주노동자의 이야기라 그런지 올초 읽었던 <깻잎투쟁기>도 생각이 났다. 자국에서 일거리가 없어 타국에서 외국인으로 일한다는 것부터가 약자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정말 먹고 살기 위해 끝없이 평생을 일하는 노동자로서의 일생이 참으로 고단하게 느껴졌다. 주인공의 엄마가 갑자기 다리를 절단해야 했고 주인공이 그 절단한 다리를 돌아가신 아빠 무덤에 묻어주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조차도 인부들에게 돈을 줘야 하는 사실이 벗어날 수 없는 굴레 같았다.  

 

4. 

전주에서 먹고 보고 간 곳들 

https://map.naver.com/v5/search/%EB%AA%A9%EB%A1%9C%EA%B5%AD%EB%B0%A5/place/1477802979?c=15,0,0,0,dh&isCorrectAnswer=true

 

네이버 지도

중화산동 목로국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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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끼는 '목로국밥'의 한우시래기탕.

가격이 꽤 있었으나 맛이 깔끔하고 고기가 실했다. 백김치를 사이드 반찬으로 추가해서 먹었다. 

원산지=목로국밥 주인장 엄마

 

영화 강행군이었던 둘째날 영화거리에서 간단하게 먹을 음식점을 찾았다. 

https://map.naver.com/v5/search/%ED%98%95%EC%A0%9C%EB%A9%B4%EC%86%8C/place/1749922884?c=15,0,0,0,dh&isCorrectAnswer=true

 

네이버 지도

형제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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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면소'라는 식당으로 영화제 기념 할인도 됐다. 대만식 마제소바를 시켰다. 맛있었음. 

 

구워먹는 닭갈비집 '계륵사지'

https://map.naver.com/v5/entry/place/1955529528?c=15,0,0,0,dh&isCorrectAnswer=true

 

네이버 지도

계륵사지 삼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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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와 익산에 지점이 여러곳 있다. 영화제가 열리는 영화의 거리에는 도보로 갈 수 있는 곳이 없어서 차타고 좀 가야 했다. 다 구워줘서 너무 편했다. 기본 반찬으로 계란찜과 묵사발이 나오는 것도 좋앗당. 

 

 

마지막날 식사는 전주한옥마을 숙소 바로 근처에 있던 '강촌떡갈비'

https://map.naver.com/v5/search/%EA%B0%95%EC%B4%8C%EB%96%A1%EA%B0%88%EB%B9%84/place/16808444?c=12,0,0,0,dh&placePath=%3Fentry%253Dbmp

 

네이버 지도

강촌떡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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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에 가고 싶었지만 재료 소진으로 마감시간도 전에 문을 닫았다ㅠ 

게하 사장님도 추천했을 정도로 이미 소문난 맛집. 네이버 평 등을 보면 친절도에서 평이 안좋던데 맛만 좋으면 됐다 주의라서 매우 만족했다. '떡낙정식'(2인 이상)이라고 해서 떡갈비+낙지볶음+파전을 1인분에 1만5000원에 파는데 진짜 배부르게 먹었다. 

 

강촌떡갈비 떡낙정식을 시키면 나오는 낙지볶음
떡갈비

 

강촌떡갈비 바로 옆에는 '살림책방'이라는 동네책방이 있다. 

https://map.naver.com/v5/search/%EC%82%B4%EB%A6%BC%EC%B1%85%EB%B0%A9/place/103394150?c=15,0,0,0,dh&placePath=%3Fentry%253Dbmp

 

네이버 지도

살림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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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가 바로 이 근처라 일요일부터 노리다가 화요일 오전에야 갈 짬이 나서 인스타를 봤더니 매주 화요일이 휴무일이었다. OMG... 나 책에 과소비하는 거 젤 조아하는 친구가 엄청 아쉬워했다. 나도 당연히 아쉬웠음. 떡갈비 먹고 나오면서 "아 살림책방 오늘왜 휴무야!?!!" 하고 냅다 소리지르면서 책방앞을 지나쳤는데 책방이 열려 있었다. 머쓱하게 들어가서는 책과 문구류를 구경했다. 영화제 기간이어서 휴무일이지만 여셨다고. 

 

살림책방 강아지

살림책방에 강아지가 있는데 정말 얌전하다. 귀엽고 우아해. 강아지 무서워하는 나지만 가만히 앉아있길래 사진 찍을 수 있었다. 

완산공원
완산공원
완산공원의 삼나무숲
영화의거리를 3일 내내 누볐다
경기전과 정동성당도 갔다
꿀밤고구마...

 

간만에 서울에서 쓰는 블로그 일기. 집 근처에 자주 가던 카페가 장기휴업에 들어가서 방황하다 근처 이디야에 들어왔다. 이디야는 뭔가 맘 편히 책 읽거나 블로그하기는 쉽지 않아 내키지 않았건만..ㅠ 

 

휴대폰 갤러리도 정리할 겸 올해는 블로그 일기 자주 써야징>_<

 

새해 첫날은 집에 갔다. 시간으로 따지면 딱 하루정도 머물 수 있어서 고민 꽤 했지만 가기로 했다.

그런데 2022년의 마지막주 토요일.. 수서역에서 SRT가 잇달아 취소되고 난리 부르스가 나서 백년만에 동서울 가서 시외버스타고 울산에 갔다. 정말 지겨웠다만 미루고 미루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완독했다. 

 

'북적북적' 앱의 이 기능 하나가 너무 탐이나서 바로 다운받아 작년에 읽은 책을 하나둘 복기했다. 빠진 것도 있겠지만 대체로 다 떠올려냈다. 생각보다 정말 독서량이 저조했으며.. 그와중에 내 취향인 책만 골라읽었군, 싶은 기록. 

 

경기도로 이직한 친구가 놀러왔다. 참 볼거 없는 도시라 데려갈 데가 만만치 않은데다 우리집에서 먹을만한 식당은 차를 타야되는데 그럼 술을 할 수가 없어서.. 찾다찾다 한번도 가보지 않은 집근처 식당으로 모험을 감행했다. 하이볼과 안주 모두 낙제점..이었으나 분위기만은 좋았다고 위로해본다. 

 

담날은 갈릭님의 카페 아르스. 들어가는 길목이 '여기가 맞나?' 싶다는 후기를 많이 봐서 나도 '여기가 맞나?'라는 생각이 들어도 의심하지 않고 계속 내달렸다. 그러니 짜잔, 꽤 큰 규모의 카페가 나온다. 갈릭님 아는 체 하고 싶지만, 너무 부끄럽고, 갈릭님 좋아해서 카페 찾아온 구독자 상당수가 그런다고 브이로그에서 말씀하셨던 게 기억나고, 그게 나일줄 몰랐고.... 갓구운 저 케이크는 정말 맛있었다. 

 

민팁짱팬으로 안 쓸 수 없죠? 일력 배경화면. 일력은 책상 위에 두고 출근하기 전에 한장씩 뜯으며 좋은 문구에 찌르르~ 감동받는다. 

 

n년만에 크레마 파우치를 새로 샀다. 기존에 쓰던 파우치는 크기와 디자인, 튼튼함 모두 너무 만족한터라 사실 바꿀 이유가 없었지만 한번도 세탁하지 않고 쓴 탓에 너무 꾀죄죄했다. 세탁하고 새로 산 거랑 번갈아가면서 써야지. 이북리더기는 대학 졸업때 언니가 사준 크레마 카르타인데, 많이 안쓰기도 했지만 번잡한 기능 없어서 매우 만족하며 쓰고 있다. 물론 서브용으로 이북리더기 하나더 구매하고 싶은 마음을 품고 살디만..

 

구례에 추 ㅣ 재 하러 갔다. 인터뷰 끝나고 멀리 나온 겸 대나무숲길도 가고 목월빵집도, 내장탕이 맛있다는 식당에도 갔다. 대나무숲은 산책하기 좋았는데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산통 깨는 클래식이 너무 거슬렸다. 대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만 온전히 듣고 싶었는데 음악이 끊이지도 않고 부지런히 흘러나왔다. 

바나님은 인스타에서 뜨개 게시물 몇개 좋아요 누르다보면 알고리즘이 추천해준 게시물로 알게 됐다. 기성복처럼 깔끔하고 모던한 느낌의 편물을 뜨시는 걸 보고 팔로우 했는데, yes24에서 북펀딩하길래 얼른 참여했다.(yes24 플래티넘 회원의 위엄 아니겠읍니까..)

 

작가의 직업과 취미 모두 '짜다'라는 술어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게 흥미롭다. 그래서 책 표지에 적힌 소개도 '낮에는 코드를, 밤에는 니트를 짜는 개발자'다. 이 책 리뷰는 따로 하고 싶어서 길게는 안적지만 작가가 꽤 최근에 뜨개를 시작한 편인데도 정말 깊숙하게 뜨개세계에 빠진 분이다. 엄청 밀도높은 에세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뜨개 관련 서적은 죄다 도안집인 출판시장에서 이런 에세이는 귀하다. 특히 나처럼 이제 막 뜨개에 관심을 막 기울인 사람에게는 실용서로서도 훌륭하다. 몰랐던 용어와 뜨개 꿀팁을 많이 알게됨.

 

재작년에 엄빠 모시고 간 하동에서 쓴 느린우체통 편지가 이제서야 왔다.

편지 내용은 그냥 아무말이었다.. 1년 후 나에게 보내는 편지에게 코로나19는 끝났냐고 물었는데 그럴리 없지.. 

엄빠 환갑잔치 준비는 좀 하냐고 물었는데 그 역시 그럴리 없디..ㅠ_^

간만에 동진옹 GV. 영화는 <라인>

 

작년부터 모녀 관계를 다루는 영화가 많이 개봉하는데 그때마다 부지런히 찾아 보고 있다. 모녀관계의 당사자로서 이 관계가 흥미로워 그런건가... 가장 최근에 본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허은실 시인님과 이동진 평론가의 합이 매우 좋았다. 다른 게스트와 함께 하는 동진옹을 꽤 많이 본 편인데 손에 꼽게 편해 보이셨다. 

 

 

예문 조차도 how can i stop her knitasia?.. 못멈춤다..

 

방탄 덕질은 뜨개보다 더 열심히 부지런히 하고 있다.

이제 거의 내 루틴처럼 자리 잡았기에 따로 말할 것도 없는 수준. 위버스에서 풀어준 작년 부산콘 리허설 사진인듯. (맞나?) 정구기 구여워.. 요새 라이브 많이 와줘서 할아미는 아주 행복하단다... 그래서 말인데 또 와주면 안돼? ㅠㅋㅋㅋㅋ

설에도 뜨개거리를 들고 갔다. 지금은 뒷판 다 완성하고 앞판도 고지가 보이는데 저때만 해도 몸통 원통뜨기를 했다. 진짜 개지겨운 구간.. 

설 연휴에 엄마가 싸준 김밥. 김밥 진짜 좋아하는데 그 중 최고는 단연 엄마가 싸준 김밥! 

주차하다가 기둥에 사이드브레이크를 박살냈다. 그 주차장에 과장 보태지 않고 100번 넘게 주차했는데 정말 무슨 일일까?ㅋㅋㅋㅋ이제 어엿한 드라이버로 거듭난 줄 알았지만 가끔 이렇게 황당한 사고를 낸다. 박살난 사이드브레이크를 어떻게 좀 만지니까 원래 자리로는 돌아왔는데 박살난 틈이 고속도로 달리면서 벌어질까봐 블루핸즈 찾아갔다. 에효... 땅에 돈을 버리는 사람 = ㄴr

 

회사에서 가까운 블루핸즈 중에 평이 좋은 연희점으로 갔고, 사이드브레이크 부품을 우선 주문할테니 다음날 다시 오라고 했다. 그리하여 연희동에 2번 간 사람 됨. 수리하는 김에 엔진오일도 갈고 기본점검도 받았다. 대기가 꽤 있어서 차키 맡기고 가보고 싶었던 바늘이야기 연희점에도 갔다옴! 블루핸즈에서 걸어서 10분도 안 걸렸다. 이게 운명? ㅇㅈㄹ하면서 신나서 갔다 왔다. 

 

뜨개인구가 우리나라에 100만 정도 된다고 어디서 본 거 같은데 최근엔 더 늘었을 것 같다. 나같은 신규유입자들도 추가한다면. 이를 방증하듯 바늘이야기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에어리코튼 2볼과 바늘 하나를 사고 2층 카페로 올라갔더니 뜨개거리를 손에 든 뜨개인들로 카페가 꽉 차 있다. 뭔가 대단해보였음.. 

휴대폰 거치대가 절실해져서 라인에서 쿠키 거치대를 샀다. 졸귀졸귀. 이거 차에 달아둔 밤에 정구기 몇개월만에 라이브 켜줘서 기분 더 좋았음(뭔 상관?) 

그런데 BT21과 방탄이들 계약은 끝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럼 난 순수히 이 캐릭터가 귀여워 산 사람이 되는 건가.... 

섹후땡 아자씨들 공연 보러 감. 유명한 노래 몇곡만 알지만 내한한다고 하니 가보고 싶었다. 

보컬이 워낙 독보적이라 라이브 역시 감탄이 절로 나왔다. 케이랑 스윗, 아포칼립스는 전주 나오자마자 관객석에서 탄성과 고함이 나옴. 

공연 본 담날 완도 감. 하.... 

마감한다고 들어간 카페. 꽤 귀여움. 

목포역 부근에 유명한 김치찌개집에 가고 싶었는데 마감하고 나오니 영업시간이 끝나부렸다. 그래서 대안으로 찾아간 순두부찌개집. 엄청 맛있었다. 출입문에 적힌 문구가 꽤 아련함. 

요새 취미가 재밌는 뜨개 블로거의 글 정독하는 건데 즐겨찾기 해두고 보던 블로거가 소개한 JW 앤더슨 가디건. 브랜드에서 아예 뜨개 도안과 영상을 공개했다길래 대박대박!! 외치면서 200만원 가까이 하는 가디건을 몇만원어치 실만 사면 만들 수 있다고?? 해서 들떴는데. 사실 저 색상의 가디건, 누가 사줘도 안입을 거잖아요 이 무채색 인간아.. 

출판계의 뜨개 서적 강자 한스미디어에서 일본에서 유명한 뜨개 계간지를 번역해서 출간하기 시작했단다. 한스미디어는 이미 수많은 뜨개서적들로 이름을 익히 들어 알고 있는데 일본어로는 모사다마라고 불리는 <털실타래>가 궁금해 나도 가을, 겨울호를 사 보았다. yes24에서 사면 코수링도 사은품으로 준다. 졸귀ㅠㅠㅠㅠㅠ 

 

겨울호만 정독했는데 꽤 알차다. 한국어 버전이다보니 한국에 유명한 털실가게도 소개해주고 겨울 의류 뜨기 좋은 실도 소개해준다. 뜨개는 당연히 도안의 선택과 뜨개 실력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실을 보는 눈도 중요한데(색상과 성분) 이런 정보를 계속 접하다보면 어떤 성분이 많은지를 보고 대충의 촉감도 예측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근가방에 온갖자료랑 노트북, 주간지 넣어다니면서 털실타래도 챙겨 넣음. 

코비드로 중단했던 시네마리플레이가 몇년만에 재개했다.

상영 목록을 보다가 <매스>를 보고 싶어서 뒤늦게 취소표를 주웠는데, 그러고보니 <매스>에 관심이 간 계기도 동진옹이다. 파이아키아에서 소개해줘서... 

 

<매스>를 보면서 너무 울것같아 완전한 생얼로 극장에 갔는데 생각보다 더 오열하면서 봤다. 옆자리 관객에게 미안할 정도로 눈물을 훔치느라 정신이 나갈 지경. 피해자 어머니가 탁자에 앉아 입을 열 때부터 그냥 눈물이 흘렀다. whyrano... 

 

<매스>가 다루는 이야기는 이 블로그에도 꽤 길게 적었던 책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와 유사해서 더 몰입할 수 있었다. 총기사고를 일으킨 사람들의 범죄동기는 그 사람의 악함인가? 우울증과 같은 병에서 오는가? 

 

네 배우가 연기를 너무 잘해서(그만 잘해줘 제발..) 정신이 나갈 지경으로 눈물을 흘리고 동진옹의 gv시간에는 거으ㅣ 탈진한 채 누워있었는데요......

눈을 번쩍 뜨게 한 바로 이 수세미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시네마리플레이 영화퀴즈는 내가 감히 넘볼 수 없는 수준이라 그냥 널부러져 있었는데(큐어를 문간 사진만 보고 맞춘 분이 계셨다) 수세미 당첨자로 내가 앉은 좌석을 부르는 순간 손을 번쩍!!! 들었다. 동진옹 어머니께서 만든 이 큐티깜찍한 토끼 수세미!! 귀하게 사용해달라고 하셨나? 그랬는데 당연햐죠 졸귀탱인걸요..

 

가방에 뜨개책 넣어다니는 뜨개인에게 이 코바늘 수세미가 오다니... 아직 코바늘로는 모자랑 가방 만들어본 게 다지만.. 수세미 촘촘히 보면서 뜨개고수의 향기를 느꼈ㄷr... ! 

오피스텔 지하주차장에 누군가 가져다 둔 기타.

 

이런 거 보자마자 폐기물 신고하고 돈 내고 버려야 되는 거 아님???? 하는 생각이 들어 스스로에게 서글퍼졌다. 팍팍하게 살지 말자.. 나자신아.. 

 

  마지막은 2월16일자 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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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년에 친구 생일선물로 양말을 만들어보았으니 이제 난이도를 높여봅니다. 다영생일에 니트조끼를 만들어주겄다, 결심하고 인스타로 찜해놓은 도안을 Raverly로 구매했다(도안 개비쌈ㅠ.. 두벌 만들어서 뽕뽑아주겠다)

Raverly에서 결제하려면 페이팔이 필요한데 페이팔 로그인하고 보니 7년전에 중국 어학연수할 때 만들어둬서 자주 쓰는 메일과 연동시켜 놓았던 폰번호가 중국 전화번호였다. 맙소사; 그때 하도 그 번호를 입에 익숙하게 말하고 다녔더니 아직까지도 그 번호를 중국어 숫자세기로 말하면 입은 기억하고 있는 게 놀라웠다. 근데 번호 기억하면 뭐하냐, 그 번호는 이제 없는 걸... 결국 계정 없애버리고 새로 팠다. 아놔..

2.

친구 선물로 줄거지만 내가 좋아하는 디자인 ^_^; 흰 셔츠랑 이렇게 입으면 진짜 이쁠 거 같다. 사실 내가 자주 입는 스타일... ㅎ 인스타 아이디 hyggestrik을 쳐서 들어가면 이 분이 디자인한 더 많은 편물을 보실 수 있답니다~ 당연히 raverly에서 도안을 판매하는데 좋은 점은 영문도안은 물론 한국어도안도 판다는 점! 서술형 도안이다.

이렇게 도안 보고(다 떠먹여주는 영상 없이) 뜨는 건 처음이라 도안 사자마자 굿노트켜서 시뮬레이션 돌려가면서 공부했다. 물론 그렇게 해도 경사뜨기 부분 지금 이해 안가서 좀 불안하다; 몸통 뜨는데 백년 걸릴 거 같으니 그동안 저놈의 여깨와 목부분 어떻게 뜨는지 알아내야지 휴..

그리고 첨엔 당연히 한국어 도안만 봤는데 이해 안가는 부분이 너무 많아서 혹시나 하고 영문 도안 봤더니 영문 도안이 이해가 더 잘되는 부분이 많다. 한국어 도안은 번역하면서 왜인지 몰겠으나 일부는 생략하기도 했던데.. 영문도안 한국어도안 둘다 출력해서 같이 오가면서 보고 있다.

3.
지금까지 안온하게 패키지만 구입해서 뜨다가 처음으로 도안따로, 실따로 구매해서 해보려니 도안만큼이나 막막한 게 실 선택이었다. 도안에선 기본 실이랑 모헤어 실 합사해서 쓰던데 모헤어까지 사자니 금전적 부담이 꽤 큰 것도 문제였고 합사한 실은 '푸르시오'하면 개망할 것 같아서 합사는 포기했다. 대신 모헤어 합사한 느낌 나는 실을 찾아 헤맸다. 그런데 도안에 나온 게이지랑 바늘크기까지 생각하니까 딱 떨어지는 게 진짜 없었다ㅠㅠ
그래도 많이 사본 데가 익숙하다고 바늘이야기 실 코너에서 계속 뒤적이다가 '서틀 드리프터' 발견함. 4.0mm 바늘로 뜰 수 있고 후기에 이 실로 옷을 뜬 사람들이 많길래 선택했다.

서틀드리프터는 프리미엄 아크릭 69%, 코튼 25%, 울 6%. 아크릭 비율이 이정도 높은 것치고는 부들부들하다는 후기가 많았는데 실제로도 엄청 부드러웠다. 뜨기도 편했음. 오트밀색상으로 우선 4볼 사보았다.

4.
사이즈는 무려 6개나 있는데 친구가 날씬해도 키가 있어서 L를 뜰까 하다가 내가 산 실 게이지가 도안보다 좀 작아서 XL로 뜨고 있다. 밑단 코잡을 때까지는 L로 나온 코수 잡아서 떴는데 회사 갔다와서 맘 바뀌어서 다 풀고 XL 코수 다시 잡음. 다시 코 잡으면서 드디어 코수링을 이용해서 좀 편하게 뜸 ㅎ 맨날 100개 넘는 코 일일이 세보고 맞나 또 확인했다. 헿.. 도구를 쓸 줄 아는 사람이 되자.

5.
이 디자인의 핵심패턴은 뱀부 스티치(bamboo stitch)다. 한국어로 풀면 대나무 모양.

유툽에 bamboo stitch 검색하면 설명영상이 잔뜩 나와서 기법 배우기는 어렵지 않다. 다만 첨에 바늘비우기 할 때 실 돌리는 방향이 너무너무 헷갈렸음. 내가 산 도안은 시계반대방향으로 돌리라고 나오는데 유툽 영상 일부는 clockwise로 알려주는 영상이 꽤 있어서.. 결과물 보면 사실 어디로 돌려도 상관없을 거 같다. 뜰때마다 방향 왔다갔다 안하기만 하면 될 듯.

6.

0113
다영아 나 너무 지겨워....헝...

팩트: 다영이가 떠달란 적 없음. 내가 설친 것. '이거 떠줄게'하니까 '니 너무 힘들다ㅠㅠ'라고 대답한 그녀.. 그게 잇프제를 더 자극한단 걸 아십니까.

몸통 원통뜨기로 앞판 뒷판 코수 다 합하면 138+138(확실치 않음)=276코를 원통뜨기로.. 한단에 276코의 뱀부스티치를 넣으려니까 속도가 너무 안난다.
심지어 어제는 자기 전에 좀 더 할까하고 건방지게 엎드려서 하다가 겉뜨기 라운드에서 뱀부스티치 넣고 푸르다 잘못돼서 밑단 보면 뱀부스티치 없는 곳이 있당; 이제 진짜 더이상의 실수는 안된다. 푸르시오 해도 되는데 저만한 코 줍다가 다 풀게 될까봐 흐린눈으로 킵 고잉 중..

뜨개에 계속 관심이 간 이유는 단순했다. 내가 입고 싶은 옷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어서였다. 한철 입고 버리는 옷말고, 내 취향 가득 담은 옷을 만들면 오래오래 입지 않을까 싶었다. 근데 대바늘로는 겨우 목도리, 코바늘로 기껏해야 가방과 모자를 만든 내가 옷을 만든다? 도안도 제대로 못읽는데? 

 

그래서 우선 바늘이야기 가방처럼 동영상이 포함된 패키지 세트를 구매했다. 

http://www.banul.co.kr/shop/shopdetail.html?branduid=10339374&xcode=142&mcode=005&scode=&type=Y&sort=regdate&cur_code=142005&GfDT=aGZ3UF0%3D

 

송영예의바늘이야기 [[DIY] 울리울리 키치 브이넥 조끼(동영상)]

송영예의바늘이야기 [[DIY] 울리울리 키치 브이넥 조끼(동영상)] + 작품색상: 울리울리 011번(그레이프소다)+ 착용 사이즈: L   + 제품구성(사이즈 XS 기준): 울리울리(색상선택) 4볼 + 도안   + 사용

www.banul.co.kr

바로 이거! 

 

바늘이야기 패키지 중에 종종 cast on부터 시작해 편물 하나를 완성할 때까지 그 과정 전체를 보여주는 동영상이 포함돼 있는 게 있다. 입문자에게는 이보다 좋은 게 없다. 게다가 바늘이야기는 뜨개 기법을 이해하기 쉽게 알려주기로도 유명하다. 

 

급한 성격 때문에 나는 택배가 오자마자 바로 영상켜서 따라하기 바빴지만 ㅠ 사실 제대로 하려면 영상 전반을 빨리 넘겨보면서 옷이 전체적으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실과 같이 동봉돼 오는 도안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면서 편물의 어떤 부분을 만드는 건지를 좀 이해하고 시작해야 한다.(고해성사)

 

지금 사이트 사진에는 보라색 실로 만든 편물을 모델이 입고 있는데, 내가 구매했을 때는 초록색 실로 만든 조끼였다. 그 색이 워낙 독특하고 이뻐서 사진 보자마자 끌렸는데 나는 왜인지 검은색실(레이니던)을 샀다. 무채색러버.. 

 

울리울리 실은 부드럽고 편물로 떠놓으면 단단한데 털날림이 심하다. 뜨개 몇시간하고 있으면 의자 밑에 털뭉치가 모여 있다;ㅠ 대신 색이 워낙 독특해서 이 조끼처럼 단순한 디자인에도 개성있는 결과물이 나온다. 

 

밑단 고무단뜨기할 때 쓴 바늘 6.5mm를 제외하면 몸통 전체는 7.0mm로 뜨는데 당시에는 겉뜨기 지옥에 빠져 죽을 거 같았다만.. 블로그 글을 쓰는 지금 3.5mm와 4.0mm로 니트조끼를 뜨고 있는 터라 7.0mm는 다시보니 선녀일뿐.. 그런데 개인적인 취향으로 굵은 바늘로 뜬 편물은 '나 뜨개옷~~' 티가 많이 나 촌스럽다고 생각하는데 울리울리가 여러 색이 섞인 실이 아니었다면 완성물은 그렇게 마음에 안들었을 거 같다. 

 

+)

지난해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바로 '뜨개'

시작은 바늘이야기에서 산 코바늘로 만드는 가방 만들기 키트였다. 뜨개를 예전에도 종종 해본 경험은 있는데 대바늘로 만드는 목도리가 전부였다. 그런데 친구가 '여름에 쓸 가방을 같이 만들어 보자'며 바늘이야기 사이트를 알려줬다. 결과적으로 나만 뜨개인이 되었다...^^

돌이켜보면 당시 만들었던 코바늘 가방 2개는 정말 정말 쉬운 난이도였지만 당시에는 꽤 시간들여가면서 만들었다. 어설픈 점도 많이 보였지만 들고 나가기에 무리가 없을 정도로 맘에 들게 나와서 여름 한철 잘 들고 다녔다. 문제는 가방 하나를 만들고, 새로운 뜨개 기법을 할 수 있게 되니 다른 걸 또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생간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지난해 여름 한 계절에만 가방 2개와 버킷햇 1개를 만들었다.

슬슬 뜨개에 취미를 거는 시점에 기막힌 책을 하나 만났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95874140

아무튼, 뜨개 - YES24

단언컨대 내 인생을 바꾼 것은 책이 아니라 뜨개다!어느 은둔형 번역가의 광활한 뜨개 우주 표류기아무튼 시리즈 서른일곱 번째 책 『아무튼, 뜨개』는 번역가 서라미의 첫 산문집이다. 번역 원

www.yes24.com

<아무튼~> 시리즈는 이 블로그에도 서평을 쓴 적이 있는 만큼 꽤 많이 읽은 시리즈물이다. 뜨개에 관해서도 나와 있는지 몰랐다가 yes24북클럽에서 발견해서 바로 읽기 시작. 이 책을 읽기 전후로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뜨개의 세계가 이리 깊고 넓은지, 내가 몰랐던 한 세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오랜 역사를 일구어 왔는지 배웠다. 쉽게 말했던 '뜨개질'이란 표현도 서라미 작가님 덕분에 바로 고쳤다. 레이블리? 라블리?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Raverly 사이트도, 봉준호 <기생충> 충숙의 뜨개 장면도, '여성적인 취미'라는 인식에 갇힌 뜨개의 억울함(?)도 다 이 책을 통해 알았다. 세상 모든일이 그렇겠지만 뜨개를 제대로 한다는 건 정말 큰 세계에 발을 내딛는 거구나라는 깨달음과 함께 나도 그에 동참하고 싶었다.

그렇게 가을에는 니트조끼 하나와 겨울엔 친구에 선물로 준 양말 하나를 떴다. 해가 바뀌고 지금은 친구에게 줄 니트조끼를 뜨고 있다.

이 카테고리엔 새로운 취미의 기록이자 나만이 아는 분투(!)를 기록할 거다. 사실 뜨개 집녑은 계속될 거 같은데 꾸준한 기록은 자신이 없다. 그래도 올해는 기록을 열심히 해보려 마음을 먹었으니 가보자.

출판사 푸른숲에서 독서모임 플랫폼 '그믐'과 손잡고 진행한 위화 작가의 신작 <원청> 미리 읽어보기 이벤트를 신청해 책을 미리 읽어보았다. 요새 재밌게 읽은 책들 상당수가 푸른숲에서 낸 책이길래 출판사 인스타도 팔로우해서 보고 있던 터였다. 위화 작가 책을 간만에 접해보는 것이라 기대도 컸다.

예~~~전에 중국 여행할 때 위화 작가 신작을 서점에서 보고는 한국 출간되기 전이길래 이상한 부심에 끌려 사온 적이 있다. 읽는 속도가 너무 더뎌 완독 못하고 결국 포기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에서도 번역돼 나왔다. '원서로 언젠가 읽을거야!!'라는 생각에 한국에서 출간된 건 따로 구해 읽지 않았는데 지금 보니 이 역시 푸른숲에서 출간했다. 2018년에 나온 <글쓰기의 감옥에서 발견한 것>이란 책이다. 생각난 김에 원서 다시 중국어 공부할 겸 시작해야겠다... 

 

가제본 <원청>. 정식 출간되는 책은 당연히 표지가 다르다.

 

1.

책 같이 읽기 기간이 약 한달간이라 미루고 미루다 어제 책을 집어들었다^^; 메일로 매일 담당 편집자님의 질문 메일이 오는데 확인하면서 마음의 짐으로 남아있다가 주말 약속 취소된 김에 맘 잡고 펼쳤다. 중간에 몇시간 쉬긴 했지만 하루 꼬박 걸려 다 읽었다. 이야기를 워낙 잘 쓰는 작가이기도 하고, 이 거대한 이야기가 주는 힘이 대단하다. 중간에 울기도 했다. 책 보다 이렇게 눈물 흘리기는 정말 간만이었다. 

 

2. 

이 책은 1910년대 중국을 배경으로 한다. 1910년대는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도 엄청난 격변기였기에 이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는 정보 하나만으로 소설 속 주인공들이 얼마나 굴곡진 인생을 살게 될까에 대해 짐작하게 된다. 작가가 한국어판 서문에도 "저는 그런 난세 속 대한제국에도 <원청> 같은 이야기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라고 밝힌다. 

 

3.

책은 중국 남부지방에 있을 것으로 추측되는 '시진'이라는 지역에 어느날 나타난 '린샹푸'라는 남자를 소개하며 시작된다. 그는 커다란 봇짐을 지고 갓난아기인 딸을 안고 다니며 젖동냥을 한다. 그는 어디에서 왔고, 왜 이곳에 머무르는가. 

린샹푸는 북방지역 린가 가문의 도련님이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혼자 큰 벽돌집에서 살아가는 그는 집안일을 돕는 톈가 집안 아들들과 함께 농사일을 하고, 목공일을 배운다. 평온하지만 어딘가 따분하게 살아가던 그에게 '아청'과 '샤오메이'가 나타난다. 경성으로 이동하고 있다던 그들은 하룻밤 재워주기를 청하고 린샹푸는 선뜻 받아들인다. 다음날 아청은 사정상 혼자 먼저 떠났다가 샤오메이를 데리러 와야겠는데, 그동안 샤오메이를 맡아줄 것을 부탁한다. 샤오메이가 신경쓰였던 린샹푸는 이 부탁 역시 흔쾌히 받아들이고 아청은 떠났다. 하지만 돌아오지 않았다.

린샹푸는 샤오메이에게 결혼을 청하고 샤오메이도 거절하지 않는다. 마을 주민들의 축하 속에서 결혼을 한 그들은 안정된 삶을 이어가는데 어느날 샤오메이가 린샹푸 집안이 몇대를 거쳐 모아온 금괴를 들고 사라진다. 린샹푸는 분노와 그리움이라는 상반된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전의 생활을 이어가던 와중 어느날 배가 부른 채 부푼 발로 샤오메이가 찾아왔다. 그의 아이마저 데려갈 수 없다는 샤오메이는 린샹푸의 용서와 환대 속에서 딸을 낳고, 린샹푸는 샤오메이가 또 떠날 수 있다는 불안함을 느끼면서도 찾아온 행복을 맘껏 누린다. 그러던 어느날 샤오메이가 또 사라졌다. 딸을 둔 채. 금괴도 하나 손대지 않은 채. 

린샹푸는 이번엔 마냥 기다리지 않기로 했다. 딸을 안고 샤오메이를 찾아 나서기로 마음 먹었다. '원청'이란 지역에서 왔다던 아청의 말 한마디에 기대서, 아청과 샤오메이가 쓰던 사투리에 기대서 샤오메이의 고향을 찾아 나선다. 

 

4.

600페이지에 이르는 두툼한 분량인데도 흡인력 높은 이야기 덕분에 술술 읽혔다. 이야기 전반의 핵심이 되는 린샹푸라는 인물의 발걸음을 따라 이 책도 중국 북부지역과 남부지역을 오간다. 

작가의 서문을 읽고 시대에 휩쓸리는 인물의 격랑이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초반부에는 린샹푸라는 주인공이 시대보다는 개인적인 이유로 험난한 인생을 겪게 되는 것처럼 나온다. 근데 책을 끝까지 읽고 나면 어쩌면 그가 샤오메이와 만나게 되는 우연도 시대와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샤오메이를 찾기 위해 시진에 머무르다 이내 정착하는 린샹푸와 시대가 겹쳐지게 되는 본격적인 장면들은 토비의 등장부터다. 잔혹하기로 유명한 토비들은 청나라 멸망 후 강력한 중앙권력이 사라져 혼란한 시기에 나타난 도적떼다. 책에 묘사되는 그들의 악행은 너무 잔인하고, 위화 작가가 또... 너무 끔찍하게 그를 묘사해서 책 읽다가 처음 위기가 왔다. 이런 무질서의 시대에 가장 취약한 건 역시 여성이라는 생각이 들어 또 암담했다.  특히 가장 악랄한 토비였던 장도끼는 인간의 탈을 쓴 짐승이라고 해도 모자랄 정도로 끔찍한 인물이라 빨리 죽어줘,,,,,,바라면서 읽었다. 

공권력이 무너진 이후의 세상은 아마 <원청>에 나오는 시진 일대처럼 하루하루 살아남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5. 

그런데 같은 시기에 상하이는 완전히 별세계다. 샤오메이가 아창과 함께 찾은 상하이는 근대화의 정점에서 돈을 흡수하면서 급속 성장하고 있었다. 1910년대 근대화라는 시대적 배경을 더 잘 보여준 건 오히려 상하이 부분이었다는 생각을 했다. 

 

6. 

(*스포*)

 

- 린샹푸가 유언으로 남긴 편지를 읽고 시진으로 찾아온 톈가 형제의 이야기를 보면서 눈물이 났다. 특히 린샹푸와 톈다의 관계가 애틋한데, 린샹푸를 보기 위해 주검으로라도 찾아온 톈다의 사랑이 눈물샘을 자극했다. 톈다는 린가 집안의 일을 돕는 사람이지만 린샹푸가 아기일 때부터 그를 돌 본, 어떻게 보면 세상을 일찍 떠난 부모보다 더 부모처럼 린샹푸를 지켜온 사람이었다. 린샹푸가 톈다와 계급적 차이를 크게 두지 않고 함께 일하는 모습에서도 둘의 관계가 신기하다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명명해야 할지 모르겠는 이 관계가 책의 그 어떤 두 사람보다 절절하다고 느꼈다. 

 

- 천융량 무리와 토비가 싸우는 걸 보고 일반 사람들은 누가 토비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는 문장도 굉장히 간결했지만 의미심장했다. 

 

- 토비들이 사람들을 납치해가서 고문하는 장면은 정말 끔찍했다. 난세에 영웅난다는 말이 있듯 난세에 인간의 탈을 쓴 악마도 나타나는 셈이다.

 

- 구이민이라는 인물은 굉장히 입체적으로 느껴졌다. 장사꾼인 만큼 돈에 욕심이 많고, 겉치레에 신경써 여덟명이 끄는 마차를 탈 만큼 속물이면서도 자신을 구하려다 죽은 린샹푸의 마지막을 끝까지 배웅하는 모습엔 우정과 의리도 느껴졌다. 그의 아들들 묘사는..흠...예...

 

- 린샹푸가 샤오메이와 결혼하지 않고 매파가 소개시켜준 류펑메이와 결혼했다면 평온한 삶을 살다 생을 마감할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도 해봤는데 그렇지 않았을 거 같다. 시대의 풍랑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지역과 사람은 없었으니까 가을이면 낙엽이 지고 엄청난 추위가 찾아오는 린샹푸의 고향에도 토비가 다른 얼굴로 찾아왔을 것이다. 

 

- 책을 보면서 소름끼쳤던 부분이 '또다른 이야기'라고 해서 샤오메이와 아청의 히스토리를 풀어내는 두번째 챕터. 

아창의 남색 장삼과 샤오메이가 만든 아기옷과 신발, 모자의 퍼즐이 앞 챕터와 맞춰지면서 완전 소름 돋음... 위화 당신 천재..?

 

7.

인상 깊었던 문장

- 어렴풋하게 '나뭇잎은 떨어지면 뿌리로 돌아가고 사람은 죽으면 고향으로 돌아간다'라는 구절이 보여 구이민은 눈가가 촉촉해졌다.

(예전에 본 중국영화 <낙엽귀근>이 생각난 구절. 이 영화에도 저 문장이 그대로 몇번이고 인용된다. 영화의 핵심 메시지이기도 하고)

 

- 톈시 형제들은 큰형과 도련님을 끌며 겨울의 따사로운 햇살 속에서 먼 길에 올랐다. 린샹푸가 어렸을 때는 톈다의 목말을 타고 늘 둘이 함께 마을과 벌판을 돌아다니더니 이제는 나란히 누워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뿌리를 향해 돌아가고 있었다. 

 

- 오로지 결혼식 날만 두 손을 소맷자락에 넣은 채 줄줄이 들어왔다가 또다시 두 손을 소맷자락에 넣은 채 줄줄이 떠난 게 전부였다.

 

- 죽은 듯 고요하던 그들의 삶이 시리촌을 떠나 선뎬으로 가는 대나무 지붕 배에서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상하이에서는 인력거처럼 내달리고 있었다. 

 

- 아기가 웃는 걸 보고 마을 사람들이 앞다투어 다가와 그 말을 했다. 어떤 사람이 우스꽝스러운 어투로 묻자 아기가 깔깔거리며 웃었다. 이어서 다른 사람들도 어투를 바꿔 말을 걸기 시작하면서 아기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대파 두 뿌리가 쉼 없이 흔들렸다.

(린바이자를 아끼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에 마음이 뭉클. 모두가 귀히 여긴다는 미스터 션샤인의 애기씨가 떠오름)

 

- 아창과 샤오메이는 서로를 보고 있었지만 사실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아창의 눈에는 당혹감만 가득하고 샤오메이의 눈에는 눈물밖에 없었다. 당황한 눈은 맞은편의 눈물을 보지 못했고 눈물 속 눈은 맞은편의 당혹감을 볼 수 없었다. 

두 사람은 우물과 강물처럼 처지가 달랐다. 한 사람은 우물에 대해 생각하고 다른 사람은 강물에 대해 생각했다. 

 

- 그 뜬구름 같은 원청은 샤오메이에게 이미 아픔이 되었다. 원청은 린샹푸와 딸의 끝없는 유랑과 방황을 의미했다.

 

- 그렇게 샤오메이가 땅에 묻혔다. 생전에 청나라의 멸망과 중화민국의 설립을 겪었던 그녀는 죽어서 군벌의 혼전과 토비의 난무를 피하고 도탄과 파탄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다.

(중략) 샤오메이는 17년을 기다린 뒤에야 그곳에서 린샹푸와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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