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거상 수상했다는 연합기사 읽는 순간 갑자기 뭐에 동했는지 ebook으로 구매해서 바로 읽기 시작. 역시 상받은 책은 체고다, 무릎을 탁 치면서 읽었다. 스릴러 소설로서의 재미도 충분한데 소설이 주는 메시지 또한 생각할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터라 책을 덮고 나서도 많은 생각이 들었다. 흡인력이 엄청나서 책 제목이 미처 입에 붙지 않았을 때 다 읽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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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여행자들 - YES24

한겨레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수상 작가 윤고은이 펼치는 전혀 새로운 상상력‘재난 여행’ 상품 수석 프로그래머 ‘고요나’의 기상천외하고 스펙터클한 재난 사용법문단에서 가장 뜨거운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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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떤 정보도 없이 읽기 시작하면 정말 책이 가진 즐거움을 온전히 즐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요나라는 주인공이 재난여행을 기획하는 여행사의 프로그래머라는 정보 하나만으로도 구미가 당겼는데 뒤 줄거리는 상상 이상.. 

 

2. *스포 있음*

- 재난여행의 프로그래머인 요나가 맞닥뜨리는 재난은 문자 글대로 온갖 재해가 발생한 곳에 있지 않다는 점이 책 초반부터 뒷골을 서늘하게 한다. 재난은 요나가 다니는 회사에도 있었다. 요나가 조직에서 자신의 위치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는 부분을 읽을 때, 아마 회사에 속해 있는 모든 독자들이라면 심장이 덜컹 했을 것이다. 

 

- 여행을 워낙 좋아하다 보니 여행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면 더욱 반가운데, 요나의 무이 여행은 섬뜩했다. 후반부의 핵심 줄거리가 나오기 전부터. 

요나가 기차에서 낙오되는 장면의 묘사들이 너무 생생해서, 지갑도 여권도 중요한 물건이 잔뜩 든 가방도 잃어버린 그 순간의 막막함이 주는 두려움이 잘 묘사돼 있다. 관광객에 익숙하지 않은, 말도 통하지 않은 외국의 낯선 마을에 혼자 떨어지면 어떻게 헤쳐 나와야 하나. 

 

- 요나가 다시 돌아온 무이에서 사랑에 빠진 장면들이 모두 좋았다. 인적 없는 모래사장에서 사랑을 나누는 그 모습들이 너무 찬란해서 뒤에 올 비극과 더욱 대조됐다. 

 

- 이 책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아마 모두가 동의하겠지만, 작가가 주인공인 요나마저도 죽였다는 것이다. 주인공에 감정을 동일시하면서 읽어 온 독자들이라면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작가가 말하려던 바를 생각해보면, 재난 시나리오에서 희생될 이름없는 사람들과 요나가 다를 이유가 없다는 점을 느끼게 해준다는 점에서 과감했지만 수긍이 갔던 대목이었다. 

 

- 분업화의 시대에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시작과 끝일 생각하는 것은 어느 정도의 의무라는 생각을 했다. 사람의 목에 칼끝을 겨누는 일도, 촘촘하게 분업화돼 있으면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고 일의 결과를 자각하지 못하게 되는데 나는 몰랐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2. 좋은 문장들 

- 재난은 우울증 같은 거라 어디에든 잠재했다. 자극이 임계점을 넘으면 그 우울증이 곪아 터지기도 하지만, 용케 숨어 한평생을 마무리하는 경우도 있었다. 

 

- 곧 개통될 노선들이 점.점.점. 숨을 옥죄어 왔다. 이미 달리고 있는 노선들은 점점 더 길어졌다. 요나는 지하철 끝을 불로 지지고 싶었다. 헝겊의 끝을 불로 지지듯이, 더이상 올이 풀리지 않게. 

 

- 도시가 몸을 불리는 만큼 더 많은 사람들이 이 도시의 품 안으로 꾸역꾸역 파고들었다. 

 

- 욕심도 관심과 비례해서, 어떤 지명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그 지도를 눈으로 훑기 전에는 콩알만 하던 욕심도 일단 관심을 갖고 알아 가기 시작하면 그만큼 커지는 법이다. 

 

- 누군가의 집, 누군가의 마을에 다다를 때 후각이 자극을 받는 순간은 처음 한순간뿐이기 때문이다. 다시 낯설어지지 않는 한, 처음 접한 그 순간의 후각적 자극을 매 순간 인식하기란 어렵다. 

 

- 재난 여행을 떠남으로써 사람들이 느끼는 반응은 크게 '충격 -> 동정과 연민 혹은 불편함 -> 내 삶에 대한 감사 -> 책임감과 교훈 혹은 이 상황에서도 나는 살아남았다는 우월감' 순으로 진행되었다. 

 

- 언어가 통하지 않는 지역을 여행해 본 경험이 별로 없다는 걸 요나는 새삼 깨달았다. 그동안 여행했던 곳은 최소한 관광에 필요한 간단한 영어는 통하는 지역들이었던 것이다. 

 

- 어느 정도 규모가 있어야 바쁜 사람들이 시간을 내서 동정하고 주목해 준다 그겁니다. 세상이 너무 자극적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죠. 관심이란 건 정직한 거니까요. 

 

- 그들은 다수를 위해 소수를 포기하기로 했다. 감자의 싹을 도려내듯, 살 속의 탄환을 빼내듯, 남아 있는 것들을 위해 포기해야 할 것들. 그렇지만 누가 소수가 되려고 하겠는가. 

 

- 직접적이지 않다는 이유 하나로 요나는 가만히 있었고, 상황에 익숙해질수록 이 일이 미칠 영향력에 대해 둔감해졌다. 

 

- 진짜 공포는 내 자리를 잃는 게 아니라 당신을 잃는 것임을 아는 순간, 진짜 재난이 기획을 뒤덮는다. 

최은영 작가님의 신작이 2년만에 나왔다. 그것도 첫 장편소설이다. 이전 두 권의 책도 무척이나 잘 읽었기에 망설임 없이 예약을 통해 구매했다. 무려 친필사인본^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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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밤 - YES24

백 년의 시간을 감싸안으며 이어지는 사랑과 숨의 기록 『쇼코의 미소』 『내게 무해한 사람』 최은영 첫 장편소설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와 서정적이며 사려 깊은 문장, 그리고 그 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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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주인공 '지연'이 짧았던 결혼생활을 끝내고 '희령'이라는 작은 지역에 둥지를 튼다. 희령은 아주 오래 전, 지연의 외할머니가 살던 곳으로 아주 잠깐 할머니와 보낸 즐거운 기억이 남아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외할머니는 엄마와 의절한 터라 지연도 외할머니의 소식을 모르고 살다 무언가에 이끌리듯이 희령으로 온다. 짧은 결혼생활이 안긴 상처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지연은 아무도 자신을 모르는 곳이 절실했다. 그런데 그곳에서 외할머니를 정말 우연히 재회하게 되고, 외할머니로부터 자신과 똑닮았다는 증조모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2. 

책은 지연의 현재와 증조모 삼천의 이야기를 오가면서 전개된다. 증조모로부터 시작된 과거의 이야기는 할머니 그리고 엄마에게까지 닿을 수밖에 없는데, 이 4대에 걸친 이야기가 잔잔하면서도 폭풍처럼 전개된다. 증조모 삼천은 일제강점기 백정의 딸로 태어났는데, 시대 그리고 신분이 보여주듯 굴곡진 삶을 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증조모와 웃는 얼굴이 똑같은 지연도 시대와 신분은 다르지만 지금의 사회에서 여전히 사람들로부터 상처를 받고, 그 상처를 안으며 살아간다. 

 

3. 

최은영 작가의 장기가 장편소설에도 발휘됐다고 생각했다. 사람 사이 관계의 복잡한 속성들과 미묘한 지점들, 그리고 그 안에서 개인이 갖는 복잡다단한 감정들을 구체적인 언어로 짚어내는 게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소설 또한 그러하다. 장편은 서사 자체의 힘도 있어야 하는데, 이야기의 흡입력도 좋았다. 

 

4. 

좋았던 문장들

 

-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든 빠르게 포기하고 체념하는 게 사는 법이라고 가르쳤다. 삶에 무언가를 기대한다고? 그건 사치이기 전에 위험한 일이었다. 어떻게 내게 이럴 수 있어? 왜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지? 같은 의문의 싹을 다 뽑아버리라는 말이었다. 

 

- 허영심의 힘이 얼마나 센지 그녀는 알지 못했다. 

 

- 사람이 사람을 기억하는 일, 이 세상에 머물다 사라진 누군가를 기억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알 수 없었다. 나는 기억되고 싶을까. 나 자신에게 물어보면 언제나 답은 기억되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내가 기원하든 그렇지 않든 그것이 인간의 최종 결말이기도 했다. 지구가 수명을 다하고, 그보다 더 긴 시간이 지나 엔트로피가 최대가 되는 순간이 오면 시간마저도 사라지게 된다. 그때 인간은 그들이 잠시 우주에 머물렀다는 사실조차도 기억하지 못하는 종족이 된다. 우주는 그들을 기억할 수 있는 마음이 없는 곳이 된다. 

 

- 나는 항상 나를 몰아세우던 목소리로부터 거리를 두고 그 소리를 가만히 들었다. 세상 어느 누구도 나만큼 나를 잔인하게 대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쉬웠을지도 모르겠다. 나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을 용인하는 일이. 

 

- 나는 바깥에서 슬픈 일을 겪었을 때 집에 와서 부모에게 이야기하는 아이가 아니었다. 울었다는 걸 들키지 않으려고 차가운 물로 세수를 한 뒤 집으로 가는 아이였다. 

 

- 우리는 둥글고 푸른 배를 타고 컴컴한 바다를 떠돌다 대부분 백 년도 되지 않아 떠나야 한다. 그래서 어디로 가나. 나는 종종 그런 생각을 했다. 우주의 나이에 비한다면, 아니 그보다 훨씬 짧은 지구의 나이에 비한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삶은 너무도 찰나가 아닐까. 찰나에 불과한 삶이 왜 때로는 이렇게 길고 고통스럽게 느껴지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참나무로, 기러기로 태어날 수도 있었을 텐데, 어째서 인간이었던 걸까. 

 

- 자식은 엄마가 전시할 기념품이 아니야. 마음속으로는 그렇게 소리치면서도, 엄마의 바람이 단지 사람들에게 딸을 전시하고 싶은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마음이 아팠다. 

 

- (정말 제일 좋았던 페이지)

고통 안에서 시간은 직선으로 흐르지 않았다. 나는 자꾸만 뒷걸음질쳤고 익숙한 구덩이로 굴러떨어졌다. 다시는 회복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조바심 서린 두려움이 나를 장악했다. 나는 왜 내가 원하는 만큼 강해질 수가 없을까. 이렇게까지 노력하는데도 왜 나아지지 않는 걸까. 

...

인내심 강한 성격이 내 장점이라고 생각했었다. 인내심 덕분에 내 능력보다도 더 많이 성취할 수 있었으니까. 왜 내 한계를 넘어서면서까지 인내하려고 했을까. 나의 존재를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해서였을까. 언제부터였을까. 삶이 누려야 할 무언가가 아니라 수행해야 할 일더미처럼 느껴진 것은. 

...

어떤 성취로 증명되지 않는 나는 무가치한 쓰레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그 믿음은 나를 절망하게 했고 그래서 과도하게 노력하게 만들었다. 존재 자체만으로 의미와 가치가 있는 사람들은 자기 존재를 증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애초에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 인간이 측량할 수 없는 무한한 세계가 지구 밖에 있다는 사실은 나의 유한함을 위로했다. 우주에 비하자면 나는 풀잎에 맺힌 물방울이나 입도 없이 살다 죽는 작은 벌레와 같았다. 언제나 무겁게만 느껴지던 내 존재가 그런 생각 안에서 가벼워지던 느낌을 나는 기억했다. 

 

- 타인에게 도움을 구하는 것이 내게는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을 돕는 것은 쉬웠다. 내가 돕기 어려운 일을 돕는 것도 할 만했다. 하지만 나를 도와달라고 손을 내미는 일은 내게 불가능에 가까웠다. 아무리 힘들어도 다른 사람에게 징징대고 싶지 않았고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으니까. 

 

 - 새비 아주머니는 그런 사람이었다. 사람의 노력을 알아보고 애쓴 마음을 도닥여주는 사람. 겨울에 빨래를 하고 있으면 손이 시리지는 않은지 물어보고, 장을 봐오면 다녀오는 길이 힘들지는 않았는지 물어보는 사람. 

 

- "착하게 살아라, 말 곱게 해라, 울지 마라, 말대답하지 마라, 화내지 마라, 싸우지 마라. 귀에 딱지가 앉도록 그런 얘길 들어서 난 내가 화가 나도 슬퍼도 죄책감이 들어. 감정이 소화가 안 되니까 쓰레기 던지듯이 마음에 던져버리는 거야. 그때그때 못치워서 마음이 쓰레기통이 됐어. 더럽고 냄새나고 치울 수도 없는 쓰레기가 가득 쌓였어."

 

- 얼마나 피곤했으면 이렇게 정신을 놓고 자나, 조금이라도 편하게 자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마음. 별것 아닌 듯한 그 마음이 때로는 사람을 살게 한다는 생각을 했다. 어깨에 기대는 사람도, 어깨를 빌려주는 사람도. 

 

- 어머니는 내가 살면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었어요. 무서워서 떨면서도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 나는 어머니를 닮고 싶었어요. 

 

5. 

지연의 성격과 사고가 너무 나와 닮아 읽으면서도 애가 탔다. 나도 나를 다그치는 데 능하고, 눈물이 밴 얼굴을 남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하고, 도움을 주는 덴 익숙해도 도움의 손길을 구하는 건 영 어색한 사람인데. 소설속의 지연이 웃는 장면이 나오길 바랐다. 

그래서인지 지연이 묵혀둔 생각을 폭포수처럼 쏟아내는 문장이 마음에 많이 와 닿았다. 삼천과 할머니, 엄마로 이어지는 서사만큼이나 지연의 현재에도 마음이 머룰렀던 이유다. 

 

 

그 유명한 고전,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를 드디어 읽었다! 80년대에 나온 책인데 40년 후인 지금에도 이렇게 꾸준히 언급되고 읽히는 이유가 있다. 정신의학적으로 명명되지 않은 병을 앓는 환자들이 겪는 신체적 어려움뿐만 아니라 심리적 애환까지 살피는 작가 겸 의사의 태도가 마음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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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우리 시대의 위대한 의사, 별이 되다인간을 보는 새롭고 따뜻한 눈을 제시한 올리버 색스의 대표작.2016월드일러스트레이션 어워즈 수상작가 이정호의 그림과 만나다. 이 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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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트겐슈타인은 누구도 의문을 제기할 수 없는 우리 몸의 이런 확실성이야말로 모든 지식과 확실성의 출발점이자 기초라고 생각했다. 

 

- 프로이트가 자아의 토대라고 생각한 것이다. '자아란 무엇보다 육체적인 것이다'

 

- '뇌는 그 사람의 전 생애에 걸친 기억을 완전하다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보관하고 있다. 모든 의식의 흐름은 뇌에 보존되며, 생활 속에서 필요할 때마다 언제라도 떠오른다'

 

- 구체성이야말로 기본이다. 현실을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것으로, 개인적이며 의미가 있는 것으로 만드는 것이 바로 이 '구체성'이다. 

 

- 아무리 기묘하고 이상하게 여겨질지라도 이를 '병적'이라고 불러서는 안 된다. 우리들에게는 그렇게 부를 권리가 없기 때문이다. 

내가 발제를 맡은 책. 여유있을 때 안 읽고 모임 전날에 읽느라 진땀 뺐다. 밤 늦게까지 읽고 눈 좀 붙이다 꼭두새벽에 일어나 다시 읽었다. ㅎ.... 책은 인간의 다양한 심리적 성향에 대해 온갖 심리실험 사례를 인용하면서 설명한다. 챕터가 여러개인데 챕터 간 연결성이 꽤 훌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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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

실험사회심리학 분야의 지식으로 조명하는 선과 악의 무대 뒤편 ‘도덕적 착각’에 빠져 있는 인간의 심리를 파헤친 책이다. 재치 넘치는 연구로 2013년 이그 노벨상을 수상한 바 있는 저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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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무의식중에는 우리의 자아와 관련된 것은 뭐든지 애지중지하는 경향이 있다. 

 

- 자신의 도덕성을 과대평가하는 성향은 소위 'BAE(better than average effect)'로 잘 설명된다. 

 

- 어떤 식으로 행동할지 미리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 다른 상황에서라면 결코 그런 짓을 하지 않았을 사람일수록 통제가 없으면 범죄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 억압적 통제는 대개 사회의 권위가 바닥을 쳤을 때 나온다. 

 

- 그래서 도덕의 경계에 관심이 많았던 프로이트는 "사랑으로 서로 결합하거나 더 많은 사람을 포용하려면 공격할 만한 외부인이 있어야만 한다"고 했다. 

 

- 피터 싱어는 '종 차별주의'가 다른 종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자기 종 구성원들의 이해관계를 더 중시한다는 점에서 성차별이나 인종차별과 다를 바 없다고 했다. 

 

- 인간과 비슷한 동물이 없는 지역에서 발전한 종교일수록 인간을 우러르고 떠받드는 경향이 있다. 반면에 크고 작은 원숭이들이 인간과 접하는 인도, 중국, 일본에서는 사람과 다른 동물들 사이의 경계가 한결 흐릿하다. 

 

- 사회통제는 순응의 압박을 통해 이뤄지기도 하지만 가까운 이들과의 정서적 애착을 통해 이루어지기도 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다. 

 

- 하지만 인간이 원숭이와 다른 점은 똑같은 일을 하고 다른 사람보다 높은 보상을 받을 때에도 불편한 감정을 끈질기게 느낀다는 것이다. 우리가 기대한 것 이상을 얻으면 죄책감이 생길 수 있다. 자신이 준 것보다 받은 것이 너무 많다고 느끼는 것도 우울증 징후 중 하나다. 

 

- 특별대우는 사람들의 자발적인 반응에조차 존재한다. 우리는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 더 기꺼이 도움을 주고 그런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정직함을 증명해 보이려 한다. 

 

- 주목할 점은 수치심은 죄의식과 달리 자기중심적인 감정과 타인에 대한 적의를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이다. 

 

- 요컨대 죄의식은 소중한 신호다. 의식 구조나 역사를 연구하는 이들이 보여주었듯이, 죄의식의 발달이나 중요성은 사회적 배경에 따라 변한다. 

 

- 당혹감은 수치심이나 죄의식과는 다른 감정이다. 당혹감은 주로 관습적 규칙(예의범절, 에티켓)을 위반할 때 발생한다. 당혹감을 드러낼 수 있는 능력은 그 사람이 어떤 사회적 규범을 어겼는지 의식하고 있음을, 타인의 시선을 신경쓴다는 것을 보여준다. 

 

- 보상은 이른바 '외재적 동기'를 자극한다. 다시 말해 보상이 일차적 목표가 된 행동은 그 보상이 사라지면 함께 사라진다. 

 

- 자기조절 연습이 근육운동과 비슷한 효과를 나타내는 것이리라. 이처럼 자제력은 쓸수록 발달하는 능력이다. 

 

- 소시오패스, 사이코패스뿐만 아니라 규범(norme)에 집착하는 노모패스(normopath)도 문제라는 얘기다. 

 

- 성실한 인격의 소유자들이 부당한 명령을 내리는 권위에 잘 저항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미카엘 하네케 <하얀 리본>

*이자벨 코이셋 <나 없는 내 인생>

인공지능 부상과 노동의 종말에 대해 다루는 책. 이에 대한 해법으로 제시하는 것들에 큰 공감은 가지 않았으나 인공지능의 개발 역사(?)를 이해하기에 되게 좋아 의외의 소득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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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시대는 끝났다

첨단 기술과 인공지능, 정보화에 따라 앞으로는 인간만이 할 수 있었던 업무 영역이 어느 때보다 깊이, 그리고 서서히 대체될 전망이다. 저자의 10년 동안의 연구를 바탕으로 한 이 책은 과학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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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천 년 동안 도시뿐 아니라 농장과 들판에서 경제활동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동물을 내연기관이라는 신기술이 겨우 몇십 년 만에 변방으로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했다는 사실을 읽었다. 

 

- 자동화가 세계 여러 지역의 농업과 제조업에 이미 어떤 파장을 미쳤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는 것이다. 

 

- 불평등과 기술적 실업이라는 두 문제는 관련성이 아주 깊다. 

 

- 오늘날에도 우리는 기술을 마뜩잖게 여기는 사람들을 '러다이트'라 부른다. 

 

- 기술 변화는 일의 양뿐 아니라 일의 본질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 숙련 편향 효과가 워낙 컸으므로 임금 하락 효과를 압도했고, 일거리를 찾는 고등교육 인력이 더 늘어났는데도 이들을 찾는 수요가 워낙 커서 임금이 계속 올랐다. 

 

- '숙련 프리미엄'이라 부르는 이 현상을 측정하는 흔한 방법은 대졸자 임금과 고졸자 임금을 비교하는 것이다. 

 

- '인공지능 착오'란 인간과 같은 수준으로 업무를 수행할 줄 아는 기계를 개발할 유일한 길은 인간이 그 업무를 수행하는 법을 그대로 베끼는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이다. 

 

- 한국에서는 이와 비슷한 일이 이미 벌어지고 있다. 한국은 교육 열기가 뜨겁기로 유명한 나라로, 청년층의 70퍼센트가 대학 졸업자다. 하지만 실업자 절반이 대학 졸업자이기도 하다.(안 좋은 예시로 나왔구요,,코리아,,ㅠㅠ)

 

- 우리는 삶의 대부분을 자신의 재능과 능력을 완벽하게 가다듬는 데 보낸다. 그래서 삶의 속도를 늦추고 방향을 바꾸기가 거대한 유조선처럼 어렵다. 

 

- '정체성 정치'가 크게 떠오르고 있다. 사람들의 정치 성향이 날로 인종, 신념, 사는 장소에 따라 결정된다. 

무려 지난해 5월에 읽었던 책 기록을 이제야 남긴다. 친구들과 ebook 독서모임의 첫 스타트를 끊어준 책. 첫 책을 읽자마자 이 모임은 동면기에 접어들었는데 올해 다시 재개해 나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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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잘데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

전방위 인문학자 도정일의 산문집 『쓰잘데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 『별들 사이에 길을 놓다』가 함께 출간되었다. 문학동네 '도정일 문학선'의 시작을 알리는 이번 산문집 두 권은 저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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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정일 작가가 여러 신문에 쓴 칼럼을 묶은 책이다. 황현산 선생님의 <밤이 선생이다>와 유사한 형태. 각 칼럼에 담긴 통찰은 좋았는데 아무래도 해당 칼럼이 쓰인 시기가 지금과는 시간적 거리가 있다보니 2020년을 살아가고 있는 독자에게 엄청 특별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아마 칼럼이 쓰인 시기에 바로 읽었다면 더 좋았을 터. 

 

- 인간의 세계는 수량과 수리의 측면만으로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집단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인간이라는 존재의 절반은 계산의 천재를 요구하고 절반은 바보 산치를 요구한다. 

 

- 인간의 성장이 유전정보만으로 결정되는 것이라면 성장은 드라마가 아니라 이미 결정돼 있는 것의 운명적 전개에 불과하다. 

 

- 도서관의 이 지리적 주변화는 우리 사회의 수준을 대변한다. 

 

- 지금은 아무도 바보가 되지 않으려는 시대, 바보의 노선에 대한 적극적 경멸의 시대이다. 

 

- 수용자들에게 땀 흘리게 하기보다는 쉬게 하고 긴장을 풀게 하고 삶의 난제들을 잠시 잊을 수 있도록 도피성 망각의 기회를 주는 것은 대중문화의 거대한 사회적 효용이다. 

 

- 좋은 예술작품이란 쉽게 즐거움을 주는 작품이기보다는 수용자에게 거의 언제나 최대의 에너지 투자를 요구하는 작품이다. 

 

- 작가의 서재는 단순 책방이 아니다. 그것은 그가 무슨 책을 읽으며 밑줄을 긋고 여백에 무슨 말을 써넣었는지, 누구와 교류하고 책과 편지를 나누고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았는지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비밀스러운 정신의 지형도, 한 시대의 문화사, 작가의 자서전, 당대 사람들의 전기다. 

 

- 스스로 경험해보지 않은 일에 대한 인간의 이해 능력은 극히 빈약하다. 

 

- 빵과 의미는 삶을 지탱하는 두 기둥이다. 빵이 삶의 바깥쪽을 버텨낸다면 의미는 삶의 안쪽을 지키고 지탱한다. 

 

- 나는 내 행복에 책임을 지고 있다. 내 영혼의 안녕과 건강을 보살필 책임은 무엇보다도 나에게 있다. 

 

- 시장, 개발, 산업의 논리들이 사회 유지와 발전에 필요한 다른 모든 논리들과 근본 가치들을 전면적으로 압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 인문학 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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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프티 피플

엉망인 이곳에서 우리는 후회 없이 나아갈 수 있을까50명의 이야기 속에 담긴 대한민국의 절망과 희망숨어 있는 ‘한사람’까지 맞잡아주는 정세랑의 섬세하고 다정한 손길2016년 1월~5월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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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으로부터> 읽고 반해 정세랑 작가의 그 유명한 <피프티 피플>도 사서 읽었다. 그렇잖아도 보건교사 안은영 드라마 보면서 이 소설도 궁금해졌는데. <피프티 피플>도 너무 마음에 들어서 안은영도 곧 사보지 않을까..??

 

<피프티 피플>은 <시선으로부터>와 비슷한 결의 책이다. 이 작가는 순식간에 마치 옆에 살아 있는 듯한 캐릭터를 만드는 데 탁월한 소질이 있다. 모든 캐릭터의 이야기에 빠져들어가면서 봤다. 

 

- 희망과 절망의 아주 잦은 교차가 개의 수명을 갉아먹지 않았을까, 승조는 죽어가는 개를 내려다보며 생각한다. 

 

- 하여간 그놈의 편견들 때문에 이 일이 오히려 가족이 없는 자신이 하기에 최고의 직업이 아닌가 승조는 자주 생각했다. 가족만큼 자신의 편견을 선 넘어 들이미는 이들도 없다. 

 

- 거짓말 너머를 알고 싶지 않다. 이면의 이경 따위. 표면과 표면만 있는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싶다. 

 

- 취업률과 대학평가 때문이라는 건 표면적인 이유고, 실상은 대학이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들만 골라 생산해내기를 사회 전체가 원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순종적이지 않은 너희를 원하지 않는다고 대놓고 외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부조리를 목격하면 나팔을 불어대는 나팔수들을 치워버리고 싶은 거라고. 

 

- 글을 잘 써서 기억나는 얼굴도 있고, 글은 잘 못 쓰지만 뭐가 돼도 되겠다 싶어 기억나는 얼굴도 있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가치 없게 취급되는 사회란 걸 알면서도 이 전공을 확고하게 선택했고, 그 선택의 자유를 자기보다 뒤에 오는 이들에게도 확부해주려고 찬 바닥에 앉아 있었다. 

 

- 운이 따르지 않았던 사람들이다. 삶의 불공평함이 아득하게 느껴진다. 

 

- 서른은 사실 기꺼이 맞았다. 도무지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 20대가 너무 힘들어서 서른은 좋았따. 마흔은, 마흔은 조금 다른 것 같다. 삶이 지나치게 고정되었다는 느낌, 좋은 수가 나오지 않게 조작된 주사위를 매일 던지고 있다는 느낌 같은 게 있다. 

 

- 연모의 손이 계속 굳은살 없이 부드러웠으면 했다. 사과나 깎으면서, 엉망인 세계를 살아가지 않았으면 했다. 아이인 채로 계속 있게 해줄 수는 없는 것인가. 바람에 춤추는 풍선을 손목에 감고 유원지를 걷듯이 살아가게 해줄 수는 없는 것인가. 

 

- 사회생활을 오래 하다보면 사람에 대한 기준을 각자 세우게 되잖아요? 제 기준은 단순해요. 좋은 사람이냐 나쁜 사람이냐, 정신줄을 잘 붙잡느냐 확 놓아버리느냐. 상대방을 고려않고 감정을 폭주시키는 걸 너무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아요. 선하면서 스스로를 다잡는 사람, 드물고 귀해요. 

 

- 하품이 옮는 것처럼 강인함도 옮는다. 지지 않는 마음, 꺾이지 않는 마음, 그런 태도가 해바라기의 튼튼한 줄기처럼 옮겨 심겼다. 

 

- 가장 경멸하는 것도 사람, 가장 사랑하는 것도 사람. 그 괴리 안에서 평생 살아갈 것이다. 

 

- 가끔 너무 난도질당한 마음은 상태를 살피기도 난처해서 감각에만, 오로지 단순한 감각에만 의존해야 할 때가 있다. 

 

- 근사한 랜드마크가 아무리 는다 해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본주의의 천박함을 추함을 그대로 형상화한 공간에서 지낸다면 그 병폐는 다른 영역에서까지 뻗어나갈 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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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산

아무튼 시리즈 스물아홉 번째는 산이다. 멈춘 적 없는 일상에서 벗어나려 떠난 지리산 등산, 그렇게 시작된 주말 산행, 퇴사를 불사한 히말라야 트레킹, 산을 더 가까이, 진지하게 대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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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요가>에 이어 두번째 읽은 <아무튼~> 시리즈. 표지 그림부터 주제와 너무 잘 어울렸지비. 내용은 생각한 그 이상으로 더 많이 와 닿았다. 무언가를 저 정도로 사랑할 수 있다는 마음도 부러웠다. 

 

- 스물일곱, 서른은 아직 아니었지만 청춘의 달뜬 호기로부터는 한 걸음 멀어진 시간에 나는 또 다짐했다. 행복하자고. 어제의 내가 아닌 지금의 나의 마음을 알았으니, 더는 모른 척하지 말자고. 하루라도 일찍 내가 정말 원하던 것을 하면서 살아가자고. 

 

-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에서 태어나 자라온 내가 배운 건 충분함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들어왔던 '그거면 됐어' 라는 말은 최고가 되라고 강요하는 이 세상에서 나에게 더없는 위로가 됐다. 

 

- 애쓰지 않으면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삶의 어느 부분과, 일상의 어느 시간과, 인생의 어느 구간을 내려놓지 않고서는 쉽게 이루어질 수 없는 일들이 산에서는 쉬지 않고 일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내 마음이 끌리는 일 들은 그런 일들이었다. 그건 세상 속에서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들리지 않는 이야기들이기도 했다. 

 

- '할 수 있다'는 전제가 '할 수 없다'는 결말로 이어질 때마다 말할 수 없는 허탈감을 느꼈다. 높이 오르면 오를수록 산은 나를 낮췄다. 

 

- 정상에서 바라보는 도시의 아스라한 야경은 내가 돌아갈 삶을 다시 한번 긍정하게 한다. 

 

- '문제는 고도(altitude)가 아니라 태도(atitude)'라고 말한 앨버트 머메리. 그의 이름에서 유래하는 머메리즘이란 등정주의를 가리키는 알피니즘이 아니라 보다 어렵고 다양한 루트로 오르는 것을 중시하는 등로주의를 뜻한다. 

 

- 세상에서 가장 멋진 산행은 'From Home To Home(집에서 집으로)'이라는 말이 있다. 살아 있는 동안 늘 산과 함께할 수 있는 삶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삶이 산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가장 영광스러운 삶이 아닐까. 

 

- 산을 처음 오르기 시작했을 때부터 바라던 것에 대해 생각한다. 내가 나를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 외부의 욕망이 아닌 내면의 본성을 따르며, 내 안의 순수를 지키며, 본연의 나를 인정하며, 그렇게 소박하게 위대하게 살아가는 것. 지금껏 그래왔듯 산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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