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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자서전영화와 사람 그리고 세상에 대한 생각을 전하다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인간으로서, 영화를 찍는 작가로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모든 것을 총체적으로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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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작 빼고는 영화 다 챙겨보는 감독이다보니 영화의 뒷 이야기들이 궁금해 집어든 책. 그런데 고레에다 감독이 영화보다 다큐를 찍으면서 느낀 취재의 자세나 생각, 태도들을 적은 부분에 더 오래 머물렀다. 특히 양비론을 다룬 이야기는 나도 항상 머릿속에 넣어다녀야 할 것 같다는 다짐(?)도 하게 됐다.
이것도 제주여행하면서 동네책방에서 산 책이다. 숙소 근처에 있던 무명서점이라는 책방에서 샀다.
- 요컨대 우리 세대는 세상에 대한 위화감을 어쩔 수 없이 느끼고는 있지만 새로운 가치관도 불안을 해소할 방법도 찾지 못한 채 그저 끙끙 앓기만 했습니다.
- 법률로 벌을 받는 것과 사회가 그들을 언젠가 용서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결코 모순 없이 양립해야 합니다. 유감스럽게도 일본에서는 이와 같은 사회에 대한 성숙한 사고방식이 정착되어 있지 않습니다.
세상의 선악을 결정하는 것이 법률밖에 없어서 법률과 모순되는 윤리관이 생겨나지 못하는 편향된 사회라면, 일반 시민이 재판에 참여하는 것은 더욱 불균형을 조장할 뿐이지 않을까요.
- 전쟁을 기억하는 형태는 나라마다 다르고 또 시대에 따라서도 다릅니다. 예를 들어 비碑에는 전승 기념으로 세우는 '기념비'와 희생자의 죽음을 애도하는 '추모비'가 있는데, 제 생각으로는 군인을 신으로 모시는 신사는 기념시설이고 지도리가후치 전몰자 묘원은 추모 시설입니다.
- 미국 워싱턴 주에 있는 '베트남 참전 용사 추모 조형물'은 그야말로 추모비입니다. 벽 가득히 전사한 병사의 이름이 5만8000개 이상 새겨져 있습니다. 저는 그 압도적인 수의 이름을 보고 이만큼 많은 인생이 없어졌으며, 또 그것을 애도하는 가족이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이 시설은 아주 공적인 동시에 아주 사적이기도 합니다.
- 헌법 제9조는 대담하게 말하자면 성서에서의 '원죄'가 아닐까요. 요컨대 '가해'를 망각하기 쉬운 국민성에 대한 일종의 쐐기로, 우리가 항상 죄의식을 자각하며 전후를 살아가는 데 필요했던 게 아닐까요. 이 조항은 미국이 부여했다 할지라도 일본인에게는 중요한 역할을 해 왔고, 또 앞으로도 그렇지 않을까요.
- 종교학자 야마오리 데쓰오씨는 책에 "일본인은 죽으면 모두 부처가 된다'고 하는데, 죽은 인간을 벌하지 않는 그 감각이 중국이나 한국과는 명백하게 다르다"고 썼습니다. 확실히 일본에서는 죽은 자를 채찍질하는 일은 윤리적으로 그르다고 여깁니다. '죽으면 어떤 악인이든 부처님'이라는 일본인의 사고방식이 이른바 A급 전범이라도 '영령'으로서 다른 전사자와 한데 묶어 버리는 것입니다.
- 본디 양론 병기란 보는 사람의 사고를 그다음으로 더욱 진전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수단에 지나지 않습니다.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해 그다음을 생각하게 만들기 위해 쓰는 수단이지 목적이 아닙니다. 그 자체를 목적으로 삼으면 제작자가 다음 단계로 사고를 진전시키지 못하므로, 보는 살마도 마찬가지로 누구도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 검증하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역사가 없다는 것입니다. 사람이 순간순간의 감정으로만 움직이니 매우 위험합니다.
- 다케카와 단시의 <당신도 라쿠고가 될 수 있다>라는 책이 있습니다. 단시 씨는 "인간은 도망치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그 쪽이 더 많답니다"라며 도망간 쪽을 그리는 것이 라쿠고라고 명확하게 썼습니다. '원수 따윈 갚기 싫다'고 생각하는 인간에게야말로 지혜와 풍요로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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