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백야행>을 다봤다.
인강을 들을까, 책을 읽을까 고민하다 주말=휴식 이라는 합리화 하에 책을 폈다.
백야행은 총 3권으로 돼 있는데 어제 저녁엔 한 권만 읽어야지 했는데
너무너무너무x100 재밌어서 세 권을 단숨에 읽어버렸다 ㅋ.ㅋ
<용의자 X의 헌신>만큼이나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작인데
<백야행>은 일본에서도 드라마, 영화화되고 한국에서도 영화화되서
읽어보진 않았어도 이름은 익히 알고 있었다.
히가시노 게이고 책을 많이 읽었으면서도 왜 <백야행>을 이제서야 읽었는지
나조차도 의문이다ㅋㅋㅋㅋㅋ
(※스포만땅. 개인적인 생각 만땅)
#1. 책의 초반부는 한 남자의 살인사건으로 시작된다.
빈 건물에서 발견된 한 남자의 사체가 발견되고 주변 인물을 탐색하기 시작한다.
죽은 남자는 전당포를 운영하고 있는 기리하라.
기리하라의 아내, 전당포에서 일을 돕는 마츠우라가 감시대상이 되었고
사건 당일, 기리하라와 만났던 한 여성은 유력한 용의자로 떠올랐다.
하지만, 그 여성에게는 알리바이가 명확했다.
또 한명의 유력한 용의자는 사고사로 죽게 된다.
이 사건은 <백야행> 전체를 관통하는 중요한 사건이다.
오사카의 가난한 동네에서 일어난 이 사건은 1970,80년대 무렵에 일어난 사건.
이 사건에서 책의 두 주인공이 등장한다.
살해당한 기리하라의 아들 기리하라 료지와
한 여성 유력 용의자의 딸 유키호.
#2. 유키호와 료지가 초등학생일 때부터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 그 이후에까지
시간 순서대로 그들이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나온다.
유키호와 료지가 거의 모든 챕터?에 출현하지만
유키호와 료지의 시점에서 서술된 적은 단! 한번도 없다.
유키호와 료지 주변 인물이 유키호와 료지와 어떻게 관계를 맺어가는지에 대해서 나온다.
유키호와 료지가 어떤 생각을 품고, 어떤 사람인지는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인물의 생각에 의해서만 알 수 있는 설정이다.
또한, 책 중간중간에 복선처럼 나오긴 하지만
유키호와 료지의 접점은 살인사건 이후로 나오지 않는다.
#3. 유키호는 3개의 성을 가진다.
아버지의 성
첫번째 남편의 성
두번째 남편의 성
유키호는 어릴 적부터 뛰어난 외모에, 어린 아이답지 않은 조숙한 성격 덕에
어딜가나 주목을 받고 어딜가나 모든 사람에게 사랑을 받는 인물이다.
유키호의 어머니는 기지하라 살인사건 이후, 용의자로 주목받았지만
자살사인지 사고사인지 이유가 명확하지 않은 사고 때문에 죽고
유키호는 먼 친척 손에 의해 길러진다.
성장과정에서 유키호 주변에는 이상한, 알 수 없는 일이 발생한다
유키호의 어머니는 평소 먹는 감기약의 몇 배가 되는 약을 먹었고, 술까지 먹었다.
부엌에는 된장찌개가 끓고 있었고 방 안의 모든 창문은 닫혀 있었는데
유키호의 어머니는 가스불이 켜져있는 것을 깜빡한 채 잠이 들어 가스 중독으로 죽고 만 것이다.
당시, 유키호는 현관문이 닫혀 있어 열쇠를 가지고 있는 부동산 아저씨와 함께 집의 문을 열었고
어머니의 죽음을 목격했던 것다.
이 사건을 두고 사고사인지, 자살인지 의견이 분분했는데
결국, 이 사건이 '사고사'라고 의견이 모아진 데에는 유키호의 증언이 강력했다.
어린아이의 말이 거짓임을 의심하는 형사는 없었고
어머니를 잃은 유키호를 불쌍해했을 뿐, 그녀의 말을 의심하는 이는 없었다.
(사실, 유키호의 가정교사가 유키호 어머니 사건의 이야기를 듣고 혼자 상상하는 부분이 있다.
사실 어머니는 자살을 한 것이지만 유키호가 사고사로 위장하기 위해 냄비에 된장찌개를 부었다는 것.
어머니의 자살보다는 사고사가 주변 이들에게 수군거림이 아닌, 우려와 관심 걱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 부분에 이르기전에 이미 유키호가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한 외모나 성품과는 달리
내면의 어딘가에는 어두운 부분을 감추가 있다는 것이 많이 드러났지만
어머니의 사고까지 유키호가 어떤 조작을 했을 수 있다는 것은 전혀 생각하지 않은 부분이어서 진짜 소름이 쫙 돋았다)
유키호만큼 인기 많았던 한 여학생, 유키호에 대한 이상한 소문을 퍼뜨리고 다니는 여학생이
괴한의 습격에 의해 옷이 벌거벗겨진 채 발겨된 일.
유키호와 중학교 때부터 절친인 에리코가 대학교 1학년 때, 역시나 괴한의 습격을 받아
트력에서 벌겨벗겨진 채 발견되었다.
두번째 남편과 그의 전 부인과의 관계에서 낳은 미카 역시 에리코와 비슷한 일을 당한다.
이 세가지 일의 공통점은, 피해자들이 주변에 이상한 소문이 날 것을 우려해
사실을 숨기는데 급급했다는 점이다.
사건의 본질, 근원이 같았다는 말이다.
또한, 이 모든 사건으로 인해 유키호와 피해자의 관계가 이전과 달라졌거나
피해자의 생활이 크게 달라졌다는 것이다.
**
이런 공통점은 책을 읽으면서 점차 밝혀지는 사실이고
첫번째 피해자나 에리코가 이런 일을 당했을 때는 유키호가 그 사건의 뒤에 있을 거라곤
생각지도 않았는데 책장을 넘길수록 밝혀지면서 정말 등이 서늘했다.
유키호가 물론, 아름다운 여성이기도 하지만 이런 일을 혼자 저지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 유키호를 도운 것은 누굴까.
바로 기리하라 료지다.
#4. 기리하라 료지의 삶, 생활은 '불법', '위조', '살인' 등의 단어로 정의할 수 있을 정도로
불안정하고 옳지 않은 삶을 이어가고 있다.
불법적인 일로 인해 떼돈을 벌고
유키호가 곤란에 처해지거나 유키호가 도움을 요청할 때
유키호에게 걸림돌이 되는 이들을 다치게 하거나 제거하기까지 한다.
#5. 절대 들키지 않을 것 같은 료지와 유키호의 관계는
료지의 아버지 살인사건을 담당했던 사사가키라는 형사에 의해서 점차 수면위로 떠오른다.
**
당시 살인사건이 일어난 장소에는 밖과 통하는 문이 하나 뿐이었는데 그 문은 사건 발생 후, 닫혀 있었다는 것이다.
범인이 문 밖으로 나오면서 문을 잠글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정말 비현실적이지만 범인이 나올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은 다른 쪽으로 나있는 좁은 관인데
그 관은 일반 성인들이라면 절대 들어갈 수 없고
여자아이 역시, 그 좁은 관을 기어나올 만한 힘이 없다.
문이 잠겨있었다는 사실은 당시 목격자인 어린 학생에 의해 밝혀졌지만
그렇다면 범죄성립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형사가 이 부분을 왜곡해 기록했기 때문에
어린 남자아이가 범인일 수 있다는 사실은 전혀 주목받지 못했다.
사건에 계속 의구심을 품은 사사가키만이 이 사실을 계속 뒤쫓았고
성인이 된 당시 목격자를 만나 이러한 이야기를 듣고 짐작했다.
또한 당시 기리하라는 어린 아이에게 성적인 매력을 느끼는 인물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6. 료지와 유키호의 연결고리
유키호와 료지는 집 주변 도서관에서 자주 만나 보통의 초등학생들처럼 자주 어울려 놀았다.
유키호네 집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생계를 유지하는 것조차 어려웠고 집세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러던 어느 날, 료지는 도서관에서 자신의 아버지와 유키호가 손을 잡은 채 폐허와 같은 어느 빈 건물로 향하는 것을 바라보고
그들을 뒤쫓아갔다. 빈 건물에서 료지가 목격한 것은 아버지와 자기 또래의 여자아이와 말도 안되는 짓을 하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 분노한 료지는 자신의 아버지를 자신의 손으로 죽이고
유키호와 함께 그 곳을 도망쳐 나온다.
그 이후 료지는 유키호의 주변을 맴돌며 유키호를 지켜나갔고
가난때문에, 돈을 주고 딸을 판 자신의 어머니를 증오하는 유키호는
삶의 목표가 '돈'인 양, 돈 벌기에 혈한이 된 채 살아간다.
#7.
료지는 어떤 마음으로 살인까지 저지르며 유키호를 도왔을까.
자신의 정체가 탄로나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료지를 유키호는 모른 척한다.
유키호에게 료지는 어떤 존재였던 것일까.
일드 <백야행>에선 료지와 유키호의 관계에 대해 원작보다 좀 더 집중해 다뤘다고 한다.
사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원작은 그 둘의 관계, 감정보다는 유키호라는 여자에 대해 밝혀나가는 추리물에 가깝다.
한국에서 영화화된 손예진, 고수 주연의 <백야행>은 물론 아직 보지 못했지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것 같다.
사실 책을 다 읽고나면 이건 영화가 아니라 당연히! 드라마를 해야 할 소재라고 생각했다.
120분, 150분 가까이 되는 러닝타임에 료지와 유키호의 감정, 꼬인 실타래, 계속 일어나는 사건사고의 인과를 다 풀어내기는 불가능하다.
<백야행>이라는 책이 어떤 대단한 교훈이나 메시지를 전한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면
유키호와 료지가 사람의 감정을 마음대로 주무르고,
심지어는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을 살인하는 미친 사이코패스일뿐이라고
단정지을 수만은 없었다.
형사 사사가키의 말처럼 기라하라 살인사건 당시에
목격자인 어린아이의 말을 허투루 듣지 않았다면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고 제대로 된 수사를 해서
유키호가 돈에 미쳐, 어린아이의 몸을 탐하는 미친 여러 남성들에 의해 유린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경찰들이 파악하고 제대로 된 처벌을 했다면 유키호와 료지의 삶은 바뀌었을 것이당.
사사가키가 한 말 한글자한글자 그대로는 기억에 나진 않지만
살인사건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
악의 꽃이 점점 피어나고 만 것이다.
백야행 白夜行
새하얀 밤을 걷다.
료지와 유키호의 말처럼
그 둘은 태양 밑에서 걷길 바랐지만
늘 새하얀 밤을 걸어나갔다.
어른들의 탐욕으로 벌어진 일은
역시 어른들의 편견에 의해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다.
불행의 씨앗을 제거했다면 료지와 유키호는 태양 밑에서 남들처럼, 걸을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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