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난주였다. 수업 전, 여느때처럼 신문을 보고, 텀블러에 물을 채우고 자리에 앉아서 시간이 가길 기다리다 폰을 만지작거렸다. 그때 네이버 메인에서 본 헤드라인에서 '침몰... 전부구조...'이라는,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큰 사고가 났지만 다행히 수습이 잘 됐다는 식의 헤드라인이었다. "큰일날 뻔 했네!" 폰 화면을 끄고 수업을 들었다. 


수업이 끝난 후 점심을 먹으러 간 식당 내부의 텔레비전에서는 자뭇 심각한 어조로 아나운서가 말하고 있었다. 몇시간 전 본 기사는 오보. 백명이상의 탑승객들이 배에서 탈출하지 못했다는 것. 그리고 그 탑승객들 중의 대다수가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려는 아이들이라는 것. 채 20살이 되지 않은,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라는 사실에 많이 놀랐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고 내일 모레면 사고 발생 이주일 후가 되어버리고 만다.


10일이 지나도록 아직도 아이들이 배 안에 있다는 사실은 정말 끔찍하다.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훨씬 많이 남은 아이들이 왜 차가운 바다에서 생명의 빛을 잃어가야 하는 것인가. 신은 정말 존재하는가에 대한 원초적인 의문들로까지 생각이 거슬러 올라갔다. 신이 있다면 왜 그들을 저렇게 두는 건지, 세상에 남을 속이고 남을 죽이는 나쁜 놈들은 버젓이 살아있는데 왜 저 학생들은 차갑고 추운 바다에서 저렇게 떨어야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지금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시험기간 때 한 시간 간격으로 기사를 또 확인하고 확인했다. 사실 기적을 바랐다. 물이 차지 않는 공간이 있어서 아이들이 손을 맞잡고 살아있길 바랐다. 정말 실종된 모든 이들은 아니더라도 몇 명은, 꽤 많은 사람들이 서로에게 기대어 살고 있지 않을까. 


마음을 다해 기도해도 모자랄 이 판국에,

누군가는 유가족들, 친구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질문세례를 퍼붓고

누군가는 그와중에 지방선거를 생각해 팽목항 방문을 정치수단으로 이용하고

누군가는 유가족 행세를 하며 유가족들에게 더 큰 상처를 남기고

누군가는 '책임'을 '사퇴'로 대신하려고만 한다. 


사실 잘 모르겠다.

바다가 너무 잔안해서 10일이 지나도록 아이들을 내어주지 않는건지

사고 발생 후 대처방식이 얼마나 미흡했던건지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기자들의 변명이 이해될 수 있는건지

나중에 사건이 다 수습되면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건지

그리고 그 아이들과 가족들의 상처는 어떻게 치유될 수 있는건지 정말 하나도 모르겠다. 


누구는 정부를 욕하고, 누구는 선장과 선원을 욕하고, 누구는 언론을 욕하는데

나는 피어보지도 못하고 가는 아이들이 너무 안타깝다.

'내일'이란게 누구에게나 주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너무 소름끼칠 정도로 무섭고 두렵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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