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재스민의 첫장면. 샌프란시스코행 비행기를 탄 자넷, 아니 재스민은 옆의 할머니에게 자신이 살아온 인생얘기를 한다. 평범해 보이는 이 장면은 수하물을 찾고 집으로 돌아가는 할머니의 대사로 인해 재스민이 이 영화에서 갖는 위치를 말해준다.

"계속 혼잣말을 하더라구요"

"자기 인생에 대해서 계속 조잘조잘 거리지 뭐에요"


이 영화는 재스민의 동생 진저의 집에 오게된 재스민의 현실과 그녀가 엄청엄청 사랑하는 '할'이라는 남편과 엄청난 부를 누리고 살았던 과거의 장면이 엇갈리며 반복된다.



재스민의 동생 진저!

재스민과 진저 모두 입양됐지만 성장과정은 달랐다. 

재스민이 말하긴 했지만, 재스민은 똑똑하고 부족함이 없던 반면 진저는 완벽하지 못했다고 하는데

현실에선 완벽하지 못한 진저가 완벽했던 재스민을 보살피고 있는 실정이다. 



과거의 영광에 얽매여 사는 재스민. 사실 영광도 아니다. 남편 할은 남의 돈을 사기로 뜯어낸 것일 뿐. 자기 스스로 이룬 부는 없다. 하지만 워낙 '고상하신' 재스민은 동생 진저가 마음에 안든다. 진저가 사귀는 남편, 좁아터진 집, 카운터에서 계산 일을 하는 것까지 트집을 잡는다. 




하지만 현실 속의 재스민은 처참하다.

남편의 사기, 수감, 그리고 감옥에서 자살한 남편.. 등은 그녀가 길거리에서 혼잣말하고 소리지르게 하도록 만들었다. 

동생이 하는 일을 비웃었지만 재스민은 자신을 여자로서 눈여겨본 치과의사가 제안한 일을 한다. 일로서의 능력이 아니라 여성이 가진 성적 매력만이 그녀가 가진 무기가 아니었나 싶다. 





우연히 가게 된 파티에서 맘에 드는 남자를 만난 한 재스민.

외교부에서 일하고 정치판에 뛰어들고 싶다는 그가 맘에 든 재스민은 자신을 거짓으로 꾸민다.

남편은 사기꾼이 아니라 외과의사, 집을 뛰쳐나간 아들은 낳은 적이 없고, 인테리어 온라인 강의도 들을 능력이 없는 재스민은 이미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비쥬얼이나 몸매, 그리고 재스민이 꾸며낸 자신의 위치는 상대 남자를 유혹?하기엔 충분했는지 그 역시 재스민에게 푹 빠져들었다. 결혼을 생각하게 할 정도로... 




"엄마가 그러길, 이모는 지금 미쳤대요"라고 이모 앞에서 말하는 진저의 아이들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편, 진저도 파티에서 만난 남자와 계속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재스민이 루저라고 욕하는 현 남친은 내팽겨진 채 새로운 사람고 즐거운 만남을 이어오고 있었지만... 파티에서 만난 상대는 아내가 있는 유부남이었고 그 사실을 아내에게 들킨 남자는 진저에게 더 이상 만날 수 없다고 고한다. 







재스민은 새 인생을 꿈꾸며 결혼 반지를 보러간다.

하지만 여러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자신의 과거는 그리 쉽게 덮히지 않는다는 것을 재스민은 몰랐나보다. 자신만 거짓으로 과거를 꾸미면 모두가 그 과거를 잊을 줄 알았던 걸까. 

몇년전, 동생 진저의 남편 Auguie는 재스민의 남편 할 때문에 20만 달러나 되는 돈을 잃고 만다.

그리고, 결혼 반지를 고르러 간 시내 한복판에서 재스민과 오기는 마주하게 된다. 재스민은 또 철없이(?) 알래스카에서 새 직장을 구했단 소식을 들었다며 축하했지만 오기는 분통을 터뜨린다. 쉽게 과거를 잊고 살지 말라고. 그리고 재스민에게 그녀의 아들이 어디에 거주하고 있는지 전해준다. 

재스민이 꾸며낸 모습이 거짓이란 것을 알게된 상대는 파혼을 선언하고 만다. 





재스민이 남편 할에게 가장 큰 배신감을 느낀 부분은 아마 사기죄가 아니라 사랑에 대한 배신일 것이다.

재스민 스스로만 깨닫지 못한 채 주변 사람들은 할이 바람을 피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비서, 고용 변호사, 트레이너까지 할은 여러 여자와 관계를 맺었지만 중요한 건 만난 여자가 많다는 사실이 아니다. 할이 가장 마지막에 만난 프랑스 가정부와는 진정한 사랑을 느꼈다고 할은 말했다. 새로운 계획을 설계할 정도로 말이다. 이 말을 들은 재스민은 이성을 잃었다. 그리고, 자기 손으로 남편 할을 FBI에 신고한다.

(사실 이부분이 약간의 반전이다. 할이 사기를 치고 있다는 사실을 신고한 것은 사기를 당한 피해자가 아니라 바로 재스민이란 것! 할이 남을 속여 돈을 벌고 있다는 사실을 재스민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다만, 할을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서 모른체 햇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사랑이 깨졌을 때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르게 됐다.)





중고 악기점에서 아들을 만난 재스민. 아들에게 이렇게 살려고 집을 나갔냐고 추궁했다.

하지만 아들은 재스민을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아들은 아버지보다 그런 짓(아마 FBI에 신고한 일)을 한 어머니를 더 증오한다고... 아들은 이미 과거를 깨끗이 잊고 새 인생을 살고 있었다. 겉으로 화려하진 않아도 과거에 머무르는 삶을 살진 않는다.









집에 돌아온 재스민. 진저는 다시 전 남친에게 돌아갔고 예전보다 더 깊은 애정을 남친과 나눈다. 

반면 결혼 약속은 저너머로 사라졌고 아들에게 마저 부정당한 재스민은 또다시 진저의 남편에게 저주를 퍼붓는다. 하지만 더이상 진저도 재스민의 말을 듣고만 있진 않는다. 이 남자는 멋있진 않아도 누구처럼(할처럼) 남의 돈을 뜯는 사람은 아니라고 재스민을 건드린다. 재스민은 자존심이 상해 결혼해서 이 집을 나갈 거라고 소리지른다. 




거리로 나온 재스민. 또 모르는 사람 옆에 앉아서 혼잣말을 한다. 재스민은 이제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까?? 


재스민 역을 연기한 케이트 블란쳇이 참 매력적으로 나오는 영화다. Blue Jasmine이라는 영화 제목처럼 우울한 재스민? 영화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파산해서 엄청난 빚을 지고 있음에도 비행기는 일등석을 타고, 캐리어는 루이비통, 간호사나 판매원이란 직업을 천시하면서 허영에 찬 마음으로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되고자하는 '재스민'

전 남편의 돈을 날려버린 주범이지만 그런 언니를 보살피고 새 직장을 소개해주고 컴퓨터를 배우는 언니를 위해 티비 볼륨을 낮춰주는 동생 '진저' 영화에 등장하는 주된 캐릭터이지만 정반대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젖은 머리로 길을 나선 재스민은 앞으로 어떤 삶을 살지 매우 궁금하다. 과거에 누린 부유한 삶의 환영에서 그녀는 벗어날 수 있을깡.. 할이 거짓으로 만든 부를 비난하면서도 여전히 그런 부를 그리워하는 재스민은 참 모순적인 성격을 지닌 주인공이다. 


자넷이라는 이름이 촌스러워서 재스민이라는 이름으로 바꾼 그녀는 정말 어떤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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