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노예 12년' 

작품상을 수상했다는 것도 그렇구, 노예제를 어떻게 그려냈을지가 궁금했다. 

제목에서도 느껴지듯이 가벼운 영화가 아니다. 어쩌면 찜찜한.. 영화이기도 하다. 

노예제가 북부에선 폐지되고 남부에선 여전히 성행하던 1800년대 초반 미국의 모습을 그렸다.

주인공인 노섭은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는 노예가 안인 freeman이다. 파티에 초대되어 가기도 하고 예쁜 부인도, 아이들도 있는 어엿한 가장이다. 


어느날, 노예 불법매매상의 꾐에 넘어간 노섭은 노예 신분으로 추락하고 만다. 이름도 더이상 노섭이 아닌 '플랫'이다. 노섭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면 등에 핏자국이 선명하도록 매질을 당하고 만다. 아침 일찍 일어나 일을 하고, 할당량을 제대로 채우지 못하면 나무 기둥에 묶여져 채찍질을 당하는 날들의 연속이 계속된다. 


영화에서 인상깊었던 장면은, 

1) 노예를 사고 파는 장면. 노예들을 홀딱 벗기고 노예를 사는 사람들은 마치 물건 다루듯 노예들을 만진다. 저 흑인들도 여자나 남자로서의 인권이 있다고는 전혀 생각치 못하는 당시 생각을 잘 보여주는 듯하다.

2) 노섭의 두번째 주인은 지독하게 악질인 사람이다. 그 주인이 아끼는 한 노예는 노리개처럼 주인에 의해 희롱당한다. 조금이라도 싫은 표정이나 뉘앙스를 풍기면 매질이 돌아온다. 그 주인이 한번은 노섭에게 매질을 하라고 채찍을 넘기는데 그 장면이 너무 끔찍했다ㅠㅠ 


언뜻 기사로 보니, 이 영화가 미국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린다고 한다. 미국에겐 부끄러운 과거이겠지만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미국의 미래가 될 어린애들도 이러한 사실을 가감없이 알 필요가 있다. 





'천지가 죽었다...'


우아한 거짓말은 만지(고아성 역)의 이 대사로 출발한다. 만지와 천지는 자매이지만 성격은 딴판이다. 속깊고 웃음많고 적극적인 천지와 시니컬하고 덤덤한 성격의 만지. 


천지는 같은 반 친구 화연에 의해 반에서 은따를 당하고 있었다. 겉으로는 친근한 척하지만 화연은 뒤에서 천지의 뒷담화를 하고 있었고 천지도 이를 알고 있지만 그렇게라도 다가와주는 친구는 화연뿐이었다. 엄마와 언니에게 자신의 속을 털어놓고 싶어도 그럴 수는 없었다. 가장 가까우면서도 속 시원히 털어놓을 수 없는 존재가 가족이기 때문에??

마냥 길게만 뜨던 뜨개질로 만든, 그냥 직사각형 모양의 목도리도 아니고 이도 저도 아닌 것을 천지는 풀고 다시 뜨고 풀고 또 다시 뜬다. 그 실은 결국 천지가 목을 매는 수단이 되고 만다. 


천지는 그 전까지 엄마와 언니에게 수많은 힌트를 준다. 학교에 가기 싫다, 친구의 일이라는 핑계로 자신의 일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어느날 밤, 공부가 싫었어도 공부를 잘해야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준다던 천지의 속사정... 등등 말이다. 김희애의 연기도, 고아성의 연기도, 김향기의 연기도 매우매우 좋았당

김유정도 영화 보는 내내 머리 한대 쥐어박고 싶을 정도로 얄미운 연기를 잘했다.. 정말 엄마같았고 정말 언니같았고 그랬다. 


'잘 지내'라는 말처럼 정말 우아한 거짓말이 어디 있을까?

이 한마디로 서로를 안심시킬 수 있을 것이니까 말이다. 엄청난 스토리나 반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번쯤 보면 정말 좋을 영화다. 나도 내 가족의 '우아한 거짓말'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덧. 

+ 이 영화는 <완득이>처럼 김려령 작가의 작품을 영화화한 것이다. 유아인도 깨알같이 나오는데 완득이를 본 사람들은 이해할 수 있는 코믹요소가 나온당. 유아인이 이 영화에 처음 등장할 땐, 왜 저렇게 무리수 캐릭터를 뒀나..고 생각했는데 보면 볼수록 나름 ~.~ 재밌게 나온다. 영화 후반부엔 만지에게 천지의 진심이 무엇인지 전달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해준다. 

+ 만지의 친구로 배우 천우희가 나온다. 천우희라고 하면 잘 모르지만, 영화 <써니>의 그 본드걸이다! 영화보면서 아,,, 저 배우 누구지?누구지?.... 하다가 이내 본드걸이랑 매치가 됐당. 천우희라는 배우, 마스크가 꽤 인상적이다. 예쁜데 예쁜게 다가 아닌 느낌? 좀 강렬한 느낌이다! 좋은 작품에 많이 많이 출연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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