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겉표지마저 따뜻하고 보드랍다.
'윤미 태어나서 시집가던 날까지'라 적힌 책 부제마저 몽글몽글..
그저 낳은 이후로 안고 업고, 뒹굴었고 비비대었고 그것도 부족해서 간질이고 꼬집고 깨물어가며 아이들을 키웠다. 이이를 나무우리(아기침대)에 넣어두고 시간 맞춰 우유병을 물려주는 미국이나 유럽의 그런 식과는 사뭇 달랐다. 그런 것을 너무나 한국적이라 해야 할지 혹은 원시적이라는 비평거리가 될는지는 모를 일이나 나와 아내는 하여간에 아이들을 그런 식으로만 키운 것이다.
눈도 뜨지 않은 갓난아이, 젖을 맛있게 빠는 모습, 할아버지 댁 나들이, 동네 아이들과 어울려 노는 모습, 조그만 마당에서 노는 모습, 제 엄마와 형제들과 뒹구는 때, 집 근처 야산에서 들꽃이며 풀 사이를 헤집고 잠자리 나비를 쫓는 모습, 초등학교에 처음 들어갈 때, 가족이 함께 자전거 하이킹을 다닐 때, 아이들의 심통 부리는 얼굴, 방학 때면 집과 가까운 북한산에 오르고 가족 캠핑이니 썰매를 탈 때, 대학 합격 발표가 있던 날, 윤미의 혼인날을 받아두고... 그 모든 장면들은 너무나도 소중했다. 아이들은 우리 부부에게 자랑이요, 기쁨이었다.
그를 떠나보낸 지 3년 6개월이 되었다. 그와 함께 바라보던 숲을 향한 창가에서 낙엽이 후두두 바람에 날려 떨어지는 것을 보며 나는 남편과 다투던 그 시간이 그립다.
이 책의 작가이자 사진가이자 윤미네 집의 가장인 전몽각 선생님의 부인이 쓰신 글은 남편에 대한, 아이들의 아빠에 대한 그리움으로 넘친다.
1960년대 이후 한국의 중산층 가족에 속했기에 평범하다고는 할 순 없을지라도, 가족 구성원들이 나눈 애정과 자식들을 향하는 카메라 렌즈 뒤에 서있을 전몽각 선생의 마음만은 보편적인, 어쩌면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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