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기간에 대차게 영화를 봤다
월요일 하나, 금요일 하나였는데
좋은 시간표라 생각했는데 똥이었다
한 과목을 월화수목 내리 보려니
집중력은 떨어지고 공부효과도 제로..
그래서 밖에 나가 놀기는 뭐하고
집에서 영화나 보자고 해서 선택한 영화가 바로
정우성, 고원원 주연의 호우시절(2009)
허진호 감독이 만든 이 영화는
중국 사천을 배경으로 여주인공은 중국인, 남자주인공은 한국인이 맡았다.
두 주연의 국적이 다르다보니
영화에는 총 3가지의 언어가 나오는데
중국어, 한국어
그리고 두 주연이 의사소통 수단으로 삼은 영어
남주인 정우성이야 이름만 대면 아는 배우고
고원원이라는 중국배우는 이 영화를 처음 보게 됐다
이 영화를 알게 된 건
이번 학기 들은 수업시간에
한 학생이 발표하면서 이 영화를 추천해줬기 때문
박동하(정우성 역)은 출장 차 들린 사천에서
미국 유학 중 연인이었던 메이(고원원 역)를 만났다
우연하게 만난 둘은 예전 이야기를 하며 기억을 되살리는데
메이와 박동하의 기억은 다르다
박동하는 메이와 연인이었다고 기억하지만
메이는 그것을 부정한다
둘 사이에 있던 사소한 기억도 메이와 박동하의 것은 다르다
짧은 일정으로 들린 사천 출장이었기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가려던 박동하는
공항으로 찾아온 메이로 인해 하루 더 사천에서 머물게 된다
가이드로 나선 메이는 사천의 이곳저곳을 소개해주고
둘의 감정은 시간이 갈수록 더 깊어진다
2008년 발생했던 사천대지진이 이 영화의 핵심포인트다
메이가 박동하 앞에서 어떤 사실을 숨기는 이유도
둘의 기억이 엇갈리는 이유도 대지진과 연관된 사건 때문
그 사건은 이 영화 말미에 등장하기 때문에
여기에 적는 건 너무 큰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적진 않지만
영화 러닝타임 내내 계속 복선으로 암시되어 있다
사진에서 보듯이 갓우성은 비쥬얼만으로도
영화의 영상미를 훨씬 살리고 있다ㅋㅋㅋㅋㅋ
사천성의 두보사당만으로도 볼 거리는 충분하고
다만 아쉬웠던 것은
두 주연배우가 대부분 사용하는 언어가 영어이기 때문에
연기가 붕 뜨는 느낌이 든다는 점이다
잘 와닿지도 않고 겉도는 느낌이 든다
배우가 내뿜는 대사와 감정이 어우러지지 못한다는 느낌
줄거리 자체도 뭐랄까,
여주의 설정이 이해안되는 게 많아서
정우성 역시 잘생긴 외모 말고는 매력이 십분 발휘되지 못한 것 같다
그래도 이 영화의 매력은 두보의 시의 매력에 젖을 수 있다는 것
春夜喜雨(춘야희우)
好雨知时节
当春乃发生
随风潜入夜
润物细无声
野径云俱黑
江船火独明
晓看红湿处
花重锦官城
반가운 비가 시절을 알아
봄이 되니 내리네
바람 따라 몰래 밤에 들어와
만물을 적셔주며 아무런 소리도 없네
들판의 오솔길은 구름이 낮게 깔려 어둡고
강 위에 뜬 배는 등불만 비추네
새벽에 붉게 젖은 곳을 보니
금관성이 꽃으로 겹겹이 덮여 있네
때를 알고 내리는 비처럼
옛 연인의 등장은 과연 때에 맞는 등장인가
두보에 관해, 사천성에 관한 풍경이 많이 나올 줄 알았는데
정작 영화를 보니 그 내용이 별로 나오지 않아서 실망스러웠지만
이 시 한 구절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나름 흡족해하며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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