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만엔 다 본 <중쇄를찍자!>

출판업계 편집부를 무대로 한 드라마라기에 소재부터가 흥미로웠는데 드라마 내용도 너무 재밌고 알차다. 총 10화인데 한 화 한 화마다 중심을 잘 잡고 할 이야기를 잘 풀어내고 있다. 주연이 쿠로키 하루, 오다기리죠, 사카쿠치 켄타로로 나오지만 편집부 구성원 저마다의 성장기를, 혹은 지나간 성장기를 다루고 있다. 편집자 개개인의 이야기를 풀어내며 편집자의 여러 상에 대해 생각해보게끔 유도하는 방식이 무척이나 좋았는데 특히, 모두 호감형으로 그려지는 캐릭터 가운데 비호감으로 느껴지는 야스이의 이야기가 인상깊었다. 물론 새끼곰(쿠로키 하루)와 코이즈미(사카쿠치 켄타로)의 성장에 나 자신은 가장 많은 대입을 했다.

극중에서 일본의 출판업은 매우 불황으로 나오는데 사실 한국보다는 훨씬 나아보였다. 한국에서도 출판업계를 다룬 드라마가 나올 수 있을까..

 

1. 쿠로키 하루

처음 본 여배우였다. 눈에 띄게 화려한 외모는 아닌데 그래서 좋은 캐스팅이라 생각했다. 신입사원이 품고 있는 에너지, 그리고 이 캐릭터 자체가 본디 갖고 있는 에너지를 그려내기에 좋은 마스크라 느꼈다. 초반부엔 일드 특유의 깨발랄함에 다소 거부감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웃는 얼굴을 어느새 사랑스럽다고 생각하게 된다. 편집부의 어느 캐릭터와 붙어도 케미가 사는 것도 플러스. 미부, 오다기리죠, 편집장, 키쿠치, 심지어 야스이까지 붙는 장면마다 다 다른 방향으로 극의 재미를 뿜어낸다.

 

 

2. 오다기리 죠

내가 보는 일드에 오다기리죠는 항상 분야에서 프로가 돼 후배에게 훌륭한 조언을 해주면서도 결코 자만하지 않는 선배미 뿜뿜의 역할로 나오는 듯. 이 드라마 역시. 1~8화까지는 조력자로서 완벽한 모습만 보여줘서 캐릭터 자체가 주는 매력이 떨어지지 않았나 싶었는데 9회에서 반전.

 

3. 사카쿠치 켄타로

1화에서 켄타로가 보여준 영업사원의 모습은 내가 만약 영업을 뛰었다면 저짝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 일에 대한 권태를 표현해낼 때 켄타로의 무표정과 쿠로사와를 만나면서 점차 변하는 모습의 표정을 너무 잘 그려내서 인상적이었다. 주연 세번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분량은 짠내가 나지만 나올 때마다 드라마에 빛과 소금이 되어 준다...☆

 

4.

많은 공감을 했던 편은 '신입 작가'를 다룬 화와 10년 동안 만화 어시스턴트를 하다 결국 포기하며 고향으로 내려간 인물이 나온 화였다.

앞편의 경우, 아키리에와 부모님의 대화가 너무 내 상황과 유사해서였다. 자꾸 실패하니 부모님도 나의 재능에 의심하기 마련인데 부모님마저 나를 믿지 못해주는 게 슬프면서도 사실 나 자신도 나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다는 게 괴로움의 진짜 모습. 대사와 나레이션이 너무 직접적으로 그 사실을 말해주고 있어서 눈물샘을 건들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공감이 많이 갔다.

또 자신이 10년 동안 매달린 분야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천재를 목도한 둔재. 초반부부터 이 캐릭터의 서사를 조금 쌓길래 뒤에 무언가 꼭 나오겠구나 싶었는데 결국 자신의 꿈을 포기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래도 결코 초라하지는 않게 그려져 좋았다. 어릴 적부터 들어왔던 작은 칭찬이나 수상, 더 본질적으로는 작은 재능이 개인에게 주는 희비를 또 한번 느꼈다.

 

5.

편집자 중에선 미부가 제일 좋았다 >_<ㅋㅋㅋㅋㅋㅋ 입고 나오는 티셔츠 그림하며, 치는 대사하며 안 귀여울 수가 읍즈느여...

 

6.

너무 밝게 그려지고, 주인공이 모든 난관들을 별 어려움 없이 잘 헤쳐가는 모습에서 (일드스러운) 비현실성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지금의 나에겐 희망을 이야기하는 밝은 드라마가 필요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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