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최근 방영된 중국드라마 <小别离>

중국문화원 수업에서 이 드라마를 두고 쓴 칼럼으로 수업을 했었는데 선생님이 볼 만하다며 추천했다.

내용도 괜찮고, 배우들이 말하는 중국어 속도도 그리 빠르지 않아(네? 뭐라구요?) 중국어 학습하기에 좋다며 강추강추하시길래

'환락송' 이후 중국드라마를 오랜만에 보기 시작했다. 전편이 총 45편인데 벌써 22편 보는 중. 아침화장하며 보기에 딱 좋다. ㅎ.ㅎ

 

2.

이 드라마 포스터가 보여주듯 이웃하는 세 가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세가족의 아이들은 모두 '初三(중학교 3학년)'으로, 中考(중국의 고입시험)를 앞두고 벌어지는 각 가족들의 우여곡절을 담은 이야기다.

 

3.

아마 이 드라마의 핵심은 바로 中考으로, 한 회에 적어도 세 번 이상은 언급된다. 한국에선 외고, 자사고를 제외하고는 고등학교가 평준화 돼 있어 대입과는 달리 고등학교 진학 과정에서는 그렇게까지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되는데 중국은 다르다. 익히 들은 高考(중국의 수능)뿐만 아니라 중학교 3학년 때 치루는 쭝카오부터가 아이의 미래를 결정짓는다고 할 정도로 이 시험 역시 어마무시하다. 중국문화원 선생님 말로는, 쭝카오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 重点学校(중점학교)에 들어가기만 한다면 대학의 레벨도 어느 정도 보장받는다고 한다. 이 말은 즉슨 중점학교에 들어가지 못한다면 우리가 흔히 서열을 매기는 상위그룹의 명문대에 들어갈 확률이 점점 낮아진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까오카오 못지않게 쭝카오에 필사적이게 된다. 더군다나 중국의 어마어마한 인구수를 고려해보면 98점과 99점, 단 1점 사이에 학생들이 더 빽빽하게 채워져 있다. 1점은커녕 0.5점만 놓쳐도 등수는 저 멀리 떨어지게 된다. 그러니 중3 자녀를 둔 학부모는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이 쭝카오에 모든 것을 건다. 이 드라마 가족들의 부모들 역시 마찬가지다.

 

4.

中考가 이 드라마 초중반부에 핵심 키워드였다면 아마 말미는 留学(유학)이 이 드라마의 핵심어일 듯 하다.

한국은 이제 조기유학열풍이 예전보단 식은 것 같지만 중국에서는 여전히 조기유학 열풍이 거센 듯 하다. 국내보단 해외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큰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맹목적인 믿음 혹은 국내에서 학업에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면 일찍이 돈을 많이 내고 해외 고등학교에 입학시켜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자녀의 조기유학을 고려한다. 이 세 가정도 자녀의 조기유학을 두고 의견이 정말 치열하게 엇갈린다.

어린 자녀를 떠나보낼 수 없다는 가족도 있는가 하면, 자녀의 창창한 미래 -특히 중국에선 해외유학파가 중국으로 다시 돌아오면 '海龟(하이궤이)'라 부르며 좋은 대우를 해주는데-를 위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유학을 보내야 한다는 가족도 있다. 또 반면 영 공부에 취미가 없는 아들이 국내에선 가망(?)이 없을 것 같아 해외 고등학교에 기부금 명목의 돈을 내고서라도 해외에 보내려는 가족도 있다.

 

 

 

이 드라마의 메인 가족 "둬둬(朵朵)의 가족"

아빠 팡위엔(方圆)은 백내장 수의 달인이라 불리는 의사, 엄마 원지예(文洁) 는 화장품회사에서 잘나가는 커리어우먼.

둬둬는 이 집의 어화둥둥 외동딸이지만 중3이라는 숙명으로 엄마아빠의 감시(?)에 놓여있다.

 

 

둬둬의 아빠, 팡옌.

-고백하자면, 이 아저씨가 너무 귀여워서 드라마를 계속 보게 됐다(입덕각)-

황뢰라는 배우인데 이 드라마에선 첨 보지만 나름 중국에선 유명한 모양. 눈이 땡글땡글해서 맨날 저 큰 눈으로 아내와 딸의 눈치를 본다. 아저씨ㅠㅠㅠㅠ

몸도 통통해서 진짜 딸 하나 둔 아빠같은 느낌이 물씬.(실제로도 두 딸의 아빠다) 쭝카오를 두고 원지예와 딸 둬둬는 정말 시도때도 없이 싸우고 소리지르고 부딪치는데 그 가운데서 중간다리 역할을 잘 해낸다. 원지예의 성격도 다 받아주고 둬둬의 사춘기도 이해한다.

또 퇴근하면 저녁을 만들면서 아내와 딸의 귀가를 기다리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한국 가정에선 아직까지도 낯선 풍경이라 더 시선이 간다. 처음에는 이 아저씨만 계속 요리하길래 와이프는 가사일을 전혀 하지 않나라고 했는데 드라마를 계속 보다보면 둘이 번갈아 가면서 요리를 곧잘 한다. 맞벌이 부부의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 아닐까(드라마 이야기하면서 내 워너비 가정의 모습을 얘기하는..). 중국어 쌤은 황뢰가 실제로도 가정에서 요리를 잘 하는 걸로 유명하다고 하는데 자기 자신과 싱크로율이 높은 캐릭터를 만나서인지 위화감이 전혀 없이 배우와 캐릭터가 아주 딱 잘 맞는다!

딸에게는 엄마의 입장을 대변해주고 아내에게는 딸의 고충을 말해주면서 엄마와 딸 사이가 냉랭하지 않게 만드는 일등공신, 이 가족의 화목함을 유지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다.

 

극 중에서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모습만 보여주다가 한번 둬둬가 크게 사고를 치고 원지예가 말리는 데도 둬둬를 크게 나무라는데 이 모습마저 딸을 정말 아끼고 사랑해서라는 게 드러나서인지 더 입덕..ㅋㅋㅋㅋㅋㅋ 출구는 없습니다. 예.. 예..

 

 

둬둬의 엄마이자 팡옌의 와이프인 원지예.

어릴적 부모님 두분이 돌아가시고 혼자의 노력과 힘만으로 좋은 대학, 좋은 직장에 들어간 인물로 이른바 자수성가형 스타일.

매일 아침 일찍 조깅을 하고 자신의 일에 매우 열정적인 전형적인 커리어우먼으로 자신에게 매우 엄격한 만큼 자신의 딸에게도 엄격하다. 특히 자신이 혼자의 힘으로 성공해서 모든 것을 이뤄냈다고 생각하고 그제야 사람들이 인정을 해줬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인지 딸 둬둬도 자기 힘으로 무언가를 이뤄내야 사람들이 둬둬를 인정해줄 것이라 생각(무시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만큼 둬둬가 성공하길 바라고 그 기반이 될 중점학교에 입학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다.

 

초반부에는 원지예가 둬둬를 너무 압박하고 몰아세우는 느낌이라 정이 안 가는 캐릭터였으나 중반부에 갈수록 인간적인 매력이 드러난다. 딸의 일거수일투족이 궁금해 미칠지경이지만 둬둬의 신경을 건드리고 싶지 않은 마음에 몰래 위장하거나 거짓말을 하는 모습에선 귀엽기도 하고. 자신의 자녀교육 방법이 너무 엄격하고 비인간적이란 것을 스스로 알지만 중국의 현실에서 이는 최선이고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 우리네 모습과 너무 닮았다고 생각했다. ㅠㅠ

 

딸의 공부와 시험 성적에 관심이 많지만 둬둬의 유학에 대해선 결사반대를 외친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을 멀리, 그것도 어린나이에 보내는 건 위험하고 무모하다는 생각이 뚜렷하다. 특히 원지예의 직장 상사가 딸을 해외로 유학보내고 학원폭력을 겪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이러한 생각에 확신을 더하는 듯 하다. 그런데 또 이 드라마의 포스터를 보면 둬둬가 캐리어를 들고 있는데 이걸 보니 결국 유학을 전혀 가지 않을 것처럼 보였던 둬둬가 유학을 가는 결말인걸까, 하는 추측..

 

 

 

사실상 주인공인 둬둬.

 

드라마 1화부터 아빠 팡옌에게 자기 성적을 엄마에게 말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할 때부터 둬둬가 어떤 캐릭터인지 짐작이 간다.

둬둬는 엄마가 시키는 건 나름 다 하지만 공부 면에 있어선 그렇게 특출나지 않다. 그렇다고 공부를 아예 못한다고 할 정도는 아닌, 평범한 중위권의 학생이다. 하지만 둬둬 엄마 원지예의 욕심에는 둬둬의 성적은 부족하기만 하고 그래서 매번 엄마와 부딪히는 둬둬. 엄마한테 대들고 거짓말도 가끔하지만 다 이 나이대의 학생들 대부분이 하는 일들이라 그리 미워보이지 않는다. 또 본성이 착하고 마음 깊숙이는 엄마의 행동을 이해하고 있고 또 그만큼 엄마와 아빠를 사랑한는 둬둬.

 

둬둬는 학업면에서 엄청 뛰어나진 않지만 재능이 있는 분야는 따로 있었다. 바로 '글쓰기'. 소설 쓰기를 좋아하고 온라인에도 글을 연재해 반응을 얻을 만큼 글에 소질이 있지만 이러한 재능도 쭝카오 앞에서는 일순간 방해물로 전락한다. 글을 쓸 때면 너무 행복해하는 둬둬 표정을 볼 때면, 우리 사회와 중국 사회의 비뚤어진 교육열이 너무 안타까워진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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