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에 극장에서 영화 2개나 봤다. <마더!>는 즉흥적, <여배우는 오늘도>는 미루고 미루다 본 것.

 

먼저, <마더!>는 보기 전부터 겁났다. <블랙스완> 감독 작품이라는 데서 호기심이 끌렸지만 그래서 이 감독의 묘사가 보기 버거울 거란 생각부터 들었다. 대학교 1학년 때 누구와 봤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블랙스완 보고 충격적인 묘사와 영화 자체가 주는 분위기에 완전 쫄보가 돼 나왔던 기억이 선명한지라..ㅠ-ㅠ 그런데 내공이 는 것인지(는 아닌거 같고) 나 같은 겁보도 보기에 충분히 괜찮았다.

 

1.

기독교적 은유가 한 가득이다.

첫 장면부터 제니퍼 로렌스가 머리를 풀고 흰 잠옷을 입고 계단을 내려가는데 속으로 '되게 마리아 같다'고 생각했는데 트루..ㅋㅋㅋㅋ 그 장면의 피부, 머릿결 표현도 뭔가 그런 분위기를 많이 부여하고 있다. 물론 우리가 익숙한 서구인 마리아상의 그 마리아다. 지금은 안나가지만 매주 성당에 다니던 시절 성당 앞 마리아상을 보며 머릿속에 입력된 모습은 엄청난 힘을 지님을 또 한번 깨달음.

 

그 다음부턴 더 노골적이다.

아담과 이브, 갈비뼈, 카인과 아벨, 동방박사가 건네주는 바구니, 죽은 후에도 인간을 위해 뼈와 살을 희생하는 예수 등등,, 나같은 허접이도 영화 첫부분부터 눈치를 챌 만큼 노골적으로 기독교적 은유를 깔아두었다.

 

2.

이런 기독교적 은유를 통해서 감독이 주려는 효과가 무엇인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그보다 마더(자연)의 공간을 침입하는 인류 역사 전체를 요약해 보여주는 장면이 충격적이면서도 인상적이었다. 제니퍼 로렌스가 손수 하나하나 만든 공간을 아무 의식 없이 파괴하는 인간들. 특히 장례식 장면에서 군소 집단의 인간들이 보여주는 뻔뻔함과 무례함을 보면서도 마더의 답답함이 느껴지는데 그 이후 미친듯이 좁은 공간(자연)에 밀려드는 인간들의 모습엔 공포감이 느껴졌다. 물론 나도 그 인간들 가운데 하나지만. 전쟁과 파괴, 동족상잔의 비극 등을 빠르게 담아내는데 인간들의 잔악한 모양새는 인류 역사 가운데 최근 몇백년 안에 벌어졌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해서 여러모로 의미심장했다.

 

3.

그럼 영화 결말대로 이 파탄난 자연과 인류를 구원할 방법은 정녕 완전한 파괴 이후의 재생 뿐인가???????? 흠..

 

 

문소리가 쓰고 촬영하고 출연한 <여배우는 오늘도>

 

1. 

아리랑시네센터에서 조조로 보면 4000원이라 얼마나 많이 노렸는데 매번 귀찮음과 게으름으로 실패. 결국 제값주고 봄. 근데 제값주고 볼만한 가치가 충분한 영화였다.

 

2.

영화 자체가 전반적으로 유쾌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봤다.(사실 러닝타임도 71분밖에 안되긴 함)

빵빵 터지는 웃음 속에서도 무언가 느껴지는 씁쓸함 모두를 잘 잡아낸 것 같다. 1부는 여배우로서, 2부는 여배우이자 여성 생활인으로서, 3부는 배우로서 문소리가 그간 배우 경력에서 쌓아온 감정들과 에피소드를 잘 각색한 것 같았다.

 

3.

3막에서 아이와 영상을 보다 갑자기 문소리가 울컥하는 장면이 있는데 나도 울컥할 뻔. 그 짧은 찰나에 감정을 만들고 그걸 연기한 문소리가 진짜 대단했다. 성공하지 못한 예술가라도 제 가족에겐 자신의 능력으로 만든 작은 무언가를 남기고 떠났다는 게 슬펐다. 어설픈 재능은 치명적이라고 또 한번 느끼면서.

타고난 무언가를 가진 사람들에 대해 묘한 질투와 열등감을 많이 느끼는 요즘인지라, 더 감정이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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