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스터디에 관한 단상

onjung221 2016. 5. 28. 21:25

하고 있던 스터디 두 개가 이번주 내 순식간에 증발됐다.

신문스터디와 영화스터디가 그것.

 

1.

신문스터디는 작년에 언론 입사를 마음먹고 시작했다. 학교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고 온라인에서 서로 맡은 신문을 읽고 정리한다음 취합하는 식이었다.

취합은 스터디를 처음 꾸린 내가 맡게 됐는데 지난 한 학기는 만족스럽게 운영됐다. 나 역시도 갓 시작한 거라 의욕이 넘쳤고 매일 제대로 해오지 않는 사람들을 다그치는 역할도 무리없이 해냈다. 그러다가 한 두사람들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빠지는 등 결원이 생기면서 문제가 생겼다. 처음만큼 충원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충원되는 사람들이 이전 스터디원들보다 성실성과 꼼꼼함이 떨어졌다. 더 큰 문제는 논작스터디에 정신이 없는 내가 신경쓸 여력이 더 적어졌다는 것이다. 문제는 있는데 문제를 컨트롤 할 여력이 적어졌으니... 뭔가 삐걱거리는 스터디를 운영한 지 세 달이 다되가다 결국 더이상 못하겠다고 선언!했다.

 

매일밤 취합하는 것도 생각보다 고되고(피곤에 절어 누웠는데 다시 노트북을 켜는 일이란 쉽지가 않다) 열심히 안 하는 스터디원들을 다그치는 일도 지쳤다. 3,4페이지 정도 되는 요약본에도 그 사람의 성격이나 성의가 묻어나오는데 그렇게, 그렇게 복붙을 하지 말고 요약을 해오라고 했음에도 여전히 1면 기사를 그대로 주요기사라고 긁어오는 분한테는 진짜 진절머리가 났다. 이 분은 또 그 복붙은 참 열심히 하셔서 매일매일 빠짐없이 정리본이라고 보내왔는데 그게 더 짜증이 났다.

 

카톡방에 알리고, 메일로도 설명을 드렸는데 이렇게 홀가분할 수가 없다. 어딘가에 묶여 있다 해방된 기분까지 든다.

 

최근에 많이 빠지셨던 한 분은 내게 지금까지 고마웠다며, 자기가 요새 열심히 하지 않아서 죄송하다는 답장 메일을 보내왔다. 몇 줄 안되는 메일이었지만 그정도의 답도 충분히 고마웠고 보람찼다.

 

2.

영화스터디는 기존에 있던 스터디에 들어간 것인데 스터디 조장분이 오늘 해체를 선언하셨다. 다양성영화나 유명한 감독의 영화를 선정해 보고 토론을 하는 스터디인데 빠지는 사람들이 절반 이상이어서 늘 3,4명만 자리에 나타났다.(총 10명이 넘는 스터디임에도)

 

이렇게 말하면 내가 착실히 나간 것 같지만, 죄송할 정도로 많이 참석하지 못했다(혹은 안했다)

 

돈암동에서 신촌까지 가는 게 너무 힘들었고(왕복 2시간..) 한국어 시험이다, 언론사 필기 시험이다 뭐다 뭐다 겹치면서 안 간 날이 더 많았다. 오늘도 문화일보 시험을 치고 와서 방전된 채 엎드려 있어서 도저히 갈 기력이 없었다. (그래서 미리 못간다고 말을 했지만서도) 그런데 오늘, '~~~이 스터디에 만족을 하지 못하겠다~~~'는 식의 카톡을 보니 죄송스러운 마음뿐이다. 안암에서 신촌까지 갈 자신이 없었으면 애초 참여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후회는 계속 하고 있었는데 차마 나가겠다는 말을 못하면서 질질 끌어오고 있었다. 반성한다.

 

3.

이 두 일이 공교롭게 한 주에 일어나니 생각이 많아지면서 사람이란 게 어떤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얼마나 입장과 생각이 다른지를 다시금 깨달았다. 그리고 한결같은 부지런함과 성실함을 유지하는 사람이 얼마나 매력적으로 느껴질까라는 생각도 함께 들고. 신문스터디가 버거워지기 시작한 순간 친구한테 궁시렁궁시렁 불만을 늘어놓았는데 나 또한 영화스터디 조장분께 그런 존재가 아닐까 부끄러운 마음 한가득. 평소 부지런하고 성실하다고 자신했는데 앞으로는 좀 더 행동에 신중해야지라는 교훈을 얻는다. 그리고, 저 신문스터디처럼 문제가 발견된 순간 바로 끊어낼 줄 아는 과감함도 때론 필요하다는 걸 느낀다. 엉망으로 흘러가는 스터디를 하기 싫으면서 꾸역꾸역하느라 괜히 스트레스 받지 말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