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마감이 다가와서야

onjung221 2018. 7. 28. 21:21

1.

지금의 가장 큰 바람은 어서 빨리 수요일이 왔으면 하는 것. 월화에 몰린 일이 너무 많아 마음이 벌써부터 버겁다. 오늘도 끝내야 할 마감이 몇개던가. 그런데도 집중이 안되고 차일피일 계속 미루고만 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수요일 아침이면 아니 화요일 저녁이면 끝이 나 있을 거는 아니까, 내가 마감일을, 시간을 넘기는 일은 없을테니까. 그거 하나 믿고, 효율 떨어지게 하고 있다. 

2.

금요일 인터뷰는 무척 좋았다. 청양에서, 오전 10시에 잡혔을 때는 '대체 몇 시에 일어나야 하지'라는 생각부터 들었지만 말이다. 고추모양의 가로등도 귀여웠고, 무엇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느껴 마음이 따뜻했다. 신문을 읽을 때면 어느 것 하나 문제 없어 보이는 게 없는 이 사회가 어떻게 굴러가는가 싶다가도, 이런 분들을 만날 때면 사회가 지속되는 이유가 요란한 몇몇이 아니라 진득한, 다수의 노력이란 걸 새삼 깨닫게 된다. 나도 그런 일원이 되어야지. 


3.

어제는 왓챠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걸어도 걸어도>을 보았다. 이 감독의 다른 영화들도 잘 본 터라 의심도 없이 골랐다. 

<태풍이 지나가고>의 키키 키린-아베 히로시 모자관계가 이 영화에서도 반복된다. <태풍~>에서 키키 키린의 연기가 너무 좋았던 게 기억나는데 <걸어도>에서도 이 배우의 연기, 대사가 당연 압권이고 가장 오래 마음에 남는다. 

영화 초반부가 비추는 한 가족의 모습은 평화롭기만 해 보이는데, 어떤 고지를 넘어서는 순간 가족 구성원 간 균열을 그대로 보여준다. 

한 개인에게 있어 자녀라는 자리에 위치한 가정, 그리고 부모로서 일구는 가정은 둘다 소중할 터지만 개인에게 다가오는 무게감이나 책임감은 다르다. 내가 배우자를 선택하고 자녀를 낳아 만든 가정이라는 것에서 오는 책임감 탓일까, 아니면 자녀에게 가지는 본능적인 감정과 책임감이 부모에게 가지는 그것보다 훨씬 무게가 큰 탓일까. 

가족 간 얽히는 여러 관계에서, 본능적으로 더 가까운 이의 이해관계를 챙기는 인간 군상들이 인상적이었다. 키키 키린이 딸의 사위와 둘째 아들의 며느리에게 보이는 이중적인 감정이 대표적이다. 첫째 아들의 목숨값으로 살아가게 된 요시오군에게 보이는 잔인하면서도 공감이 되지 않을 수 없는 그 모습까지도. 

또, 가족 간 뒤늦은 후회와 자책도 어쩔 수 없이 반복되는 고리같은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최근 들어 엄마에게 들었던 미안한 감정이 이상하게 합리화되는 포인트였음..(?) ㅋㅋㅋㅋㅋㅋ

<어느 가족>은 내일 봐야겠다 ㅎ_ㅎ 

4.

젤 친한 친구가 회사에서 퇴사를 했다.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아, 퇴사를 꿈꾸던 그녀였는데 결국 3년차가 되어 퇴사를 한 것인데 너무 부럽다 ㅋㅋㅋㅋ 백수 시절, 일요일 저녁을 정말 모옵시 고통스러워할 때 제대로 공감해주지 못하던 게 미안할정도로 올해 일요일 저녁만 되면 서로 징징거렸는데.. 이제 오롯이 나만 징징거리겠다. 

독일 유학을 목표로 해 지근거리에서 자주 보던 친구가 독일 가면 너무 섭섭할 것 같은 이기적인 생각부터 들었지만. 원하는 공부를 하고, 무엇보다 영혼없이 다닐 수 밖에 없는 회사를 안 다니게 된 것에 무한정 박수를 보낸다. 유학가면 나도 독일 놀러가야지! 꼭꼭!!!!